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부터 방영되었던 4분기 애니메이션에 대한 감상평을 정리해봤습니다. 뷰어쉽 측면에서는 단다단이 다른 작품의 3배가 넘는 압도적인 화력을 뽐냈고, 다음이 블리치 천년혈전, 리제로 3기, 던만추 5기, 샹그릴라 프론티어 등 기존 방영작들이 인기가 많았습니다. 신작 중에서는 마왕 2099과 드래곤볼 다이마가 재생 횟수가 꽤 높게 잡혔네요.

전반적으로 취향을 많이 타는 애니메이션 위주였던 분기같습니다. 작화면에서는 기존작들을 제외하면 다 퀄리티가 들쭉날쭉이었던지라 단다단이 독주한 것은 필연이었던 것 같네요.


▣ 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장르 : 가상역사물, 중세 역사, 서스펜스

평점 : ★★★★☆

한 줄 평 : 진리라는 가시 면류관을 쓴 자들의 핏값

: 대체역사물적인 작품으로 천동설과 지동설이 종교적 교리와 섞여 대립하는 구도를 묘사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인간이 사는 곳이 우주의 중심이라는 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종교 아래 당연히 천동설 이외의 천문학적 사실은 이단으로 취급될 수 밖에 없다는 설정입니다.

주인공들은 파츠별로 바뀌어 나가는데, 이단심문관들의 끈질긴 추격과 그것을 피해 후세에 어떻게든 지구가 공전한다는 '진리'를 전달하려는 주인공들의 대립이 볼만합니다.

원작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 그리고 성운상 수상, 만화대상 등 괜히 화려한 수상 이력을 자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만큼 몰입감 있는 이야기고 지성 넘치는 자들의 뜨거운 투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색감인데,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울한 느낌을 주기 위해서 그런지 몰라도 화면이 너무 어두워서 보기 불편했던 부분이 있네요. 2025년 1분기에도 2쿨이 방영중이니 완결이 나면 한 번에 몰아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 단다단


장르 : 오컬트, 배틀, 액션, 공포

평점 : ★★★★★

한 줄 평 : 작화가 주는 설득력이 굉장하다

: 이번 분기 1위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작품입니다. 원작부터가 경이로운 작화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기에 애니화가 잘못되면 어쩌나 싶은 걱정도 있었는데 기우로 끝났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곁들인 질주 시퀸스는 지금봐도 짜릿함이 느껴지고, 빌런으로 나오는 적들의 기괴함과 오컬트적인 요소를 잘 버무렸습니다. 소재는 짬뽕이라고 해야하나 잡탕이라고 해야하나 이렇게까지 쑤셔넣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들이 부었는데, 확실히 조화롭지는 않지만, 맛은 있습니다. 작화가 주는 설득력이 굉장하다고 밖에 할 수 없네요.

물론 작품 자체는 일본식 유머 코드가 섞인 섹드립과 다소 과격한 연출 묘사가 있기에 호불호가 갈립니다만, 작화 퀄리티나 촬영 품질, 음악, 연출 등에서 확실히 이번 분기 1위라고 생각됩니다. 2기가 2025년 3분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 란마1/2


장르 : TS, 러브 코미디, 배틀

평점 : ★★★☆☆

한 줄 평 :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30년이 지나 벌어진 세월의 간극

: 타카하시 루미코의 공전의 히트작 중 하나인 란마로 어릴 적 두근두근거리면서 보던 기억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다만 30년의 세월을 넘어 만나게 된 란마는 생각보다 느낌이 다르더군요. 일단 성우들이 이제 나이가 나이인지라 고교생 배역에 조금 안어울리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추가로 색감이 많이 바뀌었는데, 그림체를 현대적인 느낌으로 바꾼것은 매우 훌륭했으나 색이 바뀐것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쉽사리 적응이 안되더군요. 추가로 구작에 은근슬쩍 나오던 에로 요소가 제 기억에서 생각보다 큰 축을 차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넷플릭스로 가서 퀄리티가 잘 나온것은 좋지만 그런 부분이 잘리니 뭔가 아쉬울때가 있더라고요. 이것도 다 세월이 흐른 탓이겠지요. 이와 별개로 젊은 세대에서 란마같은 소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조금 의문이 들긴 했습니다.



