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최신작 '몬스터 헌터 와일즈(이하 몬헌 와일즈)'가 28일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몬헌 와일즈'는 단연 올해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게임이다. 더 게임 어워드 2023에서 최초 공개됐을 때부터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시선이 집중됐다. 작년 게임스컴에서는 출시 전임에도 최고의 엔터테이닝, 최고의 에픽, 최고의 PS 게임, 가장 기대되는 예고편 4개 부문에 수상하며, 4관왕의 영예를 차지했을 정도다.

현장에서의 열기 역시 뜨거웠다. 세계 최초로 시연 부스를 마련했다는 소식에 이른 시간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게임에 대한 정보가 어느 정도 풀린 상황에서도 이러한 관심은 그칠 줄을 몰랐다. 새로운 시스템부터 개선 사항, 어떤 몬스터가 참전하는지에 이르기까지 '몬헌 와일즈'에 대한 정보가 추가로 공개될 때마다 전 세계 커뮤니티가 들썩였다.

다만 일말의 우려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기대가 큰 상황. 그야말로 '역대급' 몬헌임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몬헌 와일즈'는 그러한 기대를 멋지게 충족시켰다. 몬헌 월드와 아본, 라이즈와 선브에 이르기까지 그간의 노하우와 정수를 집대성한 타이틀임을 말이다.

리뷰 엠바고로 인해 공개할 수 있는 내용이 제한된 점 양해바랍니다

게임명: 몬스터 헌터 와일즈
장르명: 헌팅 액션
출시일: 2025. 2. 28
리뷰판: 사전 리뷰 빌드 버전
개발사: 캡콤
서비스: 캡콤
플랫폼: PC, PS5, XSX|S
플레이: PC


월드 X 라이즈 = 와일즈
묵직함과 호쾌함 둘 다 잡은 역대급 헌팅 액션

몬헌 시리즈, 그 시작을 알린 1편이 출시된 지 벌써 21년이 지났다. 지난 21년간 몬헌 시리즈는 변화와 발전을 거듭해 왔다. 초기에는 무기가 추가되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냥의 방식을 바꾸는 형태의 변화가 생기기도 했다. 몬헌 트라이에서는 수중전이, 몬헌4에는 단차 액션이 추가되는 식이었다. 그랬던 몬헌 시리즈는 크로스에서 수렵 스타일과 수렵 기술이라는 요소를 추가하는 식으로 해서 대대적인 변화를 선보였다.


모든 유저가 반긴 건 아니었다. 강력하고 화려한 수렵 기술은 분명 사냥의 재미를 배가시켜 주는 요소가 되기도 했지만, 기존의 몬헌 시리즈가 추구했던 방향성과는 사뭇 다른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면에서는 고착화된 헌팅 액션의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확장해 준다는 점에서 대체로 호평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변화를 선보였던 건 역시 몬헌 월드였다. 역대 최고 수준의 그래픽과 연출을 선보였을 뿐 아니라 더욱 정교해진 생태계, 심리스 필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대대적인 변화를 선보이면서 시리즈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몬헌 라이즈에서 꽃을 피웠다. 몬헌 월드를 기반으로 하는 한편, 벌레철사 기술을 통해 크로스의 수렵 기술의 계보를 잇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강대한 몬스터를 잡아서 소재를 모으고 더 좋은 장비를 만들어서 더 강한 몬스터에 도전한다는 핵심 명제 아래 그 수단이 될 헌팅 액션에는 항상 변화를 선보였다는 의미다. 최신작인 '몬헌 와일즈' 역시 마찬가지다. 얼핏 보기에 '몬헌 와일즈'는 묵직한 액션을 선보였던 몬헌 월드의 계승작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군데군데 몬헌 라이즈가 선보였던 경쾌한 액션이 녹아든 걸 볼 수 있다.

