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내수 가격과 글로벌 판의 가격 차이, 스위치1과 비교해 높아진 가격 등이 그 이유였다. 여기에 글로벌 관세 폭탄에 따른 극심한 가격 변동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닌텐도 스위치2의 가격, 그리고 그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의 면모는 닌텐도가 이번 기기를 내놓으며 얼마나 전략적인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었음을 눈치챌 수 있다.
닌텐도가 그리는 전략. 그건 철저한 자신들의 타깃 층 공략이다. 그리고 비슷하게 휴대용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스팀 덱(UMPC)과의 경쟁에서 그들이 가져가지 못한 부분에서의 강점 역시 챙기려 하고 있다.
서로 다른 전략, 독자적인 시장을 구축한 닌텐도
닌텐도 스위치2의 출시 시점은 닌텐도 스위치 출시 시기와 사뭇 다르다.
닌텐도 스위치에 대한 여론은 기대 이상으로 회의적이었다. 이는 닌텐도 스위치 출시가 상업적으로 닌텐도 메인 게임 기기 중 최악의 성과를 낸 Wii U의 후속 출시 기기로 점찍힌 상황 탓이 컸다. 1억 대를 넘긴 Wii와 비교해 Wii U의 판매량은 고작 1,300만 대를 넘긴 수준이었다. 충성 팬층의 호응은 여전했지만, 이미 시장 영향력을 잃은 닌텐도가 새로운 기기에서 반전을 보여줄 것이라 기대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아다시피 닌텐도 스위치는 닌텐도 역사에서도 손에 꼽을 성공을 거뒀다. 배터리, 성능, 두 컨셉을 겸하는 게임 라인업 부족 등이 우려됐던 하이브리드 콘셉트는 시장 수요에 완벽히 적중했다. 부족했던 초반 라인업도, 사실상 하나뿐이던 AAA인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가 오픈 월드 기준을 바꿔 버릴 정도의 모습을 보여줬다. 뒤이어 출시된 퍼스트 파티 게임들의 성공도 이어졌다.
회의론을 뒤집은 인기는 글로벌 흥행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더 두드러진 성과는 자국인 일본에서 나왔다. 닌텐도는 스위치 노후화, 소니의 신형 콘솔인 PS5의 출시로 글로벌 점유율은 낮아졌지만, 일본에서는 사실상 콘솔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2024년까지 닌텐도 스위치는 일본에서 3,500만 대 이상 팔리며 지금까지 일본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콘솔로 기록됐다. 이는 일본의 5,770만 가구 중 60%가량이 닌텐도 스위치를 보유했음을 의미하기도 하며 콘솔 게임 시장 점유율 역시 80% 가까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 시장 성공에는 ▲서구 시장보다 상대적으로 좁은 주거 공간 ▲긴 출퇴근 시간에서 빛을 보는 휴대 겸용 하이브리드 기기의 특성 ▲비교적 높은 가정 중심의 콘텐츠 소비 문화 ▲신칸센 이동 등 잘 갖춰지고 친숙한 철도 이동 문화 ▲그리고 포켓몬스터나 젤다의 전설 등 닌텐도 자체 IP 강세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고 이러한 흥행 요소가 꾸준히 이어질 수 있도록 한 물량 공급과 낮은 구매 비용 역시 핵심으로 꼽힌다.
기술 한계가 만든 딜레마, 그리고 가격 인상
닌텐도는 팬데믹에 따른 유통 대란과 글로벌 칩셋 품귀에도 출시 이후 닌텐도 스위치의 가격을 단 한 차례도 인상하지 않았다. 2021년 유럽에서 한 차례 있었던 가격 변동도 닌텐도 스위치 OLED를 앞두고 닌텐도 스위치의 가격을 30유로 인하한 게 전부였다.
특히 2022년 일본 상황은 더 심각했는데 원자재 가격 상승과 에너지 비용 증가로 전자 제품을 포함한 이상 제품의 가격 인상이 전 부문에 걸쳐 나타났다. 하지만 닌텐도의 후루카와 슌타로 사장은 2022년 니혼게이자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가격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놨다.
