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요시다 나오키, 그리고 파이널판타지14
김수진 기자 (Eonn@inven.co.kr)
스퀘어에닉스의 파이널판타지14가 한국 서비스 9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해 FF14 한국 유저들을 위한 팬페스티벌 서울 2024가 지난 12일과 13일 양일에 걸쳐 진행됐다. 이번 팬페스티벌 서울은 무려 5년만에 진행된 행사로, 수많은 국내 FF14 유저가 현장에 모여들었다.
이 자리에 스퀘어에닉스의 요시다 나오키 PD도 참석했다. 그는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기조 연설에서 FF14 한국 서버의 업데이트 주기를 글로벌 서버와 맞춘다는 깜짝 소식을 알렸다. 동시에 최신 확장팩인 황금의 유산 한국 서버 출시일도 함께 공개했다.
큼직한 소식이 두 가지나 공개된 만큼, 요시다 나오키 PD가 한국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을 듯했다. 그와 관련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인터뷰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인터뷰는 한국 미디어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요시다 나오키 PD가 참석했다.
전세계가 하나의 커뮤니티로 - 글로벌 동시 패치, 그리고 황금의 유산
Q. 정말 오랜만에 진행된 팬페스티벌 서울이었다. 한국 유저들을 오랜만에 만난 소감이 어떤지 들어보고 싶다.
= 정말 많은 유저들의 환영이 쏟아졌다. 2023-24 글로벌 팬페스티벌이 마치 투어처럼 진행됐는데, 그 마지막이 한국이었다. 엄청난 성원 덕에 팬페스티벌을 하면서도 즐거웠고,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유저들이 FF14를 즐기고 있다는 메시지와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그 어느 지역보다 강하게 느껴져서 모든 스탭들이 굉장히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Q. 이번 팬페스티벌에서 한국 서버의 업데이트 주기를 글로벌과 맞춘다는 깜짝 소식을 공개했다.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 처음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중국과 글로벌 서버의 패치 주기를 맞추기 위한 작업을 현재도 그렇고 계속 진행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당연하지만, 한국 유저들 역시 글로벌과 동시 패치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요청도 있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래서 중국 서버가 끝나면 한국 서버 작업을 바로 진행해야 겠다고 팀 내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동시에 할 수는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중국 서버 다음이 되었다. 늦어지고 있는 시즌 이벤트 등을 포함해 어떻게 진행할지는 검토하고 있다.
사실 오랜 시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를 결단하게 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운영 및 개발팀의 경험이 쌓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직접 하고 있는 음성 녹음이나 번역 등의 퀄리티와 속도가 매우 좋아졌다. 작업 방식 자체가 정비되었고, 실력도 높아졌다. 그래서 이정도라면 충분히 글로벌 패치 주기를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글로벌 서버의 경우 신생 에오르제아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났다. 앞으로도 FF14를 확대하는 게 목표인데, 그 순간을 전세계 유저들이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어 느꼈으면 했다. 더 도전하고, 확대하고, 나아가자는 것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목표다.
향후 10년을 넘어서도 FF14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일종의 의지 표명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언어나 대응 지역 역시 더 넓어질 예정이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팬페스티벌을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한국이라는 글로벌 다섯 개 지역에서 하고 있지 않나. 모든 서버가 동일한 패치 주기를 가지게 될 경우, 확장팩 출시 전에 다섯 개 지역 모두 팬페스티벌을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게임 개발이 본업인데 팬페스티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웃음).
그래서 추후에는 확장팩 출시 전후로 팬페스티벌이 나뉘게 될 것 같다. 팬페스티벌을 확장팩 출시 전에 다 해달라는 의견이 많겠지만, 이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양해해주셨으면 좋겠다. 팬페스티벌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Q. 업데이트 주기를 글로벌과 맞출 경우 한국 서버의 주기를 빠르게 가져가는 방식을 선택할 것 같은데, 속도를 어느정도 진행하며 맞출 것인가.
=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중국에서 테스트 중인데, 메이저 패치를 점점 속도를 빠르게 올리며 주기를 가깝게 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한번에 업데이트해서 글로벌을 따라잡는게 좋을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 안정성이나 유저의 경험 등이 많이 달라질 것이기에 고민이 많다. 검토가 끝나고 방식이 정해져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Q. 확장팩을 준비하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 전체 콘텐츠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 특정 하나만을 꼽기는 어렵다. 다만 막대한 리소스를 들인 건 그래픽 업데이트다. 첫 도전이었기에 어마어마한 작업 코스트였고 체크도 힘들었다.
그래픽이 게임 체험에 큰 관계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삶을 경험하는 MMORPG에서는 그래픽 업데이트가 단순히 시스템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전까지는 흐렸던 세계가 좀 더 선명해졌다는 점이 매일매일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정말 큰 부분이 아닌가 싶다. 팀 전체가 노력한 부분이니 꼭 한 번 확인해 주셨으면 좋겠다.
Q. 점점 직업의 난이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 같다. 관련해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황금의 유산에서는 어느 정도의 난이도를 확인할 수 있을까.
= 창천의 이슈가르드 당시 직업 난이도가 정말 어려웠다 보니, 전세계에서 조금 간단하게 해달라는 피드백이 많았다. 그래서 홍련의 해방자 쯤 조작 난이도를 크게 조율하고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시너지를 맞추는 게 어렵다는 피드백이 왔다.
