[인터뷰] 콘도 대표 "계의 궤적, 20주년의 임팩트 전할 것"
윤서호 기자 (Ruudi@inven.co.kr)
2004년부터 이어진 영웅전설 궤적 시리즈가 올해로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했다. 영웅전설 한국팬들에게는 올해가 더욱 각별한 해이기도 하다. 2014년 출시된 '섬의 궤적' 이후 이어진 시리즈 현지화 10주년이자, 오는 9월 26일 출시될 시리즈 최신작 '계의 궤적'은 그간 팬들이 염원했던 일본어 버전과 동시 출시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어느덧 20년 동안 이어진 제무리아 대륙의 이야기가 이번 '계의 궤적'에서는 어떤 단계를 맞이할 것이며, 또 이후의 '영웅전설' 및 니혼 팔콤의 다른 작품들의 향방은 어떻게 될까? 콘도 토시히로 대표가 시부야 캐스트에서 시리즈 20주년을 맞아 아시아권 미디어를 초청, 그 질문에 답했다.
"계의 궤적, 20년간 이어온 시리즈의 클라이맥스"
콘도 대표는 발표에 앞서 출시 전부터 갑자기 '우주'에 대해 언급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미 '섬의 궤적' 종반부터 제무리아 대륙에도 우주가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밝혀졌지만, 그로 인해 불거질 의문들이 아직 설명이 되지 않은 상태다. 그런 만큼 '계의 궤적'에 와서 그 우주가 어떤 의미인지, 또 공화국의 계획과 그간 풀리지 않았던 불가사의들이 점차 풀려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한 여의 궤적2에서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이 있었던 만큼, 그와 이어지는 차원에서 여의 궤적 시리즈 주인공인 반과 그 일행들이 이야기를 풀어가게 된다. 반의 생애가 전작에서 밝혀지긴 했지만, 아직 미처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들이 풀리게 된다.
이러한 차원에서 과거의 여러 캐릭터들도 등장, 그간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특히 여러 팬들이 기다려왔던 인기 캐릭터, '케빈 그라함'이 다시 등장한다. 콘도 대표는 이단자를 사냥하는 케빈이 등장한 만큼, 과연 어떤 인물이 그 숙청 대상이고 케빈이 어떤 식으로 활약하게 될지 기대해달라고 전했다.
또한 타이베이 게임쇼에서 실루엣만으로 팬들이 정체를 파악해버린 '루퍼스'와 '스윈'도 참전이 확정됐다. 루퍼스는 현재 재산이 몰수된 상태고, 스윈과 나디아도 과거를 청산하자는 맹세를 한 이후 합류하게 된다.
이와 함께 섬의 궤적에서 이미 우주를 잠깐이나마 보았던 린과 크로우 그리고 그 일행도 계의 궤적에 참여한다. 공화국과 적대하던 제국에 있는 린과 크로우지만, 어째서 공화국으로 오게 됐나도 서장부터 바로 풀어갈 예정이다. 콘도 대표는 "알티나, 토와 등 캐릭터들이 성장한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섬의 궤적 팀의 활약도 즐겨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린의 이야기를 좀 더 깊이 풀어가고자 이전까지 이름만 등장했던 팔엽일도류의 창시자 '윤 카파이'도 계의 궤적에 등장한다. 콘도 대표는 "잠깐만 등장시키자는 생각도 있었지만, 어중간하게 등장시키면 안 되겠다 싶었다"며 그간 여러 차례 이름이 나왔음에도 지금에서야 등장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아울러 린의 사저인 시즈나도 등장하는 만큼, '검성'으로서의 린의 이야기도 기대해달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클로드 엡스타인의 삼고제 중 한 명인 해밀턴 박사를 비롯해 결사, 칠지보 등 그간 궤적 시리즈에서 여러 비밀을 안고 있는 인물들과 소재들의 등장도 예고됐다. 콘도 대표는 이렇게 다양한 인물들이 어떻게 만날지는 초반부터 바로 알 수 있을 것이고, 이후 그 다양한 인물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지 기대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토리와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에 이어서 '계의 궤적'의 새로운 시스템과 콘텐츠가 소개됐다. 여의 궤적부터 시작된 필드&커맨드 배틀 시스템이 호평을 받은 만큼, 계의 궤적에서도 이를 계승하고 발전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됐다. 한편으로는 여의 궤적 당시 아쉬웠던 부분을 보강했다. 특히 연출은 빠른 템포로 박력 있는 연출을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 구도나 여러 효과를 변경, 개선했다.
