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생은 심오하며, 다양합니다.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너무나도 많고, 뻗어 나가는 선택지 역시 다양하죠. 저는 그래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을 좋아합니다. 아니, 엄밀히는 심즈 시리즈를 참 좋아했죠. 사실 인생 게임 하면 심즈 시리즈밖에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이 장르는 참 좁고, 확고합니다.

그래서 크래프톤의 인조이가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 인생 게임 팬의 입장에서 너무나 두근거리고 또 즐거웠습니다. 드디어 심즈가 아닌 다른 인생 게임을 만나볼 수 있는 건가 싶어서요. 좋아하는 장르에서 다양한 게임을 플레이하고, 새로운 즐거움을 경험한다는 건 게이머로서 당연히 기대될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얼리 액세스 출시 전, 인조이를 조금 먼저 플레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지난 지스타에 이어 두 번째 만남, 하지만 이번에는 얼리 액세스 버전과 거의 동일한 테스트 버전이었습니다. 즉, 시간의 제한 없이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죠.

그렇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게임을 설치하고, 플레이했습니다. 총 세 명의 조이를 만들어 각자의 인생, 아니 조이생을 열심히 살았어요. 그렇게 세 명 분의 인생을 살아본 뒤, 얼리 액세스 시점에서 느낀 부분을 한 번 써볼까 합니다.



커스터마이징, 합격!
쉽지만 섬세하고, 간편하지만 다양하다


게임의 첫인상, 커스터마이징 부분은 참 좋습니다. 일단 두 명의 조이를 만드는 데만 2시간이 걸렸다는 데에서 합격점을 주고 싶어요. 한 명, 혹은 한 가족에게 몰입해서 긴 시간 플레이하려면 반드시 꼭 마음에 드는 조이가 필요합니다.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말이죠. 그런 부분에서 당연하게도 커스터마이징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리고 인조이의 커스터마이징은 훌륭합니다. 단순히 외형적으로 예쁘고 멋진 캐릭터를 만들 수 있어서가 아니라, 커스터마이징의 세밀함, AI 프롬프트를 활용한 의상 제작의 자유로움, 그리고 프리셋의 다양함 등 여러 부분이 잘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죠.

가장 좋았던 건, 머리부터 발끝까지 간편하지만 섬세하게 조이의 모든 것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얼굴과 몸에 찍혀 있는 점을 누르고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이기만 해도 외형의 이곳저곳을 쉽게 변경할 수 있었어요. 좀 더 세부적인 커스터마이징을 하고 싶은 유저를 위해 선택지를 마련해 둔 것도 좋았고요.

▲ 간편하게 조이의 외형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 의상 제작도 쉽게 쉽게

뿐만 아닙니다. 의상 역시 기본적인 틀을 선택한 뒤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의의 경우 목 부분의 디테일, 팔의 형태, 의상 자체의 기장 등 부분별로 선택지가 주어지기에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의상을 아주 간편하게 뚝딱 제작할 수 있어요.

의상의 색이나 재질 등도 쉽게 만질 수 있습니다. 팔레트에서 간단하게 색상을 선택하거나, 좀 더 다양한 문양이나 재질 파일을 직접 게임에 적용할 수 있는 기능까지 여러 성향의 유저들을 만족시키고자 노력한 것이 보이더군요.

▲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바로 AI 텍스쳐가 생성되기도

그중에서도 특히 간단하게 단어들을 조합하기만 해도 결과물이 나오는 AI 프롬프트가 정말 좋았습니다. 이렇게 추가한 텍스처들은 의상뿐 아니라 다양한 오브젝트에서 활용할 수 있어서 더욱 유용합니다.

이렇게 쉽고 섬세한 커스터마이징 덕분에 조이의 외모부터 입고 있는 의상, 액세서리 등 모든 것을 하나하나 조정하고 선택하다 보니 시간이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그만큼 할 수 있는 선택이 많다는 이야기인데요. 아직 얼리 액세스인 만큼, 추후 더 많은 요소들이 추가될 겁니다. 벌써 두근거릴 정도예요.

