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및 하드웨어 그리고 게이밍기어 분야에서 유독 흰색 제품은 정말 잘 나간다. "어차피 게임 켜면 잘 보이지도 않는 거, 잘 되기만 하면 되지"라는 관점은 많이 봤지만 화이트 감성이 별로라는 사람은 잘 없는 것 같다. 시대의 흐름으로 언젠가는 다크 감성 혹은 그레이 감성 등으로 변질되지 싶었는데 그 생각을 한지가 벌써 4년이 흘렀다.

물론 나 또한 흰색 제품을 선호한다. 잘 보이지 않는 PC 부품까지 흰색으로 세팅할 정도로. 뭐 그리 유난이냐 할 수 있겠지만 PC 부품 좀 좋아한다 하면 나 정도는 애교이니 그냥 눈감아 주시기 바란다. 흰색 제품 주위로 은은하게 도는 LED를 보고 있노라면 얇아진 지갑 걱정이 사라질 정도다. 내 사전에 "이 제품, 흰색으로 나오면 산다"가 한 트럭이다.

불행히도(?) 현실이 돼버렸다. 아, 물론 아직 샀다는 얘긴 아니고 흰색이 나왔다는 얘기. 래피드 트리거 기능을 지원하는 스틸시리즈의 신상 마그네틱 축 게이밍 키보드, 'Apex Pro TKL Gen3'의 흰색 버전이 나와버렸다. 그것도 정말 순백의 하얀색으로.

▲ 흰색 + LED는 정말 반칙이다. '스틸시리즈 Apex Pro TKL Gen 3 White'


마그네틱 축 + 래피드 트리거 + TKL + 흰색, 이건 참기 힘든데


'스틸시리즈 Apex Pro TKL Gen 3 White(이하 Apex Pro TKL Gen 3 화이트)'는 스틸시리즈 키보드 라인업 중 가장 최신 모델인 Apex Pro Gen 3 모델을 기반으로 배열은 텐키리스, 색상은 흰색으로 출시된 제품이다. 해당 제품은 여태 풀배열과 텐키리스 배열 그리고 무선 지원 모델까지 3가지의 종류 중 선택할 수 있었는데 흰색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대부분의 게이밍 키보드들이 블랙 베이스를 갖추고 있어 흰색 모델은 보기에 좋으나 선택하기 쉽지 않았다. 대부분은 좀 과거형 모델에 머물고 있거나 하기 때문. 덕분에 이번 Apex Pro TKL Gen 3 화이트의 등장이 더욱 반갑다.

화이트 감성의 텐키리스 키보드라는 것을 제외하면 사양 자체는 기존 Apex Pro Gen 3 모델과 같다. 개선된 점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여러 번 언급해도 감탄스러울 만큼 게이밍 키보드로서의 성능은 출중하다. 덕분에 현재 많은 e스포츠 선수들이 Apex Pro Gen3 시리즈의 게이밍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다.

스틸시리즈 측에 따르면 FPS e스포츠 리그인 2024 WDG 발로란트 챌린저스 코리아와 2024 OWCS Korea(오버워치 챔피언스 시리즈 코리아 스테이지)에서 참여 중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키보드를 조사한 결과, 60%의 선수들이 해당 시리즈의 제품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2025 발로란트 국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T1 발로란트 팀 전원 또한 Apex Pro Gen 3 시리즈 게이밍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 성능도 성능이지만 화이트 감성의 키마헤... 지갑이 운다


제품 주요 특징


Apex Pro TKL Gen 3 화이트의 가장 또렷한 특징은 흰색이라는 점... 이 아니라. 색상에 대한 어필은 충분했으니 Apex Pro Gen 3에 대한 주요 특징을 소개하려 한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스틸시리즈의 '옴니포인트 3.0' 스위치. 마그네틱 축 구조를 갖추고 있는 해당 스위치는 1세대와 2세대를 거쳐 3세대에서 꽃을 피우게 되었다. 2세대 또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동했었지만 기반이 기계식이었기에 해당 기능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면 "굳이?"라고 표현하기 딱 알맞은 기능이었다.

