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GDC)에서 텐센트 게임즈의 인사이트 수석 매니저인 조(Joe)와 수석 마케팅&유저 리서치 크리스티(Kristy)가 ‘플레이테스트(Playtest)’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 텐센트게임즈 조(Joe) 수석 인사이트 매니저, 크리스티(Kristy) 수석 마케팅&유저 리서치

이들은 지난 리그 오브 레전드, 로스트아크, PUBG 모바일 등 수백 개의 게임을 지원하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얻은 통찰과 실질적인 팁을 공유했다. 강연은 게임 개발자들이 플레이테스트를 단순한 점수 확인이나 피드백 수집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플레이어의 기억에 남는 순간(‘메모리 볼Memory Ball’)을 중심으로 설계하고 분석하는 접근법을 제안했다.

플레이테스트의 현실과 한계


조는 크리스티와 함께 2017년부터 최근까지 약 300회의 플레이테스트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는 막대한 비용과 수많은 시행착오를 동반했지만, 그만큼 귀중한 교훈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조는 플레이테스트에서 자주 보이는 두 가지 문제 패턴을 지적했다. 첫째, 일부 팀은 버튼 위치나 아이콘 크기 같은 사소한 개선에만 집중하며 핵심 게임플레이를 테스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둘째, 반대로 어떤 팀은 점수에만 집착해 플레이어 피드백을 맹목적으로 따르며 창의적인 경험 창출을 간과한다. 그는 “이 두 극단 모두 문제”라며, 균형 잡힌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플레이테스트 설계, 피드백 해석, 게임 디자인 통합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Tip 1, ‘메모리 볼’ 수집하기

조는 플레이테스트의 핵심을 ‘메모리 볼(Memory Ball)’ 수집으로 정의했다. 흔히 사용하는 질문, “게임이 정식 출시되면 다운로드할 건가요? 1~5점으로 평가해주세요” 같은 방식은 “친구와 하면 다운로드할게요”나 “미니맵이 작아요” 같은 피상적인 답변만 얻을 뿐, 유용한 통찰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엘든 링의 스팀 리뷰를 예로 들며, “절벽 끝의 빈 상자”나 “뛰어!” 같은 기억에 남는 순간이 플레이어의 마음을 사로잡는다고 설명했다.

디즈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언급하며, 조는 기억이 일상적 결정, 게임을 다시 할지 여부 등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플레이테스트는 높은 점수를 받거나 장단점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의 기억에 남는 순간을 수집하고 검증하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세 단계를 제안했다.


메모리 볼 수집: 플레이어의 기억을 끌어내는 질문과 도구 사용.
분류: 전략, 전투, 팀워크 등으로 메모리 볼 그룹화.
검증: 수집된 메모리 볼과 개발자가 의도한 메모리 볼 비교.

그는 노벨상 수상자 다니엘 카너먼의 ‘경험 자아’와 ‘기억 자아’ 이론을 인용하며, 기억 자아가 최고점(Peak)과 마지막 순간(End)을 기준으로 경험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고통스러운 의료 시술(콜로노스코피) 실험에서 8분간 고통을 겪은 환자 A가 24분간 고통을 겪은 환자 B보다 더 나쁜 기억을 보고한 이유도 이 ‘피크-엔드 법칙’ 때문이었다. 이를 플레이테스트에 적용하면, 게임의 길이보다 최고점과 엔딩이 기억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조는 게임 세션 후 즉시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같은 질문을 던져 엔딩 순간의 감정을 포착하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인가요?”로 피크를 탐색한다. 또 플레이어가 흥분 곡선을 그리며 감정의 기복을 시각화하거나, 주요 장면에 감정 단어를 매칭하는 방식도 제안했다. 예를 들어, 내러티브 RPG 플레이테스트에서 ‘혼란’은 자주 등장했지만 ‘스릴’은 거의 사용되지 않아 게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Tip 2, 말과 점수를 넘어선 통찰

조는 플레이어의 말뿐 아니라 그들의 배경과 행동에서 숨은 통찰을 찾는 방법을 소개했다. 동일한 게임 경험과 인구통계를 가진 플레이어도 플레이 방식과 동기가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발로란트에서 2,000시간을 플레이한 ‘임모탈’ 랭커라도 역할, 동기가 다르다. 그는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강조했다.


능력(Capability): 반사신경, 조준, 전략적 사고 등 기술.
플레이 스타일(Playstyle): 선호 역할, 무기 등.
동기(Motivation): 경쟁, 숙달, 소셜 등.

