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웨이게임즈는 크래프톤의 자체 검증 과정을 통과한 프로젝트를 소프트 런칭이나 데모 형태로 시장에 공개한 뒤, 일반 게이머의 반응을 살피며 가능성을 확인하는 방식으로 신작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설립 이후 2년이 채 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벌써 여섯 개의 신작이 공개됐고, 그중 하나인 '트리니티 서바이버즈'는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어센드투제로는 플라이웨이게임즈가 동시에 전개하는 여러 신작 프로젝트 중 세 번째의 '로그라이크' 장르 게임이다. 로그라이크는 소규모 게임 개발에서 어느샌가 공식처럼 되어버려 공급 대비 특색 있는 작품을 찾기 어려운 장르가 됐지만, 어센드투제로는 로그라이크에 '시간 정지'라는 독특한 소재를 더해 나름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간 정지'로 성립하는 새로운 액션
어센드투제로에서 플레이어는 외계 생명체의 침략으로 멸망해 버린 세계에서 살아남은 단 한 명의 생존자가 되어, 차원 포탈을 활용해 과거로 돌아가 동료를 구하고 세계를 구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센드투제로는 시간 정지라는 시스템을 통해 일반적인 로그라이크, 뱀서류 게임들과 다른 느낌의 전투를 만들어냈다.
플레이어는 세계가 멸망하기까지 딱 30초라는 짧은 제한 시간 내에 전투를 치르며 계속 성장해야 한다. 과거 PSP로 발매되었던 게임 '용사 30'과 같은 컨셉이다. 인카운터 전투에 돌입하는 것으로 시간의 흐름을 멈출 수 있었던 예의 그 게임과 달리, 어센드투제로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버튼 하나로 언제든 시간을 멈출 수 있다. 재사용에 약 5초 정도의 쿨타임이 발생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시간 정지에 아무런 페널티도 없다.

시간을 멈춰 적의 강력한 공격을 간단하게 피하고, 움직이지 못하고 무방비 상태가 된 적을 공략하는 것이 어센드투제로 전투의 핵심 재미다. 플레이어의 공격 역시 시간 정지가 풀려야 활성화되므로, 이러한 특징에 맞는 전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보통은 순간 DPS가 높은 무기와 스킬을 세팅하고 정지가 풀리는 순간 한 번에 적을 녹여버리는 빌드를 주로 사용하게 된다. 물론 플레이어가 선택한 캐릭터와 기본 무장, 그리고 전투 중에 무작위로 제시되는 기술칩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형태의 전략이 가능하다.
이러한 특징 덕분일까, 어센드투제로는 시간 정지 기믹으로도 막을 수 없는 '시간 삭제 게임'의 잠재력을 갖추고 있었다. 무료로 공개된 체험판 빌드 정도는 30분이면 모두 클리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덤볐지만, 시간 정지를 토대로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다 보니 첫 번째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기까지 거의 2시간에 달하는 시간이 걸렸다. 루프를 반복할 때마다 강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답답하게 느껴지는 단순 반복이 없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빠른 템포의 액션과 전략이 요구되는 덱 빌딩의 조화
어센드투제로를 플레이하는 모습을 본 동료 기자가 넌지시, "게임이 너무 느린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로그라이크 슈터는 화면을 가득 채우는 적과 탄막을 피하며 빠르게 진행하는 게임이 많은데, 어센드투제로의 게임 플레이는 너무 정적인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처음엔 조금 느린 플레이어 캐릭터의 이동 속도와 기력을 소모하는 대시 때문에 경쾌한 느낌이 없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짧은 제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고민하며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이 게임이 추구하는 기본 재미가 속도 중심의 실시간 액션보다 턴제로 진행되는 전략 RPG 쪽에 더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겉보기에는 뱀서류 슈터처럼 보이지만,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덱 빌딩에 가까운 느낌이다.

물론 어센드투제로는 이러한 전략의 재미에만 너무 무게를 두지 않고, 실시간 액션의 재미까지 적절하게 섞어내며 절묘한 밸런스를 잡았다. 시간 정지를 풀고 다음 정지가 활성화되기를 기다리는 그 잠깐의 시간 동안 바닥에 무수하게 표시되는 장판들을 피하고, 플레이어 캐릭터를 향해 빠르게 날아오는 여러 투사체를 눈으로 좇으며 가녀린 주인공이 객사하지 않도록 항시 긴장을 유지해야만 한다. 이때의 기분 좋은 긴장감이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을 계속 이어가게 만들며, 계속되는 루프를 반복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준다.
플레이어가 루프를 반복하며 선택할 수 있는 기술칩의 조합에 따라 게임은 앞서 언급한 특징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성을 가진 게임이 되기도 한다. '시간 정지' 기능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대신 다른 이점을 가져갈 수 있는 부류의 것들이 대표적이다. 이때는 시간을 멈추며 플레이할 때와는 다르게 한시도 가만히 멈춰있을 수 없는, 그야말로 속도감 넘치는 게임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이처럼 플레이어가 자신의 취향에 맞춰 게임 플레이 스타일을 조절할 수 있는 것도 어센드투제로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편에서는 어떤 모습 보여줄까? '어센드투제로' 스팀에서 체험판 무료 배포 중
첫 번째 스테이지 1회차 클리어까지 평균 두 시간, 그 이후에도 동료를 구해 시설을 넓히고 패시브 스킬을 강화하는 등, 어센드투제로의 데모 분량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꽤 많은 편이다. '아바타'라고 불리는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바꿔 장착하면 시너지가 발생하는 장비 세팅부터 전투 구성까지 여러 부분이 달라지므로, 클리어 후에 아쉬운 마음이 남았다면 각기 다른 아바타를 활용하여 올 클리어를 노려보는 것도 체험판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이처럼 체험판을 통해 분명한 재미를 보여준 어센드투제로이나, 추후 정식 출시될 본편에서 어떤 확장된 재미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보면 약간의 의문점이 남는다. 프롤로그 스토리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던 동료들을 체험판 분량에서 모두 구해냈고, 이들과 함께 기지를 복구한 순간 스토리면에서도 일단락됐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다.

이후 전개될 어센드투제로의 정식 버전이 분명한 매력을 갖추려면, 체험판 빌드로 공개된 첫 번째 스테이지는 단순히 튜토리얼로 보일 수 있을 만큼, 세계 단위로 확장되는 스토리와 함께 더 치열하고 깊이 있는 액션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 여기에 동료로 등장하는 여러 NPC들과 교류하는 서브 스토리 요소까지 더해진다면, 어센드투제로는 시간 정지라는 메인 기믹과 함께 분명한 차별점을 지닌 로그라이크 게임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사인 플라이웨이게임즈는 어센드투제로의 체험판을 통해 게이머들과 소통하고 의견을 수렴하며 양질의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들이 당차게 밝힌 포부처럼, 어센드투제로를 포함하여 플라이웨이게임즈가 동시에 준비하고 있는 여러 신작 프로젝트가 양질의 게임으로 완성되어 저마다의 독특한 개성으로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시간 정지 능력이 더해진 로그라이크 신작 '어센드투제로'는 스팀을 통해 발매될 예정이며, 현재 누구나 무료 체험판을 다운받아 플레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