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한때 메이저였던 이 장르는 어느새 기술이 발전하면서 화려한 풀 3D 그래픽으로 무장한 여타 장르에 다소 묻히는 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직관적인 재미는 여러 게이머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지금도 이 장르를 연 시리즈들은 게이머들 사이에서 줄곧 회자되고 있다. 그리고 시일이 지나 여러 레트로 요소뿐만 아니라 이런저런 설계를 더하면서 자신만의 길로 파생하는 여러 후발주자들의 시도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오늘(13일) 출시한 '메탈슈츠: 카운터어택'도 그 고전적인 재미를 자신만의 템포로 화끈하게 담아낸 작품 중 하나다.

장르명: 플랫포머 슈팅 액션
출시일: 2025. 2. 13
리뷰판: 1.00.2 버전개발사: 에그타르트
서비스: 에그타르트
플랫폼: PC, PS, Xbox, Switch
플레이: PC
"넌 내 개를 죽였어, 더 말이 필요한가?"
거리낌 없는 슈팅에 약간의 장전 타이밍으로 완성

그 옛날 고전 게임에 대한 추억이 없는 사람은 '라떼는' 이런 소리를 할지 모르겠지만, 옛날의 플랫포머 슈팅 게임을 생각해보자. 당시는 용량 및 기기 스펙의 한계로 인해 분량이 극히 제한됐다. 일례로 게임보이 컬러의 카트리지 용량은 1MB였다. 휴대용 게임기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으로써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게임 애셋을 거의 참기름 짜내듯 압착해야만 하는 시절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음모보다는 굉장히 직관적인 스토리가 많았고, 점차 그런 세계관이 발전하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굳이 그런 썰을 푸는 이유는 간단하다. 메탈슈츠의 이야기도 그리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은퇴한 전쟁 영웅 케빈이 사악한 음모를 꾸미면서 여러 연구 자료를 강탈하고 사람들을 막 죽이고 다니던 골리다라는 외계 종족에 맞서서 싸운다는 얘기다. 그 이야기의 시작도 지극히 단순하다. 그들이 우주선을 폭격해서 애견 앤디를 죽였다, 이게 전부다.



아마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스토리를 보고 말이 되겠냐고 하겠지만,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개 한 마리 잘못 건드려서 풍비박산난 패밀리 그리고 그게 스노우볼이 되어서 터진 일련의 사태를 말이다. 그 이야기의 층위는 간단한데, 전개 과정에서 보여준 맛깔난 액션은 이미 전설처럼 남아버렸다.
메탈슈츠가 그만한 족적을 남길지는 아직 판단하기엔 시기상조겠지만, 적어도 그 특유의 템포와 많이 닮은 모습이다. 좀 갑갑하니 그냥 까놓고 얘기하자면, '존 윅'에서 키아누 리브스는 무한 탄창을 써대진 않는다. 탄이 빌 때쯤이면 주변에 있는 총기를 줍거나, 적을 CQC로 제압해놓고 총기를 빼앗아서 사용한다. 줄창 총만 쏴대면서 빠르게 슥슥 지나가는 액션이 아니라, 일종의 완급 조절 그리고 조금은 비현실적이지만 어쨌거나 비교적 현실적이라고 납득이 가는 그런 무언가를 배치해서 자신만의 액션 템포를 완성한 셈이다.
메탈슈츠의 전반적인 플레이 템포도 그런 느낌이다. 사이보그로 개조했다지만 평소의 케빈은 마계촌에서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 아서 같다. 즉 한 대만 맞아도 여지 없이 픽 쓰러진다. 이 때문에 업계 최고의 전설과 빗댄 게 다소 무례해보이겠지만, 수트를 장비한 케빈은 다르다. 록맨에서 스테이지 하나둘씩 클리어해서 이런저런 무기 얻었을 때 든든해지는 그런 걸 생각하면 쉽겠다. 중간중간 각종 수트를 지급받은 케빈은 골때리게 기습하는 골리다의 전투원들도 문제 없이 슥삭한다. 사실 벽타기 점프 같은 걸 원활히 하는 신체능력을 보건대 원래 스펙을 고스란히 구현했다면 적들을 연필 한 자루만으로 다 꿰뚫어버릴 기세인데, 이 부분은 게임적 허용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무기를 얻고, 마치 메탈슬러그 폭탄처럼 뻥뻥 필살기까지 터뜨리며 쾌조의 진격을 하는 것도 잠시다. 아마 좀 플레이하다 보면 유저들은 진작에 눈치를 챌 거다. 케빈이 수트를 얻고 난 뒤에는 무기를 뻥뻥 쓰거나 이동하는 만큼, 무기의 게이지 즉 HP까지도 같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말이다. 통상 횡스크롤 플랫포머 슈터는 체력과 무기의 게이지가 공유되지 않는데, '메탈슈츠'는 그걸 엮어버리는 선택을 했다. 이렇게 말만 들으면 뭐가 대수인가 싶지만, 그 사소함이 주는 차이는 상당했다.