▣ 아내, 초등학생이 되다.


장르 : 드라마, 환생, 빙의

평점 : ★★★☆☆

한 줄 평 : 가족이 될 각오가 가진 무게감

: 제목이 굉장한 어그로가 끌리지만, 짧게 줄여서 말하자면 일본식 신파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느끼는 가정 문제라거나, 가족 관계에 대한 여러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약간의 코미디 느낌이 나는 일상물처럼 보이지만, 마리카의 가정 문제로 인한 에피소드, 마리카의 기억이 돌아오는 에피소드 등 상당히 헤비합니다. 캐릭터 디자인이나 연기는 의도적으로 절제된 연출로 등장인물들이 전달하는 감정 외에 화면에서 느낄 수 있는 다른 감정은 배제한 모습입니다. 재미보다는 표현에 중점을 둔 애니라고 보면 되겠네요.

객관적으로 기획 의도에 맞게 잘 만들어진 애니라고 생각하지만, 최근 애니메이션 트렌드와는 완전 반대로 가는 방향성이라 취향을 많이 탑니다. 애니보다 드라마에 가까운 구성과 연출인데, 실제로 실사 드라마가 먼저 나와서 개인적으로는 그쪽을 먼저 접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으니, 그쪽도 추천합니다.



▣ 기동전사 건담: 복수의 레퀴엠


장르 : 메카물, 전쟁

평점 : ★★★★☆

한 줄 평 : 건담이 아니었다면 더 좋았을지도

: 3D 애니라는 점에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작화 자체에 불만을 가진 사람도 많습니다. 건담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무게감이란 그런 것이겠죠. 일단 확실한 것은 이 작품의 강점은 영화를 보듯 잘 만들어진 연출과 묵직한 사운드가 주는 현장감입니다. 음향 설계만큼은 누가 들어도 잘 짜넣었다고 생각될 수준입니다.

기존 우주 세기 건담과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본다면 실망할 확률이 높고, 밀리터리 메카물, 혹은 전쟁 영화를 본다는 기분으로 본다면 잘 만들어진 수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영더빙 성우들이 진짜 전쟁하는 느낌이 나서 더 좋았습니다. 연출과 촬영에 집중한 라이트 건담 팬층을 위한 애니라는 것이 더 적절한 설명일 것 같습니다.



▣ 던전에서 만남을 추구하면 안 되는 걸까 Ⅴ


장르 : 판타지, 액션

평점 : ★★★☆☆

한 줄 평 : 여신님 저한테 진짜 왜 그러세요?

: 1기가 나온지 벌써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던만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1기의 임팩트가 너무 강렬해서 외전까지 챙겨보고는 있는데, 워낙 띄엄띄엄 나오다보니 나올때마다 과거 기억을 살리느라 고생합니다.

등장 인물들이 워낙 많고, 에피소드를 조금이라도 놓친다면 얘는 뭔데 우리 패밀리에 들어와 있지? 싶을 때도 있습니다. 5기에서도 난생 첨 보는 애들이 등장하는 등 산만함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프레이야가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최대 감상 포인트 프레이야가 주인공 벨에 대한 귀엽게 질척질척(?)대는 모먼트겠네요. 개인적으로는 4기 에피소드보다는 나은 연출과 각색이라 봅니다. J.C staff 짬이 어디가지 않아서 액션 작화는 여전히 괜찮은 퀄리티고, 캐릭터들의 표정 작화도 좋습니다. 단점은 보는 사람들만 보는 애니가 되었다는 점과 프레이야가 귀엽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부분이기에 기존 던만추의 인기를 견인하던 캐릭터들의 출연 분량이 적은 것은 아쉽습니다.



▣ 내세에는 남남이 좋겠어


장르 : 순정, 연애

평점 : ★★★☆☆

한 줄 평 : 스펀지 케이크 칼이 날카로운 경우

: 그림체가 독특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초반에 코믹한 전개가 나가면서 무난한 러브 코미디인가 했는데, 생각만큼 코미디적인 요소는 많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인 밸런스가 나쁜 애니메이션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원작 팬들에게는 최악의 작품이라 여겨진다는데, 애니만 놓고 보면 주연 성우진의 연기가 좋아서인지, 원작 그림체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인지 보는데 큰 불쾌함은 없었습니다.

