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EROID-J의 장원선 대표는 치열하고 스타일리시한 액션 세계를 홀로 구축했다. 장 대표는 게이머로 시작해 게임 웹진 필자, QA, 기획, 프로젝트 리더 등 17년간 게임 업계의 다양한 영역을 거쳐 1인 개발자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닌자일섬'을 완성하기까지의 험난했던 여정과 그 후의 솔직한 심정, 그리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15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유나이트 서울 2025'에서 덤덤하게 전했다.
장원선 대표의 강연은 취지에 맞게 일인칭으로 서술한다.

강연 제목은 "내가 해봐도 모르겠다"입니다. 계획보다는 용기로 콘솔 게임 개발에 도전해 '닌자일섬'을 완성하기까지, 그리고 그 후의 제 경험을 통해 용기와 열정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저는 게이머로 시작해서 게임 웹진 필자, QA, 기획, 프로젝트 리더 등 다양한 역할을 거쳐 지금은 1인 개발자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닌자일섬'을 만들기 전에도 저는 매년 하나씩 게임을 만들었지만, 아마 아무도 모르실 겁니다. 전부 성공하지 못했거든요. 2019년이 되자 자금난에 시달리고, 두 아들의 아빠가 되면서 고난도 육아까지 시작되어 정말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즉흥적으로 게임을 만들곤 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여러 프로토타입을 선보였고, 그중 닌자 게임의 반응이 가장 좋아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제게는 이게 마지막 게임 개발이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내 인생 마지막 게임은 콘솔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다졌죠. 어릴 적 즐겼던 닌자 게임들에 대한 향수도 있었고요.
처음에는 일본 배경을 생각했지만, 제가 일본 문화에 정통하지 않아 어색할 것 같아 사이버펑크 디스토피아 세계관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닌자가 활보해도 이상하지 않을 세계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렇게 '하이퍼 닌자 액션'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인 2D 플랫포머 액션 게임, '닌자일섬'이 탄생했습니다.

3개월 정도 걸려 만든 초기 프로토타입은 지금 보면 허세가 가득했지만, 어떻게든 멋있게 보이려고 광원 효과도 넣고 애를 썼습니다.
그때는 이 게임이 3년이나 걸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고요?
저는 시장에는 어느 정도 팔릴 만한 '스탠다드 퀄리티'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2년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마지막 게임'이라는 생각에 꼭 패키지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강해서, 처음부터 PC가 아닌 스위치 버전을 목표로 개발하다 보니 시간이 더 오래 걸렸습니다.

그 3년 동안 정말 별의별 일을 다 겪었습니다.
옆집에 불이 나서 새벽에 대피하기도 했고, 생활비가 부족해 아끼던 초레어 게임기(슈퍼마리오 워치)를 65만 원에 팔아 월세를 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에 두 번 걸리고, 당뇨 진단을 받고, 물난리로 멀티탭이 둥둥 떠다니는 걸 보고, 붕어빵을 회쳐먹어보기도 했죠. 하드디스크가 고장 나는 등 온갖 시련이 닥쳤습니다.

거의 800번 넘게 업데이트와 롤백을 반복하며 어떻게든 잘 만들어보려고 발버둥 쳤습니다. 작가주의라기보다는, 이게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정말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죠.
그렇게 2023년 11월 23일, 드디어 '닌자일섬' 1.0 버전을 출시했습니다. 출시 전에는 기대가 컸습니다. 일본 전시회 참가, 게임 잡지 기사 게재, 어워드 수상 등 좋은 신호들이 많았거든요. 이번에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개발사를 꾸릴 수 있겠다는 희망도 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냉담했습니다. 기대와 달리 게임은 잘 팔리지 않았습니다. 너무나 많은 호재가 있었기에 당연히 잘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하니 멘탈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습니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돌이켜보니 제게 넘쳤던 것은 외골수적인 열정과 욕심이었고, 부족했던 것은 그 외 모든 것이었습니다. 밸런스를 고려하지 않고 오직 '완성'만을 향해 달려갔던 거죠.
몇 가지 반성점을 꼽아보자면,

1. 과도한 볼륨 설정: 1인 개발인데 챕터 9개, 보스 13종, 적 30종 등 너무 큰 규모를 잡았습니다. 2시간 환불 시간을 넘기려다 보니 양을 늘리게 됐는데, 실제 평균 플레이 타임은 5시간 정도 나왔습니다. 계산 착오였죠.

