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RTS 장르가 점차 트렌드에 밀려나면서 기존 IP들도 신규 시리즈 출시가 중단되고, 갈증을 풀 만한 신작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이 과제는 쉽지 않았다. 특히 최근 RTS는 새로 바뀐 트렌드에 맞춰 기존의 RTS 명작을 뛰어넘는 새로운 템플릿을 만드는 시도가 이어졌는데, 그 부분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좀처럼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와 달리 오는 24일 정식 출시하는 '템페스트 라이징'은, 고전을 다시 융합하는 것에서부터 차근차근 내실을 다지며 착실히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자 한 작품이었다.

장르명: RTS
출시일: 2025. 4. 24
리뷰판: 1.0.0버전개발사: 슬립게이트 아이언웍스
서비스: 3D 렐름스
플랫폼: PC
플레이: PC
온고지신, 고전을 갈고 닦은 RTS
C&C-스타크래프트, 양대 산맥의 장점을 취하다

앞서 국내 유저들에게 RTS가 뜻깊은 장르라고 했지만, 돌이켜 보면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구축한 스타일에 치중해있었다. 그렇지만 RTS를 논할 때 또다른 명작, '커맨드 앤 컨커'가 빠지면 섭하다. 국내에서도 스타크래프트의 대박 이전부터 알음알음 알려져 있었고, 지금도 그 특유의 맛을 그리워하는 유저층이 상당히 있을 만큼 코어가 탄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시국이 수상해서 최근에는 패러디 짤방으로 많이 소화되고 있지만, 그 패러디가 어디서 나왔는지 금방 알아챈다는 건 그만큼 게이머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졌다는 방증 아닐까.
굳이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템페스트 라이징'은 RTS 중 C&C의 스타일, 그것도 타이베리움 시리즈를 상당히 많이 따온 작품이기 때문이다. 세계관과 세력부터가 C&C를 해본 유저라면 매우 친숙하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템페스트 라이징은 1963년 쿠바 미사일 사태가 결국 미국-소련의 충돌로 이어져서 핵전쟁이 발발한 뒤의 이야기를 그려낸 작품이다.
지구 전체가 황폐화되자 양 진영이 전쟁을 멈추고 새로운 국제 연합을 창설한 가운데, '템페스트'라는 방사능을 정화하는 기묘한 식물이 발견되면서 국면이 전환된다. 지구방위군으로 재편된 국제연합은 템페스트를 일괄적으로 관리해 지구를 빠르게 복원하려고 하지만, 도모보이 몰칼린 대령은 이러한 독점에 반발해 템페스트 연합을 건설, 지구방위군과 대립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묘한 자원을 캐면서 양대 진영이 싸우는 구도, 그리고 갑자기 제 3세력으로 외계인이 등장하는 것까지 C&C 타이베리움 시리즈와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느껴진다.


이미 개발진이 여러 차례 'C&C 시리즈'에 대해 경의를 표해왔으니, 정신적 후속작이자 오마주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단순히 그 구도를 고스란히 구현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앞서 스타크래프트 등 블리자드 게임을 언급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C&C와 스타크래프트의 UI를 참고해 적절히 혼합했기 때문이었다.
화면 우측에 세로로 다양한 메뉴가 있는 구성은 C&C와 유사하지만, 건물 및 유닛 단축키와 이를 고려한 UI 배치는 스타크래프트의 3*3식 배치가 연상된다. 여기에 좌측 하단에 유닛 및 부대의 스킬과 각종 명령을 정리한 창을 배치, 유닛 마이크로 컨트롤을 좀 더 쉽게끔 했다. 특히 부대 지정 관련해서 스타크래프트2처럼 각 키별 부대지정 및 현황을 체크할 수 있어 부대 관리가 좀 더 편했다. 그리고 좌측 위에 공습 요청 등 특수 키를 배치, 부대 관리 및 전투 중에 특수 지원 혹은 공습으로 적을 타격하는 일련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기본기 위에 싹틔운 특유의 전략성
자잘한 UI와 디테일은 옥의 티

