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시리즈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게임이다. 게임성, 캐릭터, 스토리, 아틀러스가 만들어낸 그 모든 것들이 즐거웠다. 그렇기에 이번 TGS2024에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게임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메타포: 리판타지오'였다.

그래서 TGS 전날 진행된 메타포 서밋도 직접 다녀왔다. 다른 일정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꼭 메타포가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게 웬걸, 무려 5시간 이상의 프롤로그가 무료 체험판으로 공개된다는 소식이 하필이면 그 자리에서 발표됐다. 난 일본에 있는데, 심지어 돌아가려면 아직 한참이나 남았는데, 체험판이라니 정말 눈물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도 마음먹었던 대로, TGS2024의 첫날 바로 세가 부스로 달려갔다. 짧았지만 준비된 데모를 플레이했고, 당장 한국으로 날아가서 공개된 프롤로그를 플레이하고 싶다는 마음은 더 강해졌다. 그런 두근거리면서도 당장 플레이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과 함께, 메타포 개발진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TGS2024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는 메타포와 페르소나3~5편을 개발한 하시노 카츠라 디렉터, 그리고 메타포로 게임 개발에 처음 도전한 이세 코우지 리드 UI 디자이너가 참석했다.

▲ (좌)하시노 카츠라 디렉터, (우)이세 코우지 리드 UI 디자이너




Q. 체험판까지 선보이면서 타이틀에 대한 관심, 그리고 기대치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이러한 게이머들의 기대치가 부담스럽지는 않은지 궁금하다.

하시노 카츠라 = 부담스럽지 않다고 느끼려 하고 있다(웃음). 부담을 느끼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나. 게이머들의 취향은 모두 제각각이라, 발매를 해봐야 알 것 같다. 미리 잘 될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예상하기 보다는, 최선을 다해 만든 뒤 플레이어에게 맡기려 한다.

체험판의 경우, 본편을 플레이한다면 체험판이 프롤로그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체험판이 절대 다가 아니다. 한국 팬분들도 체험판을 한 뒤 본편을 더 기대해주시면 좋겠다. 본편의 경우, 단계적으로 더 재미있어질 것이다. 페르소나5에 못지 않게, 80~90시간 정도의 플레이 타임을 예상하고 있다. 물론 이번 체험판이 체험판 치고는 볼륨이 클 수 있지만, 본편은 더 재미있고 더 풍성하니, 기대해 주셨으면 좋겠다.


Q. 여신전생과 페르소나가 쥬브나일 판타지 느낌이 강했다면, 메타포는 정통 판타지에 가깝다 생각된다. 환상을 주제로 한 이유가 있을까. 어떤 연관이 있나 궁금하다.

하시노 카츠라 = 처음으로 신규 IP를 개발하겠다 했을때 주변 스태프들에게 어떤 게임을 만들고 싶냐 물어봤다. 그랬더니 다들 당연히 어릴때 부터 플레이 해오던 판타지 RPG라고 말하더라. 왜 그렇게 모두가 판타지 RPG를 좋아할까 고민하던 게 출발점이다.

그동안 만들어온 현대극 페르소나나 진 여신전생은 현대를 배경으로 유저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뭔가를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이었다. 그 작업을 환상 세계에서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판타지가 현실에 영향을 준다는 것 자체가 로망이라고 느꼈다. 그래서 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메타포를 만들고 싶어했고, 제목도 메타포: 리판타지오라고 정했다.


Q. 개발 기간이 4년이라고 들었는데, 최초 공개 이후 오래걸린 이유가 궁금하다.

하시노 카츠라 = 처음에는 소규모 인원으로 시작했다. 코어 멤버 20명 정도로 시작해서, 지금은 7~80멍, 외부 크리에이터들까지 인원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기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첫 2년은 캐서린 풀보디 작품을 진행하면서 메타포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저희에게는 첫 멀티플랫폼, 첫 글로벌 동시 발매 작품이기에, 로컬라이징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작년 이맘때 쯤 로컬라이징이 시작됐고, 개발에는 4년정도 시간이 걸리지 않았나 싶다.