마그네틱 축의 스위치가 기계식과 뭐가 다를까. 가장 큰 차이점은 스위치 동작에 있어 물리적 접촉이 일어나지 않고 센서 방식으로 동작하기에 내구성과 정밀도 그리고 일관성에 있어 큰 차이가 있다. 또한 물리적 접촉을 통해 스위치가 동작하지 않기에 소프트웨어 단에서 입력 지점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다. 결정적으로 빛을 통한 동작이기에 기계식 키보드와 차별화된 반응 속도를 자랑한다. 스틸시리즈 옴니포인트 3.0 스위치의 경우 0.54ms의 속도를 보여주는데, 이는 일반 기계식 키보드가 6ms 임을 감안하면 11배 빠른 반응 속도다.


마그네틱 축 키보드는 키보드를 세게 눌러야 해서 불편한 유저에게는 살짝만 눌러도 동작하게끔 입력 지점 값을 낮추고 오타가 잦은 유저에게는 조금 깊숙하게 눌러야 동작하게끔 입력 지점 값을 높이는, 말이 되나 싶은 이 예시를 현실로 만들어준다. 스틸시리즈의 옴니포인트 3.0 스위치는 0.1mm부터 4.0mm까지, 0.1mm 간격으로 40단계의 입력 지점을 선택할 수 있다. 물론, 모디열과 알파열에 속한 각개 스위치 모두 다르게 설정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솔깃한 기능들이 많다. 그 유명한 래피드 트리거 또한 마그네틱 축 키보드가 구현할 수 있는 기능 중 하나다. 나만 그럴 수도 있는데 유년 시절, 형광등을 켜놓고 스위치를 얼마나 눌러야 등이 꺼지는지 한참을 딸깍 딸깍 해본 기억 없으신가. 해본 적이 없는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 결과를 알려드리자면 스위치를 내가 생각한 것보다 꽤 원래 위치까지 되돌려야 형광등을 꺼진다.

일반 키보드 또한 비슷한 구조로 작동한다. 특정 키를 입력 지점까지 누르면 중복 입력이 쭉 될 것이다. 그리고 정말 미세하게 조금씩 손가락을 들어 올려보자. 생각보다 어느 정도 올라와야 입력이 해제되는데, 그 지점을 리셋 지점이라고 부른다. 즉, 일반적인 키보드의 경우 물리적인 구조 때문에 입력 지점은 리셋 지점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

래피드 트리거란 이 이론을 초월한 기능이다. 마그네틱 축이라는 센서 기반으로 동작하는 방식을 채택한 덕분에 소프트웨어 단에서 입력 지점과 리셋 지점을 동일선상에 두게끔 설정할 수 있다. 손에 살짝만 힘을 빼도 입력이 멈춘다는 뜻. 이는 찰나가 중요한 게이머, 특히 MOBA나 FPS 게임 장르에서는 눈에 띄게 체감될 것이다. 과장 보태서 얘기하면 FPS에서의 브레이킹 기술도 "현실판 장비빨"로 쉽게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 뭔가 어려운 것 같다고? 인기 게임별 최적화 키 세팅을 통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그 밖에 스위치를 누를 때와 뗄 때, 각기 다른 동작을 실행하게 할 수 있는 '2-IN-1 액션 키' 기능, 이전에 누른 키에서 손가락을 떼지 않아도 별도로 설정한 나중에 누른 키를 누를 경우 우선 처리하는 '래피드 탭' 기능, 특정 키를 눌렀을 때 주변 키의 입력 지점을 일시적으로 높여 오타 및 중요한 스킬 및 동작을 실수하지 않게 돕는 스틸시리즈만의 '프로텍션 모드' 등 마그네틱 축을 채택함으로써 게이머로 하여금 즐거움을 선사하는 기능들이 많다.

