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아직 우리가 개척하지 못한 이 공간은 오래도록 경외의 대상인 동시에 공포를 그려내는 소재로 자리 잡았다. 우주복에 산소까지 만반의 준비를 갖추지 않고는 1초도 버틸 수 없는 가혹한 환경, 무엇이 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공허한 공간은 불안감과 공포를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에이리언 시리즈를 비롯해 여러 명작 공포 영화 중에 우주를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국내 1인 게임 개발팀, '썬더폭스 스튜디오'가 지난 7일 출시한 '문베이스 람다'도 이러한 공포를 그 자신만의 스케일과 스타일로 풀어낸 작품이다.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좁고 어두운 달 탐사 기지, 그곳에서 유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을 피해 무사히 탈출해야만 한다.

※ 본 리뷰는 게임 장르 특성상 무서운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청에 유의 바랍니다.

게임명: 문베이스 람다
장르명: 호러 어드벤처
출시일: 2025. 3. 6
리뷰판: 1.0.1
개발사: 썬더폭스 스튜디오
서비스: 썬더폭스 스튜디오
플랫폼: PC
플레이: PC


심플하고 스타일리시한 1비트 디더링
우주 콘솔 같은 느낌에 호러 분위기까지 일석이조


'문베이스 람다', 이 게임은 다운로드 받기도 전, 스팀 페이지를 방문한 순간부터 느낌이 있다. 이미 4K의 문턱을 넘어가려 하는 현 시점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투박한 1비트 컬러라니. 고전 게임의 추억이 있던 유저라면 그냥 넘어가기 힘들다. 녹색과 검은색만 있는 화면은 마치 그 옛날 우주선에 내장된 콘솔이 떠오르는 감성이고, 그래서인지 달 탐사 기지를 배경으로 한 게임의 설정과도 잘 맞물려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었다.

물론 이 게임의 그래픽은 그 옛날 우주 개척 시대의 것과는 다르다. 제한된 색으로 도트 배합을 다르게 해서 최대한 여러 색을 근사하게 생성하기 위한 '디더링'이라는 기술이 그 시절엔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좀 더 시일이 지난 뒤 레트로 게임에 많이 쓰인 기술이니, 어쨌거나 그 옛날의 지혜를 현대에 새로운 감성으로 구현한 것은 확실하다고 하겠다.

▲ 일단 발전기를 켜면서 주변 상황을 확인하자

▲ 다소 화면이 자글자글하게 보이지만 그래서 더 레트로한 느낌이....그 이유는 뒤에 나와 있다

이를 3D로 녹여낸 '문베이스 람다'는 전반적인 구성을 보면 전형적인 호러 탈출 게임이다. 기지를 탈출하기 위해서 정체불명의 괴물을 피해 배터리를 찾고, 이를 충전시킨 뒤에 우주선의 연료를 보급해서 우주선을 타고 탈출하는 게 전부다. 이미 수도 없이 많이 본, 스트리머들이 화들짝 놀라던 점프스케어 1인칭 공포 인디 게임과 구조가 크게 다르지는 않다.

그렇지만 특유의 그래픽이 주는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개발자마다 좀 다르긴 하지만, 통상의 1인 개발 3D 인디 호러 탈출 게임은 다소 과장되거나 기괴한 괴물이 갑자기 툭 튀어나오는 점프 스케어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문베이스 람다'도 엄밀히 말하면 점프스케어지만, 그 과정에서 웃음기가 나올 법한 '과장'은 일절 빠져있다. 정체를 좀 빨리 밝히는 임포스터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만일 괴물이 근처에 있을 때 헬멧의 UI가 치지직거리지 않았다면, 아마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를 것 같다. "그건 개가 아니야!"라는 불후의 명대사가 순간 떠오를 정도다.

