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에픽게임즈, '삼성'과 싸우는 이유
정재훈 기자 (Laffa@inven.co.kr)
2024년 9월 30일 오전 10시, 에픽게임즈 팀 스위니 대표가 한국 미디어들과의 온라인 미팅을 진행했다. 미팅의 주요 안건은 안드로이드 체제의 개발사인 '구글'과 안드로이드 체제 스마트폰의 최대 생산 기업인 '삼성' 대한 고소에 대한 건이었다.
쟁점은 보안 위협 자동 차단 기능, 즉 '오토 블로커'다.
지난 7월 15일, 삼성은 'One UI 6.1.1'업데이트를 통해 보안 위협 자동 차단 기능을 기본 기능으로 변경했다. 최초 기능의 도입은 2023년에 이뤄졌으나, 업데이트를 거치며 기본 기능으로 적용된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에픽게임즈 앱이 함께 차단되어 버렸다는 것. 에픽게임즈 측은 오토 블로커가 켜져 있는 상태에서 에픽게임즈 앱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권한 변경을 포함해 21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에픽게임즈 앱이 보안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해로운 앱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경고가 뜨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배후로 에픽게임즈는 '구글'을 지목했다.
과거 구글과의 법적 분쟁을 겪는 당시, 에픽게임즈는 구글이 타 앱스토어를 경쟁에서 탈락시키기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와 게임 개발사에 수익을 배분했다는 증거를 제출했으며, 이로 인해 구글은 반독점법 위반으로 36개 주로부터 소송당해 총 7억 원 상당의 배상금을 지불했던 바 있다.
에픽게임즈는 과거 삼성과 깊은 파트너십을 맺었던 바 있다. 애플과의 반독점 소송 당시 삼성은 갤럭시 스토어를 통해 적극적으로 포트나이트를 푸시했으며, 에픽게임즈 또한 갤럭시 스마트폰 내에서의 기술 시연을 위한 데모를 제작해주기도 했다.
때문에, 팀 스위니 대표는 "삼성과 이런 싸움을 시작하게 된 것이 매우 안타까우며, 삼성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삼성이 오토 블로커의 기본 설정만 다시 선택 사항으로 되돌릴 경우 추가 요구 없이 고소를 취하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이하 내용은, 소송 건에 대해 한국 미디어들과 팀 스위니 대표 사이 오간 질답이다.
이번 소송 제기 정황을 보아 미국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소송이 진행되는가?
= 에픽게임즈는 미국에서 곧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며, 한국에서는 법적 옵션과 선택지가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지만, 소송 계획은 아직 없다.
애플은 폐쇄 생태계이기에 해당이 안 되겠지만, 삼성 이외 다른 스마트폰 제조 기업은 오토 블로커와 같은 기능이 없는지? 만약 있다면 동일한 내용의 소송을 제기할 것인지 궁금하다.
= 현재로서 다른 주요 제조사들이 이런 오토 블로커와 같은 기능으로 스토어를 차단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중국을 제외한 OEM 제조업체들은 차단 없이 구글의 방침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현재로는 삼성이 유일하게 하드웨어 기준으로 스토어를 차단하고 있는 상태이다. 주시적으로 살펴보고 있으며, 다른 경우가 발견된다면 법적 옵션을 고려할 것이다.
만약 소송 진행 중 삼성이 오토 블로커 기본 활성화 해제 업데이트를 진행한다면, 즉각 소송을 취하할 예정인가?
= 우리가 삼성 측에 불만을 가지는 유일한 부분이 오토 블로커가 기본 설정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제하고, 화이트 리스트를 활용해 이미 알려진 앱들이 오토 블로커로 인해 차단되는 경우만 없다면 우리는 만족할 것이다.
이번 소송이 '오토 블로커의 해제'에 더 중점을 두는 것인가? 혹은 에픽게임즈의 앱들이 인증된 소프트웨어로 노출되는 것이 중요한 것인가?
= 현재 우리가 벌이고자 하는 싸움은 단순 에픽게임즈만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많은 개발자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과거 애플과 구글과의 싸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소송을 통해 우리가 바라는 바는 모든 알려진 개발자들과 안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개발자들을 위해 오토 블로커 기능을 중단하는 것이다.
이번 소송 건에 대해 구글과 삼성에 추가로 원하는 점이 있는가?
= 앞서 말했듯, 삼성에 원하는 것은 오토 블로커의 기본 설정 해제다. 구글의 경우 더 큰 이야기이며 많은 소송이 이어질 것이다. 다만, 삼성은 오토 블로커 건만 해당된다. 우리는 삼성과 이렇게 다투게 된 것을 매우 아쉽게 생각하며, 구글의 관행을 따라 이어가는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
에픽게임즈의 명분 중 하나가 오토 블로커가 여러 개발자에게 피해를 주고 있으며, 생태계를 위해 나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 사항들이 접수되었는가? 기존 개발자들 입장에서는 기존 시스템을 따라 입점하는 것을 크게 불편해 하지 않을 것 같다.
