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기반 FPS, 이 장르만큼 게이머들에게 친숙하면서 새로 진입하기 힘든 장르도 드물다. 이미 장르를 듣자마자 오버워치, 카운터스트라이크, 발로란트, 서든어택 등등 누구나 이름을 들어보고 한 번쯤은 해봤을 타이틀이 나온 순간부터 게임은 거의 끝난 셈이다. 그만큼 시장에 굳건하게 자리잡고 있는 강자들이 너무도 강력하니, 어지간해서는 시도조차 하기 어렵다. 그 힘을 거슬러서 유저를 빼올 만한 작품이 아니고서야 도전장을 내밀기도 전에 고꾸라지기 십상이다.

그렇지만 그에 맞설 수 있을 '체급'과 이를 기반으로 다져온 개발력이 뒷받침된다면 어떨까? 이미 '마블 라이벌즈'로 팀 기반 FPS 장르에서 그 답을 한 번 내놓은 넷이즈가 이번에는 '프래그펑크'로 또 한 번 출사표를 던졌다.

게임명: 프래그펑크
장르명: FPS
출시일: 2025. 3. 7
리뷰판: 출시 빌드
개발사: 배드 기타 스튜디오
서비스: 넷이즈
플랫폼: PC
플레이: PC


하이퍼 FPS 감성을 섞은 클래식
다양한 규칙 카드와 스킬, 듀얼로 빚어낸 변수


히어로 슈터를 연상시키는 개성 있는 캐릭터, 그리고 최초 공개 당시 '룰'까지 바꾼다는 하이퍼 FPS적 감성을 내세웠던 만큼 '프래그펑크'를 하이퍼 FPS로 생각할 여지가 있겠다. 그렇지만 '프래그펑크'의 기반은 카운터스트라이크 혹은 발로란트로 친숙한 클래식한 폭파미션 기반 FPS다. 이를 좀 더 캐주얼하게 라운드도 총 7라운드로 줄이고, 여러 변수로 가벼운 분위기를 낸 것이 '프래그펑크'의 핵심 문법이었다.

룰을 교체한다고 하지만, 엄밀히 말해 폭파미션의 기본 틀까지 완전히 바꾸지는 않는다. 매 라운드마다 각 팀에 세 장의 룰 즉 샤드 카드가 주어지고, 각 팀원이 자신의 포인트를 투자해 최소 활성화 조건을 만족시키면 그 룰이 해당 라운드에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샤드 카드는 공수 전환부터 백어택 방지, 적 탄환을 막아내는 블레이드 장비, 탄환에 연쇄 번개를 입혀서 쏘는 카드, 방어 지역에 엄폐물을 설치하거나 문을 다 없애는 카드 등 그 변수의 폭이 넓었다. 그래서 통상 FPS에서 보기 힘든 구도들이 자주 연출되고는 했다. 물론 그만큼 파격적인 룰일 수록 최소 요구 포인트가 높은 만큼, 라운드마다 포인트 배분을 적절히 하는 것이 '프래그펑크'의 또다른 전략적 재미 요소였다.

▲ 매 라운드마다 샤드 카드를 선택하면

▲ 폭파 미션이라는 기본 룰은 변함이 없지만 그 외에 다양한 변수들이 작용한다

▲ 무작위 한 명이 체력이 높아지는 대신 공격력이 낮아지는 샤드 카드에 당첨, 내가 그대들의 방패 읍읍

샤드 포인트라는 변수를 만든 대신, '프래그펑크'는 무기 및 장구 구매에서 부담감을 낮췄다. 원래 폭파미션 기반의 FPS는 라운드마다 승리나 패배 보상, 그외 여러 부가적인 보상으로 받은 돈으로 무기나 여러 장구류를 구매하지만, '프래그펑크'는 무기를 무료로 선택할 수 있었다. 공수 각 페이즈마다 무기 사용 횟수가 제한된다는 제약은 있지만, 무기 사용 횟수는 죽을 때만 카운트되고 그 제약을 푸는 샤드 카드나 슬롯머신으로 시작 전에 무기를 랜덤하게 뽑는 등 다양한 완화 장치들이 있었다. 그래서 권총전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푸는 기존 FPS보다 더 빠르게 자신의 주무기로 승부를 보는 맛을 살렸다.

여기에 소위 '클래식'과 다른 양상의 스킬을 보유한 독특한 캐릭터들도 눈에 띄었다. 클래식한 투척 무기나 장비를 이미 스킬과 궁극기 개념으로 해석한 '발로란트'의 사례가 있지만, '프래그펑크'는 그보다 더 하이퍼 FPS스럽게 준비했다. 우선 스킬을 별도 구매하지 않고 매 라운드마다 지정된 횟수 혹은 쿨타임마다 쓸 수 있었다. 아울러 궁극기 개념 없이 세 스킬 모두 일반 스킬이라 크게 제약이 없었다. 그래서 서로 정직한 기본 권총 에임 싸움부터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구도가 아니라, 능력까지 적극 활용한 접전이 빠르게 이어졌다.