아울러 이전에 여의 궤적에서 일부 이벤트에서만 보여줬던 그렌델 변신을 필드 배틀에서 '각성' 시스템으로 상시 추가했다. 각성 시스템은 변신 외에도 케빈 그라함처럼 성흔 각성 형태로 발현하며 공격 속도 및 이동속도도 빨라지면서 필드의 적을 소탕할 수 있어 전투 템포가 한층 더 빨라지게 된다.
또한 커맨드 시스템에서도 여러 시스템이 추가됐다. 우선 기존의 지수화풍시공환 일곱 속성의 오벌 아츠 외에도 두 가지 다른 속성을 가진 상위 마법, '듀얼아츠'가 커맨드 배틀에 추가된다. EP가 더 많이 들지만, 화려한 연출에 기존보다 훨씬 강력한 위력으로 여러 상황에서 공략의 핵심이 될 예정이다. 또한 AT 보너스를 얻은 멤버가 행동할 때에는 대기 중인 서포트 멤버가 전장에 난입, 추가 공격을 하거나 크래프트, 아츠를 활용할 수 있는 '블리츠' 시스템도 추가된다.
두 전투 시스템에 각각 다르게 적용되는 새로운 시스템, 'Z.O.C'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필드 배틀에서는 조작하고 있는 캐릭터의 우측에 있는 전용 게이지가 찼을 때 버튼을 누르면 발동, 일순 적이 느려지고 조작하는 캐릭터만 그대로 공세를 유지하는 기능이다. 커맨드 배틀에서는 해당 캐릭터의 턴이 종료된 이후에도 추가로 턴이 주어진다. 이를 응용해서 한 턴 대기했다가 발동하는 스킬을 바로 사용하거나 혹은 블리츠 등 다른 시스템과 연계해서 보스전 등 어려운 전투도 비교적 쉽게 풀어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파고들기 요소인 '그림 가르텐'이 소개됐다. '그림 가르텐' 제무리아 대륙을 뒤흔드는 결사 '우로보로스'의 일원이 만든 가상 현실에 접속, 다양한 파티를 짜서 공략하는 콘텐츠다. 각 층마다 보드 게임처럼 한 칸 한 칸씩 전진, 적과 조우하면 필드로 전환해 필드 전투와 커맨드 전투를 오가면서 전투를 펼치게 된다.
각 전투마다 여러 조건이 주어지며, 해당 조건을 충족한 상태에서 그 구간을 클리어하면 S랭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곳곳에 있는 보물상자나 전투 보상을 통해 얻은 토큰을 알티나에게 그리모어 해독을 부탁하면 아이템은 물론 의상까지 다양한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가상 현실이지만 그곳에 여러 세력의 인물이 다 같이 접속한 만큼 의외의 조합과 그들이 엮어내는 이야기도 볼 수 있으며, 또한 우로보로스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그림 가르텐'에서 풀릴 예정이다.
콘도 대표는 "속편이면서 궤적 시리즈의 클라이맥스인 만큼, 결사에 대해서든 제무리아 대륙의 여러 수수께끼와 불가사의에 대해서든 서서히 밝혀지는 타이틀이 될 것"이라면서 "궤적 시리즈를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면 꼭 해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한 미디어 이벤트 전날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밝혀진 하늘의 궤적 리메이크와 관련해서는 "닌텐도가 그날 발표한다는 것은 우리도 몰랐다. 다만 우리가 만들고 있는 것이 맞으며, 이제야 궤적 시리즈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 기쁘다. 앞으로도 정보를 점차 공개해나갈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현장 Q&A
Q. 아크라이드 해결사 사무소의 이야기인데 '여의 궤적3'이 아닌 '계의 궤적'이라 붙인 이유가 궁금하다. 또 Farewell, O Zemuria라는 부제도 의미심장한데, 곧 궤적 시리즈가 마무리된다는 뜻일까?
= 여의 궤적2에서 이어지는 이야기라 처음에는 회사 내에서도 3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궤적 시리즈 전체를 보았을 때 클라이맥스인 부분인데, 이런 임팩트를 전하기엔 부족하지 않았나 싶었다. 또 유저들마다 좋아하는 궤적 시리즈 작품이 제각각 다를 텐데, 이번에 그 클라이맥스라는 포지션을 확고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더더욱 여의 궤적3이라는 제목으론 부족하다 생각했다.