▲ 조이의 성격이라고도 볼 수 있는 기질

열심히 조이의 외형을 만들고 나면, 그다음은 기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꽤 다양한 기질들이 준비되어 있고, 해당 기질에 따라 조이들이 자동으로 행하는 일, 성격, 즐거움을 얻는 것과 지루해하는 것 등 다양한 부분들이 결정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어려운 유저를 위한 목표 설정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각 조이의 인생 목표를 설정할 시 관련해서 추천하는 기질, 단기 목표, 추천 직업 등 다양한 것들이 제공되죠. 이는 이러한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가 게임을 좀 더 원활히 즐길 수 있도록 도움이 됩니다. 물론, 스스로 모든 것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하지 않아도 게임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 목표 선택은 원하는 대로


조금 아쉽지만 건축도 이만하면
다양한 프리셋과 어렵지 않은 건축 툴, 여기에 3D 프린터까지


긴 시간을 들여 조이의 모든 것을 커스터마이징하고 나면, 본격적인 플레이로 돌입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할 수 있는 마을은 현재 시점 총 3개입니다. 좀 간단하게 말하자면, 한국형 도시, 휴양지, 미국 LA 느낌의 도시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마을 선택을 한 뒤에는 보유한 금액에 맞춰 집을 사거나, 부지를 싼 가격에 산 뒤 직접 집을 제작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 플레이한 테스트 버전에서는 금액 치트키를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덕분에 매우 비싼 집을 구매해 원하는 대로 내부 인테리어를 변경하는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었습니다.

건축이 어렵다 해도 큰 걱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완성된 건물의 프리셋을 제공할 뿐 아니라, 목적에 맞는 방 프리셋도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죠. 아예 집의 토대부터 모든 것을 직접 건축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프리셋을 활용하면 초보자도 손쉽게 건축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 건축과 인테리어도 어렵지 않습니다

▲ 현실에서도 써보지 못한 LG 스탠바이미, 여기서라도!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오브젝트의 각도 변경이나 겹치기 등이 자유롭지 않은 부분이었어요. 각도가 좀 더 세밀하게 변경되거나, 아예 자유로운 회전이 되었다면 어떨까 싶더군요. 지금은 너무 정직하게 정해진 만큼씩만 회전이 되는 데다, 오브젝트 겹치기가 아예 안 되기 때문에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조금 당황스러웠던 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대형 쇼파와 커피 테이블의 배치입니다. 'ㄱ'이나 'ㄴ' 형태로 되어 있는 대형 쇼파가 그냥 네모의 형태로 자리를 차지하기 때문에, 쇼파 사이 빈 공간에 커피 테이블을 놓을 수가 없더군요. 오브젝트 겹치기가 불가능한데다, 오브젝트가 차지하는 공간이 외형과 달라서 발생한 문제였죠.

▲ 아니 저 사이에 커피 테이블이 들어가야 하는데요...

물론 눈에 띄게 좋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3D 프린터입니다. 그냥 2D 이미지를 대충 구글에서 가져와 넣기만 해도 그 이미지가 3D 오브젝트로 변합니다. 조금의 조정을 거치면 그렇게 추가한 오브젝트를 조이의 집에 가구로 넣을 수도 있죠.

다만 아직 완벽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제가 넣은 건 흰 배경에 앉아 있는 토토로의 이미지였는데, 왼쪽 귀가 찌그러진 채로 3D화되어 버리더군요. 물론 이런 경우를 위해 대칭 모드를 켤 수 있고, 축 회전도 가능했습니다. 이를 조금 더 다듬는다면 나중에는 진짜 조이의 집 안에 제가 현실에서 좋아하는 캐릭터 인형들을 가득 채워 넣을 수도 있을 것 같았어요.

개인적으로 이 3D 프린터는 인조이가 보유한 다양한 간편 기능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툴입니다. 정말 쉽게, 누구나 게임 속에 가구나 오브젝트, 액세서리를 추가할 수 있으니까요. 따로 외부 툴을 받거나, 뭔가 설치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이미지를 가져와서, 업로드만 하면 끝입니다. 이렇게 간편하게 오브젝트를 인게임에 적용할 수 있다니, 놀랍지 않나요.