▲ 건랜스는 전건협의 노력 끝에 마침내 진짜 최강 무기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몬헌 와일즈'의 기본적인 조작법은 몬헌 월드에 좀 더 가깝다. 수렵 기술이나 벌레철사 기술처럼 별도의 기술을 쓰는 그런 건 아니다. 대신 모든 장비에 새로운 액션과 모션이 추가된 형태다. 굳이 말하자면 몬헌 월드보다는 호쾌하지만, 몬헌 라이즈보다는 묵직한 딱 중간에 가까운 액션과 연출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상반된다고 할 수 있는 묵직한 액션과 호쾌한 액션 각각의 균형을 절묘하게 잡은 느낌이다.

액션의 가짓수가 늘어났다는 건 단순히 액션이 화려했다는 것만 의미하는 게 아니다. 다소 손이 복잡해지는 요소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늘어났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수단이 많아진 것과 이를 쓸 수 있는 건 별개이긴 하다. 아무리 많이 넣어봤자 제대로 쓸 수 없다면 아무런 쓸모도 없다. '몬헌 와일즈'는 모션이 부드럽게 연계되도록 개선하는 동시에 일부 액션의 후딜을 대폭 줄임으로써 이를 해결했다. 조작감을 개선함으로써 몬헌 시리즈의 태생적인 진입장벽이라고 할 수 있는 답답함을 최대한 해결하고자 한 모습이다.

▲ 멋이라는 게 폭발하는 태도. 여전한 성능에 이번에도 많은 유저들이 쓸 것으로 보인다

무기에 따라 변화가 적은 것도 있지만, 태도와 건랜스, 조충곤처럼 눈에 띌 정도로 바뀐 액션이 바뀐 무기도 있다. 건랜스의 경우 새로운 모션들이 추가됐지만, 기존의 조작법을 그대로 따르는 만큼, 크게 불편하진 않았다. 오히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격 후 빠르게 가드를 올릴 수 있게 됐다든지 해서 체감상 쾌적하게 느껴진 경우가 더 많았다.

태도의 경우 가장 큰 변화를 보여준 무기 중 하나다. 기본 모션이 일부 바뀐 것에 더해 연기 게이지를 빨간색 단계까지 모을 경우 기본 공격 모션이 적인베기로 바뀌거나 투구깨기에 연계되는 연기 해방 무쌍베기 등 안 그래도 멋과 성능, 연출까지 최상위 무기로 꼽히던 게 더욱 멋들어지게, 더욱 강력하게 바뀌었다. 조충곤 역시 마찬가지다. 새롭게 추가된 모션 덕분에 안 그래도 재미있던 헌팅이 더욱 맛깔나게 변했다.

▲ 손가락을 희생하고 멋과 성능을 얻은 조충곤

다만 조충곤에 대해서는 다소 아쉬움도 있었다. 추가된 모션에 대한 것으로, 컨트롤러로 할 경우 여러모로 불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오죽하면 OBT에서는 그에 대한 대안으로 컨트롤러와 마우스를 함께 쓰는 조충곤만의 조작법이 등장했을 정도였으니 단순히 유저가 자신의 손에 맞게 키 세팅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넘어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새로운 모션들이 사냥의 재미를 배가시키고 연출적인 측면에서 화려함을 담당한다면 집중모드는 범용적인 기능으로 조작감을 개선함으로써 진입장벽을 한껏 낮춰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대검이나 건랜스를 주로 쓰는 유저라면 아마 아슬아슬하게 각도가 맞지 않아서 공격이 빗나가거나 몬스터가 옆이나 뒤로 넘어가서 허탕을 치는 경우가 더러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몬헌 와일즈'에서는 집중모드로 인해 그런 아쉬움이 이제는 거의 발생하지 않게 됐다.

▲ 집중모드 덕분에 축맞춤이 중요했던 건랜스의 조작 난이도가 크게 줄어들었다

▲ 건랜스의 용격포를 쏠 때도 어지간해서는 빗나갈 일이 없게 됐다 거리 때문에 빗나간 건 비밀

집중모드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들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검의 강모아베기나 건랜스의 용격포를 쓸 때도 거의 180도 가깝게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어지간해서는 공격이 빗나갈 일이 없게 됐다. 단순히 대검과 건랜스만 좋아진 게 아니다. 다른 무기들도 마찬가지로 랜스의 경우 공격할 때 앞으로 전진하는 경우가 많은데 방향으로 90도 꺾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좀 더 입체적인 행동이 가능해졌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집중모드가 추가됨으로써 컨트롤러 유저의 경우 손가락이 전에 없이 바빠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타겟팅과 달리 집중모드는 캐릭터가 바라보는 방향으로 고정되기에 유저가 일일이 오른쪽 스틱으로 카메라(시야)를 움직여야 한다.

