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브렐슈드는 퇴장할까? 몽환군단장 이야기
최민호 기자 (Minno@inven.co.kr)
※ 향후 로스트아크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메인 퀘스트를 진행중이라면 주의 부탁드립니다.
아브렐슈드는 얼마나 어려울까?
군단장 아브렐슈드 관련 퍼스트 클리어 기록들
아브렐슈드 노말 : 57시간
아브렐슈드 하드 : 30시간
아브렐슈드 [헬] : 4일 23시간
로스트아크에 '아브렐슈드'가 돌아왔다. 2019년 로헨델, 2021년 군단장 레이드에 이어 세 번째 대결이다(실린 모험가라면 네 번). 2021년 7월 출시된 아브렐슈드는 6개의 관문과 수많은 협동 기믹, 고난도의 마지막 관문으로 큰 충격을 주었다. 말 그대로 현재의 카멘급 위치로 많은 모험가들을 좌절시킨 레이드였다.
아브렐슈드는 다양한 시도를 했던 레이드로, 2인 단위 별동대, 1인 내부 기믹, PVP 판정이 적용되는 보스전, 미로 찾기, 타일 퍼즐 등 '협동 기믹'의 끝장을 본 레이드 중 하나다. 문제는 기믹의 난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모두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는 것. 하드 아브렐슈드 3관문의 16창 패턴을 예로 들어 보자. 8명의 인원이 4명씩 빨간색과 파란색 표식을 가지고 장판 16개를 지워야 하는데, 넣기 도중 나오는 '몽환의 눈(메두사)'을 보거나 보지 않는 식으로 회피해야 하며 중간에는 표식이 반대로 바뀌기까지 한다! 자신이 모든 기믹을 완벽하게 수행했더라도 공대원 한 명이 실수하면 전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렇게 아브렐슈드는 레이드 플레이가 고도화된 현재 기준으로 봐도 굉장히 어려운 기믹이 많았다. 6관문의 '찬미' 패턴과 5관문 협동 무력화는 이런 기믹의 정수로 꼽힌다. 아브렐슈드의 크고 작은 협동 기믹들은 레이드 피로도 문제를 가속해 '사이버 유격'이라는 오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당시 아브렐슈드의 어려움은 퍼스트 클리어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즌2 이후 출시된 콘텐츠 중 대놓고 고난도로 등장한 '헬', '시련'을 포함, 전체 클리어 기록 중 아브렐슈드 노말 퍼스트 클리어에 걸린 57시간은 3위 안에 드는 기록이다(벨가누스, 엘버하스틱 등 시즌1 기록 제외). 노말 기믹에 충분히 숙련된 후 출시된 아브렐슈드 하드는 30시간으로 퍼스트 클리어가 더 빨랐으나, 후기에 출시된 아브렐슈드 [헬]은 4일 23시간이라는 대기록을 남겼다. 이 기록을 넘은 시즌2 콘텐츠는 전설의 카멘 더 퍼스트와 초창기 발탄 [헬] 밖에 없다.
아브렐슈드는 '역대급' 연출로도 유명하다. 지금은 도전 어비스에서 일부 볼 수 있는 로헨델의 아크 던전 연출과 아브렐슈드 5, 6관문의 컷씬과 연출은 그야말로 로스트아크 레이드 연출의 한계를 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러모로 아브렐슈드의 상징이 된 연출은 영화 '인셉션'이다. 몽환의 궁전부터 시작해 군단장 아브렐슈드까지 지형지물과 시점이 뒤집히는 연출을 보여주었다. 카제로스 2막에서도 비슷한 연출이 나올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또, 아브렐슈드의 시그니처 동작도 빠질 수 없다. 일명 '손가락 빔(공식 명칭 몽환의 선긋기)'으로 로헨델 몽환의 궁전에서 정신을 차린 에페르니아를 혼내주기 위해 주문을 사용하는 장면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후 이 포즈는 군단장 레이드에서 다시 나왔는데, 한층 강화된 연출에 더해 '맞이하라' 패턴이 가진 흉악함으로 큰 인상을 남겼다. 아브렐슈드를 상징하는 유명한 연출이니만큼 카제로스 2막에서도 관련 포즈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레이드 제목이 부유하는 악몽의 "진혼곡"?
