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T1과 BNK 피어엑스의 3세트 대결, 구마유시가 스매쉬 대신 교체 출전했다. 김정균 감독은 1, 2세트 강한 타이밍에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며 라인전이 장점인 구마유시 교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구마유시는 라인전 단계에서 지나치게 상대를 압박하다가 라인전이 터지는 사고를 당했다. 역시 구마유시의 장점이 드러나지 않았다.
T1은 지금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주전 경쟁 중인 바텀 라이너 두 명이 모두 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선수 한 명의 기량이 좋지 않은 이유는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지만, 두 선수가 동시에 부진한 상황은 그 원인을 좁혀준다.
경기를 보면 두 선수 모두에게서 공통적인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무리'다. 두 선수 모두 경기 내에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려다 무리한 플레이로 이어져 사고가 터지는 느낌을 준다. 한 명은 한타에서, 다른 한 명은 라인전에서, 자신의 장점을 어필하려다 지나치게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구마유시와 스매쉬, 두 선수가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제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데에는 현재의 주전 경쟁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T1 경기가 있는 날이면 거의 모든 리그 오브 레전드 커뮤니티가 구마유시와 스매쉬 이야기를 한다. 출근길이나 경기장에서 팬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는 선수들이 피부로 느끼는 압박감은 오죽할까? 제 경기력이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할 거다.
내게는 이제 두 돌이 되어가는 아이가 한 명 있다. 그 아이는 요즘 자기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 한 번은 어린이집에 가던 중 아이가 스스로 신발을 벗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단단하게 조여진 신발이 쉽게 벗겨지지 않자 아이는 힘들어했다. 도와주려고 하니 선생님께서 나를 말렸다. 가끔은 그저 지켜봐 주는 것도 아이에게 도움이 된단다. 그렇게 지켜본 지 몇 분이 되었을까? 아이는 혼자 신발을 벗었다.
선수를 향한 애정이 어린 응원은 언제나 큰 힘이 된다. 그러나 가끔은 백 마디 말보다 무언의 지지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지금 구마유시와 스매쉬 두 선수에게 필요한 것도 그런 게 아닐까? 내가 사랑하는 선수가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 선수를 향한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