모바일 슈팅 게임 사례에서, 스나이퍼를 선호하는 플레이어가 게임에 스나이퍼가 없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부정적 기억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사전에 플레이어의 동기, 능력(손가락 사용 수, 플레이 시간 등), 스타일을 기록했다.


또한 직접 관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플레이어의 상호작용, 전략, 승패 요인을 관찰하면 개선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는 디자이너와 팀원이 함께 플레이테스트를 지켜보며 실시간 논의할 것을 권장했다.

Tip 3, 게임의 ‘레시피’ 검증하기


크리스티가 이어서 플레이테스트 목표를 명확히 정의하는 법을 설명했다. 과거 모바일 슈팅 게임 맵 테스트에서 “맵이 재미있나요?” “벙커 수는 적절한가요?” 같은 질문은 피상적 답변만 얻었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버거 요리에 비유하며, “버거가 맛있나요?” 같은 일반 질문이나 “고기가 어떤가요?” 같은 구체 질문만으로는 맛의 비결을 알 수 없다고 찝었다. 게임도 마찬가지로, 재료(무기, 맵 등)와 조리법(플레이어 감정과 메모리 볼)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텐센트가 개발 중인 비공개 프로젝트를 예로, 크리스티는 세 단계를 소개했다.

레시피 분석: 디자이너는 ‘영웅 빌드 전략’이 핵심 재미라고 믿었다. 이는 전략적 느낌과 세 가지 메모리 볼(전투 스타일, 아이디어 실험, 완벽함 추구)로 세분화되었고, 아티팩트 시스템, 영웅 능력, 맵과 연결되었다.
메모리 볼 수집: 플레이어는 초반엔 동기부여를 느꼈으나, 아티팩트 선택에 혼란을 겪고, 완성된 빌드가 비슷해 실망했다.
격차 분석: ‘완벽함 추구’는 성공했지만, ‘전투 스타일’과 ‘아이디어 실험’은 실패했다. 원인은 복잡한 아티팩트, 수치 과다 강조, 시너지 부족, 적응성 결여로 요약되었다.

개발팀은 이를 바탕으로 메카닉 중심 아티팩트를 추가하고 시스템을 단순화하며 전략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크리스티는 “레시피가 명확해야 검증이 쉬워진다”며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Tip 4, 플레이테스트 환경 설정

크리스티는 효과적인 플레이테스트 환경을 위한 세 가지로 빌드 준비, 플레이어 준비, 규칙 설정을 제시했다. 빌드 준비는 영웅 빌드 게임에서, 전투 스타일과 실험을 위한 최소 요소(영웅별 3개 빌드 옵션, 영웅별 아티팩트)를 확보했다. 맵 디자인 같은 비핵심 요소는 임시 자산으로 대체 가능했다.

플레이어 준비는 RTS 게임 사례에서, 미완성 UI로 기본 조작을 몰라 게임플레이 평가 대신 온보딩 문제만 논의된 경우를 언급했다. 영웅 빌드 게임에선 학습 자료 제공, 2~3개 영웅 집중, 연습 세션, Q&A로 플레이어를 준비시켰다.

규칙 설정 예로PVP 게임에서 불공정 팀 구성이나 치즈 전략을 방지하기 위해, 사전 능력 평가와 수동 매치메이킹, 랜덤 매치업, 부정 행위 금지 규칙을 적용했다.

Tip 5, 플레이어 이야기로 공유하기

크리스티는 플레이테스트 결과를 팀과 공유하는 세 가지 방법으로 여정 시각화, 리플레이 분석, 플레이어 언어 사용을 소개했다. 여정 시각화를 통해 흥분 곡선으로 플레이어의 감정 기복을 보여주고, 단계별 행동과 격차를 분석했다. 리플레이 분석으론 발로란트 모바일 테스트에서, 능력 사용 성공/실패를 추적하고, 슬로우모션 리플레이로 컨트롤 문제를 파악했다. 플레이어 언어 사용이란 “왕이 된 기분” 같은 비유, “마지막 순간 수류탄 던짐” 같은 생생한 묘사, “중독적” 같은 감정 표현으로 공감을 끌어냈다.

크리스티는 “플레이테스트는 점수나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플레이어 마음에 남는 메모리 볼을 만드는 것”이라며, 개발자들에게 “당신의 게임은 어떤 메모리 볼을 남길 것인가?”라고 질문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 유저의 언어를 사용해서 유저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