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여기까지. 어쨌거나 그런 도시전설은 누군가가 죽거나, 해코지 당하는 내용들이 동반된 경우가 많다. 과학적인 차원에서 보면 이런 도시전설이 피해자를 발생시킨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그렇게 단언해서야 지금 훑어볼 이 '도시전설 해체센터'가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우려가 있음에도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이 게임이 제목 그대로 '도시전설'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 내막을 파헤치는 서스펜스극이기 때문이다.
※ 본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장르명: 어드벤처, 비주얼노벨
출시일: 2025. 2. 13
리뷰판: 1.0.2버전개발사: 하카바분코
서비스: 슈에이샤 게임즈
플랫폼: PC, PS, Switch
플레이: PC
도시전설을 특정하고 해체한다
쉽고 강렬하게 전달되는 이야기의 힘

이 작품은 유령을 볼 수 있는 소녀, '천한빛'이 어느 날 괴이를 해결하는 '도시전설 해체센터'의 포스터를 보면서 시작된다.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센터로 간 천한빛은 얼떨결에 저주받은 의자를 파손하게 되고, 결국 이를 빌미로 천리안을 가졌지만 하반신 마비로 거동이 불편한 센터장 '빈차하'를 대신해 각종 사건을 조사하게 되는 것이 '도시전설 해체센터'의 주요 내용이다.
시놉시스만 들어서는 평이하지만, '도시전설 해체센터'는 처음 켜는 순간부터 눈이 갈 수밖에 없게끔 색을 잘 사용했다. 파란색 계열과 무채색 계열의 투 톤으로 구성된 게임 화면에 괴이와 관련된 부분만 빨갛게 대비되면서 처음부터 눈길을 강하게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얼핏 봐서는 단조로운 도트지만, 각 캐릭터의 특징이나 표정은 확실하게 담아낸 특유의 그래픽 스타일도 그렇게 색채 대비가 보이는 순간부터 점차 머리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게임의 전개 방식은 전형적인 포인트 앤 클릭으로, 각 사건마다 단서가 될 만한 것을 클릭해서 확인하고 이를 조합해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방식이다. 의뢰를 받고 출동하기 전 차량에서 관련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SNS의 소문을 먼저 파헤치고, 현장에 도착하면 천한빛이 염시로 단서를 찾고 탐문하면서 추리를 완성해나가는 것이 '도시전설 해체센터'의 전개다.
통상 추리극이 단서가 어느 정도 마련되면 곧장 결론이 나는 것과 달리, '도시전설 해체센터'는 '특정'과 '해체'라는 과정을 거친다. '특정'은 빈차하 센터장의 질문에 대답하고, 이를 토대로 빈차하 센터장이 해당 사건에 걸맞는 도시전설을 특정하는 과정이다. 이를 토대로 그 도시전설에 맞나 재조사, 차근차근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나가는 것이 '해체'의 결론이다.




공포 게임을 생각하거나 혹은 머리를 써야 하는 추리 게임을 생각했다면 이 부분에서 다소 실망스러울 여지가 있겠다. 공포스러운 연출이 없는 건 아니지만 공포보다는 도시전설을 토대로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이 핵심이고, 그런 추리극으로 보기에 '도시전설 해체센터'는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크게 두 페이즈로 차근차근히 진행될 뿐만 아니라, '염시'를 쓰면 색상의 뚜렷한 대비 때문에 증거를 놓칠래야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증거를 차근차근 조합해서 추론할 때 실수해도 빈차하 센터장이 태클을 걸어서 올바른 답으로 유도하는 만큼, 유저가 잘못된 결론을 도출해 의외의 사태가 터지는 해프닝도 없다.
그렇기에 오히려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추리라는 장르를 깊이 즐기지 않았던 유저들에게 적합한 느낌이었다. 플레이타임을 늘리기 위해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포인트 앤 클릭으로 찾게끔 유도하지 않았고, 메모를 몇 번이고 강박적으로 훑어보면서 허점을 찾는 수고 없이 오직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주얼노벨에 가까운 느낌이기에 아쉬울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은 SNS 검색까지 자료를 찾아보는 층위를 넓혀서 조금이나마 덜어냈다. 특히 SNS 검색에서는 우리나라에 맞춘 인터넷 밈도 상황에 맞춰 적용하는 등, 현지화에 심혈을 기울였기 때문에 어색함 없이 몰입해서 화면을 쭉 훑어볼 수 있었다.


맥거핀투성이라 드러나는 주제
그래서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 디자인

스토리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영역으로 놔두는 편이지만,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나 비주얼노벨류 게임은 좀 다르다. 결국 스토리를 보기 위해 접하는 장르인 만큼, 이 부분을 빼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시전설 해체센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중요한 단서는 너무도 확고하고 스타일리시하게 보여줬다. 그래서 반복적으로 훑어보다 전체적인 맥락을 까먹는 불상사를 방지했다. 이렇게 설계한 이유는 특정/해체 두 페이즈로 나눠지는 챕터의 전개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아닐까 싶었다.


