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니티 글로벌 어워드 수상의 다에리소프트, '유다엘' 대표
정재훈 기자 (Laffa@inven.co.kr)
엔진 개발사 '유니티'는 매년 시상식을 진행해 왔다. 여러모로 이득이 많은 행사다. 모든 후보작이 유니티 엔진을 활용하는 작품이다 보니 엔진에 대한 홍보도 되고, 서로 노하우도 나눌 수 있으며,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다른 이들의 엔진 활용법을 엿볼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거기에 부상으로 여러 PR효과도 볼 수 있으니 출품사들도 이득이었다.
이 시상식의 이름이 작년까지는 'MWU KOREA AWARD'였다. '메이드 위드 유니티 코리아 어워드'. 말 그대로 한국 작품들을 대상으로 시상식이 진행되었고, 당연히(?) 수상작들 또한 국내 개발 작품들이었다. 나름 열기가 있는 행사이지만, 세계 단위로 진행되는 치열한 시상식들에 비하면 다소 느슨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묘하게 뜨거워졌다. 2024년, 유니티는 여러모로 격동의 한 해를 보냈고, 전사 차원에서 진행된 다이어트의 여파는 각 권역별로 진행되던 시상식에도 영향을 주었다. 그 결과가, 모든 시상식을 통합해버린 '16회 유니티 어워드'다.
그렇게 지역구 리그에서 월드 챔피언십이 되어버린 시상식. 당연히 국내 프로젝트들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야 서로가 비교군이 되었지만, 이제 수많은 세계의 프로젝트들이 경쟁자가 되어버렸으니까. 그리고, 이번 시상식에 출품된 28종의 한국 프로젝트 중 하나인 '고양이 오마카세'가 당당하게 게임 부문 '베스트 2D 비주얼'에서 상을 거머쥐면서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낭보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유니티 코리아 사무실에서 '고양이 오마카세'를 서비스하는 다에리소프트의 유다엘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올해로 업계 15년 차. 그 업력만큼 많은 인디 게임들과 함께 해 온 유다엘 대표와 수상에 대한 소감, 나아가 인디 게임 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보았다.
Q. 먼저, 수상 축하한다. 다에리소프트에 대해 알음알음 들어오긴 했는데,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이다. 게이머들에게 본인과 다에리소프트에 대한 소개를 살짝 해줄 수 있나?
= 다에리소프트의 대표 '유다엘'이다.
다에리소프트는 2010년에 설립된 게임사로, 처음엔 자체 게임 개발 위주로 사업을 진행했으나 2016년부터 인디 게임 퍼블리싱을 시작했다. 이후 여러 인디 게임들을 서비스해오며 업력을 쌓았고, 몇 년 전 '사신키우기'가 큰 히트를 치면서 지금은 인디 외 다른 게임 퍼블리싱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 퍼블리셔다.
Q. 처음엔 게임을 직접 개발해 서비스했다는 건가?
= 맞다. 회사를 설립했던 2010년은 스마트폰 시장이 열리기 직전, 그러니까 피쳐폰 시절의 황혼기였다. 당시 이런 저런 모바일 게임들을 개발했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어려웠다. 오픈 마켓이 아니었기에 게임을 만드는 것 보다 이걸 출시하는게 더 힘들었다. 계약도 쉽지 않았고 통신사 평가단의 심사도 통과해야 했다. 당시를 생각해보면, 게임을 다 만들어놓고도 1년 넘게 출시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사를 통과하려고 게임을 이리저리 바꾸다 보면 아예 다른 게임이 되어가고...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했나 싶다.
Q. 그러다 퍼블리싱을 시작했다. 인디 게임 전문 퍼블리셔라니, 단어만 봐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인디 전문으로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
= 처음 회사를 설립했을 땐 생존이 최우선이었다. 다만, 우리가 자체 개발하는 작품들은 성과가 다소 애매했다. 완전히 망한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성공했다고 보기에도 어려운 수준이랄까. 더 많은 무언가를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찾아야 했던 상황이었는데, 마침 내가 잘 하는 것이 게임을 알리고, 꾸미는 일이었다.
어떤 게임의 매력이 100이라면, 이 100을 모두 어필해야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을까 말까인데, 이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일. 당시에는 숨겨진 독특한 인디 게임이 상당히 많았기 때문에 내 기술을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리라 판단했다.
Q. 실제로 많은 인디 개발자, 개발 스튜디오들이 게임 개발 이후의 프로세스로 고민하지 않나? 많이 보았을 것 같은데?
= 맞다. 작은 사업체들의 경우 게임을 만들긴 해도 이걸 어떻게 수익화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거나, 심지어 수익을 기대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나아가 'BM'이라는 단어 자체에 적대적인 경우도 다수 있다. 하지만, 게임의 수익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음이 없다. 좋든 싫은 먹고 살 수 있는 수익이 있어야 개발도 할 수 있는 거니까.
