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진행 중인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 아트 디렉션 서밋에서 로비오 엔터테인먼트의 타투 페테르센-예센 수석 아트 디렉터가 '앵그리버드' 시리즈와 생성형 AI의 활용을 주제로 18일(현지 시각) 강연했다.

이번 강연은 특히 '앵그리버드 드림 블라스트(Angry Birds Dream Blast)'를 중심으로 AI를 아트 제작 파이프라인에 어떻게 통합했는지, 그 과정에서 겪은 기술적 도전과 이점, 그리고 윤리적 고려사항과 브랜드 영향에 대해 다뤘다. 강연은 AI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하고, 게임 개발에서 스토리텔링과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는 전략을 모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 로비오 엔터테인먼트 타투 페테르센-예센(Tatu Petersen-Jessen) 수석 아트 디렉터

타투 수석은 로비오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며 20년 넘게 전통 및 디지털 아트 분야에서 활동한 베테랑 아트 디렉터다. 그는 퀀텀 브레이크(Quantum Break), 사우스 파크(South Park) 등 다양한 플랫폼의 게임을 작업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강연에서 AI 기술이 아트 제작에 미치는 혁신적인 변화를 소개했다. 특히 로비오가 앵그리버드 드림 블라스트에서 AI를 활용해 하루에 수백 장의 고품질 일러스트를 제작하면서도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 방법을 공유했다.

그는 강연을 △큰 그림(Big Picture) △우리만의 길 찾기(Finding Our Way) △학습과 교훈(Learnings) 세 부분으로 나눠 진행했다 AI의 윤리적 문제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고 로비오의 AI 도입 과정을 구체적인 사례로 전했다. 이어 AI 활용의 성공 요인과 한계를 짚었다.

타투 수석은 "AI를 단순히 비용 절감 도구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가장 싼 게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게임을 만들기 위해 여기에 있다"며 "AI를 통해 아티스트들이 기존에 불가능했던 창의적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로비오는 AI를 배경 생성(background creation)에 활용하지만, 캐릭터와 같은 핵심 브랜드 요소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이는 브랜드의 정체성과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다.

윤리적 측면에서도 신중한 접근을 취했다. 타투 수석은 AI 모델 훈련에 타사의 자료를 사용하지 않고, 로비오의 독점 자료만을 활용하며, 데이터 보안을 위해 가능한 한 로컬에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경쟁사의 게임이나 영화 프랜차이즈를 참조하는 프롬프트(prompt)는 허용하지 않는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그는 "개인의 이름이나 상표가 토큰으로 포함되는 것은 불필요하며 비윤리적"이라며 AI 도구 규제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 AI 활용 구조도

로비오는 AI를 활용해 앵그리버드 드림 블라스트의 배경을 효율적으로 제작했다. 예를 들어, 아티스트가 중심에 위치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AI 도구를 통해 배경을 생성한 뒤, 최종 수정은 전통적인 워크플로우로 마무리한다. 타투는 "하루에 수백 장의 일러스트를 만들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밝히며, 이를 통해 절약된 시간을 캐릭터와 스토리 등 더 중요한 요소에 투자한다고 덧붙였다.

캐릭터 생성에 AI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캐릭터는 높은 정밀도가 필요하다. AI로 생성된 결과물이 '인식 가능(recognizable)'한 수준에 그친다면, 그것은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레드(Red)'와 '척(Chuck)' 같은 캐릭터는 각기 다른 포즈와 개성을 가져야 하며, AI가 이를 완벽히 재현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그는 "브랜드는 품질의 선언"이라며, 캐릭터의 세세한 표정과 디테일까지 완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타투는 AI 작업이 반복적인 학습 과정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처음 1만 장, 2만 장은 쓰레기일 가능성이 높다.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구분하고, 프롬프트를 다듬는 데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그는 숲을 배경으로 한 이미지를 예로 들어, 초기에는 단순한 레이아웃에서 시작해 점차 '회색 바위', '가을 낙엽', '담쟁이덩굴' 등을 추가하며 이미지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시연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식별하고 기회를 찾아내는" 반복 작업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또한, 스타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독점 모델(proprietary model)을 사용하며, 모델의 편향(bias)을 조정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예를 들어, 과도한 대비나 채도를 프롬프트로 보정하거나, 데이터셋을 재구성해 스타일을 게임에 맞게 조율한다. 타투 수석은 "템플릿에 렌더링 스타일, 조명 방향 등을 정의해 아트 디렉션의 일부를 자동화한다"며, 이는 일관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덧붙였다.

▲ AI를 통해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타투 수석은 AI 도입을 통해 △정확한 통제가 필요 없는 영역에 적합, 예로배경이나 신규 장소 생성에는 유용하지만, 캐릭터에는 부적합. △스타일의 중요성: 유연성을 줄이고 브랜드 스타일을 철저히 유지할 것. △반복 작업의 필요성: 프롬프트와 결과 분석에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 △90%와 10%의 균형: AI로 90%까지 도달한 뒤, 나머지는 포토샵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소개했다.

타투 수석은 AI가 업스케일링(upscaling)이나 애니메이션 생성에도 활용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예를 들어, 512x512픽셀 이미지를 32,000x32,000픽셀로 변환하거나, 2D 이미지를 3D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특정 용도에는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미래에 대해서는 "기술은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변한다"고 우려하며,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라고 말했다. 그는 팀의 동의를 얻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라며, "AI를 단순히 빠르게 작업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10년 전에는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로비오의 프롬프트 작성 예시

청중 질의 응답에서 타투 수석은 팀원들에게 AI 사용을 어떻게 설득했냐는 질문에 "동의를 얻는 과정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2022년부터 내부적으로 AI에 대해 개방적으로 논의해왔고, 저는 팀과 많이 이야기하며 글도 썼다"며 "물론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는 누구에게도 AI 도구 사용을 강요하지 않고, 최첨단 도구로 일할 기회를 제공하며 발전의 최전선에 서고자 한다"며 "어떤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일부는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 "아티스트가 중심에 있어야 성공한다고 했는데, 이는 지금까지 기술이 없어서 우리가 스타일과 품질 감각을 반복적으로 연마하며 쌓아온 결과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차세대 아티스트들이 AI로 훈련받을 때 이런 기술을 어떻게 개발할까?"라는 질문에 타투 수석은 "우리 세대는 이미 강한 교육 기반과 경험을 쌓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니지만, 다음 세대는 기초를 다질 기회가 적을 수 있다"며 "이는 교육 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문제일 수 있다. 이제는 기본기가 더 중요해졌고, 직감만으로는 부족하다. AI 도구를 사용하려면 예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스토리텔링 능력이 더 필요다"고 답했다.

이어 "내부 자산으로 모델을 훈련시켰다고 하셨는데, 최근 자료만 사용했나, 아니면 폐기된 컨셉도 포함해 다양성을 확보했나?"라는 질문에는 "우리는 데이터셋이 일관된 게 낫다는 걸 배웠다"며 "초창기에는 모든 걸 넣었지만, 너무 산만해서 실패했습니다. 이제는 이미지 선택에도 예술적 기준을 적용해 일관성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 "최고의 AI 아티스트는 기술, 비전, 언어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 될 것"

타투 수석은 "AI는 도구일 뿐, 아티스트의 역할이 여전히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고의 AI 아티스트는 기술, 비전, 언어 능력을 겸비한 사람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게임 개발자와 아티스트들이 AI를 적극적으로 탐구할 것을 독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