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 제품에 25%, 중국에는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관세 조치를 결국 집행했습니다. 지난 4일 자정부터 발효됐던 이번 관세 조치는 전세계적인 관세 전쟁의 시작으로도 불렸습니다.
상대적인 관세 차이로 미국이 손해를 본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지만, 모든 부분에서 명확한 근거를 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오락가락하는 시책 사이에서 미국 내 상품 소비자 가격 급등 역시 우려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가격을 기준으로 하는 글로벌 상품의 경우, 미국 내 가격 상승에 따라 해외 가격도 함께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있고요. 실제로도 발효 이후에도 품목별 유예가 적용되기도 하고 보복 관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변화에 다루는 곳은 적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당연하게도 비디오 게임의 가격 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전부터 꾸준히 언급됐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관세 정책이 집행되면서 가격 인상에 대한 연구 역시 더 심도 있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게이머에게 미칠 변화는 어떻게 예상해볼 수 있을까요?
메이드 인 차이나는 더 내야
1 지금도 비싼 게임기, 더 비싸질까
새로운 관세 조치로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는 부분은 중국과 멕시코에서 생산되는 물리 부문입니다. 비디오 게임에서 본다면 게임 기기(콘솔)와 디스크일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관세 상승의 효과는 무역 적자 감소와 국내 산업 보호입니다. 특히 궁극적으로 상품 공급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데 목표를 두고 있죠. 콘솔의 생산 시설을 미국으로 옮긴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생산을 담당할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고, 2차 산업의 핵심인 제조업의 부흥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조업은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산업인 동시에 수출 경쟁력 강화와도 이어집니다. 나아가 무역 수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테고요. 실질적인 부분과 수치적인 부분 모두 강조하고 싶은 트럼프 행정부가 바라는 내용입니다.

문제는 주요 기업이 생산 본거지를 미국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겁니다. 미국의 시간당 임금은 약 30달러로, 약 6달러 정도인 중국보다 훨씬 높습니다. 여기에 공장을 새로 이전하는 데 드는 토지, 건설비, 제조 장비 구매와 설치 등 초기 자본 투자 역시 필요하죠.
현대 제조업에서의 공급망 구성 역시 미국 내 생산 기지 건설을 어렵게 합니다. 콘솔 기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부품을 미국 내 생산으로 돌리려면 지금까지 구축한 글로벌 공급망을 미국 중심으로 완전히 재구성해야 하죠. 새로운 설비 구축이나 임금 상승보다 글로벌 공급망 구성이 단기간에 미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기기 어렵게 만드는 더큰 이유로 꼽히기도 합니다. 오히려 생산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요.
대표적인 예가 닌텐도입니다. 닌텐도는 콘솔 제작의 새로운 옵션을 모색하고 있다며 일찌감치 닌텐도 스위치 생산 기지 일부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IndexBox 등의 조사 기관은 중국이 여전히 전 세계 콘솔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혔습니다. 닌텐도 스위치2의 다양한 부품이 중국에서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루머가 꾸준히 돌기도 했습니다.
콘솔의 경우 소프트웨어 판매를 위한 기반 하드웨어로 비교적 낮은 마진의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관세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이 실제 소비자 가격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입니다. 글로벌 전자 박람회 CES를 주최하는 소비자 기술 협회(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는 1월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게임 콘솔의 미국 내 소비자 가격이 40~58%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게임을 구동하는 또 다른 기기인 노트북과 태블릿도 46~68%, 스마트폰 가격도 26~37%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죠.
이에 400달러 가격표가 여러 차례 유출된 닌텐도 스위치2의 경우 500달러에, 700달러의 플레이스테이션5 프로의 가격은 900~1,000달러로까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조사에 따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게이밍 기기로 주목받고 있는 UMPC 역시 상승 기기에 포함되고 있고요. 트럼프 행정부 1기에 관세 적용을 예상했던 전문 조사업체는 콘솔 가격이 18.8% 인상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관세 조치가 더 공격적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콘솔 가격에 영향도 더 커진 셈입니다.
디스크 생산, 굳이?
2 중국-멕시코發 디스크 줄이나
중국만큼이나 미국 비디오 게임 산업에 영향을 줄 지역은 바로 멕시코입니다. 의외일 수도 있지만, 콘솔 생산의 경우 중국의 비중이 높은 것과 달리 미국 내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리테일(실물 패키지) 디스크는 멕시코에서도 많은 수가 제작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비교적 오래된 자료이지만, 미국 내 리테일 디스크 판매 비중은 2020년 대 20~30% 수준으로 추정된 바 있습니다. 특히 이런 수치는 디지털 다운로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시기의 발표였습니다. 일각에서는 2025년 리테일 디스크 판매 비중이 전체 판매량의 10~20%까지 떨어졌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특히 미국은 리테일 판매 가격이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시장 중 하나입니다. 비슷하게 콘텐츠 시장이 강한 일본과 독일과 비교해도 콘솔 기반 문화가 더욱 강한 데다 여전히 게임스톱, 월마트 등 리테일 구매처가 지역 내 많이, 또 깊숙하게 자리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럼에도 확실히 시장이 줄어들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 겁니다.
