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앤파이터 IP를 기반으로 한 '던전앤파이터 유니버스(이하 DNFU)' 확장의 선봉장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하 카잔)'이 17일 체험판을 배포했다.

체험판은 본편의 초반부에 해당하며, 예투가와 블레이드 팬텀 2체의 보스를 비롯해 검부, 대검, 창 3개의 무기, 그리고 무기별 스킬들을 체험할 수 있는 형태로 구성됐다. 지금까지 2차례에 걸친 FGT와 테크니컬 CBT(이하 TCBT), 그리고 국내외 여러 게임쇼에서 시연을 진행해 왔던 '카잔'인 만큼, 이전에 테스트나 시연을 해본 유저들에게 있어서 이번 체험판은 딱히 새롭지 않을 수도 있다. 실제로도 많은 부분이 이전 빌드들과 큰 차이가 없던 것 역시 사실이다.

다만 '똑같다'는 얘기는 아니다. 세세한 부분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졌다. 가장 큰 변화로는 '쉬움' 난이도의 추가를 들 수 있다. 소위 소울라이크라고 한다면 난이도가 없는 게 대부분이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어렵게 만듦으로서 그걸 극복했을 때 성취감 역시 크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 맛에 소울라이크를 하는 거지만, 동시에 진입장벽이 되기도 했다. 세계관이나 설정 등에 흥미를 느끼다가도 어려워서 아예 해볼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우다. '카잔'이 쉬움 난이도를 추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중성을 확보함으로써 좀 더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도록 하기 위해서다.

밸런스를 개편하고 쉬움 난이도를 추가하는 등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인 '카잔'이다. 기존 빌드와 비교했을 때 어떤 점들이 바뀌었을지, 그리고 이러한 시도가 과연 성공적이었을지 '카잔' 체험판을 하면서 느꼈던 점들을 얘기해 보고자 한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하드코어 액션 RPG
쉬움 난이도 추가, 진입장벽 대폭 낮췄다


기본적으로 '카잔'은 원래부터 엄청나게 어려운 게임은 아니다. 행동 하나하나에 기력이 소모된다는 점, 그리고 정교한 전투 공방을 추구하는 액션, 도전적인 보스 패턴에 이르기까지 쉬운 게임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흔히들 어렵다고 하는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 나름 쉬운 편에 속했다. 회피 판정과 직전 가드(이하 패링) 타이밍이 대표적으로 타 게임과 비교했을 때 다소 널널한 편에 속했으며, 여기에 더해 투지를 이용한 화려한 스킬들에 이르기까지 호쾌하면서도 적을 몰아붙이도록 디자인됐다.

물론 그게 곧 쉬운 게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비슷한 스타일의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나 쉬운 게임이라는 거지 '카잔' 역시 대체로 어려운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행동에 기력이 소모된다는 점부터 적을 상대할 때도 단순히 체력을 깎는 게 아니라 기력을 깎아야 했고 그마저도 기력이 회복되는 걸 막기 위해 적의 공격을 패링하면서 끊임없이 공세를 가해야 했으니 이런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들에게 있어선 '카잔' 역시 어려운 게임인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어려운 게임들과 비교했을 때나 쉬운 게임, 그게 '카잔'이었다.

그랬던 '카잔'이 결단을 내렸다. 쉬움 난이도를 추가함으로써 진입장벽을 한껏 낮춘 것이다. 일반 난이도와 비교했을 때 가장 크게 체감되는 건 기력 회복 속도와 공격력, 그리고 적의 공격력 등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기력 회복 속도의 경우 쉬움 난이도에서는 무려 2배나 빠르게 회복된다. 탈진 상태에서 더욱 빨리 회복되는 건 물론이고 적을 공격할 때도 더 많이 공격할 수 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못해도 1.5배는 더 대미지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 일반 난이도와 비교했을 때 무려 2배나 기력 회복 속도가 빠른걸 볼 수 있다.

기력 회복 속도만 빨라진 게 아니다. 주는 대미지는 증가하고 받는 대미지는 줄어든 점 역시 엿볼 수 있다. 동일한 스택, 장비, 적으로 테스트했을 때 주는 대미지는 약 10% 정도 증가했고 받는 대미지는 30%가량 줄어들었다. 주는 대미지의 경우 사실 크게 체감되지 않았으나 받는 대미지는 달랐다. 하드코어 액션 RPG인 '카잔'에 있어서 3번 맞으면 죽는 게 4번 맞으면 죽도록 바뀌었다는 건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도 강적을 상대할 때 몇 번 더 맞아도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한결 여유로우면서도 침착하게 플레이할 수 있었을 정도다.