단점을 느낀 부분은 오히려 캐릭터 설정 부분인데, 아마 기센 커플 둘이서 서로 치고받으면서 꽁냥대는 그림이 그려지는건 맞는데, 애시당초 여주가 남주에 비해 능력치가 너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남녀 파워 밸런스가 좀 더 맞았으면 긴장감도 더 유지되면서 좋았을 것 같습니다.



▣ 아크로 트립


장르 : 마법소녀, 일상, 코미디

평점 : ★★★☆☆

한 줄 평 : 미나세 이노리의 댕청한 마법 소녀 연기가 일품

: 역시 개성있는 그림체에 끌려 보게 되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개그 코드가 맞아야 재미있게 볼 수 있는만큼 호불호가 있는 작품입니다.

삶이 무료한 염세적인 소녀 다테 치즈코가 부모님의 사정으로 할아버지 집이 있는 시골로 오게 되면서 운명적으로 마법 소녀 베리 블로섬을 만나면서 시작되는 일입니다. 마법 소녀를 동경하지만, 어디까지나 팬으로서 존재하고 싶다는 욕망을 지닌 치즈코를 악의 조직의 총수 쿠로마가 간부로 영입하면서 다양한 일을 겪게 됩니다.

일반적인 WWE식 마법소녀물의 클리세를 따르긴하지만, 개그물에 걸맞게 악의 조직이나 마법소녀의 일상적인 모습을 많이 조명하는 애니입니다. 작화는 안정적이고 성우들의 연기력도 괜찮습니다. 일상물에 가까운만큼 자극적인 맛은 부족하지만, 미나세 이노리가 담당한 베리 블로섬의 댕청한 귀여움을 다테 치즈코의 마음에서 공감할 수 있다면 충분히 좋은 애니메이션입니다.



▣ Re: 제로부터 시작하는 이세계 생활 3기


장르 : 이세계, 판타지, 루프, 액션

평점 : ★★★☆☆

한 줄 평 : 2쿨을 위한 발사대

: 습격편과 반격편으로 확실히 분할되어 나오기에 평가는 미묘합니다. 특히 습격편의 경우 반격편을 위한 발사대 그 자체라는 느낌으로 1화에서의 시리우스 로마네콩티의 임팩트는 좋았지만 그 뒤로는 줄곧 우하향적인 곡선이었다고 생각되네요.

당연하지만 주인공 일행이 두들겨 맞기만 하고 뭐 하나 해결된 부분이 없기 때문에 이러한 답답한 감상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반격편에서 얼마나 시원시원한 액션 연출을 보여줄지가 관건이겠네요.



▣ 마왕 2099


장르 : SF, 아케인 펑크, 판타지

평점 : ★★★☆☆

한 줄 평 : 마왕과 용사가 손을 잡는 뜨거운 전개는 항상 로망을 자극한다

: 홀로라이브의 토코야미 토와가 까메오 출연한다는것에 화제가 되었는데, 출연 분량은 정말 조금이니 그쪽으로 기대하고 보면 안됩니다.

아무래도 올드한 느낌이 드는 캐릭터 디자인 탓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봤지만, 예상보다 재미있어서 좋았던 작품입니다. 성우들의 연기도 훌륭했습니다. 주인공 벨토르 벨벳 벨슈발트역의 히노 사토시는 아인즈 울 고운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꽤 차별점을 두면서 좋은 연기를 펼쳤습니다.

그리고 조금 유치할 것 같았던 설정이나 내용이지만 의외로 무겁고 진지한 이야기가 중심 흐름을 끌고 나가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용사와 마왕이 손을 잡고 협력한다는 전개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가슴을 뜨겁게 하더라고요. 용사가 강하게 나와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청할 때 가장 큰 위기는 마왕이 추종자를 모아 힘을 찾는 과정을 게임 스트리밍으로 풀어나간다는 설정인데, 그 부분만 잘 넘기면 뒤로는 술술 넘어가는 전개입니다.