이에 맞춰 칠흑의 반역자부터는 시너지 조정을 했더니, 그 뒤에 받았던 피드백은 같은 역할군에 있는 직업끼리의 조율과 관련된 피드백이었다. 지금 받고 있는 피드백은 어느 직업이나 비슷한 느낌이니, 개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유저들의 피드백이 제멋대로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늘 유저들은 지금 게임이 재미있는가 아닌가에 초점을 두고 피드백하기에, 유저들의 피드백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실 캐주얼하게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하드코어 유저들에 비해 피드백을 잘 주지 않는다. 이미 게임을 즐기고 있기에 자세한 내용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하드코어 유저들의 목소리가 좀 더 크게 들려오게 된다. 다만 그 양쪽 목소리가 모두 있다는 걸 저희가 잊으면 안된다. 이 부분이 현재 직업 난이도의 정도와 관련된 첫 번째 이유다.
지금까지는 유저들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게임을 즐기게 하자는게 중요한 목적이었다. 스트레스를 줄이자는 부분과 즐길 수 있게 해주자는 부분이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다. 무언가 스트레스를 느끼다 그걸 넘어섰을 때 달성감이 생기는데, 스트레스 자체를 너무 낮춰버리니 너어갈 벽이 낮아져서 달성감이 없어진다.
한편으로는 이 즐거움에 대한 스트레스가, 실은 직업의 스펙이나 스킬 로테이션, 보스의 기믹과도 상호작용하는 부분이지 않나. 그래서 예전처럼 보스의 공격이 매우 강하고, 매번 본 적도 없는 새로운 기믹이 나오는데 거기에 직업 난이도까지 높아지면 모든 게 어려운 상태가 된다.
다만 전투 콘텐츠의 경우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집중하다 보니 과할 정도로 많이 낮아졌다는 인상은 있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의 목표는 콘텐츠의 짜릿함을 돌려놓는 것이다. 보스들 역시 독특하고, 최근 확장팩들에 비하면 꽤 어려운 편이다.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 보스 전투에 독특한 기믹을 계속 늘려나갈 생각이다.
직업의 경우 계획중인 부분이 있으나 아직 자세하게 설명은 어렵다. 시기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유저들의 상상 이상으로 크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콘텐츠와 직업 조정이 동시에 와버리면 과한 패닉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콘텐츠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Q. 황금의 유산 확장팩의 한국 서버 출시에 맞춰 직업 밸런스 측면에서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궁금하다.
= 제 생각보다 픽토맨서가 강했다. 원래는 흑마도사가 더 강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사실 픽토맨서를 너프할수도 있었지만, 이미 많은 분들이 즐기고 있었기에 그러지 않았다. 반대로 픽토맨서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직업의 성능을 끌어올리려 한다. 우리가 할 일이 많아지겠지만, 유저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즐길 수 있으려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흑마도사는 더 강해질 예정이다. 절대 제 직업이라 그런 게 아니다(웃음).
한국 서버의 출시 밸런스는 지금까지 해왔던 확장팩과 동일하게 조정이 끝난 가장 좋은 버전을 선택할 예정이다. 버그 역시 최대한 픽스된 상태라 글로벌과 비교해 안정성 역시 높아질 예정이다. 한국의 스케줄이 늦어지기에 안정성을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글로벌과 같이 패치된다면 같은 패닉이 생길 수 있기에 양해 부탁드린다. 가능하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평생 서비스할 게임 - 요시다 나오키PD가 선보일 FF14의 미래
Q. 팬페스티벌에서 평생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자신감의 원천이 궁금하다. 그리고 팬페스티벌이 끝난 지금은 그 자신감이 몇 퍼센트 정도 남았는지도 들어보고 싶다.
= 시간이 지나서 흔들릴 정도라면 말씀드리지 않았다. 분위기에 휩쓸려 좋은 말만 하면, 나중에 그로 인해 발목을 잡힌다는 건 인생 경험을 통해 잘 이해하고 있다. 자신있는 것만 말씀드리려 한다.
저 역시 많은 MMORPG를 경험하고 서비스가 종료되는 걸 봐왔다. 그 중에는 커뮤니티 사이즈가 작아져서 서비스는 하고 있지만 그 때의 열기는 없구나 싶은 게임도 있다. MMORPG는 마을이나 세계, 나라와 같아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들 덕에 운영된다. 물론 저희는 주민세를 받고 있지만, 그들이 있다면 세계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세계를 넓히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유저들이 좋아해주는 한 게임은 영구히 지속될 것이다. 이게 바로 FF14의 목표다.
다만 오랫동안 한 가지 타이틀의 개발을 계속하다보니, 질리지는 않는지, 새로운 타이틀에 대한 니즈는 없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가끔 받는다. 하지만 앞으로도 FF14를 통해 하고 싶은 것, 발산하고 싶은 것이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이미 다음 확장팩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두근두근하다. 이러한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면 FF14는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제 수명 그 이상의 열정으로 열심히 해나가고자 한다.