그런 걸 한 문자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이전에 제로의 궤적, 시작의 궤적 때 안을 냈던 '계'라는 글자가 떠올랐다. PV에서 제무리아 대륙의 상식이 흔들리고, 여러 경계가 무너진다고 표현했는데 이러한 테마에 맞는 글자가 '계'라고 생각해 지금의 제목이 되었다. 부제의 경우에는, 앞서 말했듯이 제무리아 대륙 사람들이 그간 상식이라 생각했던 것들의 경계가 깨진다는 차원에서 그렇게 붙였다.
Q. ‘여의 궤적'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이전 궤적 시리즈보다 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또 사망하지 않았나. 이전 섬의 궤적 시리즈에서 여러 인물들이 생환하거나, 그것이 핵심 반전이었던 것과 많이 달랐다. 이러한 기조가 '계의 궤적'에서도 이어질지 궁금하다.
= 죽음을 좀 더 담아냈던 여의 궤적 시리즈는 여타 궤적 시리즈를 즐겼던 사람들에겐 굉장히 충격이었을 것이다. 계의 궤적에서는 누군가의 죽음을 담기보다는 상식을 뛰어넘는 불가사의, 수수께끼, 그리고 이에 맞서 그 경계에 돌파하는 과정과 불가사의를 풀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자 한다.
Q. 또한 ‘그림 가르텐'이 이전작에 있었던 '메르헨 가르텐'를 계승하는 듯 보인다. 한편으로는 세부 콘텐츠나 진행 방식과 더불어 무엇보다 우로보로스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나 세계관을 다룬다는 차이점도 보이는데, 해당 콘텐츠를 통해 부가적으로 세계관과 스토리를 풀어나간 이유는 무엇인가?
= 본편이 공화국의 전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취급하고 있고, 우로보로스가 이를 관찰하고 있는 상황이지 않나. 우로보로스에도 제각각 다른 생각을 하는 인물들이 있고, 그들은 현재 그림 가르텐에서 암약하고 있다. 이걸 본편 스토리에 전면에 넣으면 이야기가 너무 복잡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본편에서는 반 일행의 이야기를 풀어가고 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그림 가르텐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그렇게 말하면 사이드, 서브 스토리에 가깝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림 가르텐의 스토리도 굉장히 중요할 것이다. 우로보로스의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건 물론, 그림 가르텐을 통해서만 밝혀지는 진실도 있으니 팬이라면 꼭 보셔야 할 듯하다.
Q. ‘그림 가르텐’을 보고 시작의 궤적이 연상된다는 팬들의 반응도 있었다. 그런 부분도 의식해서 구상했나 궁금하다.
= 어느 정도 의식은 했다. 시작의 궤적처럼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는 타이틀이다 보니 본편만으로는 성장 요소를 충분히 보충할 수 없다 생각했다. 그리고 본편에서 실제로 잘 만나지 않을 크로스 오버를 체험해볼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 시도가 시작의 궤적에서 이미 있었으니, 이번에도 이를 응용해서 풀자는 생각이 있었다.
Q. 그러고보니 이번 계의 궤적에서 알티나가 린을 부르는 호칭이 '린 교관'에서 '린 씨'로 바뀌었다. 혹시 스토리적인 의도가 있나 궁금하다.
= 좋은 질문이다. 섬의 궤적에서 알티나가 린의 학생이었으니, 입장상 교관이라는 호칭을 쓰는 게 맞았다. 이번 계의 궤적에서는 사회인으로서 린과 함께 하고 있는데, 이전과 다른 관계 그리고 성장이라는 부분을 좀 더 조명하고 싶었다.