그래서 내가 주로 하는 일이 설득이다. 게이머들의 심리적 방어선 내에서 개발사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들을 말하며 이들이 계속 작품을 낼 수 있는 BM들을 제시하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이를 '최소한의 협의'라고 생각한다. 모두는 아니지만, 인디 게임 개발자들 중 다수가 지나친 수익 창출이나 노골적인 BM에 대해 거부감을 느낀다. 게이머, 개발사, 그리고 우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의점을 도출해나가는 과정이 내가 주로 하는 일이다.
Q. 그렇다면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인디 게임들을 보아왔을 것 같은데, 이 중 옥석을 가려내는 본인만의 선구안이나, 기준이 있는가?
= 확실하게 내 스스로 장점이라 생각하는 부분이다. 내가 생각해도 게임을 잘 고른다. 그리고 그 기준은 한 장의 스크린샷, 혹은 하나의 영상이다.
'스크린샷 한 장 만으로도 게이머의 호기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가?'가 쟁점이다. 인디 게임들은 대형 게임 퍼블리셔나 개발사의 마케팅 전략을 따라갈 수 없으며, 그럴 자본도 없다. 최소한의 투자로 최대한의 성과를 만들어내는게 목표이기에 게이머들에게 노출되는 짧은 순간에 최대한 깊은 인상을 주어야 한다.
그렇기에, 스크린샷 하나, 짧은 티저 영상 하나로 어떤 인상을 줄 수 있는지를 살핀다. 흑백요리사에서 안성재 셰프가 말하는 '킥'이 있는지, 떠도는 시선을 집중시킬 일명 '와우 모먼트'가 담겨 있는지를 본다. 그리고 정말 마음에 들 경우, 그 스크린샷 하나를 믿고 계약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걸 실제 수익으로 만들어내는 건 별개지만 이건 내가 해야 할 일이다.
Q. 그간 서비스해온 게임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는가?
= 많은 게임이 기억에 남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표류소녀'인 것 같다. 수차례 접촉한 끝에 계약을 진행했던 게임인데, 정말 많은 사랑과 그만큼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당시엔 우리에게 쌓인 경험치와 노하우가 모든 면에서 부족했다. 훨씬 더 많은 사랑과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게임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Q. 이번에 수상한 '고양이 오마카세'에 대해 말해보자. 유니티 글로벌 어워드의 2D 비주얼 부문이다. 수상 소감이 어떤가?
= 사실 좀 얼떨떨하다. 유니티 글로벌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되려면 직접 출품 신청을 하거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우리는 따로 신청을 하지 않았다. 유니티 기반의 2D 게임들이 워낙 쟁쟁한 작품들이 많다 보니 아예 수상 자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후보에 올랐다고 메일이 왔을 때도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놀랐고, 이후에도 절차에 따라 에셋을 보내주긴 했지만 수상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아니 아예 잊고 있었던 것 같다. 후보군에 다른 좋은 게임들이 너무 많았으니 말이다. 그래서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굉장히 놀랐다. 우리가 퍼블리싱한 게임이지만 개발사는 아니기에 개발사 대표님의 감상을 그대로 전해주진 못하겠지만, 개발사 대표님과 우리 모두 어안이 벙벙할 정도로 놀랐고 뒤이어 감격했다.(웃음)
Q. '고양이 오마카세'도 앞서 말한 선구안이 작동한 작품인가?
= 이렇게 말하면 좀 부끄럽지만 '고양이 오마카세'는 내가 접촉한 작품이 아니었으며, 회사 차원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였다. 다만 개발사 대표님은 이미 알고 지내던 사이였기에 소식을 들었을 때 긍정적으로 생각했고, 검토 후 바로 계약을 진행했다.
Q. 그래도 그만큼 많은 대중의 호응이 있었다는 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어떤 점이 수상에 주효했다고 생각하는가?
= 아마 2D와 3D가 혼합된 게임임에도 2D만의 비주얼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점이 주효하지 않았나 싶다. 고양이 오마카세는 2D와 3D가 혼합된 작품으로, 캐릭터 애니메이션의 경우 3D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개발사 측은 이를 최대한 2D의 질감으로 표현하고 싶어했고, 게이머가 이를 온전한 2D 게임으로 보게끔 만들고 싶어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쉐이더를 실험하고, 적정점을 찾기 위한 커스텀과 테스트를 반복해 지금의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이 노력의 결과가 성과를 거둔게 아닌가 싶다.
Q. 유니티 어워드인만큼 출품작들이 전부 유니티 엔진을 사용했겠지만, 별개로 유니티 엔진이 2D 비주얼 구현에서 가지는 강점이 있나?
= 일단 사용 자체가 편하고, 다양한 플러그인을 활용할 수 있는게 강점이다. 앞서 말했듯 고양이 오마카세의 비주얼은 3D와 2D의 결합인데, 이 결합 과정 또한 에셋스토어의 에셋들에서 힌트를 얻어 부드럽게 진행할 수 있었다.
Q. 다시 인디 게임 이야기로 돌아와보자. 2010년부터 시작했으니 업력이 15년. 이제 곧 16년차가 된다. 과거와 최근의 인디 게임 씬도 큰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 과거 인디 게임 개발자들은 고집이 매우 강했다. 속된 말로 '곤조'라고 말하는 부분인데, 재미에 대한 철학이나 관점, 접근 방법에 강한 확신을 지닌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이로 인해 퍼블리싱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경험도 분명 있다.