Q. 앞으로도 쭉 서비스 하겠다 말했는데, 스토리라인이나 이런 것이 대략적으로 얼마나 준비 중인지 궁금하다.
= 창천의 이슈가르드나 홍련의 해방자를 만들 때도 그랬는데 그 다음 스토리는 미리 세 개정도의 전개를 생각한다. 이번에도 먼저 스토리에 대해 구상하고 팀에도 전달한 상태다. 그 중 유저들이 어떤 것을 경험하고자 하는지, 유저들의 온도감을 예측해서 먼저 보여줄 내용과 이야기 연결 등을 고민한다.
예전부터 애드립으로 연결해왔는데 이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7.X 시리즈 역시 전체적 스토리는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서 그 진정한 면모가 보이게 될 테니, 한국 유저들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현 시점이기는 하지만, 확장팩 세 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준비되어 있다. 이야기거리까지 포함하면 네 개 정도 준비 중이다. 8년 정도가 준비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20년 정도의 시간은 괜찮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그 시점에 이미 60살을 넘었을 테니, 회사가 필요없다고 할 수도 있다(웃음). 그렇지 않는 이상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러니 유저들은 앞으로의 일은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이 가까운 미래를 기대해주면 좋겠다.
Q. 15년도 지스타에서 MMORPG는 포기하지 않는자가 승리하는 장르라고 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한국 서비스 9주년 소감이 궁금하다.
= FF14를 담당하면서 어느덧 14년을 맞이하게 됐다. 제 안에서 '벌써 14년인가'라는 마음과 '아직도 14년인가'라는 마음이 모두 있다. MMORPG는 포기하지 않는자가 승리하는 장르라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FF14처럼 유저들에게 정보 공개나 공유, 상호 이해를 제대로 취했을 때 개발팀의 의도가 유저들에게 잘 전달된다고 본다. 개발 텐션이 내려가지 않고, 계속할 수 있으며 커뮤니티 역시 확대될 것이라는 그런 점들이다.
앞으로도 FF14를 확대하고 나아갈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 덕분이다. 우리는 이미 10년을 앞서나가고 있다. 업데이트나 커뮤니티 등 이렇게 쌓아온 것들은 이후에 출시된 게임들이 따라잡지 못한다. 그게 큰 재산이라고 본다.
그래서 FF14의 미래 역시 엄청나게 기대 중이다.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고 넓히는 것이, 뒤를 쫓아올 사람들과의 간격을 벌리는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FF14는 달려나갈 생각이다.
Q. 18년 한국에서 FF14 존재감을 키울 정책을 준비하겠다 했다. 6년이 지났는데, 이번에 한국에 와서 경험한 결과 실제로 FF14의 존재감이 늘어났다고 느꼈는지 궁금하다.
= 답변하기 정말 어렵다. 이번 한국 출장 직전까지 호주에 있었다. 팍스 오스트레일리아와 멜버른 게임위크에서 스테이지 출연과 인터뷰를 한 후 6시에 호텔을 나와서 하네다에 그날 22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하루를 보낸 뒤 다시 아침 6시에 호텔에 나와서 한국에 온 뒤 그대로 팬페스티벌로 향했다.
팬페스티벌 행사장에가서 22시까지 리허설을 진행한 뒤 마사지를 받고 아침에 일어나니 기조강연이었다. 유저들의 열렬한 환영으로 팬페스티벌을 마치고, 어제까지 오케스트라 콘서트 이틀도 진행했으니, 제가 한국의 도시를 개인적으로 걸어다닌 건 점심에 삼계탕을 먹으러 갔을 때 뿐이다(웃음). 그래서 아무래도 뭔가 개인적으로 경험할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인터뷰에서 받게 되는 여러 질문만 보더라도 존재감이 실제로 커졌다고 느끼고 있다. 팬데믹이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나라간 단절이 있었다. 이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10년 후, 글로벌과 한국의 업데이트 주기가 같아진다면 그때는 나라 단위가 아니라 FF14 자체가 하나의 커뮤니티로 여겨질 것이다. 그 때가 된다면 한국에서의 존재감도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Q. 본인에게 한국 유저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어떤 이미지인지 궁금하다.
= 팬페스티벌과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거치며 정말 많이 생각했는데, 한국 유저들은 확실히 자신의 의견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너무 즐겁다, 너무 슬프다 이런 부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말이다. 다른 지역은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두 행사 모두 초반에는 저도, 유저들도 긴장한 상태로 마주했다. 하지만 그 긴장을 뚫고, 오랜만의 방문을 유저들이 환영해주고 있다는 기분이 느껴졌다. 유저들이 즐기고 있다는 감정도 굉장히 직설적으로 다가왔다. 글로벌 팬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너무나 좋은 느낌이었고, 덕분에 커뮤니티 결속력도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오케스트라 콘서트도 전세계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은 첫 개최였다. 그럼에도 오케스트라의 박수와 함성은 틀림없이 세계 최고였다. 정말 함성으로 스테이지가 떨릴 정도라 연주하는 분들이 힘을 많이 얻었던 것 같다. 1일차에도 정말 좋았지만, 덕분에 2일차에는 조정을 하는게 어려울 정도로 연주하는 소리가 커졌다(웃음).
게임에 대해 가지는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라거나, 비판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유저들이 분명 게임을 즐기고 있고, 다음을 기대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해주면, 그 부분에서 많은 응원을 얻게 된다. 기사를 통해 그 감사가 전해졌으면 좋겠다.