제작비, 유통 비용 증가로 가격을 올리면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콘텐츠의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그렇게 닌텐도 스위치의 가격은 유지했지만, 가격 경쟁력을 마냥 밀어붙일 순 없었다.
핵심은 칩셋 성장의 한계에 따른 가격 상승이다. 반도체의 성장은 그간 1965년 인텔의 고든 무어가 제시한 무어의 법칙이 기준이 됐다. 기술의 발전으로 하나의 집적회로에 트랜지스터 수가 약 2년마다 두 배 높아진다는 법칙이다. 무어의 법칙은 같은 크기에 트랜지스터가 2배가 되니 성능은 2배가 되고, 더 적은 자원으로 칩을 만들 수 있어 제조 비용도 낮아지는 이유를 설명해왔다.

하지만 무어의 법칙은 기술적, 경제적 관점에서 깨진 지 오래가 됐다.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한계 이상으로 줄어들며 열 문제가 커졌고, 공정 복잡성으로 최신 공정의 경우 되려 비용이 늘어나는 사례도 생겼다.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혼란 현상은 여전히 그 여파가 남아있다.
결국 닌텐도 스위치2는 일본 내수 버전과 글로벌 버전의 가격 차이는 있지만, 닌텐도 스위치와 비교해 거의 모두 1.5배 정도로 높아진 가격이 됐다. 그렇다고 콘솔 시장 내에서의 기기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 건 아니다. 칩셋 비용 인상에서 따른 가격 상승이 다른 콘솔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남들이 다 올라 저렴해진 스위치의 가격 경쟁력
PS4, PS5 등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두고 닌텐도와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닌텐도 스위치와 달리 PS5, PS5 프로 세대만 두고 봐도 소니는 여러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트럼프 대통령 리스크로 불리는 관세 우려 역시 상관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PS5의 가격 인상 핵심에는 칩셋 비용 상승에 따른 마진 변화와 국가별 환율 불안정이 직접 영향을 미쳤다.
그렇게 PS5 프로의 가격은 700달러가 됐다. 인플레이션 조정 가격으로 790달러인 플레이스테이션3 이후 소니 브랜드 콘솔 중 가장 비싼 가격이며 역대 콘솔 인플레이션 조정 가격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높은 가격이다.
과거 세대만큼 극적인 성능 향상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칩셋의 성능 향상 속도가 더뎌지며 PS에서 PS2로, PS2에서 PS3로의 변화만큼 극적인 성능 향상을 이용자가 체감하기는 어려워졌다.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성능 향상은 적어졌는데 가격은 꾸준히 오른다. 비교적 너른 이용자 층을 타깃으로 한 닌텐도 스위치와 달리 고성능의 프리미엄 콘솔을 표방하는 플레이스테이션, Xbox에겐 큰 장점 하나가 옅어지는 셈이다.
매출 다각화 전략 방안을 플랫폼 홀더들이 다르게 잡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사양 콘솔은 PC와 비교해 여전히 저렴하지만, 가격 대비 압도적인 가성비를 내뿜는 시기는 지났다. 오늘날 콘솔 개발 아키텍처도 PS3의 CELL, Xbox 360의 PowerPC처럼 콘솔 특화 노선을 가기보다는 x86을 사용하며 PC와 같은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독자 아키텍처의 장단점은 분명하다. 자사 콘솔에 맞게 프로세서 처리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고유 구조에 따른 최적화에 따른 제조 비용 대비 고성능 구현이 가능하다. 하지만 독자 구조에 따른 개발 난이도 증가는 서드파티 개발사의 유입을 어렵게 만들었다. PS5, Xbox 시리즈 X|S는 x86 아키텍처를 통해 서드파티 게임사가 콘솔 출시를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이는 자사 게임 라인업 확보라는 장점으로 이어졌다.
모두가 같은 게임을 낼 때, 멀티플랫폼 속 닌텐도는?