▣ 소드 아트 온라인 얼터너티브 건 게일 온라인


장르 : 액션, 서바이벌, 게임

평점 : ★★★☆☆

한 줄 평 : VRMORPG 소재도 이제 낡았나

: 사실 이 작품이 2기가 나올거라는 것조차 별 생각없었기에 꽤 반가운 마음으로 봤던 작품입니다. 시구사와 케이이치 원작답게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성격이 각양각색으로 그려지는 것이 꽤 흥미로웠고, 렌과 피토휘의 살벌달콤한 관계성도 취향에 맞았습니다.

다만 6년이라는 시간이 너무 많은 것을 바꿔놓은 걸까요. 이제는 작품 소재 자체에서 뭔가 흥미로운 감성이 다 사라진 느낌만 남았습니다. 캐릭터성이나 성우 연기나 연출이나 6년 전 먹던 그맛이지만 전부 시대의 흐름에 뒤처진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인물들간의 새로운 관계성이 생기지 않은 것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총격전에 들어가면 여전히 볼거리가 많지만, 거기까지 쌓아가는 빌드업 과정이 다소 오래 걸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에피소드에 나오는 적들도 이미 한 번 써먹었던 소재를 굳이 또 써야 했나 싶었네요.



▣ 별 내리는 왕국의 니나


장르 : 드라마, 판타지, 순정

평점 : ★★☆☆☆

한 줄 평 : 신데렐라 스토리처럼 보이지만 정치 요소가 가미된 궁중 로맨스물

: 좋은 의미로 00년대 판타지 로맨스물의 느낌을 주는 작품입니다. 여주인공부터가 00년대풍의 활기찬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남주인공들도 그때 보던 풍의 차도남 분위기와 어두운 성격을 가진 남정네들입니다.

장점은 서브 캐릭터들이 꽤 입체감 있게 그려져 있어서 지루한 부분 없이 볼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예산 부족인지 딱 원작 홍보용 퀄리티에 불과한 작화입니다. 무엇보다 색채 설계가 너무 단색 위주로 그려져 화면을 볼때 심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작품 자체는 신데렐라 스토리에 변주를 준 듯한 구성으로 스토리 자체는 흥미로운 편입니다.



▣ 비탄의 망령은 은퇴하고 싶다


장르 : 판타지, 착각물

평점 : ★★★★☆

한 줄 평 : 착각이 지성이면 감천이다

: 착각물의 역클리셰물이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최근 착각물과는 달리 정말 주변인물들이 멋대로 착각하여 온 우주의 기운이 주인공을 도와주는 내용이라 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주인공이 강하고 약함을 떠나서 다소 쭈굴한(...) 묘사는 취향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중간중간 날카로운 액션신이 보일때가 있으나 전반적으로 작화는 평범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거슬렸던 부분은 채색 설계인데, 의도적으로 주인공의 힘빠진 모습을 묘사하려고 한 부분인 것 같기도 하지만 너무 칙칙한 톤을 남발하지 않았나 싶네요. 좀 화사하게 톤업 해줘야 할 장면에서도 칙칙해서 히로인들에 대한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 최강의 클랜을 이끄는 클랜 마스터인 주인공이, 실은 최약체였다는 설정의 착각물입니다.

착각물이 으례 그렇듯이 주인공의 운이 지나치게 좋아서 좀 미묘한 느낌이 드는 감이 없진 않지만, 주인공 및 주변 인물들이 매력적이라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만 약하다는 설정이고, 실제로 주인공 파티의 다른 인물들은 인간을 초월한 강자들인데 다들 주인공 바라기들인데요. 이쯤되면 과연 주인공이 진짜 약한 것이 맞는지 의심이 듭니다.

오히려 주인공만 스스로 약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 최강의 인물들을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카리스마, 강력한 운, 임기 응변 등을 생각했을 때, 어찌보면 역착각물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오프닝과 엔딩이 각 화마다 단순 반복이 아니라 조금씩 변형되어 꼭 보고 싶게 만드는 연출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작화 퀄리티나 전체적인 연출, 구성도 괜찮은 이번 분기 추천 작품.