Q. 확실히 PD 스스로 게임에 애정이 넘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마음가짐의 동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 단순히 게임을 하는게 즐겁고, 게임을 만드는 걸 좋아해서라고 생각한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편이라 일반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게임을 만드는 이들은 다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원래 업계에서 런칭에 실패한 MMORPG는 부활이 불가능하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하지만 저 스스로 그 징크스를 반드시 깨자고 생각하고 있었고, FF14가 성장하는 것 자체가 응원하는 분들에게 무엇보다 큰 보답이라 생각하며 해왔다. 그렇기에 전세계에서 그 징크스를 FF14가 깼다고 말해주는 게 정말 기쁜 일이었다. 그러한 도전이 있었기에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징크스까지 깼는데, 유저가 줄어들어서 서비스를 종료하면 재미없는 일이지 않나. 그러니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 어디까지 유저들이 늘어날 수 있는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하는 게 무엇보다 재미있고 큰 동기가 된다.
세 네살 아이들을 보면, 온 에너지를 쏟아서 놀다가 갑자기 퓨즈가 끊긴 것 마냥 탁 쓰러져서 잠을 잔다. 그게 너무 즐거워서 그런 것이지 않나. 저 역시 즐거우니 게임을 만들고 플레이하는 느낌이다. 아, 게임 만드는 건 즐겁지만 임원으로서 일은 그닥 즐겁지 않다(웃음).
Q. 두근거림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더라. 그걸 게임 속에서도 보여준 덕분에 유저들과 신뢰를 쌓아갔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 있어 보여주고 싶은 두근거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 입장에 따라 좀 다를 것 같다. 개발자로서의 두근거림은 자세하게 지금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계획중인 게 있는데, 여러분에게 공개했을 때 틀림없이 좋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 지점에서의 개발자의 두근거림이 있다.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두근거림은, 한 번 대단원을 맞이한 이야기가 다시 어떻게 쌓여가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보통 제가 도미노를 예시로 든다. 신생에서 효월까지의 이야기는 거대한 도미노를 쌓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 도미노가 한 번에 무너진 게 효월의 종언이다. 가득 늘어선 도미노를 보면 누구나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도미노를 쓰러뜨린다는 생각을 하면 흥분되는 건 당연하다.
다만 도미노는 그렇게 쓰러뜨리고 나면 끝나지 않나. 지금은 다시 그 도미노를 쌓고 있는 과정이다. 보통 한 번 도미노가 무너지고 나면 클라이막스는 끝나지만, 저희는 장난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도미노를 다시 끝까지 쌓았을 때 어떤 클라이막스를 새롭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유저들에게 아 이런 즐거움이 또 있었구나, 이게 벌써 두번째구나 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는 끝없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쌓아 올린 것을 다시금 부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적 측면에서 봤을 때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유저들이 에오르제아에서 이를 두근거리면서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은 유저로서의 두근거림이다. 저 역시도 빛의 전사다. 유저의 입장에서는 다음 레이드가 기대된다. 신분을 감추고 개인적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타입의 콘텐츠를 경험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대규모 탐색형 콘텐츠가 나올 예정인데, 분명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길테니 그에 대한 두근거림도 있다. 그리고 이번에 리미트 브레이커즈 대회를 보면서 PVP를 다시 해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에 돌아가자마자 특훈을 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Q. 확장팩 출시를 앞두고 있고, 여러 행사의 진행을 보면서 FF14 입문을 고민하는 플레이어들이 있더라.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 새로운 유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정말 전세계에서 받고 있다. 7.1에서 기믹연습 콘텐츠를 만드는 등 계속해서 새로운 유저를 맞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있다. 지금까지도 개발팀, 운영팀, 홍보팀 등 모두가 함께 끊임없이 그러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분명 팬데믹을 거치며 유저 규모가 커진 건, 직접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재밌으니 일단 와서 플레이 해봐’라고 목소리를 내 준 것이 효과적이었다 생각한다. 그렇기에 흥미를 가진 분들이 이미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솔직히 게임이 어떤지 물어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FF14의 경우 드물게도 스토리 중심의 MMORPG다. 그리고 지금은 스토리를 혼자서도 플레이하면서 즐길 수 있는 상태다. 거기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그 다음은 캐릭터나 전개 등 시선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 지점을 찾으면 될 것 같다. 그때부터는 게임 속에서 기다리던 한국 커뮤니티 유저들이 열심히 끌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Q. FF14의 한국 유저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한다.
= 다음을 기대하고 있다는 유저들의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한국 유저들에게 황금의 유산을 버그없이 최고의 밸런스로 보여드리고자 한다.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들의 미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왔는데, 유저들의 건강한 미소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음식도 맛있었고, 지치긴 했지만 최고의 한국 출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 자리에 스퀘어에닉스의 요시다 나오키 PD도 참석했다. 그는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기조 연설에서 FF14 한국 서버의 업데이트 주기를 글로벌 서버와 맞춘다는 깜짝 소식을 알렸다. 동시에 최신 확장팩인 황금의 유산 한국 서버 출시일도 함께 공개했다.
