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말, '뱀파이어 서바이버'가 출시된 이후, 이 종류의 작품을 상당히 많이 했다. 뱀서 본편도 세자릿 수 이상의 시간을 플레이했고, 브로테이토나 딥락갤 서바이버처럼 유명한 작품, 로그 제네시아나 홀스 오브 토먼트, 데스 머스트 다이, 그 외 이루 다 말하기 어려운 작품들까지. 플레이 시간을 전부 합치면 1천 시간은 가뿐할 정도로 많이 했다.

이 장르만의 매력이 있다. 플레이 타임이 길고, 한 판 한 판의 긴장 레벨은 그리 높지 않지만, 집중 유지는 상당히 높다는 것. 못 깨도 '계속 하다 보면 깨겠지'라는 원영적 사고를 유지할 수 있는 장르. 게다가 게임 하나 가격이 2만 원을 넘는 작품이 얼마 없다 보니, 마치 과자 사 먹듯 궁금할 때마다 하나씩 사서 플레이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 그렇게 먹다 보니 너무 많이 먹어버린 느낌이긴 하지만 말이다.

하여튼, 그 점 때문에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발할라 서바이벌'에 대해 들었을 때, 처음으로 모바일 게임에 대한 기대를 가졌다. 개인적으로 모바일 게임에 전혀 흥미가 없기 때문에 일로서 가져야 할 수준 이상의 관심은 없었는데, 그랬던 내가 기대를 가졌다.

1월 21일, 발할라 서바이벌이 출시됐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게임에 대한 후기는 이쪽을 잘 아는 전문 기자들이 다루기 마련이지만, 이번만큼은 장르적 특성으로 인해 내가 나섰다. 4년 차 뱀서류 매니아가 보는 '발할라 서바이벌'은 어떤 게임일까?


1. 압축된 전통적 플레이
발할라 서바이벌의 전투는 장르 발전으로 갖가지 변형이 이뤄진 동종 장르 게임 대비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방식을 따른다. 6개의 스킬, 그리고 6개의 패시브를 선택할 수 있고, 각 스킬이 최종 레벨에 이르렀을 때 연계되는 다른 기술이나 패시브를 보유 중이라면 '초월'을 통해 더 강력한 스킬로 변한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의 진화 무기와 같은 시스템인데, 원본이 그랬듯, 단순 강화 뿐만 아니라 추가 효과가 생기거나 특정 스탯이 크게 강화되는 식으로 '의도된 OP'를 보여주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하나의 스킬을 밀어올려 코어 스킬로 삼는 전략도 동일하게 유효하다.

▲ '초월'하면 한층 강력해진다. 전통적인 뱀서식 구성

여기서 3개의 직업군이 존재해 각 직업 별 고유 스킬이 존재하는 형태. 고유 스킬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공용 스킬을 사용하며, 이 고유 스킬은 캐릭터가 어떤 무기를 착용했냐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워리어' 직군이 검과 방패를 장비하면 전방 근접 범위 적을 밀쳐내는 '강격'을 기본 스킬로 가져오지만, 대검을 장비하면 전방으로 검기를 쏘아내는 형태다.

다른 뱀서류와 차별화된 부분이라면, 1분 쿨다운의 '메가 크래시'가 존재한다는 것. 벨트스크롤 액션 게임에서 보던 '필살기'나, 탄막 슈터에서 등장하던 '폭탄'처럼 일시적으로 화면 전체에 큰 데미지를 주는 기술이다. 보스전에서 써도 딜링기로 쏠쏠한 성능을 보여주는 기술이며, 초반 주사위 굴림이 꼬이면 의외로 몹 무리한테 몰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 튜토리얼 한 줄 이후 곧장 우리에게 익숙한 그 플레이로 진입한다.


2. 남다른 속도감
발할라 서바이벌은 다른 뱀서류처럼 '맵' 단위로 플레이하는 게임이 아닌, '스테이지'형태로 구성된 게임이다. 현재 마련된 스테이지는 총 120종. 여러 스테이지가 모여 하나의 챕터가 되고, 그 챕터가 모여 게임 전체를 이루는 형태다. 그렇다 보니 한 판 한 판의 길이가 동종 장르의 게임에 비하면 상당히 짧다.

게임 시간은 길어 봐야 10분. 기본 런타임인 5~7분 동안 웨이브를 상대하고, 이어 보스전을 클리어해 마무리하는 식이다. 때문에 게임 내 캐릭터의 성장 속도가 상당히 빠른데, 5분이면 보통 30레벨 정도에 이른다. 각 스킬과 패시브를 6개까지 챙길 수 있고, 각 스킬은 5레벨, 패시브는 3레벨까지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니, 이론 상 초월 스킬을 몇 개씩 챙기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

다만, 그럼에도 플레이 시간이 짧은 편이기에 가끔은 아예 초월 스킬까지 업그레이드를 하지 못한 채 보스전에 돌입하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인 뱀서류 게임의 재미 농도는 스킬과 패시브를 풀업할 때까지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성장이 완료되는 순간부터 지루함이 시작되며 후반부에 이르면 상당히 낮아지는데, 발할라 서바이벌은 상승 곡선을 그리는 도중 끝이 난다. 정점에 다다른 후 잠깐이나마 이를 누릴 시간을 준 후 끝내는 것이 이상적일 테지만, 아무래도 그보다는 살짝 더 짧은 느낌이다.

