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 "우리 스스로 게임을 좋아하기에" 콜라보에 진심인 호요버스
윤서호 기자 (Ruudi@inven.co.kr)
한때 중국 게임하면 무협, 삼국지, 올드함 같은 이미지가 돌고는 했다. 그렇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점차 그 이미지는 바뀌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게임들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그보다는 '서브컬쳐', '덕후'라는 키워드에 진심으로 달려드는 작품들이 등장했고, 이에 기존의 국내 서브컬쳐 팬들뿐만 아니라 여러 유저층도 호응을 보낸 것이다.
그 선두에는 '호요버스'가 있었다. 호요버스라는 브랜드를 내세우기 이전 미호요 시절부터 기술 오타쿠가 세상을 구한다는 그 신념으로 그간 아무도 진심이지 않았던 서브컬쳐 관련 기술력을 개발했던 이들은 2020년 '원신'을 시작으로 전세계에 그 신념을 설파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는 단순히 게임 자체를 파는 것뿐만 아니라, 현지 사정에 맞춰 여러 콜라보를 진행하면서 서서히 현지팬들에게 어필하는 과정도 동반됐다.
한때 '망가는 벗어버려' 등 서브컬쳐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었던 한국 게임 시장이었지만, 어느덧 한 축으로 자리잡은 상황. 그 시기를 이끈 '호요버스'는 어떻게 유저들에게 접근하고자 했을까. 호요버스 코리아의 황란 지사장은 IGC 현장에서 호요버스의 마케팅 전략 중 '콜라보'에 관해서 이야기를 풀어갔다.
호요버스는 이미 널리 알려진 것처럼 설립 당시부터 ACG에 대한 깊은 애정을 보인 회사다. 그리고 이를 향유하는 서브컬쳐 유저층에 맞춰서 온라인 광고, 오프라인 행사, 공모전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호요버스 코리아 또한 호요버스의 한국 지사로서 한국의 서브컬쳐 유저들을 위해 여름축제, 원신 콘서트, AGF 참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특히 최근 급증한 요식업계와 콜라보에도 주목, 피자 알볼로와의 콜라보를 비롯해 여러 외식 브랜드와 현재까지도 콜라보를 여러 차례 진행해왔다. 콜라보는 비용이 드는 것은 물론이고 양 회사가 함께 합을 맞추는 등 노력과 시간도 많이 드는 전략이다. 그렇지만 황란 지사장은 기존에 자사의 게임을 접할 기회가 없던 층에게 게임을 알릴 수 있는 기회이자, 팬들에게 게임 속의 세계를 현실과 연결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감동을 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사례로 작년 4월 피자 알볼로와 진행한 원신X피자 알볼로 콜라보를 들었다. 호요버스 코리아에서 피자 알볼로와 콜라보를 결정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한국의 소비자층에 대해 폭넓은 이해도를 갖고 있는 현지 로컬 브랜드였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또한 호요버스가 유저를 위해서 세워둔 기준치를 같이 맞춰나갈 수 있는 파트너사를 선정한 결과 피자 알볼로와 함께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콜라보 회사를 선정한 뒤에는 콜라보 테마를 잡기 위해 주축이 될 캐릭터를 선정하는 작업이 이어졌다. 홍보용 이미지에 어떤 캐릭터가 들어갈지 정도로 고민하는 게 아니라, 콜라보 브랜드의 이미지를 호요버스의 캐릭터로 표현할 수 있을지도 중요했다. 그 결과 바바라와 진이 선정됐다.
바바라와 진은 유저가 게임을 처음 접해서 첫 지역 '몬드'에 가면 만나게 되는 캐릭터들이다. 따라서 게임을 라이트하게 접해본 유저나 콜라보를 계기로 게임을 하게 될 유저들도 접하기 쉬웠다. 그리고 진은 피자를 좋아한다는 인게임 설정이 있었기에 피자 브랜드와의 콜라보 캐릭터로 내세우기 좋았다. 바바라는 매운 음식을 좋아한다는 설정이 있었으니, 그에 맞춰 매운 피자를 테마 메뉴로 세운다는 기획안이 나왔다.
캐릭터 선정 이후에는 키 비주얼과 이모티콘 등 이미지 디자인 작업이 이어졌다. 이때에도 콜라보 브랜드와 캐릭터의 설정을 녹여낸다는 기본 원칙을 고수했다. 테이블 매트의 배경은 실제 피자 알볼로 매장의 디자인을 활용했으며,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바바라의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 핫소스를 바바라 앞에만 두었다. 그리고 진이 피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진이 피자를 들고 있는 장면으로 디자인했다.
통상 요식업체와 콜라보는 기존 메뉴에 콜라보 굿즈를 더하는 정도지만, '원신'의 경우는 달랐다. 피자 알볼로와 협의를 거쳐서 캐릭터의 테마에 맞춘 신제품을 발매한 것이다. 버섯피자를 좋아하는 진의 설정에 맞춰 버섯 토핑이 메인인 '피자에 진심을', 매운맛을 좋아하는 바바라의 입맛에 맞춘 '매운 맛 좀 바바라’, 비상식량이라는 별명이 있는 페이몬에 맞춰 ‘이건 비상식량이 아니야’ 등, 맛뿐만 아니라 이름도 캐릭터에 맞아떨어지게 여러 아이디어를 고민했다.