문제는 공격 버튼 역시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기에 집중모드를 쓰면서 카메라를 움직이고 몬스터를 공격한다는 건 오른손만으로 하기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 주로 쓰는 무기가 조충곤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엄지로는 카메라를 조작하고 검지로는 공격하는 식의 새로운 몬헌잡기가 나올 것으로 여겨졌다.

▲ 제대로만 맞추면 큰 위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조충곤의 경우 진액까지 채취해 온다

집중모드에 연계되는 새로운 공격 방식이 추가된 점 역시 눈여겨볼 부분이다. 집중 약점 공격(이하 집약공)이라고 해서 몬헌 아본의 상처, 클러치 클로 시스템을 계승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몬스터를 공격하다 보면 상처가 생기는데 해당 부위를 집약공으로 정확히 맞추면 상처를 터트리고 큰 대미지를 입힐 수 있다. 몬헌 아본의 클러치 클로가 무기와는 별개의 요소에 가까웠다면 집약공은 무기별로 고유한 모션을 넣음으로써 일종의 연속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몬스터의 상태(상처)를 고려하는 식으로 사냥의 형태를 좀 더 확장한 모습이다.

힘 겨루기와 상쇄 역시 긍정적인 변화다. 몬스터의 공격을 여러 번 가드하면 힘 겨루기에 들어가는데 공격 버튼을 연타해 힘 겨루기에 성공할 경우 몬스터를 밀어내고 자세를 무너뜨려 추가 공격 기회를 만들 수 있다. 랜스처럼 카운터가 핵심인 일부 무기를 제외하면 가드가 가능하다고 해도 소위 딜로스를 이유로 가드보다는 회피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아쉬움을 해소하는 요소로 여겨졌다.

▲ 회피나 카운터 대비 다소 애매했던 가드의 위상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쇄도 마찬가지로 태도와 랜스, 슬래시액스 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카운터를 좀 더 많은 무기가 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카운터와 마찬가지로 모든 무기가 가능한 건 아니지만, 몬스터의 특정 패턴에 맞춰서 상쇄용 모션(대검의 상쇄 베어올리기)을 쓰면 대경직과 함께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카운터와 달리 특정 패턴에서 특정 모션을 써야만 상쇄가 발동하기에 쓰기 쉽지는 않지만, 일종의 필살기 느낌으로 역대급의 손맛을 선사한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편의성과 관련된 요소로 서브 무기를 추가로 들고 다닐 수 있게 된 것도 놓칠 수 없다. 츠지모토 료조 PD처럼 하나의 무기만 고집하는 유저가 있는가 하면 기분에 따라 혹은 몬스터에 따라 다양한 무기를 바꿔가면서 쓰는 유저도 꽤 많다. 문제는 언제든지 이걸 바꿔 쓸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무기를 바꾸기 위해선 캠프로 돌아갈 필요가 있었다.

그랬던 게 '몬헌 와일즈'에서는 서브 무기를 세크레트가 들고 다닐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전투 중 언제라도 무기를 바꿀 수 있도록 만들었다. 무기를 조합하는 재미가 늘어났음은 말할 것도 없다. 서브 무기로 수렵피리를 들고 다니면서 자체 버프를 건 후 메인 무기를 쓴다든가 메인 무기로는 공속이 빠른 무기를 쓰다가도 몬스터가 잠들거나 하면 대검이나 건랜스로 바꾸고 수면참이나 용격포로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식의 전략을 펼치는 것도 가능했다.

