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동차.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주제다. 애초에는 말을 대신해 인류의 빠른 이동 수단으로 만들어졌지만, 어느 순간 그 이상이 되어버렸다. 단순한 ‘발’ 이상의 속도를 지닌 경우도 있고,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애완동물처럼 소중히 다뤄지기도 한다. 동시에 기계공학, 산업디자인, 전기공학, 공기역학 등 현대 과학 기술이 총집결된 결정체이기도 하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존재해온 이유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자동차를 소재로 한 비디오 게임 역시 오래전부터 등장했다. 과장 좀 보태면, 비디오 게임의 역사와 함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타리가 1974년에 출시한 최초의 레이싱 게임 ‘그란 트랙 10’을 시작으로, 수많은 명작들이 줄지어 등장했고, 지금까지도 그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햇수로만 벌써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말이다.
‘마리오 카트’ 시리즈부터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까지. 각각이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자동차 게임은 계속해서 진화해 왔다. 어떤 게임은 순수하게 레이싱 자체에 집중했고, 또 어떤 게임은 주행의 감각에 무게를 뒀다. 일부는 오픈 월드에서의 드라이빙 자체를 즐기는 경험에 방점을 찍었다.
그리고, 이 장르의 극단을 향해 나아간 게임도 있다. 게임과 시뮬레이션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으며, 지금까지 총 3편을 선보인 이탈리아 개발사 ‘쿠노스 시뮬라치오니’의 작품. 바로 ‘아세토 코르사’다.
오늘 소개할 게임은, 이 ‘아세토 코르사’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올가을 정식 출시를 앞두고 현재 얼리 억세스(앞서 해보기) 중인 작품. 레이싱 시뮬레이션의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아세토 코르사 EVO’다.
시뮬레이션과 게임, 그 사이에서
운전, 그러나 결코 단순하지 않은
전작 ‘아세토 코르사’를 처음 접하는 평범한 게이머라면, 아마 이런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
“이 게임, 너무 어려운 거 아니야?”
사실 그 반응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아세토 코르사'는 원래 그런 성향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시뮬레이션 장르 안에도 다양한 하위 분류가 존재하는데, 그 중에서도 실제 체험에 가까운 '사실성'을 극도로 추구하는 게임을 하드코어 시뮬레이션이라 부른다. 대표적으로는 'MS 플라이트 시뮬레이터'가 있는데,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하면 단순한 이륙조차도 한참 걸릴 정도로 복잡하다.
'아세토 코르사' 역시 이와 유사하다. 기술적인 한계로 현실과 완전히 동일하진 않지만, 세밀한 차량 튜닝이 가능하고, 조작 반응도 매우 민감하다. 그래서 일반적인 키보드나 패드보다는 전문적인 스티어링 휠 컨트롤러가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었다.

게다가 가장 혼란스러운 점은, 이 게임 자체에는 일반적인 의미의 '게임 콘텐츠'가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시뮬레이터’이자, 일종의 ‘프레임워크’에 가까웠다. 그래서 모드(Mod)의 힘을 빌려야만 비로소 게임다운 콘텐츠가 구성되곤 했다.
이러한 아쉬움을 채우기 위해 등장한 후속작이자 외전이 바로 '아세토 코르사 컴페티치오네'다.
2019년에 출시된 이 작품은, 전작과는 달리 ‘레이싱’ 자체에 초점을 맞춘 게임이었다. 실제 'GT 월드 챌린지' 라이선스를 획득해, 게임 안에서 실제 레이스를 경험할 수 있었고, 그러면서도 전작의 정교함과 사실성을 잘 유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실제 레이싱 선수들이 훈련용으로 즐기기도 하고, 입문자에게도 추천될 만큼 ‘시뮬레이션 레이싱 게임’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할 '아세토 코르사 EVO'는, 이러한 시리즈의 장점을 모두 포용하면서 '완성형'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인다.