= 개발자들의 규모가 다 다르기에, 피해의 결도 달라진다. 우리처럼 큰 규모의 개발사는 차단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볼 수 있으며, 작은 규모의 개발자들도 독과점으로 인한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에픽게임즈는 입점에 따른 수익 수수료를 12%를 부과하지만, 타 플랫폼은 더 높은 퍼센티지의 수수료를 떼어 간다. 이를 선택할 수 없게 되는 것 부터가 피해라 할 수 있다.
개발자들이 더 많은 선택지를 가지고, 수수료의 요율을 낮출 수 있다면, 이는 종합적인 게임 가격의 하락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게이머의 소비 수준에도 영향을 준다. 결국, 최종적으로는 게이머들에게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전 구글과의 소송과 이번 소송이 비슷한 결이라 여기고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소송 결과도 비슷할 거라 여기는가?
= 구글과의 소송은 굉장히 광범위했다. 다양한 시장에서 구글이 반독점법을 어기고, 수익 분배를 통해 경쟁을 차단했다는 이슈가 있었고, 때문에 배심원들도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 주었다. 하지만, 삼성과의 소송은 오토 블로커에 한정된 이슈이기 때문에 두 건은 같다고 할 수 없다.
이 사항이 중요한 이유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오토 블로커'가 그 자체로 잘못되어 있다.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장치이며, 이미 안전함이 알려진 앱임에도 그렇지 않은 것 처럼 우려를 일으킨다.
두 번째 이유는 더 큰데, 에픽게임즈과 구글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승소했기에, 법원이 구글에게 수정 명령을 내렸던 바 있다. 하지만, 구글에서는 통신사와 제조사들에게 불법 행위를 이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러한 관행이 이어진다면, 법치주의의 위협으로 받아들여도 충분하다 생각한다.
법적 분쟁이 길어지거나, 소송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거둘 수 없었을 경우, 게이머들의 만족을 위한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옵션을 고려하고 있는가?
= 소송이 길어지거나 결과가 원하지 않았을 때 우리 전략은 스토어의 다변화다. 한국의 경우 '원스토어'가 이에 해당한다 볼 수 있다. 우리는 개발자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스토어를 지지하며, 유럽에서도 iOS와 관련해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별개의 스토어와 협업을 하고자 한다.
원스토어의 경우 개발자들에게 따로 인앱 결제를 강제하지 않는다. 이와 같은 개발자 친화 스토어와 함께 협업해가는게 우리의 방침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앞서, 삼성에 오토 블로커의 기본화 해제를 요청했다고 말했는데, 삼성의 대응은 어떠했나?
= 먼저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해제를 요청했다는 것 까지다. 삼성이 어떠한 응답을 했는지는 정확히 말해줄 수 없을 것 같다.
삼성이 이에 대해 "오토 블로커는 개인이 켜고 끌 수 있는 기능이기에 문제가 없다"라고 방어할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 미스터리한 부분이다. 윈도우나 맥의 경우 OS 선에서 멀웨어를 감지하고, 경고를 띄우거나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보안 프로그램도 오토 블로커와 같이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형태를 띄지는 않는다. 다른 OS에서 멀웨어 방지 프로그램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오토 블로커의 문제는, 두 가지에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건데, 먼저 에픽게임즈의 앱을 '알 수 없는 출처'에서 왔다고 표기하는 것이다. 삼성은 이미 에픽게임즈와 비즈니스 협업을 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두 번째로 소프트웨어가 디바이스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데, 이는 이전에 갤럭시 스토어에도 동일하게 업로드되었던 소프트웨어다. 그럼에도 갑작스럽게 유해성에 대한 경고가 나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삼성에 오토 블로커 기본화의 해제를 요청한 것은 어떤 공식적인 경로를 통한 요청이었는가?
= 삼성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두 가지 경로로 이뤄졌다. 내가 직접 고위급 임원에게 요청 사항을 전달했으며, 에픽게임즈의 외부 법적 자문단이 삼성의 외부 법적 자문단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만약 이 기능이 기본 사항에서 제외되고, 인증된 앱들의 차단이 풀린다면 소송까지 진행될 일도 없을 것이다. 에픽게임즈는 삼성과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였고, 이런 분쟁을 겪고 싶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본안 소송 진행 전 합의가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데, 삼성과의 합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뜻인가?
= 언제나 가능성은 열려 있다.
유저들에게 제3자 스토어가 악성 앱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에픽스토어는 이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지 말해줄 수 있나?
= 에픽게임즈 스토어는 PC, 맥, iOS, 안드로이드로 유통되며, 다양한 보안 툴을 활용해 멀웨어와 비인가 프로그램을 걸러내고 있다. 또한, 자체 신고 기능도 존재한다. 한 번도 멀웨어가 에픽스토어를 통해 유통된 적은 없다.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경우 프로그램 하나하나를 사람이 직접 들여다본다. 애플과 구글의 경우 검증과 리뷰 과정이 자동화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더 정확하게 이를 검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송이 진행되는 법원이 정확히 어디이며, 소장 접수는 언제쯤 이뤄지는지 로드맵을 알려줄 수 있는가?
