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24에서 돋보였던 하드웨어는?
백승철 기자 (Bector@inven.co.kr)
지난 11월 14일(목)부터 17일(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지스타 2024' 부스를 돌며 미묘한 차이였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던 게 있었다. 각 게임사에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체험 혹은 시연존의 물리적인 환경이 점점 최적화되고 있다는 것.
단순히 비싼 제품들로 체험존을 꾸민다는 뜻이 아니다. 게임 성격에 맞게끔 세팅하는 것 같다는 얘기다. 매년 지스타 마지막 날에 시간을 들여 게임사 부스를 돌면서 각 부스의 체험존 시스템 세팅을 둘러보는 편인데, 언제 어떤 행사라고 얘기하긴 어렵지만 과거에 글로벌 카툰풍 대작 게임에 FHD 240Hz의 모니터를 세팅한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지스타 2024는 좀 달랐다. 하드웨어 업체에 따라 특징이 또렷하고 브랜드의 방향성이 구분됨에 따라 게임사를 운영하는 부스에서도 자사에서 선보이는 게임에 맞게끔 세팅하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이런 느낌이다. 플레이하는 플랫폼의 환경이 좋지 않아 게임이 버벅댈 때 "음, PC 사양이 좀 부족한가 보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게이머들은 백이면 백 "이 게임, 최적화가 구린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특정 동작 중에 키보드 키가 씹히면 키보드 고장에 의심을 하기보다는 인풋랙이 있나에 대해 살짝 불편해지는 것이 게이머의 본능이다.
"외형적인 것에 신경 쓸 바에 게임이나 잘 만들지"라는 생각을 하는 게이머가 있을 수 있으나, 이는 전시회의 취지와 약간 엇나간다는 의견이다. 모름지기 전시회의 사정이나 분야에 따라 조금씩 상이할 수 있으나 관람객에게 그 순간만큼은 어떤 요소를 통해서든지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맞으니까. 그런 관점에서 지스타 행사 또한 계속해서 성숙하고 발전하고 있다는 얘기를 할 수도 있겠다.
오랜 대기 시간을 거쳐 입장한 지스타의 게임 체험존. 첫인상인 만큼 게이머에게도, 게임사 입장에서도 정말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 걸까. 지스타 2024에서 게임사 부스를 돌며 체험존에서 인상 깊었던, 그간의 행사와 약간 다르게 느껴졌던 하드웨어와 관련된 세 가지를 얘기해 보고자 한다.
멀티 플랫폼의 수혜를 입은 UMPC
아직은 적지만 점차 많아지지 않을까?
게임의 순수 재미와 자극만을 찾아 헤맨 꼬마가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느낀 게임의 주요 요소 중 하나, 시간은 절대적이라는 것이다. 미치도록 재밌는 게임을 충분히 즐기기 위해서는 일상적으로 무언가를 하던 시간을 줄여야 하고 대개 가장 만만한 게 수면이다. 그렇게 몇 주 몸이 축내다 보면 "내가 이렇게까지 게임을 해야 돼?"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게임을 접게 되더라.
요즘 모바일 게임이 제아무리 잘 만들어진다고 한들, 내 입맛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맛은 있는데 확실한 포만감을 선사하는 메인 디쉬까진 아닌 느낌. 나 같은 취향의 게이머는 자연스레 UMPC의 발전이 기대될 수밖에 없다. 출퇴근 시간에 반복 퀘스트나 일일 혹은 주간 임무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앞서 언급한 수면 부족으로부터 오는 자괴감을 피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까진 새로운 분야다 보니, 좀 더 기술의 발전을 기다리고 있는 시기지만 지스타에서 인디 게임을 비롯한 신작 게임 또한 UMPC로 시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너무 반가웠다. 대표적으로 넷마블 부스에서 에이수스의 최신 UMPC 'ASUS ROG ALLY X'로 몬스터 길들이기: 스타다이브를 플레이할 수 있었는데 처음 보는 IP에 생소한 플레이 방식임에도 불구하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어 좋았다.
결국 게이머는 눈과 귀 그리고 손으로 경험한다
화질 좋은 디스플레이, 고성능의 키마헤 그리고 세팅까지
안 좋은 예시로 시작해서 미안하지만, 특정 행사에서 신작 게임을 시연하다가 굉장히 의외의 요소에서 실망한 적이 또 있다. 옛 추억의 IP를 기반으로 새롭게 출시하는 모바일 게임이었는데, 게임 사양이 높은 건지 아니면 시연 스마트폰의 문제였던 건지. 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계 열이 너무 심해서 내가 요리를 하고 있는 건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재밌었는데 게임은 뜨거웠다는 기억 밖에 없다.
지스타 2024에서는 이런 불쾌한 경험은 없었고, 오히려 눈에 띄는 부스들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이었던 곳을 꼽자면 진짜 게임에 집중할 수 있게끔 고가의 게이밍 의자까지 구비된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시연존과 게임을 충분히 즐기고 나서 "TV 색감 좋네" 하고 제품을 들여다봤는데 크기가 큰 삼성 게이밍 모니터였던 크래프톤의 하이-파이 러시 시연존이었다.
한편으로는 모니터와 키마헤에 신경을 쓴 게임사 부스와 그렇지 않은 곳과 너무 큰 차이가 나는, 과도기로도 보였다. 스틸시리즈와 터틀비치, 레이저처럼 게이밍 주변기기 전문 브랜드를 통해 전달되는 게임 플레이 경험들은 분명 게이머들에게도 만족감을 선사했을 것이다.
예전보다 컴퓨터가 잘 안 보인다
그래도 마음에 들었던 포인트를 뽑자면..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컴퓨터가 잘 안 보이더라. 워낙 관심이 많은 분야다 보니 눈에 불을 켜고 시스템 외관을 찾아 헤맸지만, 대부분의 게임사에서는 관람객이 보다 게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숨기기로 결정했나 보다. 예전에는 한 바퀴 돌고 나면 사진이 한가득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던, 기억에 남는 부스 2개가 있다. 하나는 게임사 부스는 아니었지만 몬스타기어 부스에서 볼 수 있었던 다양한 커스텀 PC들. 특히 다른 것들은 행사장에서 몇 번 본 제품들이었는데 글로벌 브랜드 MSI의 용을 표현한 MSI 커스텀 PC가 정말 근사했다. 또 하나는 인벤 부스 내 레노버 체험존에서 경험할 수 있었던 고성능의 다양한 노트북과 게이밍 PC가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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