▲ 상단(일반) - 주는 대미지 2,319 / 받는 대미지 360
하단(쉬움) - 주는 대미지 2,520 / 받는 대미지 234

이는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서두에 언급한 것처럼 '카잔'을 비롯해 비슷한 스타일의 게임들을 보면 어려운 맛에 한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게임사에서도 애초부터 난이도를 구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게 모든 유저들이 원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로 이런 장르의 클리어 비율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한 유저는 매우 적다. 익숙해지면 재미있을 거란 생각에 초중반부를 어떻게든 헤쳐나온 유저들도 점점 상승하는 난이도에 중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게임사로서는 여러모로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이런 문제를 '카잔'은 쉬움 난이도를 추가함으로써 해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쉬움 난이도가 특히 마음에 드는 건 도전 욕구마저도 없앤 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쉬움 난이도라고 해서 게임의 코어가 바뀌는 건 아니다. 물약이 제한적이라는 것부터 행동할 때마다 기력이 소모되고 도전을 반복하면서 보스의 패턴을 익혀야 하는 것까지 게임의 코어는 여전하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쉬움 난이도는 이런 스타일의 게임을 잘하지 못하더라도 해보고 싶어 하는 유저들에게 있어서 더없이 반가운 요소라고 할 수 있다. 하다 보면 '어? 나 사실 이런 게임 잘하는 걸지도?'하는 즐거운 착각을 선사한다.

▲ 패링 타이밍을 널널하게 함으로써 잘하는 듯한 즐거운 착각을 선사한다

▲ 어렵다는 인식 때문에 꺼렸던 유저들에게 쉬움 난이도는 여러모로 반가울 것으로 보인다

쉬움 난이도와는 별개로 기본적으로 게임의 전반적인 난이도가 세밀하게 조정된 부분 역시 주목할 만한 변화다. 특히 체감되는 건 적의 기력 회복 속도가 한층 느려졌다는 점이다. 이전에 했던 테스트와 시연 빌드에서는 잡졸 이상, 중간 보스 미만에 해당하는 강적들의 경우 기력 회복 속도가 여간 빠른 게 아니어서 잡는데 꽤나 애를 먹인 바 있다. 아무리 호쾌한 액션이 특징인 '카잔'이라지만, 100% 완벽하게 적의 모든 공격을 패링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으니 조금이라도 공격이 끊기거나 패링에 실패하면 강적의 기력이 순식간에 차오르는 걸 뜬눈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강적의 기력 회복 속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여전히 잡졸들과 비교했을 때 강력하고 기력 회복 속도 역시 빠르지만, 공격에 공격을 거듭하고 연속해서 패링을 성공시켜야 했던 이전과 비교하면 그래도 합리적인 수준으로 수정됐다. 일정 시간 공격이 끊기면 기력이 빠르게 회복되는 건 여전하지만, 이전에는 1초만 안 때려도 순식간에 기력이 차올랐다면 이제는 다소 여유롭게 바뀌었다.

▲ 애매한 높이의 언덕이나 쓸데없이 뚫어놨던 필드 디자인 역시 좀 더 직관적으로 바뀌었다

밸런스와는 상관없는 사소한 변화지만, 필드 디자인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 빌드에서는 카잔의 머리 높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애매한 높이의 언덕이건만, 점프키가 없어서 그걸 오를 수 없는 상황을 종종 마주칠 때가 있었다. 애초에 점프키가 없는 게임이니 못 넘는 게 당연할 수도 있지만, 스킬을 쓰면 수 미터는 우습게 점프하는 카잔의 모습을 보노라면 어딘지 작위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필드 디자인이 좀 더 직관적으로 변했다. '이거 잘하면 스킬을 쓴다든가 해서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애매한 높이의 언덕이나 쓸데없이 뚫어놨던 통로에는 벽이 세워졌으며 빙 돌아가게 했던 일부 구간 역시 헤매지 않도록 직관적으로 바뀌었다. 사소하지만, 한번 신경 쓰면 계속 눈에 밟힐 수밖에 없는 그런 부분들을 수정한 모습이다.