일단 '메탈슈츠'는 수트를 장착하기 전까지 케빈은 뭐가 됐든 한 대만 맞으면 사망한다. 그러니 어떻게든 안정적으로 가려면 수트를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수트의 에너지를 소모해서 공격해야 한다. 그러다가 수트의 에너지가 바닥이 나면? 새로운 수트를 얻기 전까지 어떻게든 기본 무장으로 적에게 대처하면서 슈츠 보급까지 버텨야 한다. 일반 잡몹들이 나오는 스테이지 구간이면 어찌저찌 앞으로 돌파해서 보급 지점까지 가겠지만, 보스전에서는 자기 실력으로 보스의 파상공세를 피하면서 보급 시점까지 생존해야 한다. 그게 안 되면, 부활 기회는 딱 세 번뿐이다.
그간 고전적인 횡스크롤 플랫포머 슈팅에서는 끊임없이 총탄으로, 혹은 돈이나 크레딧이 허락하는 한 물량 공세로 밀어붙이는 게 가능했다. 그렇지만 '메탈슈츠'는 여기에 다소 제약을 두는 식으로 자신만의 색다른 템포를 구현했다. 어찌 됐던 그 스테이지 체크포인트를 활용하는 건 생명력 아이템을 그 스테이지 안에서 별도로 얻지 않는 한 딱 세 번까지만 주어지고, 그 안에서 뭐가 됐든 승부를 봐야 한다. 그리고 수트는 각양각색의 무기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적의 파상공세를 막아주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적의 공격을 막으면 에너지가 빨리 달아서 몇 번 공격 못하고 수트가 해제된다. 즉 최대한 피하면서 적을 공략하지만, 그걸로 못 끝냈을 때 후속 조치까지 생각해서 패턴을 신중하게 파악하는 능력까지 요구되는 셈이다.

그렇지만 난 미스터 윅이 아닌 걸
극한 상황에 연필 한 자루 주는 꼴인 무기 밸런스

횡스크롤 플랫포머 슈팅이 유저에게 주는 또다른 재미라면, 아마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각종 기괴한 컨셉의 무기들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고 쳐도, 현실에서 진짜 100% 완벽하게 들어가는 소형 유도 로켓이나 도탄이 100% 되는 런쳐가 나오긴 쉽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 상상력을 동원한 무기들을 빵빵 쏘면서 앞을 가로막는 적들을 소탕하는 그 손맛이 어찌 보면 이 장르에서 기대하는 포인트가 아닐까.
'메탈슈츠'는 그 문법만 놓고 보면 나무랄 곳이 없다. 마법소녀로 변해서 정의의 이름으로 너희를 용서하지 않는 드롭킥에 직사 그리고 사방으로 난사하는 마법 유탄을 발사하기도 하고, 선물을 가장한 곰돌이 폭탄을 마구잡이로 던져대거나 내 노래를 들으라면서 일렉트릭 기타로 적을 감전시키는 만행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갖가지 무기 중 하나가 달린 수트를 매번 랜덤하게 지급받으면서 앞길을 가로막는 외눈박이 외계인들을 싹 쓸어버리는 호쾌한 손맛이 '메탈슈츠'의 강점이다. 특히 패드를 연결하면 외계인을 쓸어버릴 때마다 화끈하게 진동이 오니, 고전의 풍미를 배가하는 16bit 스타일부터 하드락, 메탈 사운드와 어우러지면서 그 손맛이 배가 된다.