: 제목에서는 연상되지 않았는데 생각 외로 착각물이었습니다. 아무 능력도 없는 주인공을 대단한 인물일 거라고 주변에서 멋대로 의미를 부여해버리는 계열의 전형적인 착각물이더라고요. 초반 몇 화까지는 그래도 주인공이 어떤 힘을 숨기고 있는 캐릭터가 아닐까 생각하면서 봤는데, 보면 볼수록 아무 능력도 없는데다가 제법 글러먹기까지 한 캐릭터라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마치 세상이 주인공을 위해 움직여 주는 것처럼 보이는 게 재미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이 아무 의미 없이 내뱉은 말이 나중에 엄청난 의미를 가진 말이 되어버리기도 하고, 그냥 들른 가게가 사실은 적의 아지트여서 졸지에 소탕해버리는 등 모든 행동이 결과적으로 주인공에게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그런 설정 속에서 주인공이 선인이 아닌 점도 재미있게 느껴지는 포인트였습니다. 주인공은 늘 은퇴하려고 꾀를 쓰고, 그런 와중에 거액의 돈을 빌려가면서까지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게 제법 글러먹은 캐릭터입니다. 그런 캐릭터성이 개그 요소로 작용해서 착각물 특유의 답답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줄어든 덕분에 가볍게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 분기 중 가장 무난한 킬링 타임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합니다.



▣ 결혼한다는 게, 정말인가요


장르 : 러브 코미디

평점 : ★★★☆☆

한 줄 평 : 로맨틱 요소 없는 결혼 바이럴

: 하야밍의 또다른 위장 결혼 배역으로 화제가 되었던 작품입니다. 원작은 신만이 아는 세계로 유명한 와카키 타미키의 부활을 알린 작품입니다. 애니보다도 실사 드라마화가 먼저 이뤄졌을만큼 일본에서는 꽤 히트작입니다.

다만 너무 실사 드라마를 의식한건지 모르겠는데 연출이 애니메이션 치고 너무 밋밋하지 않았나 싶네요. 해외 파견을 피하기 위해 서로가 위장 결혼하여 주변을 속인다는 전개는 꽤 재미있었지만, 원작의 내용을 상당히 잘라낸 전개가 아쉽다는 평가입니다. 애니 기준으로는 러브 코미디라기에는 전개가 느리고, 로맨스물이라기에는 로맨스 없는 다소 애매모호한 작품이 된 것 같습니다.

: 주인공의 회사가 알래스카 지부를 만들면서 거기에 인력을 파견하는데, 절대 가기 싫었던 주인공이 기혼자는 대상 외라는 조건 때문에 다른 회사 동료와 위장 약혼을 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보통 연애라는 것은 최소한 한 명은 적극적이어야 성립이 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 커플은 둘다 내향적이고 소심해서 도무지 이야기가 전개되질 않습니다. 전지적 제 3자 입장인 시청자가 보기에는 정말 천생연분인 커플인데도 불구하고 주인공과 히로인은 대부분의 상황에서 답답한 전개를 보여줍니다.

그렇게 답답한 전개만 보여주면 팬들도 금방 떠나가 버리기 때문에, 주변 인물들을 활용해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전개하며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그 과정에서 결혼에 대해 고찰하고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혼인율이 점점 낮아지는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라면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을 것 같네요.

기본적으로 등장 인물들이 사회인이고, 배경도 회사다보니 아무래도 어느정도 연령대가 있는 사람들에게 어필할만한 작품.

: 그냥 평범하게 연애하는 작품은 없는 건가 싶어지기도 하지만, 생각해보면 가짜 연애는 유서 깊은 로맨스 장르 중 하나였던 것 같기도 하네요.

같은 회사원이다 보니, 해외 전근이라는 큰 이슈를 위장 결혼을 해서라도 회피하려고 하는 등장 인물들의 마음에는 크게 공감이 되었는데... 남주인공도 여주인공도 너무 숙맥이다 보니 도무지 이야기가 진전이 되질 않아서 보는 내내 속이 터졌습니다. 아니, 회피형도 정도가 있지!!!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저 스스로도 회피 성향이 제법 있기 때문에 주인공들이 더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마치 거울 치료를 받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제목과는 다르게 애니메이션에서 결혼하는 걸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이어지며 끝나서 안심했습니다. 비록 엔딩까지의 전개는 답답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원작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괜찮은 마무리였습니다. 주인공을 포함한 작중 인물들이 결혼을 대하는 태도를 통해 결혼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을 엿볼 수 있던 점도 좋았습니다. 어느 정도 결혼을 생각할 나이인 시청자들이라면 아마 좀 더 공감하면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작품 외적인 이야기지만 여주인공 성우인 하야미 사오리가 최근 맡은 배역에 가짜 약혼, 가짜 결혼을 하는 캐릭터가 제법 자주 있다 보니 이쯤 되면 위장 결혼 전문 성우인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기도 합니다.



