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밈처럼, '닌자'라는 소재는 이래저래 써먹기 좋은 소재다. 일본 시대극이나 소년만화는 물론이고, 사이버펑크 같은 SF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아니, 버블 시대 일본의 모습에서 영감을 받은 장르가 사이버펑크임을 생각하면 등장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일부 독자 제형들이라면 알겠지만 고사기에도 그렇게 적혀있다.
다소 붓다스러운 말법적 세기를 그려낸 인살어가 나오긴 했지만, 최초 공개 당시부터 '닌자일섬'은 그런 맥락이 떠오를 만큼 로망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었다. 레트로의 향수가 묻어나는 그래픽에 사이버펑크스러운 세계관에서 의수를 단 닌자가 악인을 일섬으로 베어넘기며 전진하는 호쾌함까지, 게이머라면 끌릴 요소들이 확실히 잡혔기 때문이다.

장르명: 플랫포머 액션
출시일: 2023.11.23(PC)/2025. 2. 20(스위치)
리뷰판: 1.3 버전개발사: 아스테로이드제이
서비스: CFK
플랫폼: PC, Switch
플레이: PC, Switch
120% 발휘한 닌자의 기동력
갈고리, 일섬, 멈추지 않는 닌자의 질주

'닌자일섬'은 1인 개발자 아스테로이드제이 장원선 대표가 개발 3년 만에 완성한 플랫포머 액션 게임이다. 이 말부터 나오는 이유는, 1인 개발의 특성상 볼륨이 크지 않다는 점을 미리 언급하기 위해서다. PC판이 출시된지 조금 시일이 지났으니 전체적인 규모를 이야기하자면, 총 9개의 챕터로 게임이 전개된다. 어느 정도 숙련된 횡스크롤 플랫폼 게이머라면 3시간 정도 걸릴 분량이다.
최근에는 플레이 타임도 구매할 때 고려하는 사항인 만큼, 그 점에서 '닌자일섬'은 약점이 확실하다. 그렇지만 양보다 질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닌자일섬은 그 짧은 시간 동안 고전 횡스크롤 플랫포머에서 기대할 액션을 꾹꾹 눌러담은 모습이었다.

플랫포머라는 장르는 말 그대로 플랫폼을 오가는 '이동'의 재미를 살려낸 장르다. 그렇게 말하니 달리고 점프하는 것이 어떤 재미가 있을까 싶겠다. 그럴 때는 떨어질 수도 있는 구간을 아슬아슬하게 잘 점프해서 넘어갈 때의 스릴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그 점프와 질주를 바탕으로 해서 사다리 타기, 로프 액션 등 다양한 시스템과 이를 활용해 극복하는 난관을 조합해 이동의 재미를 살린 것이 이 장르의 발전 과정이다.
그 맥락에서 '닌자일섬'은 다양한 시스템을 닌자라는 테마에 맞춰서 조화롭게 구현하고, 거침없이 돌파하는 맛까지 살린 작품이었다. 이단 점프와 벽타기로 온갖 장애물 사이사이에 놓인 발판과 벽을 차고 지나가는 클래식한 스릴에, '일섬'이나 갈고리를 사용한 텔레포트까지 더해서 이동의 폭을 한층 넓혔다. 그런 요소들을 하나하나 잘 타이밍 잡고 써야 하게끔 각종 트랩이 즐비하게 배치된 난관도 있지만, 그렇게 하드코어한 부분은 후반부나 올콜렉을 위해 수집품을 찾는 구간 위주로 배치했다. 그래서 보통은 실수를 해도 일섬이나 텔레포트, 혹은 특수 스킬로 커버해서 끊임없이 질주하는 '닌자'의 기분을 체감하게끔 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
일반 적은 화끈하게, 보스전은 차분하게