(구) 아브렐슈드 관문 이름과 오페라 용어
0관문 에튀드 : 부서지는 세계(연습곡)
1관문 앙상블 : 조각난 침식과 분노(중창)
2관문 서곡 : 심연의 협주곡(오페라 시작 전의 기악곡)
3관문 전주곡 : 잠식된 달빛 무곡(시작이나 도입을 알리는 곡)
4관문 1막 : 침묵한 밤의 카타비나(짧고 곡조가 아름다운 노래)
5관문 2막 : 혼돈의 오라토리오(서사적인 대규모 악곡)
6관문 2막 : 몽환의 아리아(내면을 표현하는 독창곡)
아브렐슈드하면 음악이 빠질 수 없다. 아브렐슈드는 상징 테마라고 할 수 있는 '던 오브 아크라시아'나 '몽환의 아스탤지어(유저피셜 찬미버전)' 같은 유명한 음악을 남겼다. 레이드 4관문의 '몽환의 아리아'의 강렬한 솔로는 큰 인상을 남겼고, BGM적으로 로스트아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부분은 후에 테너 버전으로 카멘에 계승되기도 하는 등, 큰 족적을 남겼다고 볼 수 있다.
아브렐슈드 자체도 오페라와 연관이 깊은데, 관문 삭제 개편 이전 6개 관문 이름이 모두 오페라의 시작과 끝을 상징하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연습곡인 0관문의 에튀드부터 서곡(Overture), 전주곡(prelude), '오라토리오'나 '아리아'까지 '몽환의 아스탤지어' 전체가 하나의 무대를 상징한다고도 볼 수 있다. 2인 합체 보스인 게헤나 헬카서스는 중창, 화려한 패턴을 가진 3관문의 아슈타로테는 무곡을 연주하는 것도 재밌다.
그리고 카제로스 2막의 이름이 '부유하는 악몽의 진혼곡'이다. '진혼곡'이란 죽은 이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음악(위키 출처)으로 2막 구성으로 마무리된 '몽환의 아스탤지어'에서 연계되는 후속곡이라는 느낌을 준다. BGM으로 유명한 아브렐슈드니만큼, 레퀴엠의 관례인 입당송이나 관련 파트들이 BGM으로 구현되어 있을지도 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진혼곡은 죽은 자를 위한 노래다. 부유하는 악몽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진혼곡이라는 흉흉한 표현을 볼 때 아브렐슈드의 마지막을 상징할 레이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아브렐슈드와 로헨델...오랜 악연이 끝날까?
이번 카제로스 레이드는 결계 작전을 펼치던 중 아브렐슈드의 습격을 받았다는 설정이다. 아브렐슈드를 막을 정예군은 세이크리아와 로헨델. 로헨델의 실린들은 먼 과거부터 아브렐슈드와 악연을 가지고 있는 종족이다.
아브렐슈드는 아크라시아의 긴 역사 동안 '로헨델' 세력을 위협해온 군단장이다. 그 계획은 매번 실패로 돌아갔지만, 실린에게 악몽과 공포를 선사했다. 아브렐슈드는 사슬 전쟁 당시 제나일 실린을 조종해 로헨델의 마력원을 폭주시켰고, 거대한 마력 폭발을 일으키려 한다. 실린 여왕 아제나의 공격으로 계획은 실패하긴 했지만, 이로 인해 현재의 '파괴된 제나일'이 만들어졌고, 실린들의 분열로 베른 왕국이 만들어지게 된다.
아브렐슈드는 이후 마법사 프롤로그에서도 등장, 성인식 중인 실린 모험가에게 하사될 '엔비스카'의 영혼을 훔치기 위해 난입한다. 다행히 아브렐슈드가 아제나를 상대하는 사이 주인공(실린)이 아브렐슈드의 부관 '벨모로크'의 의식을 저지하면서 이 침공은 막을 내린다.
다음은 메인 스토리 '로헨델'이다. 이때 아브렐슈드는 로헨델에 숨겨진 지혜의 아크 라디체를 노린 것으로 추측되는데, 로헨델의 정령 '에페르니아'를 속여 로헨델의 결계를 약화시키고, 끝내 엘조윈의 그늘에 자신의 궁전 '몽환의 궁전'을 강림, 로헨델을 위기에 빠뜨리나 주인공 모험가에 의해 저지된다.
끝으로 모두가 아는 군단장 레이드, '몽환의 아스탤지어'에서의 활약이다. 아브렐슈드는 아크라시아에 꿈의 공간을 만들고, 슬픔, 불안, 공포를 모아 붉은 달의 재료로 합성한다. 모험가에 패배해 뿔 한쪽이 잘리는 수모를 겪지만, 아브렐슈드의 공으로 붉은 달은 결국 완성된다.