▲ 초월 좀 해보려 하면 게임 시간이 끝난다

모바일 게임이라는 특성 상 이 정도의 전투 시간 제한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긴 하다. 동종 장르 다른 게임들처럼 15분에서 30분에 가깝게 설계했다면, 디바이스의 발열 문제부터 모바일 그 자체의 플랫폼적 특성과도 어울리지 않는 부분일 테니까. 그럼에도 아주 약간만 더 길었으면 싶기도 하다.

물론,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장치는 나름 마련되어 있다. 발할라 서바이벌은 게임 내에서 모든 스킬이 다 등장하지 않고, 사전에 설정한 8개의 스킬 중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다. 레벨 업 시 주사위굴림에서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질 경우 캐릭터의 성장치가 적의 강함을 따라잡기 어려워지기에 일종의 제한을 둔 셈이다.

하지만, 들고 갈 수 있는 스킬이 적을 뿐, 전체 스킬 갯수는 꽤 충분히 존재한다. 인게임 재화를 통해 하나씩 해금하는 형태긴 하지만, 120개의 스테이지를 꽉 채우기엔 부족함이 없는 분량이다.

▲ 스킬은 프리셋을 지정해 들고 가는 형태


3. 플레이 감각과 비주얼
발할라 서바이벌의 비주얼은 훌륭하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일반적인 뱀서라이크류와는 다소 접근법이 다르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뱀서라이크 게임의 대부분은 소규모 팀에서 저예산으로 만들어진다. 발할라 서바이벌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도, 라이온하트 정도 규모의 개발사가 이 장르의 게임을 만든다는 점에서 놀랐을 정도다.

때문에, 아트 스타일도 대부분 단순한 형태를 띄는데, 뱀파이어 서바이버나 로그 제네시아, 홀스 오브 토먼트 등은 아예 도트를 찍어 버렸고, '옛 어나더 좀비 서바이벌'처럼 기본 어셋 느낌이 충실한 작품도 있는가 하면, 브로테이토처럼 낙서하다시피 비주얼을 짜낸 작품도 존재한다.

▲ 동종 장르 다른 게임과는 보법부터 다르다

반면, 발할라 서바이벌은 라이온하트 스튜디오가 쌓아 올린 경험이 그대로 묻어나는, 전형적인 국산 모바일 게임 스타일의 비주얼을 보여준다. 덕분에 보기 나쁘지 않긴 하지만, 특정 부분에서는 다소 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라운드 후반, 다양한 스킬들을 갖춘 시점. 이 시점엔 플레이어가 쓰는 공격이 화면 곳곳을 수놓는데, 이 때문에 피해야 하는 바닥 판정이나, 적들의 원거리 공격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어떤게 내 공격이고, 어떤게 피해야 할 공격인지 판단하기 너무 급한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정신이 없어진다.

물론, 이펙트의 투명도를 조절하는 옵션이 있기에 원할 경우 조절할 수 있지만, 이를 조절해버리면 또 맛이 잘 살지 않는다. 해당 장르 게임 대부분이 단순한 아트 스타일을 보여주는 이유 중에는 시인성의 확보도 있는데, 이 부분은 아직 다소 부족한 느낌이다.

▲ 라운드 후반으로 갈 수록 알아보기가 영 쉽지 않다

또 하나 불편했던 건 세로 비율 고정 화면. 이는 단순히 적응의 차이인지라 큰 문제라 보진 않지만, 화면 밖에서 다가오는 적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게 꽤 답답하게 다가왔다.


4. 게이머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과금
뱀서류에 속하지만, 태생이 모바일 게임인 만큼 과금 체계는 상당 부분 모바일 게임의 그것을 따라간다. 가장 크게 눈에 들어오는 부분은 세분화된 패스인데, 상위 캐릭터 3종은 각 캐릭터별로 패스가 존재하고, 각 스테이지를 깰 때마다 얻는 재화를 늘리는 '패키지'가 별개로 존재한다. 여기에 계정 레벨 패키지까지, 총 5종류이며, 이는 아마 캐릭터 갯수가 늘 때마다 하나씩 더 증가할 거다. 별개로 월정액의 경우 비교적 싼 가격대부터 14만 원 대까지 골고루 준비되어 있다.