Q. 아틀러스 35주년 기념작으로 메타포를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하시노 카츠라 = 수많은 판타지 RPG 사이, 아틀러스가 차별화할 수 있는 뭔가를 찾다가 틈새시장을 노려서 페르소나를 만들었다. 그런데 페르소나5가 세계적 인기를 얻게 되면서 반대로 왕도 판타지에 도전하면 어떨까 싶었다. 팬들도 새로운 도전에 흥미를 가져줄 것 같아 35주년 기념작으로 시도를 하게 됐다.

그리고 아틀러스에서 게임을 만들면서 노하우를 이것저것 넣어가다 보니, 이 게임이 아틀러스 작품의 집대성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Q. 아무래도 많은 유저들이 아틀러스 전작과 비교했을때 뭐가 가장 다른지 궁금해할 것 같다. 과거 작품에서 이어받고자 했던 부분이 있을까.

하시노 카츠라 = 개인적으로는 팀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활용했을 때, 반드시 좋은 작용을 하고 팬분들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 생각한다. 그래서 사용 여부를 구분짓지 않고 가능한 것은 최대한 많이 활용했다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이번 작품에서 도입한 것들도 있다. 우선 아키타이프라는 직업 시스템을 통해 파티를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여행이다. 시작과 끝이 있는 여행, 이게 두 번째 포인트다. 여행의 경우, 현대인에게 와닿는 진짜 여행이라면 시간개념이 있는 여행이 아닌가 싶어서 도입했다. 게임에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


Q. 아키타이프가 이번 작품의 가장 큰 차별점이기도 한 것 같은데, 변신이라는 시스템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페르소나는 또 다른 자신을 의미하지 않나. 아키타이프 변신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을까.

하시노 카츠라 = 테마를 심플하게 가져가고 싶었다. 우리가 모두 가지고 있는 감정 중 하나가 불안이다. 사람이 가장 불안하면 심장이 마구 떨리고 힘들지 않나. 그때 스스로의 심장을 꺼내서 자신에게 '떨지마'라고 하는 느낌을 모토로 했다. 불안할 때 남의 힘을 빌려서 극복하지 않고, 자신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변신, 자신의 내면에 있는 영웅상을 꺼내고자 했다.

변신만 보면 페르소나와 닮았다 생각할 수 있는데 근본적으로 좀 다르다. 여러분도 불안할 때 오히려 더 용감한 내가 더 나타나기도 하지 않나. 그런 느낌으로 아키타이프를 만들고자 했다.


Q. 아틀러스의 RPG라고 하면 대부분 주인공의 목소리나 이름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확고하다. 중요한 작품인데 이런 선택을 한 이유가 있나.

하시노 카츠라 = 원래는 말없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페르소나에서는 현대 어디에나 있는 고교생을 테마로 했기에 아무런 설명이 없어도 괜찮았다. 우리도 현대에 살고 있기에 평범한 고교생이 어떤 느낌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메타포의 경우 다른 세계에 사는 소년이다. 그 소년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설정이 필요했고, 소년을 봤을 때 위화감이 없도록 목소리를 넣게 됐다.


Q. 많은 시스템과 정보를 한 화면에 담다보니 표현 방법이 많아진다. 그럼에도 전체적인 화면이 세련됐다. UI 디자인에 있어 중점을 둔 부분이 있을까.

이세 코우지 = 이번에는 아무래도 판타지 세계관이다. 그래서 기존 아틀러스의 스타일리시한 디자인을 접목하려보니 조금 안어울리더라. 그래서 메타포의 세계관에 맞는, 그리고 회화같은 이미지에 맞는 UI를 만들고자 했는데 이 부분이 어려웠다. 5번이나 새로 만들었다. 팝한 느낌, 다크한 느낌 등을 모두 넣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었고, 지금 디자인으로 완성됐다.