▲ 플레이어의 행동을 보고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모습. 어지간한 유저 못지않다

서포트 헌터는 몬헌 선브의 맹우 시스템을 계승한 시스템이다. 사냥을 나서기 전 거점에서 함께할 동료를 선택하는 맹우 시스템과 달리 구조신호를 보내 호출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 기본적인 건 거의 같다. 알아서 상처도 잘 내고 플레이어가 위험하면 생명의 가루를 쓰거나 회복탄을 써서 치료해 줄 뿐 아니라 잠든 몬스터의 머리맡에 나무통폭탄을 설치하면 재깍재깍 와서 머리맡에 폭탄을 설치하는 등 어지간한 유저 못지않은 범용성을 지닌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월드의 광활함을 뛰어넘은 거대함
역대 최대 규모의 필드, 더욱 정교해진 생태계


필드의 경우 몬헌 월드, 라이즈의 오픈필드에서 더 나아가 세미 오픈월드의 형태로 변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이다. 몬헌 월드 역시 상당히 거대했지만, '몬헌 와일즈'의 필드는 단순 넓이만으로도 2배 이상은 되어 보인다. 보통 하나의 지역이 두세 개의 계층으로 구분된 걸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그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규모도 규모지만, 더 큰 변화는 따로 있다. 거점과 필드의 구분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전작들에서는 필드에 나서기 위해선 어떤 식으로든 퀘스트를 수주할 필요가 있었지만, '몬헌 와일즈'에서는 그냥 거점을 떠나면 될 뿐이다. 사냥이라는 행위 자체가 좀 더 밀접하게 다가온 느낌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당연히 플레이 양상도 전작들과는 사뭇 다르다.


거점에서 퀘스트를 수주하고 필드에서 몬스터를 사냥한 후 다시 거점으로 돌아와야 했던 전작들과 달리 '몬헌 와일즈'는 필드에서 바로 퀘스트를 수주하고 사냥을 이어 나가는 것도 가능하다. 장비를 만들기 위해선 거점에 들를 필요가 있긴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거의 무제한으로 사냥과 퀘스트를 이어 나갈 수 있게 바뀐 셈이다.

거점의 역할이 다소 줄어들면서 요리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작들에서는 거점이나 필드의 캠프에서 돈을 내거나 조사 포인트 등을 써서 자유롭게 요리를 주문할 수 있었는데 '몬헌 와일즈'에서는 직접 만들어야 한다. 그 자체로는 딱히 번거로울 것도 없지만, 문제는 재료다. 요리에 쓰이는 식재료나 추가 식재료는 유저가 직접 모아야 하는데 그냥 주문만 하면 끝인 전작들과 비교하면 다소 번거롭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렇게만 놓고 보면 단점이 더 큰 것 같지만, 장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휴대 화로를 꺼내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식사하는 걸 깜빡했다고 해서 다시 캠프로 돌아갈 필요가 없게 된 셈이다. 여기에 더해 퀘스트가 끝나면 버프가 사라졌던 기존의 식사와 달리 일정 시간 계속 유지되도록 바뀌었다. 다소 번거롭지만, 그만큼 이점 역시 크게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몬헌 월드에서 목표로 했던 정교한 생태계를 구현한다는 당면의 목표는 '몬헌 와일즈'에서 얼추 이루어진 모습이다. 전작들에서는 몬스터를 사냥하면 그냥 사라질 뿐이었지만, '몬헌 와일즈'에서는 좀 더 현실감 있게 변했다. 몬스터를 사냥하면 장송벌레라고 해서 시체를 먹는 환경생물이 다가와 먹이를 먹는데 여기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부패한 사체로 변하거나 일부 시체에 동용하초라는 특산품이 자란다. 최종적으로는 아예 썩어서 사라지거나 일부가 뼈무덤으로 변하는 걸 볼 수 있는데 생태계를 구현하고 표현하는 데도 꽤나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 장송벌레가 뜯어 먹은 시체는 시간이 지나면 부패하고 동용하초가 피기도 하며

▲ 최종적으로는 썩어서 사라지거나 일부가 뼈무덤으로 변한다

세미 오픈월드 형태로 변하면서 캠프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작들에서는 정해진 위치에 캠프를 설치하면 이후 영구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몬헌 와일즈'의 간이 캠프는 명칭대로 임시에 가깝다. 기존의 캠프와 다른 점이라면 설치 장소에 따라서 몬스터들에게 습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외진 곳은 대체로 안전지대로 기존 캠프처럼 쓸 수 있지만, 대형 몬스터의 출몰지와 가까운 위험지대는 들키면 파손되기도 한다. 캠프로 빠른 이동을 하기 위해선 수리를 완료할 때까지 일정 시간이 지나거나 조사 포인트를 써서 고쳐야 한다.