뭔가 설정이 어려울 것 같다고? 전용 소프트웨어의 GG QuickSet을 통해 스틸시리즈에서 미리 세팅해둔, 인기 게임별 최적화 키 세팅으로 적응해나갈 수 있다. 리그오브레전드 프리셋을 예로 들면, 비교적 빠르고 반복 입력을 수행하는 일반 스킬인 QWE에는 입력 지점 값을 낮추고, 보다 신중하게 써야 하는 궁극기 R과 인접한 키에는 입력 지점 값을 살짝 높이고 프로텍션 모드를 설정하여 "아 궁 나갔어"를 방지해 준 세팅이 돋보였다.

스위치 설명에 정신이 팔려 키보드 자체의 퀄리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자 한다. 스위치마다 개별 윤활 처리를 하여 보다 부드럽고 기분 좋은 타건감을 선사한다. 또한 3층 흡음재뿐만 아니라 프리미엄 스태빌라이저를 탑재하여 일관된 소리와 느낌을 지원한다.


제품 사진


▲ 박스에서부터 순백의 색상이 돋보이는 스틸시리즈 Apex Pro TKL Gen 3 White

▲ 박스 뒷면에는 키보드의 핵심과도 같은 옴니포인트 3.0 스위치에 대한 설명을 볼 수 있었다

▲ "흰색 조아"

▲ 제품 구성은 키보드와 마그네틱 방식으로 탈부착 가능한 팜레스트, 그리고 USB 케이블

▲ 오랜만에 만나는 순백의 키보드. 뭔가 좀 더 돋보였으면 좋겠는데

▲ 얼마 전 출시한 '스틸시리즈 QcK Pro' 마우스패드와 함께 촬영하기로 했다


▲ 뒷면을 살펴보자. 실리콘 처리되어 있는 저기에는

▲ 스틸시리즈를 상징하는 색상의 키캡 풀러가 숨어있다

▲ 3가지 타입으로 높이 조절이 가능하다

▲ 키보드 사용을 더 쉽고 예쁘게 돕는 OLED 스마트 디스플레이


▲ 참고로 실시간 경쟁 게임에 주로 사용되는 모디열과 알파열에만 옴니포인트 3.0 스위치가 적용되어 있다


▲ 'SteelSeries GG'의 소프트웨어를 통해 키보드 설정도 살펴보자

▲ 키 바인딩을 설정할 수 있는 탭

▲ 입력 지점 설정 및 래피드 트리거, 래피드 탭, 프로텍션 모드 등을 설정할 수 있는 동작 탭

▲ 각 키마다 다른 동작 방식으로 설정할 수 있다

▲ 앞서 언급했던 키를 누를 때와 뗄 때의 동작을 각각 설정하는 이중 동작 탭

▲ 이중 바인딩을 통해 키보드에 적용하여 사용할 수 있다

▲ OLED 스마트 디스플레이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OLED&설정 탭

▲ 게이밍 키보드에 LED가 빠질 수 없지

▲ 평소엔 단일 LED를 선호하지만


▲ 흰색 제품만큼은 스펙트럼 효과도 정말 근사하다


마치며


실제로 제품을 테스트하며 인상 깊었던 점이 있는데 0.1mm 입력 지점을 설정한 후 손가락만 올려보니 자판이 눌린 게 참 재밌었다. 입력 지점을 달리할 수 있는 마그네틱 축 키보드는 제품 한 대로 다양한 타건감을 맛볼 수 있다는 물리적인 특장점이 있다. "같은 키보든데 느낌이 다르다고?" 정말이다.

지난 스틸시리즈 Apex Pro Gen 3 리뷰 당시, "미니 배열 나오면 살지도?"라는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오늘 보니 화이트 버전과 함께 미니 배열(60%)이 나왔다. 원래 같았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미니 배열을 택했을 것 같은데, 지갑이 주춤한 것도 그렇고 하얀색이 너무 예쁘게 나와서 고민된다.

▲ 디스플레이도 커스터마이징하여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