하지만 멀티플랫폼화는 곧 모든 플랫폼에서 비슷한 게임이 출시된다는 획일화를 불러오기도 했다. 그것 자체로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콘솔 게임의 PC 이식은 더 쉽고, 빠르게 이어졌다. 코어 게이머가 콘솔을 사야 하는 이유가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멀티플랫폼 게임의 확대는 프리미어 콘솔이 PC와 경쟁하는 시장을 형성했다. 콘솔 우선 출시가 이루어지던 게임도 PC 동시 출시가 더욱 활성화됐다. PS4 독점작의 첫 PC 이식작이던 호라이즌 제로 던은 PC 이식까지 3년 이상이 걸렸지만, 마블 스파이더맨2는 소니의 핵심 타이틀이었음에도 PC 이식이 불과 1년 3개월 만에 이루어졌다.
한정된 시장 상황에서 콘솔 서비스만으로 이용자를 늘릴 수 없다면? 결국 선택한 것이 기기 가격 인상에 따른 마진 복구, 독점 게임의 플랫폼 확장을 통한 수익 증대다. 여기에 콘코드의 실패에도 헬다이버즈2의 성공 사례를 들어 라이브 서비스의 PC 동시 출시까지 그려 장기 이용자를 붙잡는 전략이 더해졌고 말이다.
MS 역시 콘솔 사업보다는 게임 패스 등 구독 서비스를 비디오 게임 사업의 중심에 둔 지 오래고 말이다.

콘솔의 가격 경쟁력이 줄고, PC 게임과의 경쟁 구도 속에서 저마다 수익 보존 전략을 수립하는 모양새다. 그게 콘솔 독점 게임으로 콘솔 판매 수익을 증대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인지는 좀 더 장기적인 결과를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1.5배 오른 가격, 그럼에도 일단 저렴한 편
그렇기에 닌텐도 스위치2는 높은 가격 상승폭에도 가격 경쟁력을 어느 정도 지켜낸 모양이다.
분명 닌텐도 스위치2는 닌텐도 스위치1보다 150달러가 인상됐다. PS5가 PS4 출시 당시 100달러 인상된 것보다 더 크다. 하지만 가격이 1.5배가량 올라도 450달러다. PS5 프로가 700달러로 출시되며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게 됐다.
닌텐도는 조정 가격이 570달러인 패미컴을 제외하면 닌텐도 스위치2까지 줄곧 500달러 미만의 게임기를 내놓은 셈이다. 닌텐도 기기 중에서는 비교적 높은 가격이지만, 조정 가격은 슈퍼패미컴, Wii U보다 낮다. 닌텐도 스위치 OLED의 조정 가격 403달러와 비교하면 50달러도 채 인상되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인상이 예고된 소프트웨어 가격도 꾸준한 물가 상승과 그간 이어진 인상 계획 등을 고려하면 80달러도 '일단은' 예상 범주 안이긴 하다. 그리고 이렇게 새로운 세대 콘솔 등장으로 인상된 가격을 다른 게임사들이 따르게 될 것을 고려하면 결국 콘솔 시장 내에서의 소프트웨어 게임의 가격 경쟁에서 뒤처지지는 않게 될 것이다.

8년이나 동일 성능을 유지한 덕에 여타 프리미엄 콘솔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성능 향상도 체감 가능하다. 소니가 PS4에서 PS4 프로, PS5, PS5 프로로 변경되는 동안 닌텐도는 닌텐도 스위치로 버텨왔다. 최신 기기의 성능보다는 부족할지언정 8년 만에 새롭게 출시되며 얻어낸 성능 향상이 상대적으로 뚜렷해지게 됐다.
그리고 이 성능 향상은 닌텐도가 본격적으로 서드파티 게임을 유치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게 닌텐도 스위치와 달리 닌텐도 스위치2에서는 출시 초기부터 이루어진다.