여기까지만 설명하면 부서질 수도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크게 다를 것 없어 보이지만, 설치할 수 있는 캠프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데에서 큰 차이가 있다. 전작들에서는 캠프를 설치할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설치하면 끝이었지만, '몬헌 와일즈'에서는 몬스터가 파괴할 수도 있고 경계의 모래 평원, 주홍빛 숲 등 지역별로 최대 4개까지만 설치할 수 있기에 전략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사냥을 주로 한다면 대형 몬스터가 자주 출몰하는 장소 근처에, 특정 재료를 꾸준히 채집하고자 한다면 그 근처에 적당한 장소를 찾아 설치하는 식이다.

▲ 적당한 장소를 찾아서 간이 캠프를 설치하면 아이루들이 날아와서 순식간에 캠프를 만들어준다

▲ 사냥에 용이한 장소는 대체로 위험한 편이니 주의하자. 자칫 잘못하면 정비 중에 습격을 받을 수도 있다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반면, 설치할 수 있는 캠프가 늘기는커녕 줄었다는 건 여러모로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체감상으로는 그러한 불편함이 크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세크레트를 통해 이동의 편의성을 꾀한 것부터 필드 곳곳에 놓인 채집 포인트에 이르기까지 필드를 돌아다니는 것만으로도 나름의 이득을 얻도록 했기 때문이다.

게임에 한층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가 된 점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영역일 수도 있으나 개인적으로는 플레이어인 헌터 역시 '몬헌 와일즈'가 구축한 역동적인 생태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자연스레 게임에 몰입하도록 도와줬다.


과묵한 주인공은 가라
우리 헌터가 이제는 말도 해요


몬헌 시리즈는 전형적인 루돌로지(Ludology)에 가깝다. 서사보다는 게임 플레이에 방점을 둔 게임이라는 의미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도 많은 유저들이 몬헌을 하는 이유에 대해 몬스터를 사냥하는 재미, 성장하는 재미로 하는 게임이라고 말할 정도이니 그런 유저들에게 있어서 몬헌 시리즈의 스토리, 서사라는 건 있으면 좋고, 없어도 딱히 나쁠 것 없는 그런 요소로 취급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몬헌 시리즈가 아예 서사에 손을 놓고 있던 건 아니었다. 시리즈를 거듭해 나가면서 조금씩이지만 서사에 살을 붙여나갔고 그 결과, 몬헌 월드와 라이즈에 이르러선 제법 준수한 서사를 보여주기에 이르렀다.

앞서 역대급 헌팅 액션이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로 '몬헌 와일즈'는 서사마저도 그야말로 역대급이라고 할만하다. 다만 이 자리에서는 스토리에 대해서 깊은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 서사라는 게 지극히 주관적인 영역이라는 것과 그 변화를 직접 게임을 통해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럼에도 굳이 한마디를 남기자면, 기본적인 서사부터 연출, 스토리텔링에 이르기까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 스토리텔링에 대한 부분이다. 지금까지 몬헌 시리즈의 스토리텔링은 단조로운 편이었다. 대부분은 모종의 사건이 발생하고 주인공 헌터가 나서서 그 원인이 되는 몬스터를 토벌하다가 숨겨진 진짜 원인이 되는 몬스터를 발견하고 최종적으로 토벌함으로써 대재앙이 될 법한 사건을 막아내는 식으로 흘러갔다. 이는 혁신을 이루었다고 평가받는 몬헌 월드와 라이즈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나마 몬헌 월드와 라이즈에서 컷신을 비롯해 연출을 강화함으로써 서사에 좀 더 힘들 싣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스토리텔링 자체는 기존 시리즈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나마 몬헌 라이즈에 이르러서는 주인공 헌터를 중심에 내세움으로써 좀 더 서사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으나 캐릭터성 자체는 기존의 주인공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못내 아쉬움이 남았다.