그런 감상을 먼저 늘어놓을 수 있던 이유는, 1비트 디더링 그래픽에 굉장히 어두운 화면임에도 사물과 오브젝트들이 명확히 구분되게끔 잘 다듬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구형으로 된 우주선의 헬멧으로 보는 듯이 다소 경사를 준 UI와, 화면이 치지직거리는 듯한 노이즈 효과를 더해서 몰입감을 한층 더 높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산소가 부족하다거나, 각종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는 걸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여주는 기재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달 탐사 기지, 우주라는 공간을 다시 한번 환기해준다는 점에서 '문베이스 람다'의 그래픽과 디자인 구성은 예사롭지 않았다.

▲ 어맛 씨#(*&@(#%$^ 깜짝이야 조명탄 있어서 살았네

▲ 배터리 거의 다 충전되어 가는데 산소는 어디서 보급 으아!#@%@(*#&^악 일단 그 전에 산소가 부조....ㄱ


매번 바뀌기에 더 무서운 공포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불편한 조작감과 화면 세팅


처음에는 그 절제된 화면으로 담아낸 공포의 위력에 심장이 벌렁거리긴 했지만, 사람은 적응의 생물이라 어느 정도 익숙해지게 된다. 물론 그러기까지 수도 없이 많이 죽고 그때마다 비명과 샤우팅 때문에 목이 좀 쉴 수는 있겠다. 그래도 결국 하다 보면 괴물이 어디서 나타날까 노심초사만 하지 않고 최적화된 루트를 나름 짜내서 이리저리 시도할 수는 있다.

여느 공포 게임이나 추리 소설이 그렇듯, 한 번 해답이 생기면 그 긴장감이 다소 떨어지게 된다. 알고 나면 놀람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문베이스 람다는 이렇게 템포가 떨어지는 현상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로그라이크 요소를 더했다. 시설의 배치나 복도의 위치, 심지어 괴물을 쫓는 조명탄이나 배터리의 수까지도 매번 랜덤하게 등장한다. 이런 식으로 할 때마다 다른 양상이 되도록 유도한 것이다.

▲ 좀 글렀다 싶으면 재시작하는 게 마음이 편하다

물론 기본 루틴 자체는 바뀌지는 않는다. 일단 조명탄과 우주복을 장비하고 냉동 수면실을 나선 뒤, 발전기를 중간중간 돌리거나 돔 정원에 가서 맵을 확인해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는 구성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반적으로 식물재배실 인근에 배치되는 배터리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니 그 뒤부터 조금 당혹스럽기는 하다. 탈출에 필요한 배터리나 신호기는 최소 한 개씩은 주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져도 맵 전체를 돌아다니면서 이를 확인하기는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어려운 것이 '문베이스 람다'의 압박감이었다.

물리적으로 어려운 이유는, '문베이스 람다'의 조작감이 상당히 좋지 않은 게 컸다. 단순 이동은 크게 문제가 없지만 드래그할 때 중간에 툭, 툭 끊기는 일이 잦았다. 발전기를 돌리거나 컨테이너의 문을 여는 등 중요한 동작을 드래그로 하는 비중이 높은 게임에서 이 부분은 상당히 문제였다.

처음에는 놀란 나머지 중간에 미스가 났다고 생각했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져서 탈출 문턱까지는 비교적 쉽게 도달하는 시점에서도 종종 드래그가 잘 안 집히는 일이 꽤 있었다. 특히 컨테이너에서 충전기를 뺄 때, 충전기가 잘 잡히다가도 어느 정도 오면 드래그가 풀려서 한 번씩은 꼭 다시 잡으러 회귀해야만 했다.

▲ 아이씨 산소도 부족하고 이따가 괴물도 나오는데 드래그는 왜 매번 이러는 것이오

▲ 한 두세 번 이 구간에서 죽고 나니 너의 패턴은 뻔히 보인다 괴물아 난 먼저 도망갈 거다 ㅌㅌㅌ

▲ 핀치에 몰려도 어둠 속에서 정신 똑바로 잘 차리면 아슬아슬하게 살아갈 수도?