큼직한 소식이 두 가지나 공개된 만큼, 요시다 나오키 PD가 한국 유저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을 듯했다. 그와 관련해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인터뷰 자리가 마련됐다. 이번 인터뷰는 한국 미디어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요시다 나오키 PD가 참석했다.
전세계가 하나의 커뮤니티로 - 글로벌 동시 패치, 그리고 황금의 유산
Q. 정말 오랜만에 진행된 팬페스티벌 서울이었다. 한국 유저들을 오랜만에 만난 소감이 어떤지 들어보고 싶다.
= 정말 많은 유저들의 환영이 쏟아졌다. 2023-24 글로벌 팬페스티벌이 마치 투어처럼 진행됐는데, 그 마지막이 한국이었다. 엄청난 성원 덕에 팬페스티벌을 하면서도 즐거웠고,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유저들이 FF14를 즐기고 있다는 메시지와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그 어느 지역보다 강하게 느껴져서 모든 스탭들이 굉장히 감사하게 여기고 있다.
Q. 이번 팬페스티벌에서 한국 서버의 업데이트 주기를 글로벌과 맞춘다는 깜짝 소식을 공개했다.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 처음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중국과 글로벌 서버의 패치 주기를 맞추기 위한 작업을 현재도 그렇고 계속 진행 중이었다. 그 과정에서 당연하지만, 한국 유저들 역시 글로벌과 동시 패치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분명 요청도 있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래서 중국 서버가 끝나면 한국 서버 작업을 바로 진행해야 겠다고 팀 내에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동시에 할 수는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중국 서버 다음이 되었다. 늦어지고 있는 시즌 이벤트 등을 포함해 어떻게 진행할지는 검토하고 있다.
사실 오랜 시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를 결단하게 된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운영 및 개발팀의 경험이 쌓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직접 하고 있는 음성 녹음이나 번역 등의 퀄리티와 속도가 매우 좋아졌다. 작업 방식 자체가 정비되었고, 실력도 높아졌다. 그래서 이정도라면 충분히 글로벌 패치 주기를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글로벌 서버의 경우 신생 에오르제아로부터 10년이 훌쩍 지났다. 앞으로도 FF14를 확대하는 게 목표인데, 그 순간을 전세계 유저들이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어 느꼈으면 했다. 더 도전하고, 확대하고, 나아가자는 것이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목표다.
향후 10년을 넘어서도 FF14는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일종의 의지 표명이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언어나 대응 지역 역시 더 넓어질 예정이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팬페스티벌을 미국, 유럽, 일본, 중국, 한국이라는 글로벌 다섯 개 지역에서 하고 있지 않나. 모든 서버가 동일한 패치 주기를 가지게 될 경우, 확장팩 출시 전에 다섯 개 지역 모두 팬페스티벌을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다. 게임 개발이 본업인데 팬페스티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웃음).
그래서 추후에는 확장팩 출시 전후로 팬페스티벌이 나뉘게 될 것 같다. 팬페스티벌을 확장팩 출시 전에 다 해달라는 의견이 많겠지만, 이는 어떻게 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양해해주셨으면 좋겠다. 팬페스티벌의 형태는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Q. 업데이트 주기를 글로벌과 맞출 경우 한국 서버의 주기를 빠르게 가져가는 방식을 선택할 것 같은데, 속도를 어느정도 진행하며 맞출 것인가.
=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다. 중국에서 테스트 중인데, 메이저 패치를 점점 속도를 빠르게 올리며 주기를 가깝게 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한번에 업데이트해서 글로벌을 따라잡는게 좋을지에 대해서는 검토 중이다. 안정성이나 유저의 경험 등이 많이 달라질 것이기에 고민이 많다. 검토가 끝나고 방식이 정해져야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Q. 확장팩을 준비하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하다.
= 전체 콘텐츠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 특정 하나만을 꼽기는 어렵다. 다만 막대한 리소스를 들인 건 그래픽 업데이트다. 첫 도전이었기에 어마어마한 작업 코스트였고 체크도 힘들었다.
그래픽이 게임 체험에 큰 관계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삶을 경험하는 MMORPG에서는 그래픽 업데이트가 단순히 시스템적인 측면에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 전까지는 흐렸던 세계가 좀 더 선명해졌다는 점이 매일매일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정말 큰 부분이 아닌가 싶다. 팀 전체가 노력한 부분이니 꼭 한 번 확인해 주셨으면 좋겠다.
Q. 점점 직업의 난이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 같다. 관련해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 그리고 황금의 유산에서는 어느 정도의 난이도를 확인할 수 있을까.
= 창천의 이슈가르드 당시 직업 난이도가 정말 어려웠다 보니, 전세계에서 조금 간단하게 해달라는 피드백이 많았다. 그래서 홍련의 해방자 쯤 조작 난이도를 크게 조율하고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다음에는 시너지를 맞추는 게 어렵다는 피드백이 왔다.