또한 박스 등의 구성도 한 번 더 훑어봤다. 박스의 앞면뿐만 아니라 옆면에는 인게임에 관련된 문구들을 랜덤하게 넣었고, 피자 박스를 열자마자 특별 제작한 포장에 담긴 갈릭 디핑소스가 보이게 했다. 해당 포장지에는 진의 SD 일러스트와 함께 인게임 대사인 '우수한 기사는 편식하면 안 돼'가 적혀있는데, 피자 박스를 열자마자 유저들이 바로 이것을 보게끔 한 것이다. 피자 삼발이도 일반 밋밋한 디자인이 아닌 콜라보용으로 새롭게 디자인, 소모품이 아닌 굿즈라는 감성이 들게끔 했다.
콜라보 굿즈에 대한 디자인이 마련된 만큼, 그 다음 홍보 단계의 기획이 필요했다. 그 방식을 크게 온라인, 오프라인, 바이럴 세 가지로 분류한 황란 지사장은 프로게이머 ‘베릴’ 조건희가 등장하는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당시 ‘베릴’이 원신을 좋아한 것으로 유명했던 만큼 팬층의 호응도 높았다. 그저 단순히 유명인을 섭외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의 게임에 정말 진심인 사람을 선정해서 그 효과를 높인 셈이었다.
아울러 인기가 많았던 '원신'의 콜라보 이벤트였던 만큼, 운영 이슈를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준비도 필요했다. 혼선을 줄이기 위해 각 주차별 굿즈 판매에 점포별 굿즈 재고 현황을 매일 공개, 유저들이 최대한 자신이 원하는 굿즈를 효율적으로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유저들의 적극적인 참가를 위해서 비교적 진입장벽이 낮은 SNS 구매 인증 이벤트도 병행했다.
한편, 오프라인 행사를 좋아하는 원신 코어팬을 위해 피자 알볼로 1호점에 미니 게임, 구호 외치기 이벤트 등이 있는 특설 매장을 운영했다. 구호 외치기 미션의 안을 처음 냈을 때는 마케터들이 “이걸 누가 하냐”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정말 많은 유저들이 구호를 더 외치고 싶다고 반응을 보였다. 그리고 당시의 영상이나 사진들이 바이럴로 퍼졌고, 바바라 코스어가 미션을 하는 영상은 조회수 500만 회를 기록했다. 현장을 방문하거나 영상, 사진을 본 짤툰을 비롯한 또다른 창작자들이 이를 2차 창작으로 남기면서 해외 게이머들에게도 알음알음 알려졌다.
호요버스 코리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사회 공헌 활동으로 확장했다. 유저들의 사연을 받고 그 중에 감동적인 사연들을 선정해서 피자 트럭을 보내는 '여행자 여러분의 일상을 응원합니다'도 진행한 것이다. 황란 지사장은 처음 이 이벤트를 기획할 당시엔 단순히 피자를 먹고 싶다는 사연만 받을 줄 알았는데, 원신이 유저들의 삶에 그만큼 깊이 있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학교 선생님이 원신을 좋아하는 제자들을 위해 참여한 사연, 미술학원에서 원신을 알게 되어 원신 여름 축제에 작품을 출품했던 이야기 등등, 황란 지사장은 호요버스 코리아 직원들이 그러한 사례를 읽어보면서 그 감동을 쭉 전하고자 하는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전했다.
호요버스의 콜라보는 이렇듯 단순히 게임만 어필하기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았다. 게임 속 요소와 설정을 게임 밖에 연동해서 팬들에게 재미와 감동을 전하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단순히 굿즈만 받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이벤트로 온 오프라인으로 연계하고, 유저에게 최대한의 재미와 편의성을 제공해서 그 즐거움을 더더욱 끌어올리는 유기적인 운영의 일환이었다. 아울러 유저들이 만족할 수 있는 행사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그 고민을 풀어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황란 지사장은 이를 진행하게 될 마케터에게 필요한 능력으로 게임에 대한 애정과 사랑, 타겟층을 분석하는 능력, 창의적인 도전과 디테일한 접목,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포부 네 가지 덕목을 요구했다. 게임에 대한 애정은 기본이고, 자신이 서비스하는 게임과 트렌드, 그리고 유저층의 성향을 알아야 그에 맞춰서 좋은 이벤트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호요버스 코리아는 처음 신입 사원이 들어올 때 유저 및 게임에 대한 분석을 충분히 시킨 뒤 업무에 투입시킨다고 밝혔다.
아울러 호요버스 코리아는 "하이라이트는 미래에 있다"는 자세로 콜라보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야 유저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감동을 전해줄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계획이 어그러지고 실패도 할 수 있겠지만, 끝까지 완수하고 새롭게 도전하는 자세가 유저들에게 더 좋은 경험을 주기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란 지사장은 "호요버스는 게임에 진심이다"라면서 호요버스 코리아 또한 호요버스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로서 어떻게 해야 유저들에게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콜라보 이벤트 계획은 그 애정의 증명 중 하나인 셈이었다. 황란 지사장은 "게임을 좋아하기 때문에 게임 업계에 온 만큼, 초심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게임에 대한 진심을 잊지 않고, 어떻게 해야 게임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전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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