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산하 개발사인 플라이어웨이 게임즈(Flyaway Games)의 신작 '커스베인'이 지난 21일, 스팀을 통해 데모를 공개했습니다. 이번에 공개된 데모는 튜토리얼을 겸하는 초반 챕터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데모 클리어까지는 대략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글자 그대로 게임에 대해 딱 맛보기만 할 수 있었던 셈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커스베인'이 추구하는 액션의 결은 확실하게 맛볼 수 있었던 그런 데모였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플라이어웨이 게임즈가 '커스베인'을 통해 어떤 액션을 추구하고자 했는지 이제부터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게임명: 커스베인
장르명: 카타나-액션 로그라이트
출시일: 2024. 9. 21. (데모)
리뷰판: 데모 빌드개발사: 플라이어웨이 게임즈
서비스: 플라이어웨이 게임즈
플랫폼: PC
플레이: PC
선택에 따라 변화하는 세계
난이도, 지역, 적, 스토리, 모든 건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렸다
'커스베인'의 배경은 선택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는 운명의 숲입니다. 플레이어는 신비한 힘을 지닌 해결사 오린이 되어 멸망의 저주를 막아내는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이러한 여정에서 핵심이 되는 게 바로 '선택'이라는 부분입니다. 운명의 숲은 플레이어에게 시종일관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합니다.
가장 처음 선택하게 되는 건 어떤 원소를 선택할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제단에서 원소의 정수를 얻게 되면 기본 공격, 돌진 베기, 발도술, 주언 네 가지 능력 중 하나를 선택해 강화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능력치를 강화하는 것만이 전부인 게 아닙니다. 원소의 정수라는 부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각각의 능력은 다시 화염, 냉기, 번개, 바람 4개의 원소로 구분됩니다. 이를테면 기본 공격을 강화한다고 했을 때 화염 원소를 부여할지 냉기 원소를 부여할지 선택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선택이 중요한 이유는 각각의 능력치, 원소를 중첩해서 선택함으로써 더욱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처음에는 크게 와닿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초반에 만나는 적이라고 해봐야 그냥 기본 공격으로도 움찔거리면서 경직이 발생하고 기껏해서 10마리도 되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적들 역시 점점 강해질뿐더러 실드를 보유해 쉽게 경직되지 않으며, 한 번에 수십 마리를 상대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살아남고 승리하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수라고 할 수 있죠. 괜히 다양한 원소를 써보겠다고 이것저것 강화하기보다는 하나의 원소에 집중하는 게 여러모로 효율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이뿐만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보통 정해진 스토리를 따라가게 됩니다. A, B, C 지역 순으로 게임을 진행하며, 순서대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식이죠. 하지만 '커스베인'은 다릅니다. 어떤 지역을 갈지, 누구를 만날지 스토리의 전개를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선택들은 딥러닝 기반의 내러티브 엔진을 이용한 절차적 월드 생성 기술을 통해 게임의 진행 양상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과거와 현재가 미래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플레이어가 해온 선택들이 쌓이면서 앞으로의 여정이 바뀌는 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도 다음에 가야 할 곳으로 용암 지대와 설원 지대 둘 중 한 곳을 선택해야 할 때가 있었는데요. 이때 용암 지대로 가는 걸 선택해 용암 고블린들을 처치할 경우 그들의 세력이 약해져서 이후 여정에서는 얼음 고블린들이 활개를 치는 그런 상황을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분기가 한정된 데모 특성상 기존의 절차적 생성 시스템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는데요. 앞서 언급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용암 고블린을 처치할 경우 이후 분기에서 얼음 고블린이 나올 확률이 높아지게 한다거나 하는 건 기존의 방식으로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만큼, 정식 출시 시점에서는 '딥러닝 기반의 내러티브 엔진을 이용한 절차적 월드 생성 기술'이 정확히 어떤 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이러한 선택지는 스토리 외에도 게임의 난이도를 조절하는 역할도 하는데요. 보통은 위험한 길과 상대적으로 안전한 길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얼핏 안전한 길을 선택하는 게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무조건 좋은 건 아닙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고 하죠. 위험한 길은 그만큼 두둑한 보상을 제공합니다. 무기 해금이나 체력 등 기본 능력치를 올리는 데 쓰이는 전용 재화인 '운명의 실'부터 원소의 정수, 골드까지 다양하죠. 어느 정도 강해졌다면 무조건 안전한 길을 선택하기보다는 위험한 길을 선택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때도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키웠는데도 한 번의 실수로도 죽을 수 있는 게 로그라이트 장르입니다. 때로는 갑작스럽게 강적과 마주해서 아무것도 못 해보고 죽을 때도 있죠. 얼핏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말 그대로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운명의 실만큼 그대로 유지되는데요. 이렇게 모은 운명의 실로는 여정을 시작할 때 가져갈 수 있는 유물이나 유물 슬롯, 무기를 해금하거나 생명력 등 각종 능력치를 올릴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죽더라도 아예 0부터 새로 시작하는 게 아닌 조금씩 더 성장한 상태로 시작할 수 있도록 한 셈입니다.