= 우리가 소송을 제기하는 법원은 연방 법원으로, 캘리포니아 북부 법원이다. 이 법원에서 에픽게임즈와 구글, 그리고 애플과의 소송도 담당 중이다. 소송 과정은 굉장히 복잡한데, 먼저 판사가 배정되며 소송이 제기되면 상대에게도 이에 대해 대응할 기회가 주어진다. 이후 기각되지 않는다면 본안 소송으로 진행될 것이다.
연방 법원과 캘리포니아 북부 법원 양 쪽에서 소송을 제기한다는 뜻인가?
= 연방 법원에만 소송을 제기한다. 근거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연방의 반독점법이고, 다른 하나는 캘리포니아 주의 공정 경쟁과 관련된 법이다. 한 사건에 연방법과 주법이 모두 연결되어 있을 경우 연방 법원에만 소송을 제기하고 주 법원에 따로 소송을 제기하진 않는다.
팀 스위니 대표는 이 소송이 각 개발자들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에서 다른 개발자들과의 연대도 염두에 두고 있는가?
= 에픽이 현재 구글과 삼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고소는 집단 소송이 아니다. 이번 소송은 에픽게임즈가 유일한 원고다. 다만, 이 소송은 모든 개발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애플과 구글을 대상으로 할 때도 모든 개발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건이었으며, 실제로 그렇게 되었다.
오토 블로커 기본 기능 해제만을 요구한다 했는데, 그 외에 별도의 배상은 요구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 소송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현 단계에서는 손해 배상을 구하는 상태는 아니며, 삼성과 소통을 할 때 오토 블로커의 기본 설정을 꺼 달라는 요청과 공정한 개발 인증 절차를 통해 개발자들이 차단당하지 않는 환경만 만들어 준다면 이에 만족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번 소송에서 원하는 바도 오직 그것이다.
소송 과정에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 손해는 산정을 해 봐야 아는 것이며, 차단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해액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변동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는 우리 전체 매출에서 갤럭시가 차지하는 비율도 계산해야 하는 문제이기에 수치가 명확해 질 때 배상에 대해서도 말을 나눠 볼 수 있을 것 같다.
삼성의 이런 행보에 구글의 입김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별도로 구글이나 애플과의 추가 소송도 진행할 예정인가?
= 일단, 이번 소송에서 우리는 이미 삼성과 구글을 함께 상대하고 있다. 애플은 이번 건에 대해 관계가 없다. 애플과의 소송은 다른 건이며 이번 건과는 관련이 없다.
스미싱이나 피싱을 막기 위해 오토 블로커의 기본 설정은 기존 개발자들이나 보안 전문가들의 요구가 있었던 부분이다. 실제 차단 해제 과정도 직접 실행해보니 생각보다 복잡하게 여겨지지 않았는데, 굳이 소송을 하는 과정까지 갔어야 했을까?
= 두 가지를 말하겠다. 다른 안티 멀웨서 소프트웨어들은 굉장히 정직하게 기능한다. 멀웨어에 한해 차단하고 삭제하며, 합법적인 프로그램을 문제삼지 않는다. 맥 게이트 키퍼나 윈도우 디펜더가 모두 그렇다. 하지만, 오토블로커는 경쟁 차단의 가능성을 만들고, 이미 검증된 소프트웨어가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질 오해를 만든다.
정말 보안이 문제가 된다면, 오토 블로커를 해제하고 새로운 방식의 안티 멀웨어를 도입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현재도 수천개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인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 인증을 받지 않은 프로그램을 걸러내는 건 어려운 과정이 아니다.
또 하나를 말하자면, 반독점적 측면에서 말하고 싶다. 오토 블로커 활성화 전에도 에픽게임즈 스토어의 설치는 쉽지 않았다. 오토 블로커 도입 이전엔 18단계였으며, 설치 이후엔 21단계다. 이미 그 전부터 에픽게임즈의 설치는 매우 까다로운 과정이었으며, 이 중 50%는 설치를 중단했다. 이런 식으로는 경쟁을 할 수 없다. 구글 플레이의 수수료는 30%임에도 개발자들은 그 조건에 계약을 해야 한다.
삼성에서는 각 앱의 위험성 판단이 어렵기 때문에 오토 블로커의 활성화를 기본으로 설정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 삼성이 이런 식으로 개발자들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만약 이 오토 블로커가 합법적인 영역에 해당한다면, 우리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우리는 합법적이고 정직한 기능의 안티 멀웨어를 지지하며, 보안 체계가 이미 무해함이 인증된 프로그램이 유해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하지 않는다면, 이를 문제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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