그렇지만 '수트'가 HP와 연결되어있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케빈이 전투를 원활히 이어가기 위해서 어떤 수트든 받아야 한다는 그 문법이 보스전에 가면서부터 조금씩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일반 잡몹은 어쨌거나 수트가 바닥이 나도 어찌저찌 피하면서 기본 딱총으로 제압할 수 있지만, 보스는 그 시간 동안 각종 패턴으로 유저를 차츰차츰 죄어온다. 수트가 벗겨진 순간에는 집중력이 조금만 흐트러져도 바로 죽고, 그게 세 번만 이어지면 바로 보스전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그나마 자비롭게도 보스전이 있는 구간 바로 앞에서 시작하긴 하지만, 보스전에 들어서면서 각종 수트의 유니크한 컨셉의 맹점이 조금씩 드러난다. 보스에 따라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무기와, 피해를 입히기 지극히 까다로운 무기가 확고히 나뉘었기 때문이다. 일례로 베어 밤은 일정 시간 뒤에 터지는 곰돌이 폭탄을 곡사로 쏘는 수트인데, 위에서 농성하는 적을 공략하기엔 좋았다. 그러나 탄속이 빠른 편도 아니고 곡사로 나가서 빠르게 이리저리 움직이는 대부분의 보스들에겐 맞지를 않는다. 잠깐 멈추는 타이밍을 예측해서 쏴야만 그나마 피해를 줄 수 있다.

그 곰돌이를 어찌저찌 벗겨냈다고 해도, 그 다음에 수트가 지급될 때까지 케빈은 완전히 무방비한 상태다. 한 번만 맞아도 죽는다. 기회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 보스의 파상공세를 어떻게든 한 대도 안 맞고 피해야 한다.
그게 이론상으로 완벽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메탈슈츠는 종종 불합리하게 보이는 요소들이 눈에 띈다. 일부 보스의 패턴은 눈에 보이기 전에 그 범위에 있는 것만으로 바로 피격되는 선판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차라는 말을 하기도 전에 뭐에 당했나 모르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수트를 입었다면 게이지가 깎이는 걸로 끝나지만, 그게 아니면 바로 라이프가 하나씩 차감되는 꼴 아닌가.

그럴 때는 당하기 전에 없애면 된다는 심플한 해답이 있지만, 앞서 말헀듯 '메탈슈츠'의 무기는 스테이지마다 매번 똑같이 나오는 구도가 아니다. 플레이에 따라 혹은 운에 따라 매번 다른 무기를 쓰게 되고, 그때그때 플레이 경험이 확 차이가 난다.
다르게 생각하면 매번 랜덤하게 돌파하는 로그라이크의 장점과 진행 상황이 저장되는 고전적 횡스크롤 플랫포머 슈팅의 강점이 혼재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로그라이크는 매번 랜덤하게 얻는 요소들을 어떻게든 성장시켜서 랜덤 변수에 최대한 적극적으로 대처하게끔 유도하는데, '메탈슈츠'는 그렇지는 않았다. 종종 히든 스테이지에 숨어있는 요소들을 수집해서 필살기 게이지를 비롯해 여러 유용한 아이템을 확보하지만, 그게 어느 궤도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체감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랜덤하게 변하는 템포가 타 게임에 비해서 굉장히 빠르다. 수트를 갈아입을 때마다 플레이 경험이 바뀌는데, 그에 맞춰서 매번 다르게 플레이할 준비가 되어야만 했다.
그 자체로 보면 게임의 특징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 몇몇 무기는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 대비 리턴이 굉장히 적어서 고른 퀄리티가 난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더군다나 앞서 말한 것처럼 몇몇 비합리적인 패턴까지 엉키다 보면, '매운맛'에 과하게 투자한 나머지 다른 맛과의 균형이 좀 틀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런 부분을 아예 극대화해서 수트가 적 공격 한 방에 벗겨지는 지옥 난이도까지 있으니, 정말로 컨트롤에 자신이 있다면 그 매운맛에 도전해보는 것도 이 게임의 재미를 만끽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살짝 변주된 횡스크롤 슈팅 클래식
고전적이고 직관적인, 그래서 보장된 재미