이에 맞춰 칠흑의 반역자부터는 시너지 조정을 했더니, 그 뒤에 받았던 피드백은 같은 역할군에 있는 직업끼리의 조율과 관련된 피드백이었다. 지금 받고 있는 피드백은 어느 직업이나 비슷한 느낌이니, 개성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유저들의 피드백이 제멋대로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늘 유저들은 지금 게임이 재미있는가 아닌가에 초점을 두고 피드백하기에, 유저들의 피드백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사실 캐주얼하게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하드코어 유저들에 비해 피드백을 잘 주지 않는다. 이미 게임을 즐기고 있기에 자세한 내용에는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하드코어 유저들의 목소리가 좀 더 크게 들려오게 된다. 다만 그 양쪽 목소리가 모두 있다는 걸 저희가 잊으면 안된다. 이 부분이 현재 직업 난이도의 정도와 관련된 첫 번째 이유다.
지금까지는 유저들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게임을 즐기게 하자는게 중요한 목적이었다. 스트레스를 줄이자는 부분과 즐길 수 있게 해주자는 부분이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다. 무언가 스트레스를 느끼다 그걸 넘어섰을 때 달성감이 생기는데, 스트레스 자체를 너무 낮춰버리니 너어갈 벽이 낮아져서 달성감이 없어진다.
한편으로는 이 즐거움에 대한 스트레스가, 실은 직업의 스펙이나 스킬 로테이션, 보스의 기믹과도 상호작용하는 부분이지 않나. 그래서 예전처럼 보스의 공격이 매우 강하고, 매번 본 적도 없는 새로운 기믹이 나오는데 거기에 직업 난이도까지 높아지면 모든 게 어려운 상태가 된다.
다만 전투 콘텐츠의 경우 스트레스를 낮추는 데 집중하다 보니 과할 정도로 많이 낮아졌다는 인상은 있다. 그래서 이번 시리즈의 목표는 콘텐츠의 짜릿함을 돌려놓는 것이다. 보스들 역시 독특하고, 최근 확장팩들에 비하면 꽤 어려운 편이다. 유저들의 반응을 보고 보스 전투에 독특한 기믹을 계속 늘려나갈 생각이다.
직업의 경우 계획중인 부분이 있으나 아직 자세하게 설명은 어렵다. 시기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유저들의 상상 이상으로 크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콘텐츠와 직업 조정이 동시에 와버리면 과한 패닉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콘텐츠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Q. 황금의 유산 확장팩의 한국 서버 출시에 맞춰 직업 밸런스 측면에서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궁금하다.
= 제 생각보다 픽토맨서가 강했다. 원래는 흑마도사가 더 강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사실 픽토맨서를 너프할수도 있었지만, 이미 많은 분들이 즐기고 있었기에 그러지 않았다. 반대로 픽토맨서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직업의 성능을 끌어올리려 한다. 우리가 할 일이 많아지겠지만, 유저들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즐길 수 있으려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흑마도사는 더 강해질 예정이다. 절대 제 직업이라 그런 게 아니다(웃음).
한국 서버의 출시 밸런스는 지금까지 해왔던 확장팩과 동일하게 조정이 끝난 가장 좋은 버전을 선택할 예정이다. 버그 역시 최대한 픽스된 상태라 글로벌과 비교해 안정성 역시 높아질 예정이다. 한국의 스케줄이 늦어지기에 안정성을 가져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글로벌과 같이 패치된다면 같은 패닉이 생길 수 있기에 양해 부탁드린다. 가능하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평생 서비스할 게임 - 요시다 나오키PD가 선보일 FF14의 미래
Q. 팬페스티벌에서 평생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자신감의 원천이 궁금하다. 그리고 팬페스티벌이 끝난 지금은 그 자신감이 몇 퍼센트 정도 남았는지도 들어보고 싶다.
= 시간이 지나서 흔들릴 정도라면 말씀드리지 않았다. 분위기에 휩쓸려 좋은 말만 하면, 나중에 그로 인해 발목을 잡힌다는 건 인생 경험을 통해 잘 이해하고 있다. 자신있는 것만 말씀드리려 한다.
저 역시 많은 MMORPG를 경험하고 서비스가 종료되는 걸 봐왔다. 그 중에는 커뮤니티 사이즈가 작아져서 서비스는 하고 있지만 그 때의 열기는 없구나 싶은 게임도 있다. MMORPG는 마을이나 세계, 나라와 같아서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있고, 그들 덕에 운영된다. 물론 저희는 주민세를 받고 있지만, 그들이 있다면 세계는 사라지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세계를 넓히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유저들이 좋아해주는 한 게임은 영구히 지속될 것이다. 이게 바로 FF14의 목표다.
다만 오랫동안 한 가지 타이틀의 개발을 계속하다보니, 질리지는 않는지, 새로운 타이틀에 대한 니즈는 없는지 등에 대한 질문을 가끔 받는다. 하지만 앞으로도 FF14를 통해 하고 싶은 것, 발산하고 싶은 것이 무궁무진하다.
실제로 이미 다음 확장팩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두근두근하다. 이러한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다면 FF14는 계속되지 않을까 싶다. 제 수명 그 이상의 열정으로 열심히 해나가고자 한다.
Q. 앞으로도 쭉 서비스 하겠다 말했는데, 스토리라인이나 이런 것이 대략적으로 얼마나 준비 중인지 궁금하다.
= 창천의 이슈가르드나 홍련의 해방자를 만들 때도 그랬는데 그 다음 스토리는 미리 세 개정도의 전개를 생각한다. 이번에도 먼저 스토리에 대해 구상하고 팀에도 전달한 상태다. 그 중 유저들이 어떤 것을 경험하고자 하는지, 유저들의 온도감을 예측해서 먼저 보여줄 내용과 이야기 연결 등을 고민한다.