▣ 마법사가 되지 못한 여자아이의 이야기


장르 : 판타지, 성장물

평점 : ★★☆☆☆

한 줄 평 : 할 말은 많은데 1쿨 안에 다 하려니 이도저도 안 된 작품

: 얼핏보면 여아용 애니메이션 같지만 가끔 묘하게 성인향 냄새가 섞여있다는 점에서 '프리파라' 시리즈랑 묘하게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쁜 작화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비해 스토리 텔링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건지 애매합니다. 답답한 전개가 이어지는 부분이 많은데 비해 그걸 풀어주는 카타르시스 전개는 너무 밋밋해서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1쿨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에 있어서 이런 점이 더욱 치명적으로 느껴집니다. 작품 내 전개되었던 각종 떡밥도 전혀 해결되지 않은 것을 보면 차기작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 같은데, 이야기 전개도 지지부진하다 보니 2기가 나온다 하더라도 별로 기대감이 들지는 않습니다.

좀더 시원한 전개를 보여주든지, 아니면 좀더 다양한 캐릭터 위주로 서사를 풀어내며 흥미를 끌든지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라는 점과 동화풍 작화에 끌려서 끝까지 완주했습니다. 마법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소녀라는 소재는 흔한 편이지만 잘 요리하면 맛있는 소재기에 기대를 품고 감상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대했던 만큼의 애니메이션은 아니었습니다. 작화는 꾸준히 예쁜 편이었지만 내용이나 구성에서 아무래도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등장 인물 간의 대화나 행동은 묘하게 아동용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서 성인 시청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위화감이 있었고, 스토리는 빌드업도 하이라이트도 크게 와닿지 않는 밍밍한 전개였습니다. 그렇다고 일상 파트에 충실했냐고 하면 그렇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이래저래 전개가 뚝뚝 끊기다 보니 중간중간 스킵된 부분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마치 총집편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매 화마다 마법을 펑펑 쓰는 이야기를 바랐던 건 아니기는 하지만, 주인공이 본격적으로 마법에 각성하는 시기가 너무 늦는 것도 아쉽습니다. 엔딩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뭔지는 대략 느껴지기는 하지만 그 메시지를 나타내기에는 전개에 설득력이 조금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네요.

2쿨 구성이었다면 이야기가 좀더 잘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소재였기 때문에 기대가 컸던 만큼 더욱 아쉽습니다.


▣ 2.5차원의 유혹


장르 : 로맨스

평점 : ★★★★☆

한 줄 평 : 무리한 설정을 한번에 비볐는데 생각보다 먹을 만함


: 초반 3화만 보면 웬만한 이세계물보다 더 비현실적인 설정, 개연성 없이 주인공 바라기가 되는 히로인들 같은 인상이라 그다지 볼 생각이 들지가 않았습니다.

하지만 2쿨이나 진행되기도 하고, 나름 평이 좋은 것 같아서 다시 이어서 시청하였더니 생각보다 꽤 괜찮은 작품이었습니다.

초반에서 느껴진 분위기는 딱 거기까지였고, 그 이후로는 코스프레나 각종 오타쿠 문화에 대한 나름 심도있는 고찰, 매력적이고 개성있는 캐릭터들, 그리고 그 캐릭터의 서사로 풀어내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이어졌습니다. 오타쿠라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장면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코스프레'라는 소재로 어떻게 이야기를 길게 전개하려나 했는데, 어느 쪽이냐고 하면 약간 스포츠물 같은 전개로 이야기가 풀어져 나갔습니다. 코스프레 사천왕의 존재라든가,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는 동료 코스플레이어들과의 관계 등을 생각하면 왕도적인 스포츠물에 가까운 느낌이 되어서 조금 비현실적인 느낌이 없지 않지만, 구성이 흥미롭기 때문에 재미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정리하자면 각종 비현실적인 무리한 설정을 캐릭터 서사와 스토리 텔링으로 찍어 누르며 볼만하게 만든 작품.