2. 픽셀 아트에 대한 집착: 픽셀 아트는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비전공자로서 부끄러움을 감추려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디테일에 집착했습니다. 2021년 버전과 2023년 버전의 차이를 저만 알아볼 정도였죠. 아트 작업에만 거의 1년 반을 쏟았습니다.

3. 비효율적인 홍보: 국내외 행사는 거의 다 참여했지만, 갈 때마다 빌드를 수정하며 테스트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효율이 떨어졌습니다. 원래 계획과 다른 버전을 선보이며 방향을 잃었던 것 같습니다.

4. 온라인 마케팅 부재: 만들기만 잘하면 팔릴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퍼블리셔의 역할이라고만 여겼죠. 디스코드나 트위터 활용도 거의 안 해 유저들과의 소통이 단절되었고, 게임은 잊혀갔습니다.

5. 피드백 수용 부족: 좋은 얘기만 듣고 나쁜 얘기는 외면하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특히 독학으로 개발하다 보니 방어기제가 강해, 누가 제 코드를 보고 비웃을까 봐 두려워 질문도 잘 못 하고 혼자 해결하려 애쓰다 보니 오히려 효율이 떨어졌습니다.

6. 어설펐던 완성: 대중성을 확보하려 여러 의견을 반영하다 보니 게임의 개성(엣지)이 희석되었습니다. 또한 스위치 우선 개발로 인해 PC 최적화, 특히 키보드/마우스 조작감에 소홀했던 점이 국내 유저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후회됩니다.

7. 단기적인 시각: 스팀 출시 후 일주일 지표에 너무 일희일비하며 멘탈이 흔들렸습니다. 긴 레이스라고 생각했어야 했는데 말이죠. 상업적 성공을 못 하니 제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시간만 낭비한 것 같고, 경제적 압박감에 시달렸습니다.
사실 계속 게임을 만들고 싶은데, 현실이 따라주지 않으니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 꿈은 어릴 적 처음 해본 게임 '수왕기' 때부터 게임 개발자였고, 패키지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으니까요. 그래서 다시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닌자일섬'에 하드코어 모드를 빠르게 업데이트했지만, 큰 반응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신작 개발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요즘 인디 게임계에는 두 게임을 하나로 묶어 파는 '1+1 패키지' 방식이 있더군요. '닌자일섬'의 성과가 아쉬우니, 다른 게임을 하나 더 만들어 함께 선보이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액션 게임은 업데이트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죠.
이번에는 레시피를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1. '닌자일섬'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잇는 게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2. 혼자가 아닌, 팀원들과 함께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3. 기존 액션보다는 좀 더 시장성 있는 장르(로그라이트)에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4. PC 최적화에 집중하며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알아보고, 전국의 게임 관련 지원 사업이란 지원 사업은 모조리 신청했습니다. 어디든 개발만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운 좋게 충남 글로벌 게임센터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가족 모두를 설득해 경기도에서 충남 아산으로 이사했습니다. 이제 아산이 제 고향입니다.
지원금만 받고 사라지는 개발자가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아산 생활에 적응하며, 아이들과 보낼 시간도 생겼고, 작은 차도 생겨 즐겁게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4개월간 데모 작업을 통해 탄생한 게임이 바로 지금 개발 중인 '섀도우 제로'입니다. '닌자일섬'의 리소스와 팀원들 덕분에 이전보다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뻔한 로그라이트가 되지 않도록 계속 고민하며 만들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도 '닌자일섬' 스위치 버전을 완성해 올해 2월에 디지털 다운로드로 출시했습니다. 패키지에 대한 열망을 조금이나마 해소한 것 같아 다행입니다. 또, 유서 깊은 일본 게임 잡지 '패미통'에 제 게임이 소개되어 점수는 조금 아쉽지만, 첫 작품치고는 괜찮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정된 멘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해봐도 어떻게 성공하는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게임이 쏟아지고, 승자 독식 구조에, AAA 게임들의 할인 공세와도 싸워야 하죠. 실패는 여전히 두렵고, 익숙해지지도 않네요.
하지만 계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혹시 한 번만 더 파면 다이아몬드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제가 성공했냐고요? 실패한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4년이라는 시간을 '닌자일섬'에 쏟았지만 상업적으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건강도 나빠졌습니다. 당뇨에 걸리고, 에너지 드링크를 습관처럼 마시며 3년 간 하루 4시간 이상 못 자 간 질환에도 걸렸습니다. 항상 번 아웃 상태이고요.