스타일리쉬한 카타나-액션
확실한 성장의 재미, 한정된 빌드는 아쉬움 남아
지금까지가 로그라이트 장르로서 '커스베인'에 대한 설명이었다면, 이제부터는 액션 게임으로서 '커스베인'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죠. 액션 게임 관점에서 '커스베인'은 제법 나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먼저 무기에 따라 파생되는 액션이 달라진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요.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기본 무기의 경우 반대로 단점도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당한 공격 속도에 이동 중 공격을 할 수 있어서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죠. 운명의 실로 해금할 수 있는 무거운 검신은 기본 공격 속도가 느리지만, 강한 일격으로 바뀌어서 적에게 경직을 주기 쉬워지고 가벼운 검신은 기본 공격 시 제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지만, 연속 공격으로 바뀌게 됩니다.
취향에 따라 선택하게 되는 이러한 무기들은 이후 어떤 원소를 선택할지에도 크게 관여합니다. 냉기와 번개가 대표적이죠. 번개는 적을 공격할 때마다 주변 적에게 튀는 번개를 뿌리고, 냉기는 맞은 적을 느리게 하는 동시에 특정 횟수 공격을 쌓으면 얼음이 깨져서 추가 피해를 입히는데 각각 가벼운 검신, 무거운 검신과 조합할 경우 최적의 효율을 자랑하는걸 볼 수 있습니다. 얼핏 냉기의 경우 번개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검신이 좋아 보이기도 하지만, 적을 느리게 한다는 점에서 무거운 검신의 느린 공격 속도를 보조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번개는 공격 속도가 느린 무거운 검신에는 어울리지 않는 원소라고 할 수 있죠.
플레이어가 쓸 수 있는 건 검만이 아닙니다. 주언이라고 해서 일종의 마법도 쓸 수 있는데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플레이어 주변에 충격파를 발생시켜 적을 밀쳐내는 스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 주언을 활용해 적들 한복판에서 벗어나는 것도 가능하죠. 이러한 주언 역시 원소를 통해 강화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공격력이 강해지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형태가 바뀌기까지 하죠. 화염의 경우 화염 장판을 깔아서 그 위에 올라선 적에게 지속적으로 대미지를 주고 번개는 전기 고리를 만들어 번개 대미지를 주는 식입니다. 앞서 언급한 무기와 원소의 조합 등을 고려할 경우 시너지를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적절한 액션의 맛을 보여준 '커스베인'이었지만, 아쉬운 점이 없던 건 아닙니다. 가장 큰 아쉬움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빌드의 다양성이 한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클리어까지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데모인 만큼, 준비한 것들을 전부 보여줄 수는 없었을 테지만, 그걸 고려해도 데모 시점에서 '커스베인'이 보여준 빌드의 다양성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무기 종류도 그러했죠. 기본 검신, 무거운 검신, 가벼운 검신 3가지 스타일로 구분되어 있었고 냉기 원소처럼 무거운 검신과 조합하면 좋은 것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가벼운 검신과 조합할 경우 최고의 효율을 발휘했기에 굳이 다른 무기를 쓸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는 원소도 마찬가지입니다. 데모에서는 몰려드는 수십, 수백의 적을 상대하기 좋은 번개 원소가 사실상 제일 좋아서 다른 원소는 쓸 필요가 없을 정도였는데요. 냉기라고 한다면 적을 얼려서 상대적으로 쾌적하게 전투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든가 화염이라면 강력한 한방이나 도트 대미지를 자랑하는 식으로 빌드의 다양성을 구축할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래야만 원하는 빌드를 맞추는 데 공을 들이고, 그 결과 원하는 원소가 연달아 나오면서 '고점' 빌드를 갖추게 됐을 때, 그간의 고생에 대한 반동으로 역대급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테니 말이죠. 개인적으로는 여기에 더해 사실상 배경에 가까운 스토리 역시 못내 아쉬웠는데요. 데모라는 걸 고려하면 이 부분은 그래도 충분히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커스베인'이 앞으로 보여줘야 할 부분은 명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데모에서는 로그라이트 요소, 그리고 액션의 손맛. 딱 이 정도만 보여줬으니, 다음에는 '커스베인'이 추구하는 액션을 얼마나 깊이 파고들 수 있는지를 모여줘야 할 겁니다.
현재 '커스베인'은 스팀을 통해 데모를 배포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긴 하지만, 준수한 도트 그래픽부터 스타일리쉬한 액션에 이르기까지 기본기는 갖췄으니 이 게임이 취향일지 직접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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