Q. 아틀러스의 게임 난이도에 대한 철학이 궁금하다.

하시노 카츠라 = 이것만으로도 몇 시간을 말할 수 있다. 뭔가를 생각해서 극복하는 게 게임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귀찮은 건 그닥이다. 최대한 귀찮지 않으면서 고민한 방법으로 트라이하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게임이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메타포도 최대한 그런 방식으로 준비했는데, 발매 후 피드백을 받아보고 다음 작품에 적용하려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난이도를 중간에 마음껏 변경할 수도 있고, 배틀 중 버튼 하나로 바로 리트라이 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도 넣었다. 최대한 귀찮지 않으면서도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보고자 했다.


Q. 아무래도 아틀러스의 작품인 만큼, 캐릭터성이 매우 강할 것 같다. 캐릭터들의 매력을 그려내기 위해 어떤 점에 가장 신경을 썼는지 궁금하다.

하시노 카츠라 = 페르소나의 경우 사춘기 고등학생이었다. 아무리 학생이 이 현실을 극복하고 싶어도, 학생이라는 설정이 있었다. 분명히 무서웠을 것이다. 하지만 메타포의 경우 캐릭터 디자인이 어려보이지만 다들 어른이다. 그렇기에 그들이 인생을 짊어지고 어떻게 싸워나가는가, 이에 초점을 맞춰서 제작했다.

아무래도 팬들이 캐릭터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야 응원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런 응원을 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만들어보고자 노력했다. 팬들이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도록, 고민해서 제작했다. 물론, 팬 여러분이 어떤 캐릭터를 좋아할 지 저희가 미리 알 수는 없다(웃음).


Q. 아틀러스의 아트워크라고 하면 역시 악마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이번에도 거기에 못지 않게 멋진 회화를 표현한 것 같다. 테마를 이렇게 한 이유가 있을까.

하시노 카츠라 = 이때까지 악마를 계속 써왔는데 또 쓸 수는 없지 않나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히에로니무스 보스라는 화가의 작품을 보게 됐다. 환상 속에 존재하는 괴물을 세계 최초로 그린 화가다. 이 화가의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우리도 새로운 판타지를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구축하는 중이었는데, 그 역시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괴물을 만들어낸 것 아닌가. 그래서 그의 작품을 넣어 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

메타포의 테마는 불안과 마주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가장 불안한 때가 언제인가 생각해보면, 역시 인간이 가장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나. 그래서 인간이라는 몬스터를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히에로니무스 보스가 그린 환상 세계의 괴물, 이 괴물의 모습이 인간이랑 굉장히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이를 잘 결합하면 독특한 분위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고, 그런 여러 가지 생각에서 관련된 그림을 채용하게 됐다.


Q. 메타포도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발전시킬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하시노 카츠라 = 그랬으면 좋겠다 싶지만, 지금은 플레이어들이 즐겼으면 하는 단계다. 그리고 플레이어들의 의견을 담아서 어떤 점을 발전시키면 좋을까 이런 걸 생각해보고 싶다.



Q. 시연을 하고 나니 아틀러스의 작품이 다음 스텝을 밟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기존 아틀러스의 특징과 새로움을 균형잡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하시노 카츠라 = 원하던 대답일지는 모르겠으나, 팀 멤버들이 함께 열심히 해왔기 때문이다. 각 스태프들이 잘하는 분야를 활용해서 판타지 이야기를 제로에서 다 구축하고, 게임을 클리어 했을 때 플레이어들이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이를 축으로 삼아 진행을 했다. 그리고 물론 과거의 노하우도 들어갔으나, 그와 관계 없이 열심히 한계까지 노력을 한 작품이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인사 부탁한다.

하시노 카츠라 = 아틀러스 RPG를 사랑하는 한국 팬분들이 많다는 것, 그리고 그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다. 너무나 감사하고 힘이 되는 것 같다. 다른 나라 팬분들이 우리가 재밌다고 느끼는 부분을 똑같이 즐겨주신다는 게 저희에게 힘이 되고, 또 격려가 된다. 이번 작품, 메타포: 리판타지오도 꼭 재미있게 플레이해주셨으면 좋겠다.

이세 코우지 = 정말 재미있는 판타지 RPG가 완성된 것 같다. 한국 로컬라이징도 구석구석까지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 재미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플레이 후 감상도 꼭 남겨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