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로스트 아이돌론스 외전, 무엇이 다른가?
윤홍만 기자 (Nowl@inven.co.kr)
오션드라이브 스튜디오가 개발한 SRPG '로스트 아이돌론스'의 외전작 '로스트 아이돌론스: 위선의 마녀(이하 위선의 마녀)'가 5일, 얼리액세스를 실시했습니다. 외전작인 만큼, '위선의 마녀'는 전작과는 비주얼부터 전반적인 게임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로그라이트 요소가 도입된 걸 들 수 있습니다. 전작의 경우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정통' SRPG로서 여러모로 진입장벽이 있었는데 '위선의 마녀'는 전작의 전투 시스템에 로그라이트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그러한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습니다. 랜덤 요소로 인한 극적인 성장으로 전작에서는 느끼기 어려웠던 화려하면서도 압도적인 강함을, 영구적인 성장을 통해서는 죽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경감시킨 건데요. 전작과는 달리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무조건 좋은 결과를 낳는 건 아닙니다. 과연 양날의 검과도 같았던 전작의 묵직함과 진중함을 '위선의 마녀'는 어떻게 덜어냈을지, 그리고 로그라이트를 도입한 그러한 선택이 과연 옳았을지, 얼리액세스를 통해 미리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턴제 전략에 로그라이트를 곁들인
진중함 덜어내고 호쾌함 더했다
기본적으로 '위선의 마녀'의 전투 시스템은 전작의 것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캐릭터마다 직업적으로 완전히 다른 역할을 지니고 있으며, 여기에 더해 두 가지 무기를 바꿔가면서 전투를 진행하기에 매턴 적들의 배치나 아군의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죠. 레벨 등으로 적들을 찍어 누를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여러모로 고민거리를 던져주는 것. 그것이 '로스트 아이돌론스'가 추구하는 전투 시스템이었습니다.
이러한 '로스트 아이돌론스'의 전투 시스템은 분명 호쾌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진중하고 묵직한 맛이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기본기에 충실하다고 할 수도 있었죠. 다만, 이게 무조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건 아니었습니다. 안 그래도 턴제를 기반으로 한 SRPG의 경우 지루해지기 십상인데, 여기에 더해 진중하고 묵직한 맛을 추구했으니 되려 지루하게만 느껴진 겁니다.
'위선의 마녀'가 로그라이트 요소를 접목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정석적이고 자칫 뻔할 수 있는 게임 플레이에 로그라이트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넣음으로써 색다른 변화를 모색한 겁니다. '위선의 마녀'의 로그라이트 요소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선택에 따른 변수, 바로 갈림길입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어디로 갈지 끊임없이 선택하게 되면서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이러한 성장 요소는 레벨, 공명석, 유물 크게 세 가지 정도로 구분됩니다. 레벨은 사실 크게 설명할 게 없을 겁니다. 일반적인 게임들과 마찬가지로 적을 공격하거나 아군을 회복시키거나 처치하면 경험치를 얻게 되고 레벨업을 하는 전형적인 방식이기 때문이죠. 다만, 여기에도 변수가 추가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장, 레벨업이라고 한다면 점진적이면서도 전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특정 레벨에 따라 스킬이 해금되는 게 대표적이죠. 하지만 '위선의 마녀'는 조금 다릅니다. 스탯이 랜덤하게 오를뿐더러 무엇보다 스킬 역시 랜덤하게 고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략성을 강화했습니다.
스킬은 일반, 희귀, 전설 등급으로 구분되는데 랜덤하게 고를 수 있다는 데에서 알 수 있듯이 운만 좋다면 레벨1에서 레벨2가 될 때 전설 등급의 스킬이 나와서 이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게임 플레이가 한결 수월해지는 건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여기에 더해 초반부터 강력한 스킬을 쓸 수 있는 만큼, 전작과 비교했을 때 한껏 호쾌한 맛을 느낄 수 있죠.
랜덤 성장 요소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공명석으로 대표되는 마법 부여, 이른바 장비 강화 요소 역시 랜덤으로 뜨는 선택지 중 하나를 고르는 방식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어떤 캐릭터가 선택될지, 그 캐릭터의 어떤 장비를 강화할 수 있을지, 그리고 등급에 이르기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랜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통해 플레이어는 각 캐릭터를 골고루 성장시킬지 아니면 특정 캐릭터를 집중적으로 성장시킬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스킬과 공명석이 특정 캐릭터를 강화하는 방식이라면 유물은 캐릭터 전체에 영향을 끼치는 성장 요소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화상, 중독, 출혈 등 디버프 지속 턴 수를 1턴 증가시킨다거나 아군이 대기하거나 방어할 때 방어력을 올려주는 유물 등 다양한 유물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한두 개로는 크게 체감되지 않지만, 여러 개가 모이게 되면 캐릭터들을 한층 탄탄하게 만들어줍니다.