레이스를 즐길 수 있는 실제 서킷이 존재하고,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주행 질감도 여전하며, 이전까지는 다소 부족했던 서스펜션과 댐퍼의 움직임까지 더욱 사실적으로 표현됐다. 여기에, 단순히 레이싱을 즐기는 것을 넘어 자동차 자체를 사랑하는 유저들을 위한 요소도 대폭 추가됐다. 차량의 실내 인테리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주행 모드 변경 등 디테일한 설정이 가능해진 것이다.
여전히 시뮬레이션 색채는 강하지만, 이제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시도해볼 수 있는 수준으로 문턱이 낮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오픈 월드’의 도입이다.
'오픈 월드'와 아세토 코르사
'레이싱'을 넘어 '드라이빙'까지
첫 번째 작품이 ‘자동차’ 시뮬레이터였고, 두 번째 작품에서 ‘레이싱’ 요소가 더해졌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그 위에 ‘드라이브’라는 경험이 얹어진다.
‘아세토 코르사 EVO’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오픈 월드는, 이미 다양한 레이싱 게임들이 시도해온 장르 간의 융합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는 ‘포르자 호라이즌’ 시리즈가 있고, 유비소프트의 ‘더 크루’ 시리즈 역시 넓은 오픈 월드를 무대로 삼았다. 조금 분야를 넓혀보면, ‘트럭 시뮬레이터’ 시리즈도 거대한 오픈 월드에서의 주행 경험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아세토 코르사 EVO’의 오픈 월드는 다소 국지적이지만, 그만큼 현실적인 묘사에 초점을 맞춘 점이 특징이다. 개발사 발표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오픈 월드의 규모는 약 1,600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며, 독일 서부의 아이펠 고원 지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얼리 억세스 기간 동안 순차적으로 확장될 예정이며, 그 중심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뉘르부르크링’이 포함될 계획이다.

이 오픈 월드는 단순히 '매우 큰 트랙'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있다. 디테일을 중시하는 개발사의 성향답게, 배경 세계 역시 다양한 요소들로 채워졌다. 물론 플레이어가 길거리 음식점에 들어가거나 건물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수준은 아니지만, 튜닝샵, 렌터카 업체, 주유소 등은 실제로 방문이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자동차의 외형이나 성능을 변경하거나, 직접 연료를 채우는 등 실생활과 유사한 체험도 제공된다.
또한, 오픈 월드에는 독자적인 경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자금을 벌고, 이 자금을 통해 새로운 차량을 구입하거나 기존 차량을 더욱 멋지고 강력하게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드라이브를 넘어 게이머만의 자동차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이러한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도 ‘아세토 코르사’ 시리즈 특유의 물리 기반 시뮬레이션 룰은 그대로 적용된다. 날씨에 따라 노면 상태가 바뀌고, 차량 튜닝에 따라 조작 감각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대형 스포일러를 장착하면 다운포스가 증가해 코너링 성능은 향상되지만, 동시에 중량 증가로 인해 최고 속도는 약간 줄어들 수 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개발사가 이 오픈 월드를 단순한 게임 무대가 아닌, ‘현실성 있는 드라이브 공간’으로 구현하려 했다는 점이다. 실제 해당 지역에 위치한 업체들이 게임 내에 자신의 브랜드를 반영할 수 있도록 QR코드 기반의 제휴 제안을 받고 있으며, 시간대에 따른 교통량 변화까지 구현해, 게이머가 실제 지역을 운전하며 경험하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정식 출시는 가을
지금이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기회
'아세토 코르사 EVO'는 지난 1월 얼리 억세스를 시작했으며, 현재 4만 원 대의 가격에 판매 중이다. 얼리 억세스 기간 중엔 지속적으로 콘텐츠 업데이트가 진행될 예정이며, 이를 달리 말하면 아직 게임이 완전한 상태는 아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9월 정식 출시 이후엔 가격 인상이 예정되어 있으며, 얼리 억세스 기간 중에는 콘텐츠 추가에 별도의 결제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사실상 지금이 가장 저렴하게 '아세토 코르사 EVO'를 만나볼 수 있는 기회다.
'아세토 코르사 EVO'는 스팀 외에도 505게임즈가 입점한 다양한 ESD, 인벤게임즈를 통해 구매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