이런 불편함은 언제 괴물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초조한 상황과 맞물려 공포를 극대화하기는 좋지만, '게임'으로 보았을 때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잘 만든 그래픽에 무작위로 배치되는 구성으로 그때그때 상황을 확신할 수 없는 공포를 잘 조성했는데, 초조해서 미스가 나는 그런 연출까지 좀 더 집어넣다 보니 공포를 넘어 불쾌함이 아슬아슬하게 느껴진다고 할까. 괴물이 한 마리 이상에 조명탄도 안 주거나, 기지가 폭발할 여지가 있는 등 난이도를 높여서 플레이할 환경도 마련한 상태에서 소소한 부분까지 과하게 둔 것을 두고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또 하나 아쉬운 점은, 화면 세팅이 극도로 제한되어있다는 점이다. 그 유니크한 그래픽 스타일과 공포를 최대한 전달하기 위한 방책이었겠지만, FHD에서는 깔끔하게 보이는 화면이 QHD에서는 도트 사이 간격이 벌어진 구간이 있어 비교적 지저분하게 보였다. 그래서 더 공포스러운 일면도 있지만, 게임 경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인 만큼 이런 부분을 좀 더 신경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QHD(좌)와 FHD(우)

▲ 게임 내에서 바꾸는 옵션은 없고 윈도우 디스플레이 설정을 바꿨다


짧고 묵직한 공포, '문베이스 람다'
아는 맛에 이색적인 포인트가 빚은 강렬한 시너지


가까스로 탈출한 뒤 돌아보는 '문베이스 람다'는, 알면서도 다시 들어가기 꺼려질 정도로 공포스러웠다. 과장된 연출 없이 극도로 절제된 스타일리시한 그래픽과 연출이, 고요하고 어두운 미지의 우주 기지라는 배경을 더욱 핍진성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고증에 100% 맞는 건 아니겠지만, 그 정도는 "내 우주에선 (소리가) 난다"는 루카스 감독의 명언을 떠올리며 넘어갈 만큼 분위기를 확고히 잡아둔 것도 인상 깊었다.

물론 '공포'도 그 방식이 여러 가지고, 그 가역치도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니 감상은 다를 수 있겠다. 점프스케어보다 심리적인 공포를 더 무서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혹은 여러 이야기를 되돌아보았을 때 점차 옥죄어오는 그런 유형의 공포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말이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문베이스 람다'는 점프스케어에 가까운 느낌이라 이를 달갑지 않아 하는 유저에겐 실망스러울 여지는 있다. 절제된 연출이긴 하지만, 결국 쉽게 처치하지 못할 괴물이 갑자기 다가와서 놀라게 되는 구성이기 때문이다. 그 괴물도 어느 정도 대처법을 알면, 아예 손도 못 쓰고 당하는 일은 적다. 불을 끄고 어디 잠깐 숨거나 웅크리면 대체로 못 찾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탈출 외에도 통신을 복구해서 구조 요청을 보내거나

▲ 운석 방어소의 통제권을 획득해서 괴물을 퇴치하는 방법도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문베이스 람다'는 분량도 짧고, 좀 더 몰입하게 만들 수 있는 장치도 없어 아쉬움은 있다. 달 탐사 기지라는 공간을 특유의 그래픽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제시했지만, 그 외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차 알아가면서 서서히 조여오는 공포라는 감각은 살리기엔 부족했기 때문이다. 다만 가성비라는 측면까지 고려했을 때, 자신만의 특색 있는 무드로 '공포'라는 감각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문베이스 람다'는 눈여겨 볼 만한 작품이다. 플레이한 입장에서 '썬더폭스 스튜디오'라는 개발팀의 이름이 선명히 각인되었는데,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다음에도 이와 같은 특색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 자칫하면 잡힐 뻔했지만 아슬아슬하게 탈출 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