물론, 이 패스가 전부 필수 요소는 아니고, 뱀서류의 근간은 반복 플레이를 통한 점진적인 성장에 있기에 굳이 해야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캐릭터 패스의 경우 패스 내에 신규 캐릭터를 포함하고 있기에 실질적으로 캐릭터를 돈 주고 사는 형태에 가까운데, 게임 내에 잠겨 있는 요소가 보이면 심장 어림이 쿡쿡 찔리는 듯한 게이머의 심리를 자꾸 괴롭힌다.

물론, 중요한 건 이 패스의 존재 유무보다도 가격의 합리성일 것이다. 이 점에서 '뱀서류'라는 장르적 특징이 변수가 된다. 일반적으로 뱀서류를 즐겨 플레이하는 이들은 저렴한 가격에 적당한 재미와 풍부한 볼륨의 게임을 원하는 게이머들이 다수이며, 이 계층에게 과금의 장벽은 같은 금액이라 해도 모바일 게임에 익숙한 이들에 비하면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 무과금 돌파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캐릭터는 해금하려면 사야 한다

발할라 서바이벌은 뱀서류 게임으로서 충분히 잘 만든 게임이지만, 가치 판단의 기준은 게이머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꽤 큰 만큼, 마땅히 구매해야 될 상품으로 비춰질 만한 설득력을 가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때문에, 과금에 대해서는 받아들이는 개인에 따라 다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되는 부분이라면, 플레이 보상이 너무 '클리어'에 몰려 있는 느낌이 든다. 앞서 설명했지만, 뱀서라이크의 근본은 실패하더라도 점진적인 성장 끝에 해결하는 과정에 있다.

이 말은, 미션에서 실패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보상을 받아 조금이나마 더 강해지고, 다음 도전을 더 쉽게 풀어가야 한다는 뜻인데, 발할라 서바이벌은 실패했을 시 보상이 매우 짜기 때문에 결국 막히면 과금을 들여다보게끔 설계되어 있다. '정찰'이라는 항목의 시간제 불로소득이 있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한지는 모르겠다.

▲ 승리에 보상이 몰려 있는 형태


5. 종합
정리하면, 발할라 서바이벌은 '생각보다 괜찮은' 뱀서라이크 게임으로, 장르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모바일이라는 환경에 맞게 여러모로 조율한 흔적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플레이 감각은 동종 장르 대부분의 게임들과 크게 이질감이 없으며,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쉽게 게임에 적응할 수 있다.

몇몇 과금 체계에서 고개를 갸웃하긴 했으나, 무과금 돌파가 불가능하진 않으므로 어디까지나 '타임 세이버' 정도의 과금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지만, 해당 장르의 코어 게이머 입장에서는 다소 뒷맛이 아쉽긴 하다. 이유를 설명하면 이렇다.

모바일 게임의 주 소비층과 뱀서라이크의 주 소비층은 분명 다르며, 모바일 게임의 서비스 과정에서 '보상'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게이머가 계속 남아있을 수 있는 이유가 되는 속칭 '사료'. 게임에 큰 하자가 없다는 가정 하에, DAU를 유지하는 관건 중 하나는 적정선의 보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너무 많으면 금방 질리고, 너무 적으면 흥미를 잃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뱀서라이크에서 게이머들은 게임 플레이 자체에 즐거움을 얻는다. 라운드를 플레이하면서 레벨 업 시마다 마주하는 선택지를 어떻게 고르느냐, 어떻게 빌드를 짜느냐, 그리고 해당 빌드가 완성되었을 때의 카타르시스가 종합되어 만들어지는게 뱀서라이크의 재미다.

▲ 코어 모바일 게이머와 코어 뱀서 게이머는 원하는게 다르다

발할라 서바이벌은 뱀서라이크의 재미를 만들어내는데는 성공했지만, 이를 모바일 게임의 문법으로 설명한 느낌이다. 뱀서라이크 게이머의 시선에서, 보상과는 별개로 게임 플레이가 조금 더 길고 깊었으면 싶었다. 재미에 탄력이 붙으려는 순간 라운드가 종료되는 느낌이 영 아쉬웠기 때문이다.

물론, 코어 모바일 게이머로서 바라보는 건 또 다를 거다.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성취감에 기반한 쾌감은 게임이 길어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게이머를 계속 붙잡기 위해서는 긴 플레이보다는 지금의 짧은 플레이의 반복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궁극적인 길은, 결국 양 측 모두를 만족시키는 방향일 거다. 뱀서라이크의 코어 게이머들도 만족시키면서, 캐주얼 게이머들도 즐겁게 건드릴 수 있고, 전통적인 모바일 게임 문법에 익숙한 게이머들도 붙잡을 수 있는 방향. 이를 콘텐츠의 확충으로 풀어낼지, 게임 로직의 변화로 풀어낼지는 라이온하트 스튜디오의 결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분명 지금보다 더 좋은 무언가를 제시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