서드파티 확대, 그리고 경쟁 스팀 덱
2일 진행된 닌텐도 스위치2 다이렉트를 통해 닌텐도는 다수의 서드파티 게임을 공개했다. 특히 닌텐도 스위치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를 제외하면 AAA 게임 없이 인디, 레트로 게임, 소규모 타이틀로 출시 초반 1년을 보냈다면 이번에는 AAA급 서드파티 게임들을 다수 소개하며 라인업의 무게감을 더했다.
실제로 사이버펑크2077, 호그와트 레거시, 용과 같이 제로 등을 런칭 타이틀로 내놓고 엘든 링, 스타워즈 아웃로, 하데스2, 보더랜드4, 할로우 나이츠 등 기존 게임의 스위치2 이식부터 신작까지 다양한 게임이 준비됐다. 닌텐도 자사 IP 기반 퍼스트 파티를 넘어 즐길 수 있는 게임의 숫자를 확보하게 됐다.
그리고 닌텐도는 이 서드파티 게임 서비스를 꽤 전면에 내세웠다. 북미 버전 닌텐도 다이렉트에서 강조된 EA 스포츠 매든 NFL과 더스크블러드가 대표적인 예다.

NBA 2K와 함께 여전히 판매량으로는 최고 수준인 대표 스포츠 게임, 그리고 프롬이 닌텐도 스위치2만을 위해 내놓는 독점 게임의 존재는 분명 닌텐도 스위치1의 출시 게임과는 무게감이 다르다.
스팀 덱과 같은 UMPC는 기존 PC 사용자들이 휴대용으로 즐기는 보조 기기다. 반면 닌텐도 스위치2는 그 자체로 메인 콘솔 역할을 지향한다. 이 점이 닌텐도가 높은 가격에도 콘솔 중심 전략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이렇게 서드파티 게임이 강조되면서 스팀 덱을 위시한 UMPC와의 경쟁 그림이 만들어졌다.
닌텐도 스위치는 독보적인 콘솔이었다. 분명 전체적인 기기 스펙의 부족함으로 플레이스테이션, Xbox 등 거치 기기와 경쟁하는 게임기라는 이미지를 지웠다. 동시에 강력한 자사 게임이 기기 판매를 견인했다.
하지만 스펙 향상으로 서드파티 게임들이 다수 출시되고 이게 중심이 된다면? 이미 10만 개 이상의 게임 카탈로그를 가진 스팀 등 PC 플랫폼과 플레이 유저층이 겹치게 된다.
그리고 경쟁 대상이 PC 플랫폼이 되면 닌텐도 스위치2가 기존 프리미엄 콘솔보다 앞섰던 가격 경쟁력의 일부를 상실하게 된다.
10만 원 시대 연 소프트, 그리고 PC
닌텐도 스위치2의 소프트웨어 가격은 실물 80달러, 디지털 70달러다. 보통 메인 게임, 혹은 AAA이 기준이다. 앞서 '일단' 은 예상 범주라고 한 것은 꾸준히 가격 인상에 대한 업계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 소비자가 체감하는 문제는 다르다. 한국 가격은 패키지 기준 98,000원으로 10만 원에 가까운데 게임마다 다르다고는 해도 이는 현재 최고 수준에 맞춰진 AAA 게임 가격인 83,000원보다 15,000원 비싼 가격이다.
물론 AAA 게임의 가격은 결국 가장 비싼 닌텐도 스위치 가격에 맞춰질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할인 이벤트에도 닌텐도 e숍보다 더 저렴한 가격 책정이 이루어진다. 외부 키 리셀러의 추가 할인까지 생각하면, PC 플랫폼의 가격 설정은 닌텐도 스위치2보다 비교해 분명한 강점을 가진다.
게임 카탈로그도 많고, 가격도 저렴하다면, 똑같은 경쟁 시장에서 닌텐도 스위치2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닌텐도 스위치2의 시장은 스팀, 스팀 덱과는 단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르다. 휴대용 게임기기로서 스팀 덱 등의 UMPC 포지션은 독자적인 게임 콘솔이 아니다. 무슨 소리인가 싶겠지만, 사실 스팀 덱의 이용자는 PC 이용자다.