플랫포머에 '액션'도 더해져있고, '닌자'까지 소재로 삼았으니 전투가 어떨지도 관건일 것이다. 그 부분에서 '닌자일섬'은 제목 그대로 호쾌함을 극도로 끌어냈다. 한 번 번쩍할 때마다 적을 마치 짚단마냥 베어넘기는데, 최근 하드코어 액션 게임과는 다른 짜릿함이 있었다.
특히 플레이타임을 억지로 늘리기 위해서 종종 불합리한 패턴과 과한 적 배치, 점프스케어에 가까운 적들의 등장 같은 캡사이신을 붓지 않은 게 인상적이었다. 물론 100% 없다고 할 수는 없긴 했다. 그렇지만 그 부분도 주인공 '키바'가 전설적인 닌자에, 한조에게 받은 여러 사이버네틱 시술로 특수 능력까지 쓰다 보니 그에 맞춰 적에게 이점을 줬다고 해석할 수 있을 정도였다. 어지간한 탄환은 검을 대충 휘두르면 막아내고, 잘못 가시트랩에 점프해도 일섬과 갈고리 콤보를 하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초인에게 그 정도 페널티는 애교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한 번 베면 우수수 썰려나가는 하급 닌자나 일반 보안 로봇들과 달리 보스나 엘리트급은 좀 다르다. 신출귀몰하게 나타나면서 키바의 빈틈을 공략해 맹공을 퍼붓기 때문이다. 그 한 방 한 방이 상당히 아프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보스들 다수가 쉽게 공격하기 어려운 위치에서 공격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그간 속도감 있게 적을 베어 넘기던 것과는 템포가 판이하게 달라졌다. 보스의 맹공을 계속 피하고 피하면서, 갈고리와 점프 그리고 일섬까지 활용해 야금야금 높은 곳에 있는 보스의 피를 갉아먹는 전투가 전개되는 식이었다. 후반에는 보스 체력의 15%를 확정으로 깎는 '무'의 인술까지 쓸 수 있지만, 그때는 적 보스가 순간 이동으로 사라지거나 무적 판정인 기술이 있어 타이밍을 잘 잡고 딜하는 등 밸런스를 맞췄다.

짧아도 화끈한 닌자일섬
심플한 구조, 기록 경쟁에 최적화하다

적들을 일섬으로 소탕하며 베는 맛과 보스를 차분하게 공략하는 맛까지 완급을 잘 조율해냈지만, '닌자일섬'은 앞서 말했듯 분량이 상당히 짧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인상이 진하게 남도록 디자인을 잘 짜낸 것도 좋지만, 이왕 산 김에 더 오래도록 즐기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일 것이다.
닌자일섬은 이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극히 고전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오락실 게임에서 클리어 후 자신의 기록을 체크하고 남기는 것처럼, '닌자일섬'은 중간중간 자신의 점수와 기록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는 구간이 마련되어있다. 제한 시간 내로 몇 명을 처치하라 혹은 엘리트몹을 몇 마리 처치하라 등등, 이를 얼마나 빨리 잡아내느냐에 따라 랭크가 갈린다. 스테이지 또한 클리어할 때마다 콤보, 트라이 횟수에 따라 랭크가 매겨진다. 그리고 1회차 클리어 후에는 아예 스토리를 스킵, 스테이지를 쭉쭉 치고 달리는 '하드코어 모드'로 스피드런을 지원한다.
그냥 한 번 쭉 밀어보자 할 때는 크게 생각지는 않지만, 패턴을 한 번 알고 나면 빠르게 순회공연해서 기록을 경쟁하고 싶은 것이 사람 심리다. 실제로 유튜브에 고전 횡스크롤 플랫포머 액션은 물론 각종 액션 게임의 클리어타임 경쟁 영상들이 숱하게 올라오고, 그걸 참고하면서 도전하는 유저층도 상당하다. 이런 심리를 포착해서 사소해보이는 요소를 첨가, 다시 한 번 훑어보게끔 유도한 '닌자일섬'의 전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개발자 본인이 스스로 말한 것처럼, 시장에서 '1인 개발'이라는 키워드는 의미가 없다. 내막을 알고 유저들이 배려해줄 수는 있지만, 꼭 그래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저 결과물을 즐기고, 그것이 재미있나 없나를 판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시각에서 보아도 '닌자일섬'은 고전적인 그래픽과 이 게임만의 호쾌함 액션이 어우러져서 짧은 시간에도 맛이 우러난 작품이었다.
물론 레트로 사이버펑크풍 감성을 극도로 추구하다가 발판이나 벽, 함정이 종종 구분이 안 되는 그래픽적인 오류를 범하기도 하고, 볼륨 자체가 굉장히 짧다는 한계는 있었다. 그렇기에 복잡한 생각 없이 레트로 액션 게임 감성으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완성된 것이 '닌자일섬'이 아닌가 싶다. 특히 이번에 닌텐도 스위치로도 출시되니, '닌자일섬'으로 그 옛날 게임보이나 여러 휴대용 게임기로 즐기던 레트로 감성을 새롭게 느껴보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