▲ 3D 프린터로 생성된 토토로 오브젝트

▲ 이렇게 실제 게임 내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어딘가 익숙한데...
부족하지만 나쁘지 않은 콘텐츠, 눈에 띄는 AI


그렇다면 인조이의 본격적인 플레이 과정은 어떨까요. 아직 많은 것이 부족하긴 했지만 콘텐츠 자체는 나쁘지 않게 들어가 있습니다. 신이 되어 도시 내 조이들을 전체적으로 관리한다는 컨셉도 충실한 편이고요. 다만,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꽤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큰 아쉬움은 그래픽을 제외한 콘텐츠 면에서 인조이만의 특색이라는 게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그래픽이 혁신적으로 좋아진, 덕분에 사양도 올라간, 사실적인 배경의 심즈 시리즈를 플레이하는 기분입니다. 좀 더 정밀하게는 DLC가 많이 빠져 있는 심즈를 플레이하는 느낌이죠.

욕구 파라미터와 같은 기본적인 부분부터 가족 그리고 이웃들과의 교류, 행동들을 통해 올릴 수 있는 여러 기술, 다양한 주제의 대화 등 콘텐츠 내의 많은 것이 너무나 익숙합니다. 물론 이러한 콘텐츠 자체를 모두 게임 내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인생 시뮬레이션으로서 게임을 즐기기에는 큰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해당 장르를 좋아하는 유저라면 이미 심즈 시리즈를 경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그러다 보니 인조이에서는 심즈가 아닌 ‘인조이’를 플레이하고 싶었습니다. 같은 장르의 게임이라고 해서 콘텐츠까지 비슷한 걸 원한 건 아니었거든요. 즐거웠던 커스터마이징을 지나 마주한 게 가이드조차 필요 없을 정도로 비슷한 시스템이라는 건 좀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이는 사람에 따라 만족도가 다를 겁니다. 누군가는 익숙한 스타일을 좀 더 현시대에 맞는 그래픽으로 플레이하는 걸 원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심즈4의 대체재를 찾는 사람도 있을 테고요.

다만 그래픽이 좋고 기술이 발전한 심즈 시리즈가 아니라, 조금은 색다르고 특별한 시스템을 지닌 인생 시뮬레이션을 즐기고 싶었던 사람에게는 분명 콘텐츠 자체가 익숙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듯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인조이가 못 만든 게임이라는 건 아닙니다. 익숙하다고 해서 게임이 별로인 건 아니니까요. 일단 기본적인 콘텐츠의 토대는 잘 세워 놓았기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면 충분히 몰입해서 즐길 수 있습니다.

익숙함 가운데 특별함을 넣기 위해 노력한 부분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른 조이들과의 관계에서 사업 요소가 추가되어 동료 관계를 만들 수 있고, 실제 지하철을 타고 움직이며 다양한 한글 간판이 보이는 한국형 도시 도원을 경험할 수도 있으며, 조이의 단기 목표를 달성시키면 제공하는 냥 포인트로 욕구를 조정해 게임을 좀 더 쉽게 플레이할 수도 있죠.


AI를 활용한 스마트 조이 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번 얼리 액세스에서 추가된 스마트 조이는 말 그대로 조이들을 좀 더 섬세하고 똑똑하게 만들어 주는 AI 시스템입니다. 도시 내 NPC 조이들의 지능을 향상시키고, 조작하는 조이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거나 일기를 확인할 수도 있죠.

뿐만 아닙니다. 조이가 직접 자신의 경험에 따라 추후 일정을 정하기도 하며, 유저가 직접 명령어를 써서 조이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너는 음악을 사랑해. 어디서든 음악적인 영감을 얻고, 세상을 사랑스럽게 바라봐.’라고 입력하면, 조이는 이 명령어에 따라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상호작용을 하며, 스스로의 속마음을 터놓게 되죠.

