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일게이트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GDC(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게임 업계의 접근성(Accessibility) 중요성을 강조하며, 모든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는 포용적인 게임 환경을 만들기 위한 여정을 공유했다. 이번 발표는 스마일게이트의 이경진 D&I(다양성과 포용성) 리드와 김세진 접근성 스페셜리스트가 진행했다.

스마일게이트는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라는 점에서, 시각, 청각, 운동, 인지 장애를 가진 플레이어들도 장벽 없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강연은 전 세계 개발사가 GDC에 주제를 제안한 가운데, 우수한 내용으로 인정받아 선정된 사례다. GDC 강연은 일반적으로 후원, 후원사의 초청, 또는 GDC 심사를 거친 경우로 나뉜다.

▲ 스마일게이트 이경진 D&I 리드

이경진 리드는 "게임이 접근 가능할 때, 모두가 이야기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스마일게이트가 한국 게임 산업에서 선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온라인 게임의 성장으로 보조 기술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개발자들의 접근성 이해 부족과 같은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세션에서는 스마일게이트가 개발 커뮤니티와 협력하고, 접근성 체크리스트를 활용한 분석 프로세스를 통해 어떻게 포용적인 게임 환경을 구축해왔는지 소개됐다. 이들은 "모두를 기쁘게 하다(Delight Everyone)"라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믿음을 바탕으로, 게임을 넘어 영화와 같은 다양한 콘텐츠로 IP를 확장하며 더 많은 사람이 스마일게이트의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경진 리드는 2년 전 시각 장애를 가진 게이머와의 만남이 접근성에 대한 인식을 바꾼 계기였다고 전했다. 이 게이머는 15년 넘게 텍스트 기반 MUD 게임을 즐겼지만, 현대 게임의 복잡한 시각 기술로 인해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할 기회를 잃었다고 밝혔다. "더 많은 게임을 친구들과 함께 즐기고 싶다"는 그의 소망은 스마일게이트가 "기술은 우리를 연결해야지, 새 장벽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깨달음을 얻는 계기가 됐다.

▲ 스마일게이트 김세진 접근성 스페셜리스트

김세진 스페셜리스트는 자신의 장애 경험을 공유하며 접근성의 의미를 강조했다. 양쪽 다리에 의족을 착용하고 오른손에 두 개의 손가락만 있는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의 도움으로 자전거를 배운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어머니가 그의 다리와 손을 자전거에 묶어준 덕분에 처음으로 자유를 느꼈다"며 "게임 속에서 장애가 자신을 정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게임에서는 자유롭게 달리고 하늘을 날며 영웅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접근성이 단순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보여줬다.

김세진 스페셜리스트는 한국 게임 시장의 독특한 특징을 분석하며 접근성 도입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한국은 인구의 약 70%가 게임을 즐기는 게임 강국으로, 빠른 인터넷과 PC방 문화 속에서 속도와 경쟁 중심의 게임이 발전해왔다.

하지만 이런 환경은 다양한 능력을 수용하기 어렵게 만들었고, 평균 플레이어 최적화에 집중하며 소외된 이들을 배제해왔다. 그러나 콘솔 플랫폼의 접근성 기능 도입과 함께, 2018년 이후 장애인을 포함한 더 많은 플레이어가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16%가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의 공식 통계는 5.2%로 낮게 나타난다. 이는 한국이 장애를 좁게 정의하며 의학적 확인을 요구하기 때문으로, 실제 수치는 글로벌 평균에 가까울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플레이어 연령대가 높아지며(1999년 50세 이상 플레이어 9% → 2014년 29%) 접근성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 스마일게이트의 접근성 강화 과정

스마일게이트는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 지식 구축, 내부 협력, 프레임워크 개발이란 세 단계를 거쳤다. Able Gamers의 APX 프로그램을 통해 기본 지식을 쌓고, 영어로 된 자료를 한국 상황에 맞게 번역·현지화했다. 다양한 플레이어와의 소통을 통해 실질적인 장벽을 파악했다. 예를 들어, 자폐증 플레이어는 게임을 익히는 데 3주 이상 걸린다고 밝혔고, 색맹 플레이어는 밝거나 흐린 색상 구분에 어려움을 겪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협력해 6주간의 전문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7명의 전담 접근성 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게임 테스트, 패널 프로그램 운영, 솔루션 제안을 담당한다. 또한, 판교 캠퍼스에서 보조 장치 전시회를 열어 200여 명의 직원이 직접 체험하며 접근성을 이해하도록 했다.

플레이어 경험을 기반으로 '포용적 플레이어 경험 프레임워크'를 개발했다. 이는 플레이어-컨트롤러-감각 전달 장치-게임 간의 4가지 연결 고리에서 장벽을 식별하고, 키 재설정, 대체 정보 제공(예: 소리 시각화), 사용자 맞춤 설정 등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또한, APX 카드를 활용한 10가지 핵심 아이디어 카드를 만들어 개발자들이 쉽게 접근성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 "게임 개발자들이 게임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려해야 할 중요한 측면들"

세션 참석자들은 접근성이 특정 집단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두의 경험을 향상시킨다는 점을 배웠다. 예를 들어, 리듬 게임에서 보조 장치를 사용한 비장애 개발자는 "게임이 더 재미있어졌다"고 피드백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러한 노력이 한국 게임 산업 최초로 접근성을 개발 과정의 핵심으로 만든 사례라고 자부했다.

현장에서 장애를 가진 게이머들이 스마일게이트의 강연을 들었다. 한 참석자는 "나는 자폐증이 있고, 업계에 진출하려고 노력 중이다, 이런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스마일게이트에서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업계에 진입하고 직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나? 예를 들어, 테스트 외에 개발 같은 분야에서도"라고 질문했다.

이에 이경진 리드는 "그렇다. 발표에서 소개했듯이, 우리는 접근성 테스터 역할을 개설했고, 자폐증을 가진 아트 디자이너도 채용했다. 모집 방식과 평가 방식도 다르게 하고, 그들의 다양한 필요를 고려해 여러 방식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게임을 더 접근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콘텐츠를 바꾸거나 더 접근 가능하게 만들기보다는 그냥 제거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면서도 접근성을 확보하고 싶을 때, 단순히 제거하는 대신 다른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에 이경진 리드는 "개인마다 필요가 다르기 때문에 콘텐츠를 제거하기보다는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게 낫다고 본다"며 "개인적으로 선택권을 갖고 결정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모든 플레이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니까"라고 전했다.

김세진 스페셜리스트는 "나는 보조 장치를 사용하는데, 엑스박스 컨트롤러는 손가락으로 뒤쪽 버튼을 누를 수 없어서 사용하기 어렵다. 그래서 내게 맞는 장치를 선택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플랫폼과 컨트롤러를 선택할 여지를 주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더 많은 플레이어가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고 답했다.


게임 엔진에 개발자들이 추가 부담 없이 접근성 기능을 넣을 수 있도록 추가할 만한 추천 사항이 있냐는 질문에 이경진 리드는 "유니티와 언리얼 엔진에는 이미 기본 접근성 옵션이 내장되어 있으나, 개발자들 피드백을 들어보면 그 옵션들이 충분히 유연하지 않다고 한다"며 "그래서 우리의 접근성 경험이 필요하다. 다양한 필요를 가진 플레이어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더 현실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경진 리드는 "완벽하지 않지만, 이 여정을 공유함으로써 더 많은 이가 접근성에 동참하길 바란다"고 전하며, "모두가 소속감을 느끼는 게임을 만들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