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 내용수정 신고 간소화, 자체등급분류 사업자 진입 장벽 완화,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의 민간 등급분류 허용 등을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일부개정안이 오는 10월 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4월 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이번 개정안은 게임 산업 규제 패러다임을 '사전 통제'에서 '자율성에 기반한 사후 관리' 중심으로 전환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 법무법인 화우 김종일 게임센터장

개정안 시행으로 게임업계는 당장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게임물 심의를 기존 게임물관리위원회 외에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GCRB)에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과거 게임위의 다소 경직된 심의 기준에서 벗어나 민간 전문가 중심의 유연한 등급분류를 기대할 수 있게 하는 변화로, 업계는 규제 완화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이번 개정안은 게임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던 규제 개선 요구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는 평가다. 특히 게임 내용 수정 시 '경미한 사항'에 대한 신고 의무를 면제하고 사전 신고를 허용한 것은 시시각각 이용자 피드백을 반영해야 하는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숨통을 틔워줄 것으로 기대된다. 사소한 업데이트마다 반복되던 행정 부담이 줄어 개발 리드타임이 단축되고, 시장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이 가능해져 게임사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지정 요건 완화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매출액' 기준에 '자본금' 기준이 추가되고, 업무 연관성이 낮은 심사 기준이 삭제됐으며, 재지정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됐다. 이는 상대적으로 자본력이나 매출 규모가 작은 중소·신생 게임사에게도 자체 등급 분류의 문을 넓혀주는 효과를 낳는다. 더 많은 기업이 자체 등급 분류에 참여하게 되면 게임 콘텐츠의 다양성과 창의성이 존중받는 환경이 조성되고, 산업 전반의 자율 규제 역량이 강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청소년이용불가 게임물의 등급분류를 민간(GCRB)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한 점이다. 그동안 공공기관 중심의 보수적인 등급분류로 인해 성인 대상 게임 콘텐츠의 표현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민간 전문성에 기반한 균형 잡힌 심의가 이루어진다면, 성인 이용자를 위한 깊이 있고 성숙한 주제의 게임 개발이 활성화되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게임의 예술성과 다양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는 정부가 '게임산업 종합계획'에서 밝힌 '등급분류 권한의 단계적 민간 이양' 로드맵이 구체화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법조계와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이 게임 규제 혁신의 완성이 아닌 중간 단계라고 평가한다. 정부의 종합계획에 따르면, 등급분류 민간 이양은 모바일 게임(1단계), 청소년이용불가 게임(2단계)을 거쳐 사행성 아케이드 게임을 제외한 '전체 게임물의 완전 자율화'(3단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게임물관리위원회는 등급분류 업무보다는 사후 관리·감독 기능에 집중하게 돼, 명실상부한 '사후 규제'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다.

향후 국제등급분류연합(IARC)과의 협력을 통해 사행성, 선정성 등 일부 항목에서 글로벌 기준보다 엄격했던 국내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작업도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자율성 확대에 발맞춰 게임 업계의 책임 있는 자율규제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일부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의 부실 심의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등급분류 과정의 투명성·객관성 확보 장치, 사후 모니터링 및 위반 시 제재 강화 등 책임성을 담보할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이다. 동시에 청소년 보호 장치 강화, 게임 내 불법 콘텐츠 및 사기 행위 근절 등 이용자 보호를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김종일 게임센터장은 "이번 게임산업법 개정은 산업의 자율성과 혁신을 촉진하면서도 이용자 보호와 사회적 책임을 조화시키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게임사들은 변화하는 규제 환경을 정확히 이해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