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용장애 국내 도입, 찬성과 반대 첨예하게 갈려
이두현 기자 (Biit@inven.co.kr)
게임이용장애 국내 등재 문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찬반 공청회가 12일 여의도 전경련 FKI 타워에서 개최됐다.
이번 공청회는 부처별 입장 발표를 시작으로 등재 찬반을 주제로 각 전문가들이 견해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이영민 과장, 보건복지부 정신건강관리과 김연숙 과장, 통계청 통계기준과 박현정 과장, 등재 찬성에 이해국 카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이상규 한림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반대에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이영민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게임이용장애의 실재 여부에 대한 논쟁이 여전하다"며 "게임이 중독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다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ADHD, 우울증 등 공존질환에 대한 치료를 늦춰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의견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영민 과장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는 낙인효과에 따른 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며 "질병코드가 도입되면 2년간 총 게임산업에 8.8조 원 피해 발생, 총생산 감소효과 12조 원, 취업 기회 8만 명 감소란 연구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등재 여부는 관련된 충분한 논의와 연구를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김연숙 정신건강관리과장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여부는 민관협의체 논의, 국가통계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결정될 계획, 이와 별개로 게임이용 과다로 일상적인 생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국가 지원은 필요하다"고 전했다. 관련해 정부는 지난해 12월 정신건강정책 혁신방안 발표를 통해 예방부터 회복까지의 계획을 선포했다. 김 과장은 "게임산업 활성화와 국민 건강증진을 함께 강화하기 위한 협력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등재 반대 - "건강한 게임 이용자들에게 불필요한 낙인을 찍을 수 있어"
박건우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은 등재에 신중해야 한단 입장이다. 박 교수는 게임이용장애가 공식적인 질병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러한 분류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키고, 건강한 게임 이용자들에게 불필요한 낙인을 찍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게임 이용자들이 자신을 질병 환자로 인식하게 되면서 자신감 상실이나 불필요한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미국 DSM 사례를 강조했다. 현재 정신건강의학과의 진단분류는 WHO(세계보건기구) 중심의 ICD와 미국 중심의 DSM 체계로 나뉜다. DSM은 ICD와 달리 게임이용장애를 정식 장애로 분류하지 않았다. △연구의 불충분성 및 정의의 모호성 △행동 중독의 모호성 △문화적 차이와 사회적 인식 △임상적 합의 부족 △개인 차이와 상관관계 등의 이유 때문이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모든 과도한 게임 사용을 질병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박 교수는 실제 게임 중독이 아닌 단순한 일시적 과몰입이나 다른 문제의 증상일 수 있는 경우에도 불필요한 의료 개입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문석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명확한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질병코드를 도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게임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짚었다. 조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이 게임 산업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창작자들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게임 과몰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질병코드 도입보다는 게임 이용 문화 개선, 게임 리터러시 교육 강화, 게임 이용자들의 자기 조절 능력 향상 등 다양한 접근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등재 찬성 -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오해를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
이상규 한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이용장애가 개인, 가족, 사회, 교육, 직업 등 다양한 측면에서 심각한 고통과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게임 과몰입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공중 보건 시스템 차원에서 예방 및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통해 게임 과몰입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며 "게임 중독 치료 프로그램 개발 등 다양한 노력을 통해 게임 과몰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게임을 운전에 비유하며 "운전이 자칫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차를 가능한 안전하게 만들고자 노력하며, 사고 예방을 위한 규칙을 제정하고, 보험 등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과 같다"며 "게임이 우리 일상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자리매김할수록 이와 관련한 문제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정신건강강 지원 체계도 잘 갖추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게임이용장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이에 대한 오해와 낙인을 완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인식이 보편화되었을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게임을 건강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될 것"이라 덧붙였다.
이해국 카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먼저 "게임이용장애라는 정신과적 진단은 게임이 원인임을 의미하지 않으며, 따라서 게임 자체에 대하여 좋다 혹은 나쁘다 등의 가치판단을 부여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어 "게임이용장애는 게임을 부적응적, 개인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패턴으로 사용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게임이용장애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공중 보건 시스템 차원에서 예방 및 치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통해 게임 과몰입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해국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된 '일상적인 취미를 질병화해서 새로운 의학 시장을 개척하려 한다'라는 주장에 대해 '음모론'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이런 프로그램은 새로운 시스템이 아니라, 이미 세팅된 정신건강, 약물 사용 장애 치료를 위한 자원과 서비스 내에서 만들어진다"며 "우리는 치료 센터를 찾아오는 사람의 변화에 대응하도록 현재 우리가 갖추고 있는 의료 서비스 역량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해국 교수는 균형과 조절을 위한 협력연구체계를 제안했다. 행복과 안전을 위해 리터러시 향상, 다학제적 예방교육, 안전한 환경 조성, 대안놀이문화를 지원한다. 예방치료를 위해서 뇌과학 기전연구, 코호트를 통한 질병 진단 연구, 예방과 치료 서비스를 연구한다. 이 교수는 "건강하게 게임 등 디지털 스마트 미디어를 이용하면서도, 주변 사람과 세상을 직접 느끼고 맞부딪힐 기회를 만드는 사회적 운동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