: 좋은 의미로 처음과 끝 인상이 제법 달라진 작품입니다. 초반에는 또 오타쿠 망상 속에나 존재할 법한 히로인을 내세운 작품이구나 싶었는데, 뒤로 갈수록 제법 우정, 노력, 승리가 담긴 열혈 전개가 이어져서 흥미진진했습니다. 특히 여름 코믹 마켓 에피소드에서 주인공이 열변을 토하는 장면은 오타쿠의 심금을 울리는 명대사들로 가득했습니다.

생각 외로 서비스 신에 기대기만 하는 작품이 아니었고, 판타지스러운 요소가 없지는 않지만 코스프레나 만화 등 오타쿠 문화를 제법 심도 깊게 다루고 있던 점도 좋았습니다

덕력이 낮거나 코드가 아예 안 맞는 사람은 항마력이 모자라 괴로워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평소 코스프레를 즐겼거나 관심이 있던 오타쿠라면 생각 외로 재미있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 최흉의 버퍼 【화술사】인 나는 세계 최강 클랜을 이끈다


장르 : 판타지, 모험

평점 : ★★★☆☆

한 줄 평 : 화술사의 능력에는 말빨도 포함되는 걸까요?


: 주인공 인성이 너무 터졌습니다. 이쯤 되면 거의 악당인 수준인데, 생긴 건 또 곱상하게 생겨서 언밸런스한 느낌이 있습니다.

작품을 보면서 불쾌한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요새 범람하는 양산형 이세계/판타지 작품과 비교하면 꽤 신선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도 나름 볼만한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결국 하렘물 비슷하게 흘러가는 양산형 작품과는 다르게, 주인공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메인 캐릭터 중 여자 캐릭터도 한 명 밖에 없다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이럴 거면 굳이 최약 직업 운운하는 양산형으로 보이는 설정이 없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주인공은 제일 약한 줄 알았는데 사실 최강이었다' 라는, 요새 들어 너무 흔해진 설정의 작품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게 의외였습니다. 주인공의 직업인 '화술사'는 설정상 제일 약한 직업이라고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직접 강해질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하며 강한 동료를 모아나간다는 이야기로 전개됩니다.

이렇게만 보면 제법 왕도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주인공이 상당히 성격이 더러운 데다가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생각보다 그런 흔한 느낌으로 전개되지는 않습니다. 어느 쪽이냐고 하면 안티 히어로물 성격의 작품으로 느껴졌습니다.

사실 선하거나, 최소한 중도적 성향인 주인공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 작품이 그렇게까지 취향에 맞지는 않는 편이었습니다. 다른 작품이었다면 주인공을 맡았을 것 같은 올곧은 캐릭터가 주인공의 술책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마음이 아플 정도였습니다. 주인공의 과감하고 무자비한 행동에는 공감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고요.

그래도 흔한 설정에서 제법 벗어나 있던 것에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입니다. 마냥 착하게 호구처럼 행동하는 주인공에 질린 시청자라면 몇 화 정도 시험삼아 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다만 이야기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려는 시점에 애니메이션 1기가 완결되어 버려서, 애니메이션 2기가 나오지 않는다면 그냥 원작 홍보용 애니메이션 느낌이 돼 버릴 것 같은 점은 아쉽습니다.


◆ 리뷰어 소개

: 좋아하는 작품은 일상물, 드라마, 미소녀가 귀엽게 나오는 작품. 큰 갈등 없이 맘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복잡한 전개나 갈등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 이상의 감동적인 스토리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면 보기도 한다.

: 좋아하는 작품은 스포츠, 로봇, 아이돌 등 열혈이나 성장물 요소가 포함된 작품. 그림체나 작화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내용만 마음에 들면 본다. 설정이 과하다 못해 아예 뇌절해버리는 작품들에 뜬금없이 꽂히기도 한다.

: 순정 만화와 SF, 락밴드를 좋아하며, 하루에 적어도 3시간은 애니메이션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무언가 챙겨보는 생활이 일상이 되어 버린 중증 덕후. 애니와 관련된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