오버킬의 조사에 따르면 스팀 덱의 이용자 90%가량은 이미 PC를 보유하고 있다. PC 업그레이드를 비용이 부담스러워 메인 게임용으로 스팀 덱을 구매한 이용자. 혹은 이미 게임 PC가 있지만, TV/모니터를 이용하기 어렵거나 휴대 상태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 즉, 스팀 덱은 이미 PC를 가지고 있는 코어 게이머의 게이밍 경험을 확장하는 부가적인 게임 기기에 더 가까운 기기라는 뜻이다.
핵심은 퍼스트 파티, 서드파티는 즐길 수도 있는 게임
타이틀 구매 숫자를 보면 닌텐도가 서드파티 게임에 접근하는 시선의 차이를 더 선명하게 체감할 수 있다.
닌텐도 스위치의 기기당 소프트웨어 판매 숫자는 9.1개 정도로 플레이스테이션 브랜드보다 아주 소폭 적은 정도다. 하지만, 닌텐도 스위치는 2024년까지 천만 장 이상 판매된 타이틀을 22개나 보유했는데 이는 여타 플랫폼 게임과 큰 차이를 보인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이들 타이틀이 모두 마리오, 동물의 숲, 젤다의 전설, 포켓몬스터 등 퍼스트 파티, 혹은 세컨드 파티 게임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마저도 성인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임은 단 하나도 없다.

결국 닌텐도 스위치의 소프트웨어 판매 핵심은 자사의 중심 프랜차이즈다. 코어 게이머야 닌텐도 스위치로 꾸준히 서드파티 게임도 집중했겠지만, 스위치 주요 고객층 중 하나인, 상대적으로 덜 코어한 게이머들에겐 결국 닌텐도 게임을 할 수 있는 기기에서 서드파티 게임 까지 할 수 있는 수준의 접근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근간을 잡을 프랜차이즈가 있기에 거기에 더해 서드파티 게임까지 판매할 수 있다는 데 전략의 방점이 찍힌다.
반면 밸브는 스팀 덱을 직접 팔 필요도 없다. 이미 스팀 덱으로 휴대용 PC 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열었다. 하드웨어를 만들 기업들은 알아서 스팀 덱의 뒤를 따라 UMPC 시장에 뛰어들었다.
밸브는 꼭 스팀 덱이 아니더라도, UMPC를 통해 게임을 즐길 시간이 늘어나면 그것 자체로 만족한다. 시장 자체가 커지면 밸브는 가만히 앉아서 수수로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스팀 덱이 이미 스팀의 라이브러리를 이용하고, PC를 이미 보유한 사람들이 UMPC를 많이 이용하기에 이용자 확장 효과가 적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기 성능의 제한으로 AAA 게임만큼이나 인디 게임이나 중소 규모 게임 등 기존에 주목을 덜 받던 게임 플레이 시간이 늘어난다. 이게 밸브가 구현한 시장 규모의 확대다.
하드웨어 전략의 다양성
스팀 덱은 구형인 LCD 버전 256GB의 399달러를 제외하면 닌텐도 스위치2보다 비싸다. 그리고 거치 콘솔, 스팀 덱 기준에서 가격 경쟁력을 지켜낸 닌텐도 스위치2는 꽤 다양한 전략을 가져올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번에 책정된 소프트웨어 가격이다.
콘솔은 게임기를 구매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결국 게임을 구매해야 하고, 그 가격은 일종의 진입 장벽이 된다. 반대로 그 진입 장벽을 넘어 콘솔을 구매했다면 게임은 비싸든 구매하게 된다.
닌텐도 스위치2의 비싼 게임 가격은 절대적인 부담이 되겠지만, 닌텐도는 넓게는 1인당 구매하는 게임의 수가 적은 게임기임을 알고 있다. 즉, 오히려 적은 수의 게임을 사도, 더 확실한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게 됐다.
