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공동대표 김택진, 박병무)가 카카오게임즈(대표 한상우)와 엑스엘게임즈(대표 최관호)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 첫 공판이 서울중앙지법에서 12일 진행됐다.

엔씨는 지난 2023년 4월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가 '아키에이지 워'로 당사의 '리니지2M'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를 저질렀다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엔씨 관계자는 "다수의 언론 보도와 게임 이용자, 게임 인플루언서들이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있다"며 "사내외 전문가들의 분석과 논의를 거쳐 당사의 지식재산권(IP) 보호를 위한 소송을 결정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 외에도 엔씨는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하고 레드랩게임즈가 개발한 롬(R.O.M)에도 같은 이유로 소장을 법원에 접수한 상태다.


12일 공판은 원고와 피고 측이 각자 30분씩 주장을 했다. 원고 엔씨소프트 대리인으로 김앤장 법률사무소, 피고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 대리인으로 태평양이 나섰다.

원고 측은 변론요지를 통해 "리니지2M은 전에 없던 구성요소로 큰 인기를 끌었던 게임, 피고의 '아키에이지 워'는 원고의 게임을 노골적으로 모방했다"며 "피고의 '아이케이지 워'는 원작이 되는 게임 '아키에이지'와 동일성 요소가 없고, '리니지2M'과 유사하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피고가 '리니지2M'의 인기에 편승해 유저를 '아키에이지 워'로 유인한 게 사건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피고 측은 "이 사건 배경은 엔씨소프트가 신작 부재 및 실패와 기존 이용자의 피로감 증가, 신규 이용자 감소로 시장 입지가 줄어들자 경쟁자들을 제거해 독점적 지위를 얻기 위함이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원고가 주장하는 요소 대부분은 이미 선행게임들에 있던 것들이고, 일부 '리니지2M'의 요소는 공공영역에 귀속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단순히 선행게임들의 교과서 같은 특징이 유사해서 소송을 제기한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대표적으로 '리니지2M'의 '파티장 타겟 공유' 시스템이 언급됐다. 원고 측은 "이 기능은 '리니지2M' 출시 때 없던 기능, 자연발생한 시스템이 아니라 유저들이 관련된 기능이 필요하다는 피드백을 줘서 엔씨가 도입한 것"이라며 "'아키에이지 워'는 엔씨가 유저 편의를 위해 업데이트한 것도 다 따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리니지2M'의 게임 UI, 클래스 변경 시스템, 주무기/보조무기 시스템, 변신 및 합성 시스템, 신탁(의뢰), 아이템 컬렉션, 아가시온(그로아), PVP에서 복수와 조롱 등을 '아키에이지 워'가 모방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리니지2M은 이용자의 재미를 위해 다양한 구성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했다"며 "피고 측이 과거 게임 디렉터의 말을 인용해 '과거 게임의 95%를 참고하는 것은 관행'이라고 주장한 것은 침해를 자백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피고 측은 "원고가 주장하는 것들은 이미 로그, 넷핵, 디아블로 등에 있던 요소들로 만일 원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MMORPG라는 장르 자체를 엔씨소프트가 독점하게 되는 것과 다름없어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어 "판례에 따르면 원고가 주장하는 요소는 게임규칙에 불과해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라며 "직업과 합성에 관한 것도 이미 수집형 RPG에 있는 일반적인 요소들"이라 덧붙였다.

피고 측은 MMORPG의 창작성은 스토리와 세계관 / 전투경험 / 구매요소들의 밸런스라는 3요소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아키에이지 워'는 원작 '아케에이지'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따라 '리니지2M'과 다르고, 전투경험은 해상전이 추가되어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구매요소의 밸런스에 대해서는 "'리니지2M'은 '리니지M'에서 확률 구성을 가져왔지만, '아키에이지 워'는 독자적으로 연구해 유저들의 기댓값이 다르다"고 전했다.

양측 주장을 들은 재판부는 한 차례 공판을 더 가진 뒤에 결심을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다음 공판은 12월 19일로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