▲ 일단 드론으로 정찰하는데 모래가 없는 곳에서 이 정도의 유사 함정을 ㄷㄷㄷㄷ

▲ 크윽 포탑 제거에 신경 쓰는 동안 옆에서 기습 샷건이라는 뻔한 수에 당하다니 분하다

스킬의 종류도 클래식 FPS와는 달리 폭이 넓었다. 칼을 든 상태 한정이긴 하지만 스텔스를 하고 기습하는 '제피르'도 있고, 횟수가 극히 제한되긴 했지만 레일건 비슷한 무기로 깜짝 저격하는 '할로우포인트'까지 각 캐릭터마다 특징이 초반부터 뚜렷하게 보였다. 이외에도 포탑을 잘 숨겨서 배치하고 엄폐물을 만들 수 있는 '니트로'나 체력 회복 및 트랩을 설치할 수 있는 '패소젠', 로켓런처로 폭넓게 타격할 수 있는 '브로커' 등 초보들이 잡을 수 있는 캐릭터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의 스킬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에임이 다소 좋지 못하더라도 맵과 캐릭터 그리고 샤드 카드에 대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승리를 위한 주춧돌이 되는 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말하면 '에임'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프래그펑크'도 FPS인 만큼 그 기본 원칙은 확실했다. 대부분의 스킬이 직접 타격 스킬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적을 맞추는 에임이 중요했다. 아울러 3:3으로 매치 포인트가 되면, 한 라운드를 더하는 다른 FPS와 달리 '프래그펑크'는 1:1 승자연전의 '듀얼'로 넘어가게 된다. 스킬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세팅이 끝나기도 전에 급습이 가능한 거리에서 교전이 펼쳐지는 만큼, 막판에 가서는 에임과 반응속도라는 그 기본기가 막바지 승패를 좌우했다. 여기까지 포함해 약 20분 정도 이어지는 한 판 동안, 여러 페이즈를 담아넣으면서 자신만의 재미를 확고히 담아낸 것이 '프래그펑크'의 묘미였다.

▲ 6라운드까지 승부가 나지 않으면 '듀얼'로 전환

▲ 한 팀이 전멸할 때까지 승자연전식으로 1:1이 계속 이어진다


다양한 모드로 캐주얼함도 챙긴 구성
로테이션, 아웃브레이크 등으로 가볍게 슈팅


폭파미션 기반 팀 FPS는 특유의 긴장감과 짜릿함으로 오래도록 인기를 끈 장르다. 이를 다르게 이야기하면, 그 긴장감을 스트레스로 받아들이는 유저들에게 어필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특히 가면 갈수록 맵의 주요 포인트나 그 사이에 벌어지는 공수 간 신경전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체득하기 전까지 초보는 소위 '모르면 죽어야지' 상태가 되기 십상이다. 이를 룰 카드나 스킬로 일부 커버했지만, 기본 게임 방식은 동일하기 때문에 그 문법도 똑같이 적용됐다.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프래그펑크는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는 모드를 도입했다. 슈팅 게임에서 손풀기용으로 많이 하는 '데스매치'는 물론, 캐주얼 슈팅 게임을 선호하는 유저들이 많이 하는 좀비 모드인 '아웃브레이크' 등 부담감을 덜어낸 모드를 여럿 선보인 것이다. 모드 수만큼 유저가 분산될 우려가 있지만, 이런 문제는 데스매치 등 일부 모드를 정기적으로 로테이션으로 돌리는 식으로 리스크를 낮췄다.

▲ 스킬은 없지만 짚라인과 점프패드로 신나게 돌아다니며 킬을 노리는 데스매치 가즈아ㅏㅏ

▲ 다양한 모드를 로테이션식으로 선보이면서 그때그때 다른 플레이를 할 수 있게끔 했다

여기에서도 '프래그펑크'만의 샤드 카드를 활용한 독특한 플레이 감각은 여전했다. 폭파미션의 샤드 카드와는 다소 다른 세트의 카드들을 따로 마련, 이를 전술적으로 활용해서 우위를 가져가는 맛을 살린 것이다. 팀 데스매치에서는 폭격 카드 활성화까지 꾹 참았다가 상대가 리스폰하는 지역 인근을 폭격해서 득점을 올린다거나, 좀비 모드에서는 피격된 적을 둔화시키는 탄환 카드나 뒤로 밀어내는 넉백 카드로 효과적으로 저지하는 식이었다. 이런 카드는 100% 확정으로 나오는 게 아니고, 샤드 포인트를 소모해서 그 카드가 나올 때까지 섞어야 하기 때문에 포인트를 꾸역꾸역 모으기 위해 분전하는 과정도 동반됐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가볍게 즐기라고 만든 모드인 만큼, 샤드 카드나 캐릭터의 밸런스에 대해 비교적 깊이 있게 고려한 느낌은 아니었다. 데스 매치나 아웃브레이크 모두 일부 카드를 제외하면 사용 빈도가 굉장히 적었다. 즉 그 카드를 먼저 뽑느냐 못 뽑느냐에 따라 점수가 갈릴 여지가 있었다.

