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출시 후, 첫 달에만 사용자 2,500만 명을 기록한 '팰월드'는 당시 하나의 '현상'이었다.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대성공에 전 세계 게임 산업의 관심이 쏟아졌지만, 그저 수십 명으로 이뤄졌던 소규모 개발사 포켓페어는 '팰월드'에 쏟아진 그 모든 관심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GDC 2025 커뮤니티 매니지먼트 서밋을 통해 연단에 선 존 버클리(John Buckley)는 현재 포켓페어의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이자 퍼블리싱 매니저를 맡고 있다. 과거 커뮤니티 매니저 역할을 맡았던 그는 2,500만 명이 넘는 커뮤니티와 언론의 관심, 소셜 미디어를 통해 불거진 각종 혐의와 비난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야 했다.
이날 그는 '팰월드'에게 씌인 여러 혐의와 비난에 대해 솔직히 말하며, 개발을 방해하고 작업 흐름을 방해할 수 있는 세간의 관심으로부터 팀을 지키기 위해 수행했던 대처 방안을 소개했다.

2021년 일본의 인디 게임 전시회인 인디 라이브 엑스포에서 처음 공개된 팰월드. 초기에는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일부 아시아 시장만을 주요 타겟으로 했다. 포켓페어의 전작들이 그나마 성공을 거뒀던 지역들이 아시아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팰월드는 '포켓몬이 총을 만났다'는 입소문을 타며 서구권에서도 폭발적인 관심을 받기에 이른다. 거의 100만에 달하는 스팀 위시리스트를 회상한 존 버클리는 당시에 무엇인가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우리는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2024년 초 '팰월드'의 출시, 그해 내내 스팀 판매량 2위, 스팀 최다 동접 기록 3위 등을 달성했다. n명 달성 축하 트위터를 올리고 싶었지만, 이용자가 너무 빠르게 늘어나 그 속도에 맞추기도 힘들었다. 출시 한 달만에 이용자 2,500만 명을 찍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그와 동시에 오고 있는 '나쁜 기운'을 알아차린 건 그 이후 이야기다.
존 버클리는 '팰월드'의 유례 없이 빠르고, 폭발적인 관심은 반대로 게임을 비난할 모든 이유를 만들었다고 전했다. 소셜 네트워크 트렌드를 거의 매일같이 차지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싫증이 났고, 주요 게임 업계에서는 '팰월드'의 성공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시선 또한 존재했다.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는, '팰월드'를 싫어하는 것이 SNS와 커뮤니티의 트렌드가 되어 있었다.
이후 지금까지 '팰월드'를 향한 비난의 여론을 계속되고 있다. 닌텐도가 제기한 소송 건도 있지만, 존 버클리는 진행중인 사건인 만큼 강연 자리에서 언급은 피했다. 이날 그가 이야기한 '팰월드'를 향한 혐의는 크게 세 가지였다. 1) 팰월드의 캐릭터들을 AI 생성으로 만들었다는 것, 2) 표절 문제, 그리고 가장 심각한 사안인 3) '모델링을 도용했다'는 것이다. 이중 '모델링 도용' 사건은 한 트위터(X) 유저가 '팰월드'의 동물 학대에 앙심을 품고 일부러 만든 이미지로 판명되기도 했다.
존 버클리에 따르면 이러한 루머와 혐의가 확산되는 것은 서구권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개발자와 특히 아티스트들에게 심각한 스트레스와 위협이 되었다고 전했다. 그가 공개한 한 장의 슬라이드에는 "팰월드 개발에 관여된 모든 이들을 죽이겠다"거나, "주변인 모두가 불에 타 죽길 바란다" 등 그 수위가 매우 높은 협박성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었다. 포켓페어는 한동안 소셜 미디어 활동을 중단하고, 내부적으로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집중해야만 했다.

존 버클리가 커뮤니티 매니저로서 개발팀을 좌절감으로부터 보호한 방법은 약 세 가지다. 먼저, 그는 팀원들에게 소셜 미디어 활동 및 직원 개인 계정을 노출하는 것을 최소화할 것을 주문했다. 현재까지도 약 70명에 이르는 포켓페어 직원 중,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주요 인원은 6명 내지 7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주로 긍정적인 피드백(팬아트, 감사 메시지)만을 공유하는 채널을 슬랙에 개설해, 개발진의 사기를 진작하는 방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커뮤니티와의 소통 또한 개선할 필요가 있었다. 디스코드, X 등으로 커뮤니티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구글 폼 등 공식 양식을 활용해 피드백을 접수하기 시작한 것도 이 즈음부터다. 근무와 생활의 경계를 엄격히 설정해, 직원들이 안전한 개인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보호하는 노력도 잊지 않았다.
존 버클리는 이처럼 내부 결속을 다지는 노력과 함께, 근거 없는 루머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노력도 필요했다고 전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듯, 루머에 맞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포켓페어가 AI를 활용해 팰월드에 등장하는 팰들을 만든다,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루머에 대해, 이들은 일본의 디지털 매거진 CG World와 협력해 세부적인 디자인 과정을 공개해 주장을 반박했다. 해당 인터뷰을 확인하면, 팰월드의 디자인 과정은 개발사 내부에서 모든 디자인의 초안을 투표로 검증하는 과정을 거친 뒤, 최종 버전을 완성하기까지 팰의 모습이 여러 차례 바뀌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CG World의 기사가 일본어로만 배포되는 만큼, 서구권을 위주로 일어난 루머에 반박하는 데는 한계도 있었다.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팰월드'가 거둔 의미있는 요소도 많다. 한때 디스코드에서 가장 큰 커뮤니티를 구축하기도 했으며, 특히 일본과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많은 팬아트와 감사 편지를 받았다. 전 세계에서 '팰월드'를 플레이하는 어린이들에게도 지지를 받았다.
최근 팰월드는 출시 1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도전을 포함한 로드맵을 발표했다. 인기 게임 '테라리아'와의 협업과 크로스플레이 업데이트를 포함한 여러 새로운 콘텐츠가 게임에 적용될 예정이다. 또한, 애니플렉스, 소니뮤직과 합자해 비게임 IP 확장을 추진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