Q. 지난 타이베이 게임쇼에서부터 ‘계의 궤적’으로 궤적 시리즈의 클라이맥스로 접어들었다고 했는데, 방대한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인 만큼 그 분량도 상당할 것 같다. 대략 어느 정도로 보면 될까? 또 향후 궤적 시리즈의 마무리를 위해선 몇 개의 작품이 발매 될 것이라 보나?
= 번역 텍스트로 말하자면, 과거 궤적 시리즈와 비교해도 이번이 최대 분량이라 생각한다. 그림 가르텐을 얼마나 플레이하느냐, 그리고 각자 플레이 스타일에 따라 개인차가 있겠지만 짧게 잡아도 여타 궤적 시리즈의 분량은 확실히 나온다.
궤적 시리즈의 마무리라고 한다면, 계의 궤적에서 여러 문제가 풀린다 했을 때 그 다음에 마무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긴 하다. 그런데 궤적 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구체적으로 몇 편이나 걸릴지 나 자신도 확신을 못하겠다(웃음). 이번에 개발을 마무리하고 나서야 마지막 시리즈에서 어느 지역에서 누구를 주인공으로 어떤 이야기를 펼쳐가기 시작할까, 또 몇 작품을 더 내야 할까 생각하게 될 것 같다.
Q. 20년간 무려 13작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 ‘궤적’ 시리즈의 중요한 변곡점이었다거나 콘도 대표가 개인적으로 중요시 여기는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 좋아하는 캐릭터도 함께 소개한다면?
= 전환점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아무래도 하늘의 궤적에서 제로의 궤적, 벽의 궤적에서 섬의 궤적, 이런 식으로 바뀌었을 때가 전환점이 아닐까 싶다. 그때그때마다 세계관 표현이나 주무대가 바뀌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왔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작품의 플랫폼이 바뀌거나 유저 연령층들이 바뀌거나 여러 가지가 바뀔 때마다 재편하는 순간순간이 궤적 시리즈의 중요한 전환점들이라 본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면 아무래도 하늘의 궤적이다. 게임 개발 방법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던 시절에, 나 스스로 시나리오도 쓰고 캐릭터도 만들고 이벤트씬도 구상하며 쌓아왔던 작품이 '하늘의 궤적'이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가 제로부터 시작해 완성한 작품인 만큼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다.
좋아하는 캐릭터를 한 명만 고르라는 건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우선은 하늘의 궤적이 가장 애착이 가는 만큼, 그 첫 캐릭터인 에스텔과 요슈아에 정말 애정이 갔다. 시리즈 처음으로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인 작품이라 이래저래 많은 고민을 했다. 그 고민 끝에 에스텔이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RPG 주인공으로 잘 자리잡은 것 같아 좋다. 여담이지만 요슈아도 처음에는 여성 캐릭터로 할까 고민이 있었고, 실제로 그 버전의 설정도 노트에 적어놨었다. 그렇지만 결국 지금의 안대로 갔다.
Q. 여의 궤적부터 엔진을 바꾼 것으로 알고 있다. 덕분에 그래픽과 연출 면에선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줬다. 새로운 엔진으로 개발하면서 시행착오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이번 작품을 개발하면서 그래픽이나 연출 면에서 더 발전한 부분이 있을까? 혹은 전작의 문제를 해결한 부분이 있다면?
= 게임 엔진과 기술적인 부분은 여의 궤적2에서 어느 정도 확립된 상태였다. 계의 궤적에서는 기술 그 자체보다는 1,2 때의 노하우를 어떻게 활용해서 계의 궤적에서 새로운 걸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템포를 좀 더 끌어올리는 것에 집중했다. 여의 궤적 시리즈에서 필드와 커맨드 배틀 융합을 목표로 해왔는데, 커맨드 배틀 템포가 느려지는 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크래프트 스킬 연출을 짧고 임팩트 있게 개편했다.