다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게 이야기하자면, 등장인물들은 타로 카드 비슷하게 생긴 '일루미나 카드', 그리고 이와 엮인 것 같은 오컬트 단체 '사메지마'와 엮이게 된다. 그 연결고리가 처음부터 강렬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계속 이야기를 읽다가 첫 사건을 회상했을 때 여기에도 연결고리가 있었음을 바로 캐치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도시전설 해체센터'는 의도적으로 이야기에 필요한 떡밥들을 상당히 흩뿌려뒀다. 어떻게 보면 뻔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사건의 원흉을 차근차근 변명할 수 없을 정도로 옥죄는 쾌감을 빠르게 즐기는 형태로 변주한 셈이라고 할까. 그러다 갑자기 주제곡 'KIKIKAITAI'의 기묘한 비트가 들리면서 다소 충격적인 반전을 암시하는 식으로 긴장의 끈을 다시금 놓치 않게 한다.
그런 일련의 구조가 꽤나 짜임새가 있긴 하지만, 그 중간중간에 나오는 여러 '썰'은 대부분 없어도 그만인 것들이다. 도시전설에 대한 메모는 도감 채우듯 짜임새 있게 하나둘씩 쌓이지만, 그걸 굳이 훑어보지 않아도 빈차하가 주는 정보 그리고 염시로 찾아낸 단서만으로도 이야기는 풀린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왜 그걸 굳이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다. 아마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를 깊이 한 유저일수록, 이런 지점에서 실망감을 많이 느끼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점차 해체되는 이야기의 주제를 훑어보면, 왜 개발자가 이런 형태를 취했나 이해할 수 있었다. SNS에 떠도는 숱한 괴소문, 그리고 그 괴소문에 가려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계속 이어지지 않던가. 그때 드러나는 진실은, 어찌 보면 괴소문보다도 더 무섭고 가혹하다. 그 진실을 감추기 위한 측도, 그리고 그 진실을 파헤치는 측도 이를 직시하기 어려워 루머를 재생산하며 일종의 보호기재를 마련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할까. 앞서 추리극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보다는 추론극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일 것이다. 수도 없이 흩뿌려진 단서들을 보며 반쯤은 이미 다 파악한 내용이 맞는 대로 흘러가는지, 또 이를 통해 어떤 말을 전하고 싶었는지 음미하는 것이 '도시전설 해체센터'가 취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쉽게 도시전설 해체
포인트 앤 클릭 입문작으로 추천

'도시전설 해체센터'는 어림잡아 9시간 정도면 엔딩을 보게 된다. 그 9시간 동안, 게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단조롭다.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라고는 하지만, 앞서 말했듯 너무도 뚜렷한 색채의 대비 때문에 단서를 놓칠래야 놓칠 수도 없다. 이야기의 흐름도 일방적이라 선택지를 굳이 골라야 하는 구성이 의문이 들지도 모르겠다. 단서도 직관적으로 많이 뿌리기 때문에 추리만화나 소설의 짬이 좀 찬 유저라면 특정 이후에 조금 지나서 진실에 상당히 가까운 추리를 벌써부터 해낼 수도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자신의 추리가 맞아떨어지는 걸 즉각즉각 입증하면서 숨은 이야기를 파헤치는 재미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로 '도시전설 해체센터'는 하나의 사건 뒤에 '일루미나 카드'라는 연결고리로 이어지는 큰 사건이 암시가 초반부터 쭉 이어진 상태다. 궁극적인 진실을 해체하기 위해 뻔히 보였던 사건과 그 단서들을 훑어보면서 재추론하며 이야기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맛이 '도시전설 해체센터'의 어찌 보면 핵심 재미인 셈이다.

어쨌거나 이야기의 비중이 굉장히 높은, 비주얼 노벨에 가까운 작품이기 때문에 '도시전설 해체센터'를 누구에게나 과감하게 추천하기는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괴담이나 도시전설, 심리극이나 추리물을 굉장히 좋아해서 즐겁게 플레이했지만, '게임플레이'라는 측면이나 여러 측면을 훑어봤을 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공포 게임을 기대했다면, 그런 연출이 없진 않지만 그 비중이 상당히 낮아서 더욱 권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처, 비주얼노벨류 장르에 관심이 생겼지만 성취감이 바로 느껴지지 않아 고민이던 유저에게는 이 장르의 입문작으로 소개할 법하다. SNS에 떠도는 괴소문과 그로 인해 가려진 진실이라는, 누구에게나 공감이 가는 소재를 맛깔나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의 풀이와 해답을 꽤나 빠르게 맞춰볼 수 있는 직관적인 구조까지 더해졌으니, 라이트한 추리소설 읽는 감성으로 즐겨도 무난하다. 혹시라도 이 리뷰를 보고 구매할 사람에게 한 가지 팁을 주자면, 스팀덱이나 닌텐도 스위치로 즐기는 게 좋다. 복잡한 조작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자기 전에 괴담 한 편 보는 감성으로 보기에 적절하게끔 구성이 되어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