여기까지만 얘기하면 전작과 비교했을 때 전투가 더 쉬워진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닙니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전작보다 어렵게 느껴질 때도 더러 있습니다. 전투에 나서는 캐릭터 수가 최대 5명밖에 되지 않을뿐더러 전투가 끝났다고 해서 체력이 자동으로 회복되는 것도 아니기에 각각의 선택지에서 어떤 걸 선택할지 신중하게 고민해야 할 때도 적지 않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거대한 벽을 마주하고 죽음을 맞이하는 게 로그라이트가 가진 숙명이기도 하죠. '위선의 마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강력한 스킬들로 무장하고 장비들의 마법 부여 역시 착실히 해놨건만 패배할 때가 있습니다. 그간 키워놨던 모든 성장 요소가 초기화되는 건 말할 것도 없죠. 이렇게만 얘기하면 그저 허무할 것만 같지만, 로그'라이트'답게 '위선의 마녀'는 영구적인 재화와 성장 요소를 넣음으로써 성장의 저점을 높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룬 조각과 불꽃의 잔재를 들 수 있는데 룬 조각의 경우 각 캐릭터의 진급에 쓰이는 재화로 이를 통해 초기 능력치와 초기 스킬 등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도전과 죽음을 반복하고 룬 조각을 얻어 캐릭터를 진급시킴으로써 처음부터 좀 더 강한 상태로 도전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히 캐릭터의 능력치들만 강화되는 게 아닙니다. 진급한 캐릭터의 스킬이 해금되는 부분 역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추후 캐릭터를 육성하는 데 있어서 육성의 방향성을 좀 더 명확히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택할 수 있는 스킬의 가짓수가 늘어나는 만큼, 좀 더 다양한 전략적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룬 조각이 각 캐릭터를 강화하는 식이라면 불꽃의 잔재는 영구적 성장의 유물 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공격력에 관여하는 심판의 불꽃 항목을 보면 검, 도끼, 창 등으로 구분된 축복을 습득할 수 있는데 이를 통해 캐릭터 전체에 걸쳐서 저점을 높이는 게 가능합니다. 검을 쓰는 캐릭터가 많다면 검을 강화하고 전열을 탄탄하게 해서 안정적으로 진행하려면 중갑 등을 강화하는 식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반복 플레이의 피로감을 덜어주는 요소로 볼 수도 있습니다. 다들 이미 했던 초반부를 다시 한다는 게 얼마나 지루한지는 굳이 말할 것도 없을 겁니다. 소울라이크 같은 액션 게임도 그럴진대 SRPG는 말할 것도 없겠죠. '위선의 마녀'는 그러한 지루함을 영구적인 성장 요소를 통해 최대한 빠르게 넘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구적 성장 요소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캐릭터 간의 호감도 역시 전투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어떤 면에서는 성장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호감도가 높아지면 협력 효과라고 해서 인접했을 때 공격력이나 방어력이 상승하는 버프 효과를 얻게 됩니다. 어떠한 전략을 쓸지, 캐릭터를 뭉쳐 다닐지 흩어놓을지 선택의 폭 역시 호감도가 오를수록 더 다양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원작이 지닌 한계, 단점을 해결하고자 로그라이트 요소를 도입한 '위선의 마녀'지만, 아쉬움이 없던 건 아니었는데요. 개인적으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스토리마저도 캐주얼해진 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전작은 여러모로 기본기에 충실한 SRPG였습니다. 전투 시스템은 물론이고 스토리 역시 그러했죠. 용병 단장에 불과했던 주인공이 온갖 난관을 이겨내고 성장해 나가는 그런 왕도적인 게임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모난 데 없는 준수한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위선의 마녀'는 정반대입니다. 장단점이 명확하다고 할 수 있죠. 전투와 성장 시스템의 경우 전작과 비교했을 때 속도감은 물론이고 연출, 그리고 변수가 더해져서 성장의 재미와 전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바뀐 반면, 스토리의 경우 반복 플레이를 기반으로 하다 보니 전작과 비교했을 때 다소 엉성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투와 성장에 좀 더 초점을 맞추다 보니 플레이어가 스토리에 몰입하고 파고들어야만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만든 느낌이었죠.
결론을 내리자면 '위선의 마녀'는 SRPG를 좋아한다면 누구나 좋아할 그런 게임은 아닐 수 있습니다. 전작이 모난 데 없는 육각형 같은 그런 SRPG였다면, '위선의 마녀'는 장단점이 명확한 SRPG로 봐도 무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그라이트 특유의 랜덤 요소와 반복 플레이, 그리고 베일에 가려진 스토리를 파헤치는 걸 좋아한다면 이번 기회에 '위선의 마녀'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 전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그런 재미를 선사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