하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목표했던 스위치로 게임을 출시했고, 제 게임 캐릭터를 코스프레한 분도 생겼고, 심지어 그분이 상도 받으셨습니다. 그 사진을 처음 봤을 때의 전율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여러분 앞에서 발표하고 있고, 다음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제게는 성공입니다.

저는 이것을 '성실한 실패'라고 부릅니다. 기술적으로나 기획적으로 성장했고, 다음 프로젝트를 위한 리소스도 확보했고, 누가 봐도 짠한 스토리를 갖게 되었죠. 무엇보다 제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저는 성실하게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이 과정이라고 믿는 '정신 승리'가 필요합니다. 영화 '록키'의 주인공처럼, 승리가 아니더라도 버텨내고 싶습니다. 계속 버티다 보면 언젠가 영광이 찾아오지 않을까요?


세상에 완벽하지 않은 결과물을 내놓을 용기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닌자일섬'을 3부작으로 만들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액션의 기본을 담은 '닌자일섬', 로그라이트 시스템의 재미를 추구하는 '섀도우 제로', 그리고 이 모든 것이 합쳐진 메트로배니아 스타일의 '닌자일섬2'.
'닌자일섬 2'가 저의 2D 액션 게임의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그때 다시 성공과 실패를 이야기할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저처럼 맹목적으로 도전하기보다는, 조금 더 똑똑하게 도전하셔서 덜 고생하고 빨리 성공하시기를 응원합니다.