예전부터 애드립으로 연결해왔는데 이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7.X 시리즈 역시 전체적 스토리는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서 그 진정한 면모가 보이게 될 테니, 한국 유저들도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현 시점이기는 하지만, 확장팩 세 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준비되어 있다. 이야기거리까지 포함하면 네 개 정도 준비 중이다. 8년 정도가 준비되어 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20년 정도의 시간은 괜찮지 않을까 싶다.
다만 그 시점에 이미 60살을 넘었을 테니, 회사가 필요없다고 할 수도 있다(웃음). 그렇지 않는 이상 열심히 할 생각이다. 그러니 유저들은 앞으로의 일은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이 가까운 미래를 기대해주면 좋겠다.
Q. 15년도 지스타에서 MMORPG는 포기하지 않는자가 승리하는 장르라고 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한국 서비스 9주년 소감이 궁금하다.
= FF14를 담당하면서 어느덧 14년을 맞이하게 됐다. 제 안에서 '벌써 14년인가'라는 마음과 '아직도 14년인가'라는 마음이 모두 있다. MMORPG는 포기하지 않는자가 승리하는 장르라라는 건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FF14처럼 유저들에게 정보 공개나 공유, 상호 이해를 제대로 취했을 때 개발팀의 의도가 유저들에게 잘 전달된다고 본다. 개발 텐션이 내려가지 않고, 계속할 수 있으며 커뮤니티 역시 확대될 것이라는 그런 점들이다.
앞으로도 FF14를 확대하고 나아갈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 덕분이다. 우리는 이미 10년을 앞서나가고 있다. 업데이트나 커뮤니티 등 이렇게 쌓아온 것들은 이후에 출시된 게임들이 따라잡지 못한다. 그게 큰 재산이라고 본다.
그래서 FF14의 미래 역시 엄청나게 기대 중이다. 계속해서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고 넓히는 것이, 뒤를 쫓아올 사람들과의 간격을 벌리는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FF14는 달려나갈 생각이다.
Q. 18년 한국에서 FF14 존재감을 키울 정책을 준비하겠다 했다. 6년이 지났는데, 이번에 한국에 와서 경험한 결과 실제로 FF14의 존재감이 늘어났다고 느꼈는지 궁금하다.
= 답변하기 정말 어렵다. 이번 한국 출장 직전까지 호주에 있었다. 팍스 오스트레일리아와 멜버른 게임위크에서 스테이지 출연과 인터뷰를 한 후 6시에 호텔을 나와서 하네다에 그날 22시에 도착했다. 그리고 하루를 보낸 뒤 다시 아침 6시에 호텔에 나와서 한국에 온 뒤 그대로 팬페스티벌로 향했다.
팬페스티벌 행사장에가서 22시까지 리허설을 진행한 뒤 마사지를 받고 아침에 일어나니 기조강연이었다. 유저들의 열렬한 환영으로 팬페스티벌을 마치고, 어제까지 오케스트라 콘서트 이틀도 진행했으니, 제가 한국의 도시를 개인적으로 걸어다닌 건 점심에 삼계탕을 먹으러 갔을 때 뿐이다(웃음). 그래서 아무래도 뭔가 개인적으로 경험할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인터뷰에서 받게 되는 여러 질문만 보더라도 존재감이 실제로 커졌다고 느끼고 있다. 팬데믹이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나라간 단절이 있었다. 이는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다. 하지만 10년 후, 글로벌과 한국의 업데이트 주기가 같아진다면 그때는 나라 단위가 아니라 FF14 자체가 하나의 커뮤니티로 여겨질 것이다. 그 때가 된다면 한국에서의 존재감도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한다.
Q. 본인에게 한국 유저들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어떤 이미지인지 궁금하다.
= 팬페스티벌과 오케스트라 콘서트를 거치며 정말 많이 생각했는데, 한국 유저들은 확실히 자신의 의견을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너무 즐겁다, 너무 슬프다 이런 부분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말이다. 다른 지역은 처음에는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두 행사 모두 초반에는 저도, 유저들도 긴장한 상태로 마주했다. 하지만 그 긴장을 뚫고, 오랜만의 방문을 유저들이 환영해주고 있다는 기분이 느껴졌다. 유저들이 즐기고 있다는 감정도 굉장히 직설적으로 다가왔다. 글로벌 팬페스티벌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너무나 좋은 느낌이었고, 덕분에 커뮤니티 결속력도 강해졌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오케스트라 콘서트도 전세계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한국은 첫 개최였다. 그럼에도 오케스트라의 박수와 함성은 틀림없이 세계 최고였다. 정말 함성으로 스테이지가 떨릴 정도라 연주하는 분들이 힘을 많이 얻었던 것 같다. 1일차에도 정말 좋았지만, 덕분에 2일차에는 조정을 하는게 어려울 정도로 연주하는 소리가 커졌다(웃음).
게임에 대해 가지는 부정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하지 말라거나, 비판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유저들이 분명 게임을 즐기고 있고, 다음을 기대하고 있다고 직설적으로 표현해주면, 그 부분에서 많은 응원을 얻게 된다. 기사를 통해 그 감사가 전해졌으면 좋겠다.