유저는 이렇게 조이가 만들어 내는 속마음을 읽고, 밤이 되면 좀 더 자세하게 작성하는 일기를 통해 조이와 상호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명령 프롬프트는 아직 영어로만 입력할 수 있고, 이 때문인지 조이의 속마음이나 일기 역시 영어로 표시되었습니다.

▲ 영어로 스마트 조이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 이렇게 조이의 속마음을 (영어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게임 내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오브젝트나 다른 조이와의 상호작용도 잘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뛰어난 건 컴퓨터예요. 노트북이나 컴퓨터 하나만으로도 조이는 글을 쓰고, 작곡하고, 공부하고, 자격증을 따고, 영상도 만들고, 공익 제보도 하는 등 수많은 상호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대화 선택지도 정말 많습니다. 추천 목록에 뜨는 선택지뿐 아니라, 세부적으로 분류를 골라 직접 원하는 대화를 하나하나 이루어 갈 수도 있죠. 다만 동시에 다수의 조이와 대화하는 건 뭔가 시스템적으로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1:1로 대화를 하다 보면 근처에 있던 다른 조이가 자연스럽게 대화에 참여하지만, 그 대화 주제를 직접 선택하는 건 불가능하더군요.


이외에도 콘텐츠 자체가 아직 부족한 건 맞습니다. 공원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조이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함께 기타를 치고 싶지만 불가능하고, 직접 그린 그림을 가방에 넣거나 벽에 거는 것도 안 되더군요. 대부분의 직장과 모든 학교가 래빗홀 방식이기에 일주일에 몇 번씩 조이가 하루 종일 사라져 버리고, 심지어 이벤트도 래빗홀로 진행되곤 합니다.

가장 아쉬웠던 건, 가족으로 묶인 조이들을 개별적으로 조정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집 안에 함께 있거나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을 경우에는 로딩 없이도 조이 간 이동이 가능하지만, 그 외의 경우에는 무조건 로딩 화면을 거쳐야 했습니다. 이 때문에 한 명의 조이를 멀리 보내 두면, 다른 조이가 무엇을 하고 시간을 보내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최적화의 경우는 좀 더 다듬을 부분이 많아 보였습니다. 인텔 13600KF, 32GB RAM, RTX 3080의 사양으로 플레이했을 때 4시간에 한 번 정도로 게임이 강제 종료되곤 했거든요. 게임 내 그래픽은 인게임에서 자동으로 추천하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설정했는데, 스마트 조이를 끄면 60프레임 기준으로는 플레이하는데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인조이의 핵심이라고도 생각되는 스마트 조이 시스템 역시 아직 실험 모드인 만큼 온전한 모습은 아니었어요. 가장 큰 건 역시 언어 문제겠죠. 계속해서 조이들의 속마음이 뜨는데, 모조리 영어입니다. 그리고 이를 로딩하는 과정에서 렉이 발생하는 것인지 속마음이 연달아 뜨면 조이를 마음대로 이동시키는 것도 잘 안되더군요.


이번 테스트를 통해 확인한 인조이는 커스터마이징과 건축, 상호작용 등 훌륭한 기초 토대를 쌓았지만, 콘텐츠적으로는 아직 빈 부분이 느껴지는 인생 시뮬레이션입니다. 더 다양한 것을 하고 싶고, 더 다양한 것을 즐기고 싶어도 아직 그럴 수 없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지만 이번 쇼케이스에서도 밝힌 것처럼, 이런 부족한 점들은 정식 출시까지 하나하나 채워 넣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일단,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시간이 아주 빠르게 잘 지나갑니다. 인생 시뮬레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건 바로 이게 아닐까요. 조이의 삶에 몰입하고, 그들의 인생을 지켜보는 것 말이죠.

인조이는 3월 28일 9시 스팀을 통해 얼리 액세스 버전을 출시합니다. 그리고 20일부터 28일까지는 캐릭터 스튜디오 및 건축 스튜디오를 체험할 수 있는 데모 빌드를 공개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