횡스크롤 플랫포머 슈팅은 이미 언급한 것처럼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장르고, 그만큼 매니아층도 두텁다. 그리고 도전을 반기는 유저들도 많고, 그들의 플레이가 유튜브나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서 다시금 널리 퍼져가고 있다.
'메탈슈츠'는 어찌 보면 그 궤적을 충실히 따라가는, 고전적인 횡스크롤 플랫포머 슈팅을 살짝 변주해낸 새로운 클래식이라 볼 수 있겠다. 시작하자마자 굉장히 직관적인 스토리에 척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게임 구조까지, 심플 이즈 베스트라는 고전적 문법에 충실하다. 여기에 수트의 탄 게이지와 HP를 연결하고 수트가 없을 때는 일정 시간만 버티면 랜덤한 수트를 지급한다는 룰을 추가한 것만으로도 색다른 느낌을 자아냈다. 탄을 다 쓴 뒤 재장전까지 어떻게든 농성하고, 이전까지와는 색다른 수단으로 다시 도전한다는 특유의 템포를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약간의 변주만으로 공격과 생존 강구의 템포가 확고히 구분된, 자신만의 특성을 확고히 보여준 셈이다.
물론 그 과정이 100% 매끄럽지만은 않았다. 그때그때 랜덤하게 주어진 무기로 쓸어버린다는 호쾌한 컨셉을 살리기엔 밸런스가 썩 맞지 않았고, 한 대도 안 맞고 버티기엔 일부 불합리한 패턴들이 눈에 밟히긴 한다. 손에 익지 않으면 매번 도전할 때마다 너무도 뻔한 대사들을 줄창 듣게 될 텐데, 그것도 거슬릴 여지가 있다. 그렇게 말할 시간에 몇 번 더 쐈다면 저 얄미운 보스를 확정킬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찌 보면 그런 불합리한 것을 극복하면서 적들을 때려눕히는 것이 진짜 영웅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고전에 나온 영웅들만 봐도 일반 사람들에겐 말도 안 되는 과제들을, 용기와 끈기 그리고 각종 도구를 활용한 지혜로 풀어낸 자들이니 말이다. 고전 게임의 느낌을 살린 도트 그래픽을 화끈하게 담아낸 것뿐만 아니라, 그런 쾌감에서도 '메탈슈츠'는 고전적인 문법을 색다르게 그리고 충실히 풀어낸 작품이 아닌가 싶다. 이런저런 복잡한 설명 없이, 바로 컨트롤러를 잡고 딱 해보면 바로 체감이 되지 않을까.
최근 복잡한 일에 치였다거나 혹은 컨트롤러를 잡는 감각을 다시 살려야 할 일이 있다면, 메탈슈츠는 하나의 대안이 되기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시원한 복수극에 걸맞는 직관적인 슈팅에 강렬한 사운드, 공격과 회피의 템포가 명확하고 차근차근 공략하는 맛이 있는 구성, 진동의 손맛에 수집품을 반복 도전해서 올콜렉하도록 지원하는 센스까지 기본기는 확실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