▲ 주인공 헌터가 말하는 걸 보노라면 감회가 새로울 정도다

그랬던 캐릭터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단연 과묵한 주인공에서 벗어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직전까지만 해도 NPC들이 뭘 부탁하면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던 헌터가 '몬헌 와일즈'에서는 대화를 하고 주도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몬스터를 사냥하는 기계(?)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주인공으로 등극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스토리텔링에도 변화가 생겼음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까지는 주인공 헌터가 마치 이야기에 끌려가는 듯한 모습이었다면 이제는 앞장서서 이야기를 견인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사소하다면 사소한 변화지만, 플레이어가 캐릭터에 이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사에 한층 힘이 실렸음을 알 수 있다.

▲ 만능 해결꾼에서 제대로 된 주인공으로 등극한 느낌이다


몬헌 시리즈 정수의 집대성
시리즈의 새로운 기준점이자 이정표가 될 타이틀


게임이 받을 수 있는 찬사가 가운데 최고의 찬사는 어떤 게 있을까. GOTY급 게임? 누구나가 인정할 만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극찬인 건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평론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있는 만큼 살짝 아쉬운 부분도 존재한다. 한 편의 영화 같은 게임이라는 평가도 비슷하다. 내러톨로지(Narratology)에 초점을 맞춘 게임의 경우 서사가 중요한 만큼, 극찬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게임도 많기에 이 역시 애매하다.

개인적으로는 수십, 수백 시간을 해도 질리지 않고 여전히 재미있다는 평가야말로 게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찬사라고 생각한다. 당연하게도 '몬헌 와일즈'는 그런 찬사를 받기에 손색없는 게임이다. 장비를 만들기 위해 같은 몬스터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사냥하거나, '장식주 하나만 나오면 원하는 세팅이 완성되는데' 하며 소위 노가다를 해도 지루함보다는 기대감이 더 크니, 이보다 매력적인 게임을 찾기 힘들 정도다.

▲ 심지어 2기단 당했던 무기들도 젬마의 노력(?)으로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쉬움이 있다면 껑충 뛴 사양 정도뿐이다. 몬헌 월드 이후 햇수로만 7년, 라이즈 이후 4년 만의 신작인 만큼, 사양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건 이해가 된다. 이해할 수 없는 건 사양 대비 비주얼 퀄리티가 그렇게까지 올라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몬헌 라이즈는 애초에 스위치를 기반으로 한 게임이니 넘어가더라도 체감상 몬헌 월드보다 월등히 뛰어난 비주얼을 보여주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래픽이 퇴보했다든가 하는 그런 얘기가 아니다. 캐릭터 모델링이나 모션 등은 분명 개선되었지만, 문제는 사양에 비해 그 향상이 잘 체감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나마 OBT 버전과 비교했을 때 최적화가 눈에 띄게 좋아진 점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만하다. 여전히 높은 사양을 자랑하지만, 그래도 유저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내려왔다.

▲ 게임을 한지 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텍스처 로딩이 끝난 상태의 텍스처

그러나 텍스처 문제는 여전히 심각했다. 높음 프리셋으로 플레이했음에도 일부 배경 텍스처는 웬만한 게임의 최저 옵션보다도 못한 수준이었기에, 이를 단순히 체감의 문제로 넘기기 어려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모든 텍스처가 그런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배경에서만 두드러지는 만큼, 시시때때로 눈에 밟히거나 하지는 않았다. 텍스처 로딩에 문제가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동안 최적화에 공을 많이 들였던 캡콤이었던 만큼 아쉬움이 남았다.

이러한 약간의 아쉬움을 제외하면, '몬헌 와일즈'는 단연 역대 최고의 몬헌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게임이다. 단순한 최신작을 넘어, 21년간 이어진 몬헌 시리즈의 정수가 녹아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할 말은 없다. 아직 예약구매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 예약구매를 하고, 이미 했다면 남은 일들을 정리하며 출시를 기다리자. 역대 최고의 사냥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 사냥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