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돌아보면, 정말로 게임 음악 관련 행사들이 많아졌다고 느낀다. 관현악 오케스트라부터 음악 페스티벌에 전국투어 콘서트에 콘서트장이 아닌, 지스타 현장에서도 음악회가 열릴 정도로 다양하고 많은 공연이 펼쳐졌다.
간헐적으로만 이뤄지고 드문드문 했던 게임 음악 공연이 다변화되고 확장되는 추세다. 과거에는 사실상 관현악 오케스트라가 주로 열렸지만 이제는 디제잉을 포함한 공연을 비롯해 밴드 공연까지 스펙트럼이 크게 늘어났다. 당연히 그에 맞춰서 게임속 OST도 일상에서 인용이 쉽게 될 정도로 훌륭한 분위기와 퀄리티를 보여주기도 했다.
과거의 게임 음악회, 공연 등은 팬 서비스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이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로는 '게임은 문화'라는 의미가 더 강조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2024년부터 지금까지 지켜본 게임 음악회들은 양상이 조금 더 달라진 모습이다.
이제 음악 공연은 하나의 팬 서비스에서 그치지 않고, 이제는 '팬덤'의 확장과 관리 차원이라는 한 층 더 나아간 브랜딩 전략으로 여겨진다. 더 나아가 음악회를 열 시간과 비용으로 게임 밸런스랑 운영이나 잘 다듬어라하고 조롱과 야유의 의미를 좀 더 담았던 유저들의 '음악회를 열다'라는 밈 조차도 의미가 희미해지며 오히려 칭찬하고 더 응원하는 게임사의 외부 행사의 하나로 자리를 굳혔다.


한 가지 더 긍정적인 면은 공연의 흐름과 구성도 과거보다 다양하고 성숙해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열렸던 블루아카이브의 공연은 수 시간 내내 다양한 메들리로 팬들과 신나게 춤을 추고, 음악을 즐기는 대중적인 콘서트 형태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말 긴 시간동안 진행되어 모두가 지칠만도 했지만 잠깐의 휴식 이후 다시 열광적인 팬들과 아티스트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며 음악에 취했다.
바로 얼마전에 열린 니케의 오케스트라 콘서트는, 긴 시간동안 팬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챕터별로 진행의 방식과 흐름을 보여줬다. 공연 도중에도 박수를 유도하거나 잠시 게임속 NPC들의 대화가 나오는 등 전통적으로 연주의 흐름을 이어나가는 '오케스트라'라기 보다는 대중적인 밴드의 공연 오케스트라와 합쳐진 인상적인 연출과 진행 방식을 보여줬다.
네오위즈는 디제이맥스의 디제잉과 공연이 어우러진 행사를 십수년만에 부활시켰고, 넥슨은 콘서트 홀이 아닌 '지스타'라는 게임 행사 현장에 오케스트라를 열면서 팬들이 잠시 추억속에 잠길 시간을 제공했다. 나아가 이제는 게임 음악회를 위한 PV가 제작되기도 하고, 점차 공연의 회수와 장소도 다양해졌다. 글로벌 게임사들의 콘서트에 비견해도 될 만큼 국내 개발사들의 공연도 더욱 성장했다.

이러한 큰 게임 행사를 참가한 팬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각인이라고 할 만큼 강렬한 '기억'을 남기는 것 같다. 게임을 하면서 했던 경험을 공감할 수 있는 군중들이 현실에서 모이는 것 자체가 즐거운 일이고, 여기에서 남는 기억은 즐거운 추억이자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된다.
그것이 때로는 공연일 수 있고, 지인이나 유명인 및 개발자들과의 만남일 수 있으며 의미있는 굿즈 판매가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역시 감정에 직접적으로 손길을 내미는 공연이야 말로 가장 으뜸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강렬하게 감정을 흔들고 전율을 일으킨 게임 콘서트는, 길이 길이 회자되기도 할 정도니까.
그렇기에 단순히 게임의 음악회는 팬덤의 확장과 케어의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게이머들에게는 좋은 추억을 남겨줄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게임에 더 애정을 가질 수 있다. 탄탄한 팬층은 개발자와 기획자로 더욱 게임 내외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도전하게 할 수 있는 강력한 기반이 된다.
벌써 국내에도 올 해만 세 차례 이상의 공연이 확정되어 있는 데다가, 앞으로도 더 추가될 수 있다고 본다. 이제는 게이머들에게 많이 각인되고 환영받는 게임 음악 행사가, 앞으로 더욱 발전하면서도 팬들에게 추억을 되새기는 게임 대표 행사로 더 견고하게 자리잡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