Q. 그토록 힘든 과정 속에서도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 보통 '꿈'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하죠. 그런데 제게는 꿈이 힘을 줬다기보다는,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참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네가 선택한 건데?"라는 어머니의 말씀처럼, 제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 저를 계속 괴롭히면서도 버티게 만들었습니다. 이건 좀 개인적인 성향 같아요.
물론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습니다. 돈이 떨어지면 아르바이트를 해서 생계를 유지해야 했죠. 개발 기간이 늘어나더라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닌자일섬' 개발이 3년이나 걸렸고, 저희 퍼블리셔인 CFK는 "대체 언제 나오냐"며 무척 힘들어하셨죠.
저는 좀 단순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이거 만들면 다 해결될 거야"라는 생각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해요. 복잡하게 생각하기보다는 "게임 만들면 돈 번다. 그럼 게임 만들면 되지" 이렇게 단순화시키는 거죠. 실력이 어떻고, 시장이 어떻고 깊게 파고들면 벽이 너무 크게 느껴지니까요.
어쩌면 이렇게 단순하게 생각하는 게 저만의 버티는 방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Q. 1인 개발로 인한 금전적 문제 속에서, 만들고 싶은 게임과 상업적 성공 사이의 균형은 어떻게 잡으셨나요?
=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제가 상업적인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닌자일섬'을 시작할 때 8개의 프로토타입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가장 반응이 좋은 것을 골랐습니다. 상업적인 부분은 퍼블리셔의 도움을 많이 받으려고 했죠. "나는 상업적으로는 잘 모른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사실 액션 게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도 아니었고, 제대로 만들어보는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잘 팔고 싶은 마음에 다른 잘 팔리는 게임들이 가진 요소들을 이것저것 가져오려고 했어요. "저 게임에 저게 있으니 나도 있어야 해" 이런 식이었죠. 죄송하지만, 그래서 밸런스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게임이 산만해졌죠.
돌이켜보면, 이 부분은 개발자 본인이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이 장르에서 내가 어떤 고유한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는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저 '잘 만든 게임 = 남들이 가진 건 다 가진 게임'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세상의 모든 2D 닌자 게임이 가진 요소를 집대성하려고 하다 보니, 오히려 이 게임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모호해졌다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옵션 같은 기본적인 것 외에는,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엣지'가 있어야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픽셀 아트를 전부 직접 하셨다고 들었는데, 타이틀 화면의 여성 캐릭터 같은 일러스트도 직접 그리신 건가요?
=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퍼블리셔입니다! 게임 내에 들어가는 픽셀 아트는 제가 작업했지만, 그런 일러스트 같은 외적인 부분들은 제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 계약 조건에 포함해서 진행했습니다. 저는 손으로 그리는 건 잘 못 해요.
픽셀 아트는 조금 재미있는 게, 반만 그려서 대칭시키면 하나가 완성되기도 합니다. 제 게임 화면을 보면 다른 2D 게임들보다 캐릭터가 좀 멀리 떨어져 있는 원경처럼 보일 텐데요. 사실 제가 픽셀을 제대로 못 찍는 걸 보여드리기 싫어서 그렇게 한 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캐릭터가 너무 작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차마 가까이 당길 수가 없더라고요, 제 눈에는 너무 안 예뻐 보여서요.
어떻게든 단점을 가리고자 했던 시도가 지금의 게임 형태가 된 셈입니다. 배경은 굉장히 화려하고 아트 소스가 많아 보이는데, 실제 게임 액션은 그에 비해 조금 덜 화려하게 느껴질 수 있는 미묘한 밸런스가 만들어졌죠.
나중에 아티스트를 구하려고 했을 때 황당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제가 돈을 주고도 "제가 그린 것만큼 못 그려주시나요?"라고 말하게 되는 상황이 오더군요. 더 좋은 아트가 들어오면 거기에 맞춰 게임 전체를 수정해야 하는데, 제가 그럴 여력이 없으니 결국 계속 저 혼자 아트 부분을 만지게 되었습니다.
Q. 아트 작업에 개발 기간 중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셨나요?
= 아트 비중이 상당히 높았습니다. 3년 개발 기간 중 거의 1년 반 정도는 아트 작업에 매달렸던 것 같습니다.
이게 좀 미묘한데, 처음 해보는 작업인데도 생각보다 결과물이 괜찮게 나오면 기분이 좋아서 계속 더 잘하려고 파고들게 되더라고요. 어디서 멈춰야 할지를 몰랐던 거죠.
"내가 뭔가 된 것 같다"는 착각에 빠져서 필요 이상으로 시간을 쏟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계속 아트 관련해서는 부딪히고 있고요. 되도록이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항상 비용 문제로 귀결되곤 합니다.
Q. 이러한 도전을 시작하기에 앞서, 가족분들을 어떻게 설득하셨는지, 그 과정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 사실 아내에게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웃음) 아내가 임신 중이었고, 생계는 제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거든요. 게다가 코로나 시기라 제가 실직 상태였습니다. 이력서를 100통 넘게 냈지만 아무 데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 프로토타입을 빨리 만들어서, 단돈 천만 원이라도 지원해 주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내겠다는 절박한 심정이었습니다. "어디든 좋다, 지금 우리 집 망하게 생겼다" 이런 상황이었죠. 지자체 지원 사업 같은 것도 닥치는 대로 신청하며 버텼습니다. 그때가 가장 암울했던 시기 같아요.
둘째 아이가 태어나니 너무 예뻐서 더 열심히 하게 됐지만, 그 과정에서 제 자신을 돌보지 못했습니다. 작업이 늦어지거나 뭔가 잘못될 때마다 저 자신을 심하게 몰아붙이고 학대했습니다. 자기 자신을 미워하는 게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저는 알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때 그 정도로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여러분들보다 코딩을 잘하는 것도, 아트를 잘하는 것도, 기획을 잘하는 것도 아닐 겁니다. 하지만 어쨌든 해냈기 때문에, 3년이 걸렸든 4년이 걸렸든 마침표를 찍었기 때문에,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침표를 찍었기에 그나마 다른 세계가 열렸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