결국, 관세 상승으로 인한 리테일 디스크 판매에 대한 가격 상승은 근본적으로 디스크 판매 자체에 대한 시장성 약화로 이어지게 됩니다. 이미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는 시장에서 굳이 실물 디스크를 팔 이유가 없다는 거죠. 오프라인 게임 판매 매장에서도 실물 패키지 안에 디스크나 카트리지 대신 디지털 코드만 담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판매 방식이 더욱 늘어날 거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사실 게임 디스는 게임이라는 저작물의 내용을 이용자가 소유할 수 있지만, 디지털 마켓을 통한 게임 구매는 다운로드나 이용 대여 권한에 가깝습니다. 마켓이 사라지거나 수익성이 떨어져 운영이 중단된다면 이용자가 구매한 게임을 새롭게 다운로드하는 등 접근 기회가 사라지게 되는 겁니다.
글로벌 기준은 미국
3 미국 가격 인상이 곧 글로벌 가격 인상
미국은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는 나라이자 실물 디스크 판매 비중이 높은 국가입니다. 닌텐도가 높은 시장 지배력을 가진 일본 정도가 닌텐도 스위치 카트리지 판매량 비중이 높은데, 닌텐도 역시 실물보다는 디스크 판매량 증가가 수년 사이 증가한 게 눈에 띌 정도입니다.
결국 수요가 입증된 미국의 디스크 판매량 감소는 전 세계적인 실물 게임 시장의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말한 콘솔 게임 가격, 실물 디스크 가격의 인상은 미국 소비자 가격의 인상을 이야기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결국 그게 전 세계 시장의 변화를 그리고, 나아가 게임 시장의 전체적인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그 근거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간 게임 시장에서는 대형 게임 개발에 들어가는 제작비의 꾸준한 인상 대비 게임 가격의 인상 폭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데 불만을 드러내왔습니다. 실제로 임금 인상과 기술 투자에 대한 비용 상승은 높았지만, 근래 게임 인상은 풀프라이스 기준 70달러 수준에 그쳤으니까요.
물론 이러한 인상에 시장에서 반대하는 이유도 분명했습니다. 실물 게임은 카트리지에서 물리 디스크로 바뀌고 데이터의 입력이 비교적 자유로워지면서 실질적인 생산의 난이도는 낮아졌습니다. 또 디지털 마켓이 활성화되면서 제작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고요. 여기에 DLC, 부분 유료화 상품의 판매 등으로 기본 게임의 가치가 낮아지기도 했습니다. 불필요한 기술 경쟁과 마켓의 횡포 등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부분에서의 제작비 감축 노력을 할 수도 있다고 비판할 수 있죠.
이 주제만으로도 기사 몇 편이 뚝딱 나올 정도니 여기서는 간략히 정리하지만, 미국 게임 가격 인상은 게임사, 퍼블리셔 쪽이 글로벌 게임 시장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할 겁니다. 그리고 그건 단순히 디스크 가격이 아니라 디지털 가격에까지 이어질 테고요.
디지털도 예외 아냐
4 또 다시 최고 가격에 맞춰질 AAA
오프라인 마켓은 패키지 제작, 유통, 재고 관리, 매장 수수료 등 생각할 부분이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반면, 데이터의 복사 개념인 디지털 마켓은 수수료 및 퍼블리셔 간 수익 배분 정도만 있어 가격 조정의 여지가 큰 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디지털 마켓에 판매되는 게임의 정가가 실물 패키지 정가와 다른 건 아닙니다.
카트리지 시대를 넘어 CD, DVD 시대에 접어들며 게임 가격은 안정기를 맞았습니다. 과거에는 많은 기술이 들어갈수록 카트리지에 별도의 칩셋을 달아야 했는데 디스크 시대에 들어서는 용량을 제외하면 그런 노력이 필요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디지털 마켓이 등장하게 됩니다. 2003년 등장한 밸브는 2005년 서드파티 입점을 시작했고 2005년 Xbox 마켓 플레이스, 2006년 PS 스토어, 2008년 GOG 등이 출시됐습니다. 닌텐도도 Wii와 DSi 등을 거쳐 2011년 본격적인 온라인 스토어 개념을 출범했습니다.
그리고 이때 판매된 게임 가격의 기준은 대개 실물 게임 가격으로 맞춰졌습니다. 가격 책정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소매점과의 관계 때문이었습니다. 출시 가격에서 디지털 판매 가격이 더 싸다면, 리테일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같은 가격이라면 게임을 직접 소장할 수 있는 리테일 시장의 수요가 존재했습니다.

