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C] "AAA 게임, 중요한 것은 창의성과 예술적 비전"
김규만,김수진 기자 (desk@inven.co.kr)
라이트스피드 스튜디오의 스티브 C 마틴 부사장은 25년 이상 게임 업계에 종사해 온 베테랑 게임 개발자다. 레드 데드 리뎀션 시리즈, GTA5, 맥스 페인3, 불리 등 락스타를 상징하는 히트작을 여럿 개발해 온 그는 현재 라이트스피드 LA에서 신규 오픈월드 게임 '라스트 센티널'을 개발하고 있다.
IGC 2024 연단에 선 그는 AAA급 게임이 현재 게임 산업에서 갖는 위치를 되돌아보며, 현재 도전하고 있는 완전히 새로운 타이틀인 '라스트 센티널'을 개발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했다.
트리플 A(AAA)게임은 과거에나 지금이나 게임 산업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다. 전 세계의 열정적인 개발자들은 보다 큰 규모의,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이는 곧 게임 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하나의 게임을 만드는 데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진 오늘날, AAA게임은 줄곧 대형 퍼블리셔, 어마어마한 그래픽, 유명 성우진, 차세대 콘솔과 신기술 등과 함께 언급되는 단어가 되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AAA 게임이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AAA에 대한 진정한 정의는 없다"고 밝힌 그는 자신이 생각하는 AAA 게임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스티브 마틴 부사장의 마음 속 AAA게임은 위에서 열거한 요소에서 한층 더 나아간다. 비디오게임을 예술의 형태로 발전시키고, 업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획기적인 경험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에는 TV나 광고,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에서 볼 수 있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존재한다"며, "진정한 AAA게임은 막대한 예산, 최신 콘솔, 유명 프랜차이즈를 조명하는 피상적인 헤드라인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게임의 '경험'을 AAA급으로 만드는 것은 개발에 투입되는 '창의성'과 '열정'이라고 강조했다. 창의성과 열정으로 빚어내는 게임은 제품이 아니라 예술이다. AAA급 게임을 개발한다는 것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한다는 것이 아닌, '자신이' 플레이하고 싶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 플레이어에게 감동을 주고, 게임을 마친 후에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수 있어야 한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요소를 갖추지 못한 게임은 AAA게임이 아니다. 설령 5억 달러를 들여 만들었더라도 말이다.
AAA 게임에 대한 그의 생각은 업계에 몸 담은 지 25년이 넘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예술성과 독창성은 시대를 초월해 AAA 게임을 영향력 있게 만든 요소다. 하지만, 변한 것도 있다. 지속적으로 규모가 커지며 하나의 게임을 개발하는 데 천문학적인 예산이 필요하게 된 오늘날의 게임 산업이다.
스티브 마틴 부사장은 수천 명으로 구성된 하나의 팀이, 수억 달러의 예산으로 하나의 게임을 만들고 있는 현실이 AAA게임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억누르고 있다고 전했다. 투자가 늘어나면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진다. 하나의 게임에 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기 위해선,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무슨 수를 써서든 판매량을 높여야만 하는 것이다.
같은 현상은 할리우드 업계에서도 수십 년 동안 비슷하게 나타났다. 영화 제작 예산이 커지며 스튜디오는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을 만드는 데 따르는 재정적 위험을 피하게 됐다. 특정 히트작의 속편이나, 리부트 등이 쏟아지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서서히 지루함과 피로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말 그대로 시류이며, 누군가를 탓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산이 막대해진 만큼, 수익이 동일하게 높아지지 않는다면 기업은 생존할 수 없다. 그리고 스티브 마틴 부사장에 따르면, 이것은 오늘날 업계 종사자들이 직면한 여러 위험 요인 중 일부에 불과하다.
그는 이러한 배경이 바로 '라이트스피드 LA'를 설립하고, 신작인 '라스트 센티널'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된 이유중 하나라고 전했다. 그가 말한 '라이트스피드 LA'의 모토는 창의성과 예술적 비전,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책임감 있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새롭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다.
"AAA급 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완전히 미친 짓입니다. 수익을 내는 데만 관심이 있다면, 훨씬 더 쉬운 방법이 있죠. 비용, 시간도 많이 들고 어려운데다 복잡한, 이 모든 위험 신호에도 여전히 그 길을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길은 여러분에게 맞는 길입니다. 돈을 버는 방법은 많지만, 이보다 더 즐거운 방법은 없습니다"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예술을 창조하고 있다는 자부심, 진정으로 획기적인 AAA급 경험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려는 의지와 함께 탄생한 라이트스피드 LA 스튜디오. 스티브 마틴 부사장은 자칫 일반론처럼 들릴 수 있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은 물론, 대담한 도전을 할 수 있는 용감한 팀과 환경이 필수 불가결하다고 설명했다.