게다가 아웃브레이크 모드는 생존자들이 샤드 카드가 어느 정도 세팅되는 순간 좀비들은 꼼짝도 못하고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동 속도 둔화 카드가 원체 강력해서 한 번 맞으면 옴짝달싹 못하고 표적지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 후에 거대 좀비가 출현하지만, 그 거대 좀비도 둔화나 넉백 탄환은 어찌할 방법이 없어서 순식간에 기관총에 갈려나가기 일쑤였다. 좀비 VS 생존자의 구도가 아닌 개인 성적으로 결산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좀비들을 상대할 때 점차 긴장감이 없어져서 7라운드를 다 채우는 과정이 너무도 루즈하게 느껴졌다. 이러한 밸런스 문제는 기본 모드인 샤드 클래시에도 있긴 하지만, 아직 출시 초기이고 점차 전략이 마련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 좀비의 습격으로부터 살아남기 VS 생존자를 다 감염시켜야 하는 좀비의 싸움이 이어지는 아웃브레이크

▲ 생존자들이 어느 정도 카드가 갖춰지는 순간 좀비는 그저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린다


중국 2위의 FPS 도전, '프래그펑크'
라이트하게 코어와 캐주얼 챙긴 다크호스


히어로 슈터나 폭파 미션 기반 FPS, 어느 쪽이든 이미 레드 오션을 넘어 블러드 오션이라고 봐도 무방한 장르다. 여기에 도전장을 던진 넷이즈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총기마다 특징있는 반동과 이를 컨트롤하는 테크닉, 타격감, 피격감, 그래픽과 특수효과 등 잘 갖춰진 FPS의 기본기에 매력적인 캐릭터, 그리고 개성을 더하는 각종 변수를 잘 버무려냈기 때문이다.

그렇게 첫 인상을 잘 다듬어낸 '프래그펑크'지만, 아직 갈 길이 남아 있었다. 앞서 언급한 밸런스 외에도 사운드가 정위감이 다소 모호한 느낌이라 타 게임에 비해 사운드플레이가 조금 껄끄러운 느낌이었다. 아울러 중간중간 샤드 카드에 따라 슬라이딩 같은 새로운 테크닉이 추가될 때가 있는데, 그런 새로운 테크닉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처음 하는 유저들은 활용하기 어려웠다.

FPS에서 자주 발생하는 핵 이슈는 아직 접하지 못했지만, 봇이나 매크로 그리고 AFK는 상당히 자주 접한 터라 눈쌀이 찌푸려지는 것도 문제였다. 봇이나 매크로는 캐릭터 스킬을 연습하기 위해 AI와의 연습전에 들어갈 때마다 거의 매번 보였고, AFK는 1라운드 참패하면 종종 그러는 인원들이 보였다. 매칭도 솔로큐와 다인큐가 뒤섞여서 잡히는 등, 다소 혼잡했다.

▲ 분명 유저 5 VS 봇 5의 연습 AI전인데 유저 1에 봇 9가 된 느낌이...A설 안 해서 B설했는데도 거기 있는 건 도덕책

▲ 자기 원하는 픽 안 주고 1라운드 참패했다고 AFK할 줄은....

그런 일은 스팀 무료 멀티플레이 게임이 출시 초기에 겪는 신고식 같은 느낌이지만, 그 게임을 직접 하는 당사자로서는 그런 고려를 해주기는 어렵다.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지는 것만큼 허탈한 건 없으니 말이다. 그나마 탈주는 적은 편이지만, 탈주 외에 유저를 불쾌하는 여러 이슈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나마 초기에 요원 가격이 비싸다는 유저의 반응에 대해 출석 및 이벤트로 보완하는 등 피드백을 보인 만큼, 이런 이슈에 대해서도 점차 대응을 해나가지 않을까 싶다.

CBT를 플레이했던 입장에서 이동 속도가 다소 느려진 건 아쉬웠지만, 대신 다른 피드백을 차근차근 적용해나간 것도 눈에 띄었다. 이전에는 매 페이즈마다 하이라이트를 강제로 시청해야 했는데, 그 부분을 따로 게임이 끝나고 하이라이트 보기 메뉴로 떼어놓는 식으로 특유의 빠른 템포를 살렸기 때문이다. 그간 장수한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살펴보면, 한 번 완성해서 낸 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적절한 유지보수와 업데이트로 꾸준하게 관리하면서 서비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 뒷심을 위한 첫 인상은 충분히 합격점을 맞은 만큼, '프래그펑크'가 앞으로도 유저 피드백을 적절히 반영한 유지보수와 업데이트로 쭉 좋은 모습을 이어가기를 기대한다.

▲ 특유의 템포와 짜릿한 승부의 묘미는 진짜인 만큼, 앞으로 유지보수를 잘 해서 롱런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