Q. 확실히 PD 스스로 게임에 애정이 넘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마음가짐의 동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하다.
= 단순히 게임을 하는게 즐겁고, 게임을 만드는 걸 좋아해서라고 생각한다.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 편이라 일반적이라는 단어 자체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그래서 게임을 만드는 이들은 다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원래 업계에서 런칭에 실패한 MMORPG는 부활이 불가능하다는 징크스가 있었다. 하지만 저 스스로 그 징크스를 반드시 깨자고 생각하고 있었고, FF14가 성장하는 것 자체가 응원하는 분들에게 무엇보다 큰 보답이라 생각하며 해왔다. 그렇기에 전세계에서 그 징크스를 FF14가 깼다고 말해주는 게 정말 기쁜 일이었다. 그러한 도전이 있었기에 앞으로도 계속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징크스까지 깼는데, 유저가 줄어들어서 서비스를 종료하면 재미없는 일이지 않나. 그러니 어디까지 커질 수 있는지, 어디까지 유저들이 늘어날 수 있는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하는 게 무엇보다 재미있고 큰 동기가 된다.
세 네살 아이들을 보면, 온 에너지를 쏟아서 놀다가 갑자기 퓨즈가 끊긴 것 마냥 탁 쓰러져서 잠을 잔다. 그게 너무 즐거워서 그런 것이지 않나. 저 역시 즐거우니 게임을 만들고 플레이하는 느낌이다. 아, 게임 만드는 건 즐겁지만 임원으로서 일은 그닥 즐겁지 않다(웃음).
Q. 두근거림이라는 주제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더라. 그걸 게임 속에서도 보여준 덕분에 유저들과 신뢰를 쌓아갔다고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 있어 보여주고 싶은 두근거림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 입장에 따라 좀 다를 것 같다. 개발자로서의 두근거림은 자세하게 지금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계획중인 게 있는데, 여러분에게 공개했을 때 틀림없이 좋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그 지점에서의 개발자의 두근거림이 있다.
유저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두근거림은, 한 번 대단원을 맞이한 이야기가 다시 어떻게 쌓여가는가에 대한 부분이다. 보통 제가 도미노를 예시로 든다. 신생에서 효월까지의 이야기는 거대한 도미노를 쌓아온 것이다. 그리고 그 도미노가 한 번에 무너진 게 효월의 종언이다. 가득 늘어선 도미노를 보면 누구나 대단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도미노를 쓰러뜨린다는 생각을 하면 흥분되는 건 당연하다.
다만 도미노는 그렇게 쓰러뜨리고 나면 끝나지 않나. 지금은 다시 그 도미노를 쌓고 있는 과정이다. 보통 한 번 도미노가 무너지고 나면 클라이막스는 끝나지만, 저희는 장난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도미노를 다시 끝까지 쌓았을 때 어떤 클라이막스를 새롭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도전을 하고 있다.
유저들에게 아 이런 즐거움이 또 있었구나, 이게 벌써 두번째구나 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는 끝없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쌓아 올린 것을 다시금 부수는 것은 엔터테인먼트적 측면에서 봤을 때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유저들이 에오르제아에서 이를 두근거리면서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은 유저로서의 두근거림이다. 저 역시도 빛의 전사다. 유저의 입장에서는 다음 레이드가 기대된다. 신분을 감추고 개인적 친구들과 함께 새로운 타입의 콘텐츠를 경험하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대규모 탐색형 콘텐츠가 나올 예정인데, 분명 새로운 커뮤니티가 생길테니 그에 대한 두근거림도 있다. 그리고 이번에 리미트 브레이커즈 대회를 보면서 PVP를 다시 해보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에 돌아가자마자 특훈을 하지 않을까 싶다(웃음).
Q. 확장팩 출시를 앞두고 있고, 여러 행사의 진행을 보면서 FF14 입문을 고민하는 플레이어들이 있더라.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
= 새로운 유저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정말 전세계에서 받고 있다. 7.1에서 기믹연습 콘텐츠를 만드는 등 계속해서 새로운 유저를 맞이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있다. 지금까지도 개발팀, 운영팀, 홍보팀 등 모두가 함께 끊임없이 그러한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분명 팬데믹을 거치며 유저 규모가 커진 건, 직접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재밌으니 일단 와서 플레이 해봐’라고 목소리를 내 준 것이 효과적이었다 생각한다. 그렇기에 흥미를 가진 분들이 이미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 솔직히 게임이 어떤지 물어보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FF14의 경우 드물게도 스토리 중심의 MMORPG다. 그리고 지금은 스토리를 혼자서도 플레이하면서 즐길 수 있는 상태다. 거기서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그 다음은 캐릭터나 전개 등 시선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 지점을 찾으면 될 것 같다. 그때부터는 게임 속에서 기다리던 한국 커뮤니티 유저들이 열심히 끌어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Q. FF14의 한국 유저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한다.
= 다음을 기대하고 있다는 유저들의 긍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 한국 유저들에게 황금의 유산을 버그없이 최고의 밸런스로 보여드리고자 한다.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들의 미소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린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왔는데, 유저들의 건강한 미소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음식도 맛있었고, 지치긴 했지만 최고의 한국 출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