그가 처음 스튜디오를 설립하면서 비중한 것은 소규모의 집중적인 팀을 구축하고, 창의성과 협업을 우선시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개발자가 자신의 작업에 더 집중할 수 있고, 개발 과정에서 자신의 모습을 더 잘 발견하고, 또 더 많은 아이디어와 열정이 오가는 업무 환경을 위해서 말이다.
지난해 12월,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첫 발표된 이들의 신작, '라스트 센티널'은 이러한 기업 가치 아래 개발되고 있는 작품이다. 스티브 마틴 부사장이 자신의 어린 시절 사랑했던 예술로부터 영감을 얻었다는 해당 게임은 디스토피아 미래 도쿄의 오픈 월드를 배경으로 하며, 여성 주인공 '쇼다 히로미(Hiromi Shoda)'를 중심으로 깊이 있는 이야기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스티브 마틴 부사장은 '라스트 센티널'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이야기와 캐릭터 등 기초를 마련한 뒤, 핵심 팀을 구성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하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다양한 창의적 배경과 함께 문화적 다양성을 갖추는 것. 그가 이야기한 '꿈의 팀'은 이 두 가지 요소를 필요로 했다.
그에 따르면, 이전에 고려되지 않았던 관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스토리텔링을 더욱 설득력있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가능한 한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다양한 팀'이란, 그저 채용 페이지의 우대 사항 체크 박스에 최대한 많은 체크를 하는 것이 아니다.
특히, 그는 '라스트 센티널'이 서구권의 주류 문화와 다른, 보다 풍부한 문화 속에서 탄생하길 바랐다고 전했다. 특정 문화에 대한 진정성 있고, 생생한 경험을 가진 이들만이 갖출 수 있는 문화적 감수성 없이 해당 문화 속 세상을 만드고자 하는 것은 무책임하며, 오만하고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라이트스피드 LA는 다양한 문화와 전문성을 지닌 팀을 갖추게 됐다. 비디오게임 개발자는 물론, 만화가, 소설가, 할리우드 프로듀서, 연극 작곡가, 특수효과 전문가 등 각종 배경의 경험을 통해 보다 몰입감 넘치는 세계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스티브 마틴 부사장은 AAA급 게임을 개발하는 '적절한 규모의 팀'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창조하고자 하는 것을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가장한 한 작은 규모의 팀을 유지하며, 나중에 누가 필요할지 예상하지 않고 필요할 때 인재를 채용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소규모 팀은 집중력과 효율성을 유지하고, 추가 인력을 채용하기 전에 탄탄한 아이디어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물론, 이같은 방식이 언제나 쉬운 것은 아니다. 다른 모든 개발사와 마찬가지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고, 유망한 아이디어를 바로 실행할 수 있는 유혹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오히려 스티브 마틴 부사장은 "처음에는 느리게 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아이디어의 씨앗이 자연스러운 속도로 자라게 하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개발 도중 이뤄온 것을 모두 뒤집는 것보다 훨씬 쉽다고.
또한, 소규모 팀은 창작자와 아티스트로서 각 팀원들이 작업하는 일에 대해 개인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장점도 갖는다. 그에 따르면, 1,000여 명 이상으로 구성된 톱니바퀴의 일원으로 업무를 할 경우 자신의 작업이 전체 결과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그러나, 제작 프로세스 전반에서 작업물의 일부를 확인할 수 있다면, 작업 과정에서 더욱 쉽게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물론,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적합한 팀 만큼이나 이들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시설 또한 중요하다. 라이트스피드 LA는 최근 스토리텔링의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목표를 가지고 최첨단 캡쳐 스튜디오를 LA에 설립했다.
해당 스튜디오는 38,000 입방 피트 규모로 구성되었으며, 35명 이상의 직원이 동시에 협업할 수 있는 첨단 제작 환경을 제공한다. 모션 캡처와 오디오 녹음, 비디오 편집, 포스트 프로덕션 등 관련 기능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스튜디오는 실제 배우의 연기가 보여주는 디테일과 뉘앙스를 포착해 그대로 디지털 영역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강점을 갖는다.
그뿐만 아니다. 모션 캡쳐 스튜디오 외에 라이트 스피드 LA의 일반적인 사무실 환경 또한 '협업'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디자인되었다는 것이 스티브 마틴 부사장의 설명이다. "협업은 마술처럼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말한 그는 팀원이 서로 다른 아이디어와 관점을 공유할 수 있도록 공간 배치도 신경썼다. 완전히 개방된 평면 공간에 모든 벽이 유리로 된 회의실은 다른 팀과도 함께 즉흥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훌륭한 협업은 협업을 구성하는 이들을 진정으로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환경의 결과입니다. 결국,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게임에 영혼을 불어넣는 이들이죠. 팀의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일부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스티브 마틴 부사장은 비디오게임을 개발하는 것은 위험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예술'이라는 점을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실은 간과한 게임은 그 결과물에서 티가 나기 마련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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