동시에 적들의 배치 역시 다소 달라졌다. 이전 빌드에서는 초반부터 2~3대만 맞아도 죽을 정도로 강력한, 그러면서도 호전적인 강적들을 연달아 배치하곤 했었는데 특정 구간에 한 명만 배치한다든가 체험판 후반부에 배치하는 등의 조정이 가해졌다. 스탯으로나 실력으로나 잡졸들에게 익숙해지고 크게 위협적으로 여겨지지 않을 때 등장하도록 함으로써 한결 쾌적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바뀌었다. 도전적이지만,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시점에 만나도록 한 것으로 레벨 디자인에도 많이 신경 쓰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정식 출시가 기대되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
출시까지 이제 2개월 남았다


TCBT에서 이미 공개된 내용이지만, 보스에게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성장할 수 있도록 한 '도전 보상' 역시 눈여겨볼 요소다. 잠깐 '카잔'이 아닌 다른 게임, 소울라이크에 대해 얘기해보자. 소울라이크에서는 보스전에서 수십번이나 죽는 건 어떤 면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지곤 한다. 유다희(You Died)라는 밈으로도 유명할 정도다.

다만 그렇다고 모든 유저가 그걸 즐기는 건 아니다. 10번 이하면 그래도 대부분 좋게 넘어가지만 수십번 넘게 도전하는 건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에 뾰족한 해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레벨 노가다를 해서 스탯을 어떻게든 조금씩 올리든가 도전을 반복함으로써 보스의 패턴에 익숙해지는, 유저의 실력이 성장하는 게 전부다.

▲ 도전이 곧 성장으로 이어지니 레벨 노가다에 대한 부담도 덜 한 편이다

엄밀히 말해 '카잔' 역시 이러한 흐름에서 자유롭지는 않다. 도전을 반복함으로써 보스 패턴을 익히거나 정 안되면 레벨 노가다를 해야 하는 건 같기 때문이다. 대신 '카잔'은 앞서 언급한 도전 보상을 통해 이 둘을 하나로 엮었다. 보스를 잡는 데 실패할 경우 부활했을 때 감소시킨 보스의 체력에 비례해 성장 자원인 라크리마를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즉 '카잔'에서 보스전이란 단순히 보스의 패턴이 눈에 익는, 유저의 실력이 성장하는 것 이상을 의미한다. 억지로 레벨 노가다를 할 필요 없이 꾸준히 보스전을 하는 것만으로도 보스의 패턴을 익히는 동시에 성장도 할 수 있으니 사실상 일석이조인 셈이다.

시스템만큼이나 뛰어난 건 또 있다. 바로 최적화다. 장르를 불문하고 최적화가 안 중요한 게임이 있겠느냐마는 '카잔'처럼 한순간의 실수로도 죽을 수 있는 게임에 있어서 최적화의 중요성은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하지 않다. 서로의 체력이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프레임 급락으로 패링이나 회피에 실패해 죽는다면 이것보다 불합리한 게 또 있을까. 개발사인 네오플 역시 이를 알고 있는 듯 최적화에 많은 공을 들인 모습이다. 체험판임에도 최적화 개선 패치를 진행할 정도여서 이와 관련해서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마저 느껴질 정도다.


결론을 내리자면 이번 체험판을 통해 엿본 '카잔'의 방향성, 그리고 변화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필드 디자인은 물론이고 적들의 배치, 필연적으로 반복할 수밖에 없는 보스전에서의 불합리함과 스트레스, 그리고 장르 특유의 어려움으로 인한 진입장벽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을 세밀하게 다듬었음을 직접 체험판을 하면서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와닿았던 건 난이도에 대한 부분이다. 소울라이크를 좋아함에도 끝도 없이 어렵게만 만들고자 하는 이러한 흐름에 점점 질려가던 가운데 등장한 '카잔'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하드코어 액션 RPG를 표방함으로써 되려 신선함을 느끼게 해줬다. 도전적이지만, 과하지 않은 모습으로 매니악한 일부 유저들을 위한 게임이 아니라 '대중적인' 하드코어 액션 RPG를 목표로 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스킬 시스템 역시 이를 기조로 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커맨드 스킬과 투기를 소모하는 액티브 스킬 두 종류로 구분된 스킬들은 잘만 연계하면 보스를 몰아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호쾌함이 남다른 모습. '카잔'이 스스로를 소울라이크가 아닌 하드코어 액션 RPG라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체험판을 배포한 '카잔'은 오는 3월 28일 정식 출시 예정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마냥 어려울 것 같아서 꺼렸던 유저라면 이번 체험판을 놓치지 말길 바란다. 선입견으로 인해 꺼렸던 게임이 어쩌면 취향을 저격하는 그런 게임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