'디지털 가격 = 리테일 가격'이라는 공식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겁니다. 그리고 실물 게임의 가격이 인상되면 그에 맞춰 디지털 가격도 올라갔죠. 그래서 49.99달러(50달러)에 게임이 판매되던 2000년대 중반 등장한 마켓들은 50달러 선에 풀프라이스 게임이 등록됐습니다. 그리고 2000년대 중후반, PS3와 Xbox360의 등장과 함께 59.99(60달러)로 인상된 가격이 디지털 게임 가격에 맞춰 조정됐습니다.
이후 오랫동안 유지되던 게임 가격은 2K, 액티비전, 소니 등 대형 게임사들 주도로 70달러로 인상됐습니다. 더 중요한 건 콘솔에 도입된 가격은 PC에도 적용되기 시작했고, 이후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으로 닌텐도 게임 가격에까지 이어졌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가격 인상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것은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가장 높은 매출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이라는 점입니다. 결국, 또 일어날 미국에서의 가격 인상은 글로벌 게임 가격의 인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70달러로 AAA 게임 가격이 인상되며 미국보다 더 높은 가격 인상을 경험한 유럽처럼 국가별 물가, 환율 변동 등을 고려하면 인상 폭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지금 통화 가치 기준으로 더 높은 비용을 낼 수밖에 없다는 거고요.
게임사가 디지털 게임 가격만 낮출 이유도 없습니다. 게임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꾸준히 디지털 게임이 싸야 한다는 인식입니다. 그래서 일본 게임사들의 경우 디지털 코드의 가격을, 할인이 진행되는 실물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책정하기도 합니다. 이는 의도적인 가격 전략으로, 디지털이 더 싸다는 인식이 퍼지면, 전반적인 가격 인하 요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높은 가격을 유지해 디지털 게임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보이게 하는 효과도 있고요.
나아가 이미 높은 마진을 보고 있음에도 리테일 가격과 동일하게 책정된 가격 정책을 바꿀 필요도 없고요. 대형 게임사들이 디지털 게임 판매가 줄어들고 있어도 패키지 판매를 지속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수익 분배 비중이 높은 리테일 판매보다 높은 마진률을 기록하는 디지털 게임을 패키지 가격에 맞출 수 있으니까요.
결국, 미국발 가격 인상이 진행된다면 이는 콘솔/실물 게임/디지털 게임 가리지 않고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혼돈의 관세 정책
5 미국 중심이 아니어도 괜찮을까
트럼프의 관세 정책의 기본은 미국에 유리한 협상을 통해 미국 기업과 근로자를 보호하고, 더 큰 수익을 낸다는 데 있습니다. 부유한 미국을 만든다는 목표를 갖지만, 정작 미국의 수입 기업이 그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관점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그 비용 부담은 결국 소비자에게 이어질 테고요.
특히 보복 관세와 글로벌로 구축된 유통망의 혼선 우려 역시 높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관세를 협상의 무기로 들어 계획 발표, 변경, 유예, 강행 등을 반복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캐나다-미국-멕시코를 잇는 북미 전역 공급망을 가진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타격을 입게 되자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면제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자동차 산업에 이어 추가 품목에 대한 관세 면제를 진행했습니다. 자동차 산업 외에도 여러 기업들의 불만이 터져나왔고, 글로벌 경제에서 주식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 1기에도 그랬지만, 이번 2기 행정부의 관세 조치 역시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만큼 불안정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기업들이 미국에 기업을 건설하기보다는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여지가 커지게 될 가능성 역시 높습니다.
특히 게임 분야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는 가격은 물론 플랫폼, 출시 게임 규모와 방식의 변화까지 불러올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극단적인 변화가 쉽게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이런 방향으로의 변화가 조금씩 움직일 수 있다는 우려는 있습니다.
우선 미국이 중심을 잡던 가격 책정은 스팀의 일부 지역별 가격 정책처럼 국가별로 차등 책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기준을 잡을 국가 가격이 현행 가격보다 낮다면 시장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변화 역시 그려볼 수 있고요. 대개는 이런 경우 시장 규모가 미국 수준에 다다른 중국이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간 미국 시장에 맞춰 움직인 게임 시장의 변화는 더 극적으로 그려질 수 있습니다. 콘솔 중심의 대형 게임 대신 PC, 모바일 게임이 플랫폼 기준이 될 수 있죠. 또 AAA 게임보다는 PC/모바일로 동시 출시되는 게임의 증가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AAA급 투자를 이어간 게임이 싱글플레이가 아닌, 여타 대형 시장이나 신흥 시장에서 더 높은 성과를 내는 F2P 및 온라인 게임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은 경제, 정치, 국제 관계를 통틀어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쪽에서도 모두 다루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조금은 덜 언급되고 있는 게임 분야에서의 변화 가능성이 적은 건 아닙니다.
실제로 공격적인 관세 조치가 이루어지든, 혹은 그런 조치가 갈팡질팡하며 중심을 잡지 못하든, 글로벌 단위로 움직이는 오늘날의 게임사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 변화에 몸을 움직일 겁니다. 그리고 그 변화가 계속된다면 이는 결국 소비자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