이렇게 아브렐슈드는 스토리 내내 '로헨델', 특히 실린 여왕 '아제나&이난나'와 대립해 왔다. 이번 레이드가 '진혼곡'으로 불리니만큼, 아브렐슈드와 로헨델의 길고 긴 악연이 끝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규 무대의 이름은 몽환의 "아페이론"
리샤의 편지에서 공개된 2막의 무대 이름이 특이하다. '몽환의 아페이론'인데, 아페이론이라는 이름을 검색해 보면 한 명의 철학자를 찾을 수 있다. 그 이름은 '아낙시만드로스'.
아낙시만드로스는 서양의 철학자 중 '사물의 기원'에 대해 처음으로 고민했다고 전해지는 철학자로, 사물들의 기원이 되는 '아르케'와 세계를 구성하는 근본 요소인 '아페이론'을 주장한 인물이다. 아낙시만드로스에 따르면 아페이론이란 규정되지 않은 것, 무한이며 성숙하거나 쇠퇴하지 않고, 공각적으로 무한하며 지각하는 모든 것이 생겨나도록 하는 것이다.
또, 그는 세계의 탄생에 대해 '아페이론'을 통해 설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아페이론에서 세계의 기본적인 법칙이 탄생했다 말한다. '따뜻함과 차가움', '습함과 건조함', '빛과 어둠' 등 하나의 '대립쌍'이 탄생했다는 것.
여기까지 보면 아페이론이 로스트아크의 '아크'와 무척 닮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신 루페온이 창조한 '아크라시아'는 아크에 의해 만들어진 대륙이며, 무한한 힘, 모든 것을 창조할 힘이다. 또, 로스트아크 세계관을 이루고 있는 대립 구도도 아페이론과 유사한다. 아크와 혼돈의 힘, 아크라시아와 페트라니아, 빛과 어둠 등의 '대립쌍'이 로스트아크의 세계에도 존재한다.
다만, 몽환의 아페이론이 아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가능성도 있다. 로스트아크인 아만이 카제로스의 손아귀에 있는 한, 군단장들이 아크를 신경 쓸 이유는 없기 때문. 아브렐슈드 레이드의 성격상 '큐브', '우주의 기원' 등과 관련지어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특히, 아페이론이 주장한 우주론에서 우주의 모습을 공중에 떠 있는 원통형의 돌기둥이라 묘사했기에, 아브렐슈드가 등장하는 던전이 그러한 모습일 수도 있겠다.
드디어 큐브와 '할'의 정보가 밝혀질까?
그리고...훗날 우리가 피워낸 아비를 벨 여린 자여 - 할 에브니 제이드
이 정도면 많이 묵었다. 슬슬 '할'의 정보도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할'은 신들의 아크를 훔쳐 사용한 아크 찬탈 사건의 벌을 받아 '사라진' 일족이다. 아크를 훔쳤던 할은 창조신 안타레스와 함께 영원히 잊혀지는 형벌을 받았다.
사라진 할이 차원 저편에서 암약 중이라는 단서는 여러 곳에서 등장한 바 있다. 왜곡된 차원의 섬이나 지혜의 섬의 숨겨진 공간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그들의 권능은 '큐브'라는 차원을 다루는 힘을 통해 곳곳에서 간접적으로 등장했다. 라우리엘이 미래의 가능성을 엿보았던 사실과, 카단의 큐브 대사, 그리고 아브렐슈드의 큐브다.
아브렐슈드가 몽환의 아스탤지어에서 '큐브'의 힘을 사용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아브렐슈드는 큐브의 힘을 바탕으로 아크라시아 주민들의 감정을 모아 붉은 달의 재료로 바꾼다. 레이드 중에는 '태초의 악몽'이라는 큐브를 보스로 등장시키거나 직접 큐브의 힘으로 자신을 강화하고, 모험가에게 큐브의 미래 가능성 중 하나를 보여주기도 한다.
다만, 아브렐슈드가 어떤 경위로 큐브를 손에 넣고 사용할 수 있었는지는 아직 불명이다. 할=아브렐슈드설의 최대 근거는 아브렐슈드의 뿔이다. 뿔은 악마의 상징이지만, 아브렐슈드는 원래 뿔이 없는 캐릭터로 그려진다. 머리에 쓰고 있는 '몽환의 뿔'이 카제로스의 하사품에 불과했기 때문. 아브렐슈드가 할 족이라면 특유의 지능적인 계략과 큐브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 모두 설명되긴 한다.
'우리는 재가 되었을 뿐 소멸하지 않았다'는 할의 전언처럼 슬슬 할이 정체를 드러내고 활약할 때가 왔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