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을 맡은 '애니멀 웰' 개발사 쉐어드 메모리의 댄 애덜만 비즈니스&마케팅 담당자는 게임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ARG를 활용한 경험을 공유했다.

'애니멀 웰'은 스크린샷이나 짧은 영상만으로는 그 매력을 전달하기 어려운 게임으로, 숨겨진 비밀과 퍼즐이 핵심이다. 이를 알리기 위해 개발팀은 게임 외부에서 커뮤니티와 소통할 수 있는 ARG를 설계했다. 이 강연은 마케터와 독립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ARG의 장점과 주의점, 커뮤니티 구축의 중요성을 다뤘다.
'애니멀 웰'은 빌리 배소(Billy Basso)가 개발한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의 퍼즐 플랫폼 게임으로,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지만 깊이 파고들수록 복잡한 퍼즐과 '제4의 벽'을 깨는 요소들이 드러난다.
댄은 게임의 깊이와 비밀을 강조하고 싶었지만, 초기에는 스크린샷이나 영상이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고, 커뮤니티도 거의 없었다. 빌리가 몇 년간 트위터에 올린 스크린샷은 평균 5~14개의 좋아요만 받았을 정도로 관심이 미미했다.

마케팅 초기에는 게임의 ‘아하!’ 순간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 비밀을 공개하는 방안도 고려했으나, 스포일러 우려로 포기했다. 대신 ARG를 통해 플레이어들이 직접 비밀을 탐구하는 경험을 제공하기로 했다.
ARG는 게임 외부에서 진행되는 퍼즐 게임으로, '애니멀 웰' 팀은 이를 트레일러와 블로그 포스트에 숨겼다. 첫 ARG는 ‘Day of the Devs’ 이벤트에서 공개된 영상에서 시작됐다. 영상 속 단서(빌리의 사무실, 모니터 URL, 비전네어 암호 등)를 통해 커뮤니티가 협력하여 퍼즐을 풀었고, 결과적으로 디스코드 서버에 130명의 초기 멤버가 모였다. 이는 커뮤니티 형성의 발판이 되었으며, 위시리스트 숫자도 증가했다.
예를 들어, 첫 ARG는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쳤다.

1. 영상 속 URL(animalwell.net/fountain)에서 암호화된 텍스트 발견.
2. 비전네어 암호(Vigenère Cipher)와 ‘waterfall’ 키를 활용해 해독.
3. 추가 단서를 풀어 최종 메시지 도출: “축하합니다, 이메일 제목 ‘pallets’로 크레딧에 추가됩니다.”
이 과정에서 커뮤니티는 디스코드에서 협력하며 단서를 공유했고, 이는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플레이어 간 유대감을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
댄은 ARG의 긍정적인 효과로 커뮤니티 활성화, 위시리스트 증가, 리뷰 점수 향상을 꼽았다. ARG 도입 전 디스코드 멤버는 14명에 불과했으나, 첫 ARG 후 130명으로 늘었고, 현재는 1만 명 수준으로 성장했다. 초기 멤버 중 다수가 현재 운영진으로 활동 중이다. ARG는 게임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렸고, 이후 유명 유튜버 던키(Dunkey)의 퍼블리싱 레이블 ‘Bigmode’와의 협업으로 위시리스트가 25만 건까지 치솟았다. 출시 전 리뷰어 전용 디스코드를 만들어 협력적 퍼즐 풀이 경험을 제공한 결과, 평균 리뷰 점수가 90~91점을 기록했다. 이는 커뮤니티 경험 덕분에 게임의 깊이를 더 잘 이해한 리뷰어들의 긍정적 반응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ARG는 부작용도 동반했다. 플레이어들이 모든 곳에서 단서를 찾으려 하며, 빌리의 고등학교 유튜브 영상이나 초기 빌드 파일을 발굴하는 등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확장됐다. 이를 막기 위해 팀은 ARG가 공식 콘텐츠에만 한정된다고 명확히 밝혔다. 퍼즐 설계에 많은 시간이 들었고, 솔로 개발자인 빌리의 작업 부담이 커졌다. 결국 6~7개 ARG 후 중단했다. 일부 플레이어가 좋지 않은 방식으로 단서에 집착하자, 팀은 경계를 설정하고 FOMO(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를 줄이기 위한 소통을 강화했다.
댄은 ARG를 고려하는 개발자들에게 플레이어의 정신 건강을 염두에 두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을 조언했다.

'애니멀 웰'의 출시 성공(스팀 판매 1위 달성)은 ARG 외에도 Bigmode의 지원과 리뷰어 커뮤니티 전략이 크게 기여했다. 댄은 ARG가 모든 게임에 적합한 전략은 아니지만, '애니멀 웰'처럼 비밀과 퍼즐이 핵심인 게임에는 효과적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독창적인 접근이 운을 불러올 수 있다며, 커뮤니티의 힘을 활용한 마케팅의 가치를 강조했다.


청중의 “ARG와 게임 내 3단계 퍼즐(‘지옥’이라 불리는 난이도 높은 레벨) 중 무엇이 먼저였나?”라는 질문에 댄은 “게임 개발 시점에서 빌리는 아직 모든 3단계 퍼즐을 넣지 않았지만, 그건 원래 계획에 포함된 부분이었다. ARG를 통해 커뮤니티가 얼마나 어려운 퍼즐을 풀 수 있는지 테스트했고, 그 결과 커뮤니티가 전부 풀어냈다. 그러니 후반 퍼즐의 난이도는 커뮤니티 탓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고 답했다.
마케팅 관점에서, ARG를 시작하려면 최소 커뮤니티 규모가 어느 정도 필요할지란 질문에 댄은 "우리는 디스코드에 14명만 있었을 때 시작했다. ARG가 커뮤니티를 끌어온 거지, 반대가 아니었다. ‘Day of the Devs’라는 큰 무대가 첫 ARG를 알리는 계기가 됐고, 많은 사람이 봤기에 효과가 컸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