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한민국 게임대상, '진짜' 이대로 괜찮은가?
정재훈 기자 (Laffa@inven.co.kr)
아니, 안 괜찮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 시상식이다. 게임 산업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시상식은 수도 없이 많고, 이 중에는 대한민국에서 진행되는 대한민국 게임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도 분명 존재할 테지만, 그래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상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누구나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말할 것이다. 고개를 끄덕거리며 답하든, 마지못해 답하든 말이다.
하지만, 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대상'의 결과는 항상 불편한 뒷이야기를 동반해왔다. "어떻게 받았는지 모르겠다"부터 "왜 이 게임은 받지 못했을까?"까지. 모두가 행복한 시상식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그 잡음이 과하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대한민국 게임대상'이 절대 다수의 게이머들과 같은 공감대를 지닌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인터넷에 게시된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설명하는 문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는 행사', '그들만의 리그', 그리고 더 거친 표현들까지. 모든 이가 편집자가 될 수 있는 공유 지식 페이지에 이런 노골적인 형태의 서술이 이뤄져 있고, 이것이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의미하는 건 하나다. 대부분의 대중이, 이런 표현에 공감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설득력 부족한 심사 결과를 그냥 받아들이라 강요할 권위가 없다는 거다.
모든 시상식이나 심사에 있어, '권위'는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권위는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힘이며, 나아가 결과를 대중에게 강요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지니고 있다. 동네 친구들끼리 모여 개중 누가 가장 잘생겼는지를 뽑는다 해도, 인정해주는 이는 그들 말고는 없지만, 대형 연예 기획사의 대표가 그걸 보고 '정말 잘생겼다'라고 멘트를 남긴다면 결과는 달라질 거다. 그 말 한마디에 권위가 실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딱히 공감이 가지 않더라도 그 말을 듣고 나면 다시 보게 된다.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저 사람은 봤을 테니까. 내가 보는 눈이 부족하니까.
우리는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누가 심사하는지, 어떻게 심사하는지 아무도 모른다. 최근에 이르러서야 본상 심사 위원이 9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기술창작상의 심사 위원이 부문별로 두 명이며, 그 외에도 투표권을 지닌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이 공개되었다. 그럼에도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심사 위원들이 정확히 어떤 이들이고, 어떤 일들을 해 왔으며, 게임업계에 어떻게 공헌했고, 게임을 보는 눈과 기준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지는 모른다. 부분유료화 게임의 DAU와 유료 게임의 판매량을 어떻게 비교하는지 그 기준도 모른다. 우수게임상을 뽑는 전문가들도 어떤 전문가들인지 알 수 없다.
일본에서 진행되는 '게임 디자이너 대상'은 누구나 납득 가능한 네임드 개발자들이 심사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최대 게임 시상식인 TGA(The Game Award)도 자문단이 공개되어 있으며, 투표권을 지닌 미디어 목록이 공유된다.
그렇다고 심사 결과가 이견 없이 납득 가능한 것도 아니다. 앞서 언급했지만, 게임대상의 수상 결과는 언제나 의문을 동반했다. 애매한 결과가 나왔다 해도 심사 위원의 권위가 살아 있다면 뭉갤 수 있겠지만, 우리는 심사 위원이 누군지 모른다.
결국 둘 중 하나는 있어야 했다. 수상 결과가 다수를 납득시킬 설득력을 지녔든, 아니면 다소 불합리해 보이는 결과라도 밀어붙일 수 있는 권위라도 가졌든. 하지만 이 중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데다, 심지어 결과마저 유출되어버린 올 해의 게임대상도 결국 수군거림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이게 아니다. 지금까지 말한 건 그래봐야 시상식 하나가 권위가 부족하다는 지적일 뿐이니까. 정말 문제가 되는 건, 서두에서 말했듯 이 행사가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게임 시상식이란 것이고, 나아가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시상하는, 국가 공인 시상식이라는 점이다.
좋든 싫든,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수상한 게임은 대한민국 게임 산업의 얼굴이 된다. 국가가 인정한다는 건 그만큼 권위가 실린다는 거니까. 다시 말해, 납득가지 않는 시상은 결국 글로벌 게임 산업에서 대한민국의 입지에 영향을 준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엎어 버려야 한다거나,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미우나 고우나 30년 가까이 이어진 시상식이고, 분명 그 권위를 의심하지 않던 시절도 있었으니까. 다만 이 시상식이 계속 국가의 이름을 걸고 진행된다면, 그에 맞는 격과 설득력을 갖추길 바란다. 게이머이자 국민으로서, 시상식을 즐거이 바라보고 싶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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