하지만, 최근의 인디 씬을 보면 오히려 그 '곤조'가 조금은 그리운 시절이 되지 않았나 싶다. 최근 인디 게임 시장의 흐름은 극소수의 프론티어와 대다수의 팔로워로 구분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흐름이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인디 씬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진다면 사실 문제가 될 건 없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과거에 비해 지금 인디 개발 스튜디오의 수는 굉장히 크게 줄어들었다.
이 과정을 예시를 들어 설명하면 이렇다. '사신키우기'가 대히트를 쳤을 때 방치형 게임들이 말 그대로 찍혀 나오듯 쏟아졌다. 그러다 대형 개발사들이 방치형 게임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파이를 집어삼키기 시작하자 자본이나 기술 모든 면에서 열세에 있는 인디 개발사들은 생존력을 잃어버렸다. 수많은 방치형 게임 중에서 게이머가 굳이 콘텐츠의 질적인 면이나 인지도, 개발 안정성이 떨어지는 작품을 고를 이유가 없으니까. 그렇게 동력을 잃고 흩어진 스튜디오가 한둘이 아니다.
Q. 그렇다면, 오늘날의 인디 게임 씬에 바라는 점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변화가 이뤄지길 바라나?
= 바라는 점이라.
퍼블리셔의 시점에서 말하자면, 당연히 좋은 게임을 만드는 분들이 최대한 많은 연락을 주는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우리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이고, 실제로 많이 해 왔다.
'사신키우기'를 예로 들면 정확히 금액을 밝히기 어렵지만 총 수익금이 수백억에 달한다. 그리고 우리가 광고마케팅비로 소모한 건 그 중 10%가 채 안 된다. 우리의 목적은 인디 게임을 찾아내 그걸로 돈을 버는 것이 끝이 아니라, 그 개발사가 더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동력을 갖춰주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 또한 지속적으로 좋은 게임을 공급받을 수 있으니까.
이와 별개로 인디 씬에 바라는 변화는 장르의 다변화다. 인디 게임 씬을 계속 지켜본 사람들은 아마 다 공감할 텐데, 게임 씬에서 장르의 유행은 2-3년을 넘지 않는다. 새로운 장르로 시장을 여는 게임체인저가 등장해도, 2-3년 안에 해당 장르의 종결자가 등장하면서 다른 경쟁작들을 모두 압살한다. 내가 인디 씬을 보면서 가장 많이 목격한 폐업의 과정도 한 번의 성공에 매몰되어 그것만 반복한 끝에 사라지는 것이었다.
아예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건 사실 어렵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장르의 파편들을 융합하면서 새로운 재미 공식을 찾아가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내가 아니고 그들의 생존과 성공을 위해 말이다.
Q. 마지막으로, 인디 게임 개발을 고민하는 이들,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는 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조언이 있는가?
= 결국 선택과 집중이다. 내가 처음 창업을 한 이유 또한 큰 맥락에서는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다만 내가 하고 싶어했던 건 약간 결이 다르긴 했다. 나는 새로운 재미 공식을 만들어내기보단, 기존의 재미를 더 맛있게 차려내고 싶었고, 때문에 우리의 초기 게임들은 익숙한 룰을 따르면서도 연출이나 서사에 더 공을 들인 형태로 만들어졌다.
중요한 건, 이렇게 하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구분하는 거다. 돈을 벌고 싶은 건지, 인정을 받고 싶은 건지, 게임을 스스로 어떻게 정의할 것이며, 진짜 원하는 결과물이 무엇인지 정확히 구분해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결과도 객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 개발로 인정받고자 한다면 상황을 길게 봐야 한다. 끊임없이 게이머 피드백을 받고, 디벨롭을 반복하면서 시행착오와 경험 축적을 반복하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당연히 엄청나게 힘들겠지만 말이다. 반면, 게임을 수익의 수단으로 접근한다면 유행에 발맞춰 빠른 간격으로 개발과 출시를 반복하는게 당연히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거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엇이 옳은지가 아니다. 목표는 개인마다 다 다르며, 도덕적 잣대로 판단하기에 현실은 그리 미지근하지 않다. 중요한 건 확실한 방향을 잡는 거다. 자아실현의 수단으로 게임을 개발하면서, 수익과 유명세까지 얻을 수 있는 건 정말 극소수다. 대부분은 집중되지 않은 결과물로 길을 잃고 표류한다. 스스로의 만족을 얻든, 수익을 얻든, 게임을 개발하면서 둘 중 하나라도 얻었다면 성공했다고 본다.
게이머 커뮤니티의 재미있는 점이 있다. 모두가 새로운 걸 바란다 말하지만, 이들이 게임에 남기는 피드백을 모두 모아 보면 결국 이전에 하던 게임이 나온다. 인디 게임 개발에서의 성공은 곧 이런 이들을 만족시켜야 함을 뜻한다. 너무나 어렵고, 고된 일이다. 하지만, 그 진흙탕 속에서도 연꽃은 피어나기에 인디 게임 시장이 아름다운 것 아니겠나. 모두의 행운을 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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