또 캐릭터 표정이나 모션 등 디테일도 개발팀이 스킬업해서 여러 가지로 진전이 있었다. 예전에 이벤트씬이나 강적이 나온 상황에 무서운 웃음을 짓거나 하는 그런 미묘한 디테일의 표현이 중요한 여러 씬에서 좀 잘 표현이 안 된 느낌이었다. 그것도 많이 발전했으니 팬들이 이런 부분에도 주목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디테일뿐만 아니라 엔진 최적화 기술도 향상됐다. 그래서 이전에는 필드에서 그렌델로 변신해서 싸우는 게 제한됐지만, 이제는 그런 제약들이 없어져서 그때 하지 못했던 화려한 필드 액션 구현이 가능해졌다.
Q, 여의 궤적 시리즈에서는 '그렌델'로 변신하는 기능을 특정 이벤트나 지속시간이 짧은 등 다소 제한적으로 활용했다. 반면 '계의 궤적'에서는 부스트 게이지를 소비해 그렌델 뿐만 아니라 성흔 등도 비교적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각성 시스템이 도입됐었는데, 이런 시스템 변화의 이유가 있나?
= 일단 앞서 말한 것처럼 기술적인 제약이 풀린 상황이었다. 그러니 유저들이 요청했던 여의 궤적 필드 전투에서 다양한 기술을 써서 화끈하게 싸우고 싶다는 피드백을 반영하자고 생각했다. 사내에서도 그런 의견이 많았고, 그래서 아츠나 크래프트까지 필드 배틀로 꺼내오자는 안도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템포를 끌어올리는 완급 요소로 변신, 혹은 성흔을 써서 쓸어버리는 각성 시스템이 도입됐다.
Q. 커맨드 배틀에서는 블리츠 시스템이 눈에 띄는데, 여의 궤적 시리즈에서 변화를 주기로 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 블리츠는 AT 보너스를 얻은 캐릭터가 행동하면 서포트 캐릭터들 공격뿐만 아니라 여러 서포트 아츠를 쓰면서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다. 아무래도 이번에 라인업이 확장되면서 서포트 멤버도 상당히 많아지다 보니, 그들에게도 할 일을 줘야 하지 않나 싶었다. 또 누구를 서포트에 넣느냐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고 플레이 방식이 달라지는 그런 전략적인 부분도 넣고 싶었다.
Q. 여의 궤적 1편은 전작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극을 이끌지는 않는 등 궤적 시리즈를 하지 않은 게이머를 위한 배려가 있었다. 이번 '계의 궤적'은 '여의 궤적' 최종장이면서, 궤적 세계관 중요 사건이 다뤄지는 만큼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은 게이머에게 다소 진입장벽이 높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를 완화하기 위한 콘텐츠나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나?
= 어떤 등장인물이나 용어가 등장하면, 그때 이벤트를 잠시 중단하고 찾아볼 수 있는 '타임 리워드'라는 기능을 넣었다. 이번에 린과 케빈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이상, 이런 건 준비할 필요가 있었다. 린이 자기 이야기를 너무 길게 하면 좀 이상하지 않겠나. 또 이전에 플레이했던 유저들도 플레이한지 좀 된 이야기가 나왔다거나, 혹은 이야기가 길어져서 깜빡한 경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말한 것처럼 궤적 시리즈의 인기 캐릭터 '린 슈바르처'가 다시 한번 핵심 인물로 등장하는데, 이번에 그가 맡게 되는 역할은 무엇인가?
= 린이 섬의 궤적 주인공이었는데, 마지막에 대기권을 돌파하려던 장면이 있지 않았나. 계의 궤적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제무리아에는 우주가 있고, 인류가 이제 여기에 접근하게 된다. 린은 어찌 보면 그와 연관된 경험이 있는 셈이고, 공화국도 이를 인식하고 있다. 린 본인도 그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어하고, 또 행동력이 있는 캐릭터인 만큼 스스로 이와 관련해서 풀어가고자 하지 않을까.
제국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정리됐지만, '검성'으로서의 린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다. 윤 카파이나 시즈나와의 이야기 등, 검성으로서의 이야기를 앞으로 그려내고자 한다.
