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과학연구원과 국제디지털게임연구학회 한국지회(이하 "DiGRA한국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2025 게임 과학심포지엄이 오늘(18일)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관에서 개최됐다.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는 '다면적 플레이어'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 그리고 그들에게 밀접하게 엮인 문제를 다각도로 훑어보자는 차원에서 채택됐다. 개막식에서 김경일 게임과학연구원장은 플레이어와 게임플레이에 대한 다면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학문적 접근과 협력의 가치를 역설했다. 그는 이번 심포지엄의 주제가 게임과학 연구의 성숙과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국내외 연구자들의 참여와 기관들의 협력에 깊은 감사를 표했다.

이재홍 한국게임정책학회 회장은 "이번 심포지엄이 기술 중심의 논의에서 벗어나 플레이 경험과 환경에 주목함으로써 게임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인문적, 기술적 가치로 승화되기를 바라며, 이러한 연구가 한국 게임산업의 세계적 위상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에스펜 J. 올셋 홍콩시립대 창의미디어학부 학장이 심포니엄의 핵심 주제 '플레이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강연을 이어갔다. 그는 우선 플레이어 개념을 명확히 정의하지 않고 연구를 진행하는 현재의 심리학·게임 연구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게임마다 활동 방식과 플레이 경험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나의 게임 내에서도 플레이어들의 행동 양식은 제각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MMORPG는 레벨업, 탐험, PvP, 거래 등 다양한 활동으로 구성된 장르다. 플레이어는 그 게임 안에 있는 다양한 활동을 각자 자신의 방식대로 즐기게 되며, 이는 곧 그만큼 다른 스타일의 플레이어들이 그만큼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게임의 특성을 고려할 때, 단순히 게임을 플레이한다는 개념을 벗어나 특정 게임 안에서의 활동에 대해 심도 있는 정의가 학술 연구에서 필요하다고 보았다.

올셋은 더 나아가 '관찰자'로서의 플레이어라는 영역도 언급했다. 비디오 게임의 플레이어는 그 행동을 하는 행위자일 뿐만 아니라, 스크린을 통해서 그 행동을 관찰하는 행동도 동시에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관찰자로서의 플레이어는 실제 플레이는 하지 않아도 e스포츠처럼 다른 플레이어의 게임을 보며 경험을 간접적으로 얻는 영역까지 나아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차원에서 그는 "일반화된 플레이어는 없다"고 정의했다. 각 플레이어의 경험, 행위, 역할은 게임의 설계와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는 만큼, 이를 더욱 구체적이고 세분화해서 정의하고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뒤이어 윤태진 DiGRA한국학회장이 '쾌락주의 관점에서 바라본 플레이어'라는 주제를 언급했다. 그가 '쾌락주의'라는 다소 도발적인 소재를 들고 온 이유는 간단했다. 그간 게임 연구가 미디어 연구와 차별화하고자 하는 노력에 집중하고 '즐거움'이라는 요소를 너무 당연시한 나머지, 플레이어들이 느끼는 즐거움은 대상에서 배제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간 게임에 관해 산업적 측면, 사회 문제와 해결, 교육 도구로 활용, 인문학적 탐구 측면에서는 연구됐지만 쾌락, 즉 즐거움은 빠져있었다. 이와 관련해 윤태진 학회장은 쾌락을 인간 존재의 본질적 요소로 간주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을 게임과 연결지었다. 먼저 게임을 통해 에피쿠로스의 '아타락시아', 즉 고통의 부재와 평온 그리고 이를 통한 심리적 안정과 연결될 수 있다고 보았다. 아울러 즐거움 그 자체가 내재적 가치를 가진다는 가치적 쾌락주의와 분별력 있는 쾌락주의의 차원에서 볼 때, 게임은 이를 제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게임이 사회적 즐거움의 총량을 늘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게임이 단순히 찰나적 즐거움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연구도 이미 존재하는 만큼 이 분야는 더욱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윤태진 학회장은 사회 전체의 '쾌락 복지'라는 개념과 이를 실현하는 도구라는 측면에서 설명했다.


한편, 그는 '게임의 즐거움'과 '플레이어의 즐거움'을 구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상 게임이 주는 즐거움과 플레이어가 느끼는 즐거움을 혼용하는데,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로 '트롤링' 같은 행위를 예로 들었다. '트롤링'은 그 행위를 하는 플레이어는 즐거움을 느끼지만, 이로 인해 타인이 즐거움을 즐길 기회가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행위는 해당 게임이 본질적으로 추구하는 즐거움과 다른 방향이고, 오직 그 플레이어만 즐겁기 위해 혹은 다른 이유에서 행해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러한 연구까지 발전하기 위해서 플레이어가 게임을 하며 얻는 즐거움, 쾌락에 대한 연구가 더욱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