그리고 기기 진입 장벽은 새로운 이용자 유입을 통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닌텐도 스위치2는 하이브리드 기기라는 특성 탓에 독, 분리해서 써야하는 조이콘, 그리고 관련 액세서리 등이 담긴다. 하지만 TV가 없거나, 휴대용으로만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라면 이러한 구성품은 그야말로 쓸데없이 기기 가격을 높이는 짐일 뿐이다.
이런 요소를 없앤 게 바로 닌텐도 스위치 Lite였고, 닌텐도 스위치 판매에 다양성을 제공했다. 여러 구성품이 제거된 만큼, 가격은 낮아졌다. 대신 닌텐도 스위치 시장을 잡아먹는 팀킬을 막기 위해 휴대용만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워 TV 출력 기능도 없앴다.
그리고 더 낮아진 가격은 상대적으로 콘솔 게임에 비용을 덜 쓰는 것으로 알려진 여성 게이머들의 콘솔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그런 게이머들을 위한 킬러 타이틀이 출시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고.
닌텐도 스위치에서는 그게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었다. 닌텐도는 2020년 모여봐요 동물의 숲 구매자의 40%가 여성이었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 중 상당 수는 동물의 숲을 플레이하기 위해 닌텐도 스위치를 새롭게 구매한 신규 이용자였다.

닌텐도는 닌텐도 스위치2를 통해 다수의 서드파티 게임을 통해 게임 카탈로그를 늘렸지만, 동시에 젤다의 전설, 동물의 숲 등의 인기 프랜차이즈 신작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게임들이 나온다면 새롭게 기기 구매를 고려하는 플레이어들이 등장할 테고, 또 닌텐도 스위치 Lite처럼 휴대용 기기에 맞는 모델의 출시로 이용자 풀을 늘릴 수도 있다. PS4 프로나 Xbox One X처럼 성능 향상이 필요한 새로운 칩셋 개발 없이도 말이다.
닌텐도 스위치2는 이처럼 분명한 가능성을 가지고, 가격부터 타이틀 제공 주기까지 폭넓은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다.
스위치1의 흥행 마법은 다시 가능할까
닌텐도 스위치2는 이처럼 분명한 가능성을 가지고, 가격부터 타이틀 제공 주기까지 폭넓은 전략적 선택이 가능하다.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통계, 분석의 영역이다. 여기에 감정이 더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닌텐도 스위치2는 콘솔 시장에서 가격 우위를 가졌다. 하지만 한국 기준으로 1.8배 오른 기기 가격, 10만 원쯤이 된 타이틀이라는 수치가 주는 위압감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한다. 닌텐도 스위치가 낮은 사양에, 굉장히 저렴한 가격대로 오랜 기간 판매된 만큼, 높아진 가격이 주는 부담감은 기존 브랜드 이미지에 역행하는 모양새도 부담이다.
여기에 닌텐도 입장에서는 생산 공장도 분산해가며 트럼프 관세에 대항했지만, 허를 찔렸다. 어느 정도 관세에 따른 비용 상승에 선반영해 책정한 가격 역시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가지고 있던 가격 경쟁력이 무너지는 게 닌텐도 입장에서 달가울 리 없다.
또 시장 독점 지위를 가진 일본에서의 이용자 보호를 위해 일본어 버전만 저렴하게 판매되는 것 역시 글로벌 이용자의 불만을 산다. 절대적으로 저렴하다는 가격표보다는 일본보다 높은 상대적 가격에 더 집중한다면 닌텐도 스위치2는 그저 더 비싼 기기로 낙인 찍힐 수 있다.

닌텐도 스위치2의 가격, 전략, 퍼스트 파티와 서드파티, 출시 게임까지 어느 것 하나 쉽게 결정된 것은 없을 터. 그만큼 지금의 모습은 분명한 방향과 그 이유가 눈에 보인다.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외부 상황에 그 뚜렷한 전략의 성공 가능성은 도리어 흐릿해졌다.
게임기 하나로 가족을 아우르는 닌텐도 특유의 방식이 스팀과 PS5가 닿지 못하는 시장을 다시 한 번 공략할 수 있을지, 그 향방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