Q. '케빈 그라함'이 '하늘의 궤적 the 3rd' 이후로 오랜만에 핵심 캐릭터 중 하나로 등장해 팬들의 기대가 높다. 등장시키게 된 특별한 계기나 배경이 있나?
= 등장까지 시간이 필요했던 특별한 이유는 없다. 린의 이야기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후에 등장하기는 했지만 전면적으로 나오는 일은 드물었다. 물론 '케빈'이 나왔다는 건 앞서 발표에서 말한 것처럼 이단, 단죄의 사냥 대상이 등장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밝지만 또 잔혹한 그의 면모를 이번에도 잘 보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곳곳에 다니다 보면 마을마다 익숙한 얼굴들이 보일 거다. 본편에 다 나오면 이야기가 복잡해지니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화국에 인연 있는 등장인물들이나 NPC 가운데 직접 등장하지는 않아도, 마을이나 곳곳에서 그 인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이런 점도 짚어봐주셨으면 한다.
Q.아니에스와 일레인의 히로인 쟁탈전(?)에 대한 결말이 계의 궤적에서 그려지는지 궁금하다.
= 매우 중요한 질문이고, 또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웃음). 계의 궤적에서는 적어도 한 사람과는 확실한 결과를 맞이한다. 누가 누구와 언제 어떻게 엮일지, 또 그것이 해피할지 슬플지는 직접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Q. 팬 입장에서 입문작을 추천하기 어려웠는데, 이번에 '하늘의 궤적'도 리메이크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나. 소감이 궁금하다. 또 스위치 외에 다른 플랫폼으로 낼 예정인지도 묻고 싶다.
= 하늘의 궤적 리메이크는 이번 행사 전날에 닌텐도가 발표하리라 생각지도 못해 깜짝 놀랐다. 그래도 하늘의 궤적다운 화면을 보여주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궤적 시리즈가 아무래도 20년 동안 이어졌다 보니, 사람들이 입문하기 어렵지 않나. 그러니 그 첫 시작인 하늘의 궤적 리메이크를 결정하게 됐다.
최근 JRPG가 약세인데, 나는 여전히 RPG에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증명하고 싶다. 그런 상황이긴 해도 계의 궤적을 시리즈 첫 작품으로 추천하기엔 너무 허들이 높지 않나. 그래서 원점인 하늘의 궤적부터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RPG의 매력, 장점을 새롭게 전달하고 싶지만 신작을 내기엔 이제 내 나이가 50이라 당장은 어렵다. 그래서 그 과제는 후대의 스태프들에게 맡기고, 내가 가진 것 중에 최선의 선택은 하늘의 궤적 리메이크라 생각해 결정했다.
플랫폼 확장에 대해서는 당장 말씀드리긴 어렵다. 그러나 더 많은 것을 여러분에게 보여드리고 싶고, 또 더 많은 유저들이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추후에 여러 가지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Q. 20주년을 준비하며 여러모로 만감이 교차했을 듯한데, 많은 개발진의 손을 거친 이 시리즈를 맡게된 순간의 기분, 그리고 출시를 앞둔 지금 소감이 듣고 싶다. 또 5년 전 동대문서 열린 PS FESTA가 마지막 내한이었는데, 이제 코로나도 잦아든 만큼 다시 내한할 계획이 있나?
= 하늘의 궤적 이후 20년, 하늘의 궤적 개발 시작을 기점으로 하면 22년까지 쭉 이어져왔다. 이렇게 오래도록 작품을 끌고 오는 것은 여느 크리에이터들도 쉽게 하지 못할 경험이다. 이 모든 것이 유저와 미디어 그리고 그외 여러 도움을 주신 분들의 성원 덕택이다. 그런 만큼 초라하게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고, 정말 납득할 만한 타이틀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그리고 그 감성을 이제 곧 전해드리고자 한다. 그간 많은 성원을 보내주셨던 분들께 거듭 감사드리고, 마지막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셨으면 한다.
나 또한 한국에 다시 방문하고자 한다. CLE의 첸웬웬 대표 그리고 카와우치 시로 지사장과 한국 관련해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고, 또 언제 방문하게 될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여담이지만 내가 대표가 되서 처음으로 간 출장지가 한국이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복귀날에 아침에 일어나니까 기억이 없는데, 어떻게 공항까지 가있던 게 신기했다. 그 시절부터 해서 여러 추억이 많았는데, 아무쪼록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다.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기회가 되면 한국의 유저들과 다시 만나 감사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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