이처럼 기존 RTS의 완성도 있는 시스템들을 자신들에게 맞춰 조립하고 개조한 것에 성공했다면, 그 다음은 각 진영의 특징과 전략성을 책임질 유닛들의 구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부분에서 '템페스트 라이징'은 여러 고전을 참고하면서 각 진영의 플레이 스타일에 최대한 차이를 두고자 한 점이 눈에 띄었다.
우선 자원을 캐고 멀티를 하는 방식부터가 다르다. 지구방위군, 즉 GDF는 C&C 타이베리움 시리즈 처럼 정제소를 지으면 하베스터가 자동으로 1기 생성, 그 하베스터가 템페스트를 채취한다. 멀티를 짓는 방식도 신호기로 시야 및 건축지를 확보하고 정제소를 짓는 식이다. 연합은 군수공장에서 이동 정제소 차량을 생산, 템페스트 인근으로 정제소 모드로 배치해서 수확기를 인터셉터처럼 꺼내오는 방식이다. 즉 양 진영이 각각 한 번에 목돈을 긁어오느냐, 야금야금 채취해오냐 이런 차이가 발생한다. 건물 짓는 것도 지정된 위치에 공사를 시작해서 순차적으로 완공이 되느냐, 아니면 건축소에서 조립식 건물마냥 모듈을 미리 순차적으로 생산한 뒤 완공되면 그걸 따로 배치하느냐 등 차이가 있다.


이외에도 운영 방식 및 유닛의 특성 차이도 상당했다. 지구방위군은 '정보'라는 자원과, 이를 획득하기 위한 '표식'이 중요했다. 정보는 화면 좌측에 있는 포격 같은 특수 스킬에 사용되는 자원으로, 오직 전투를 통해서만 얻기 때문에 지속적인 교전으로 이득을 보는 운영이 중요했다.
특히 표식을 찍기 위한 통신 상태 및 특수 공격이 지구방위군 여러 유닛들의 핵심으로, 통신 상태가 될 때 아군 유닛의 사거리가 길어지거나 혹은 추가 피해가 붙는 등 부가 효과를 잘 활용해야 전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드론 조종병 등 특수한 조작 체계를 가진 유닛이 초반부터 주어지기 때문에 각 유닛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었다.

반면 연합은 마치 영웅 유닛처럼 한 번에 하나만 뽑을 수 있는 특수 병종을 제외하면 특수 스킬이 적어서 직관적이었다. 화염방사병, 템페스트 스피어 등 직관적으로 유닛 상성을 공략하는 유닛도 많았다. 물량을 뽑고 보내는 것에 신경 쓸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반대로 특수 능력이 일부 특수 병종에 치우쳐져 있어 불리한 전장을 뒤집을 수가 적다는 약점도 있었다.
이런 전략적 특성과 유닛 상성을 활용, 대규모로 부대를 조합해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것이 RTS의 핵심 재미일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템페스트 라이징'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물론 유닛의 상성 및 밸런스는 C&C 타이베리움 시리즈를 기반으로 했기 때문에 전차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긴 했다. 그러나 이를 작중 주요 자원인 '템페스트'로 잘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템페스트 라이징'에서는 전차 및 장갑차량 유닛들이 템페스트에 장기간 노출되면 이동 및 공격 속도가 줄어들고, 5중첩 상태로 오래 있으면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는다. 그리고 일부 보병 유닛들은 템페스트 중첩을 시키는 무기를 들고 있고, 5중첩 된 유닛을 그대로 파괴하는 특수 효과가 있었다. 전차가 보병을 깔고 뭉갤 수 있어 압도적 우위에 서긴 하지만, 플레이를 하다 보면 전차 군단 외에 호위 병력까지 다양하게 구성해서 적을 제압하는 수를 찾게 됐다.
이렇게 두고 보면 고전 명작 RTS의 요소를 잘 소화해 자신만의 길로 잘 승화한 것 같지만, '템페스트 라이징'은 그 끝에서 자잘한 부분들이 상당히 거슬렸다. 우선 유닛과 관련 UI가 상당히 자잘해서 가시성이 떨어졌다. 이는 이 게임이 참고한 C&C 시리즈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있었지만, C&C3 케인의 복수에서는 유닛 UI는 확대하는 등 보완을 시도한 바가 있었다. 그러니 굳이 작게 두는 것을 고집할 필요가 있었나 의문이었다. 컨트롤보다는 유닛의 조합과 생산 관리가 중요한 시리즈라고 해도, 특수 병종의 스킬로 변수를 두는 플레이도 구축한 만큼 유닛 케어 부분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비슷한 차원에서 유닛의 명령 반응 속도가 느린 것도 아쉬웠다. 특히 GDF는 앞서 언급했듯이 특수 능력을 보유한 병력들이 많고 이를 언제 어떻게 쓰느냐가 상당히 중요함에도 반응이 늦었다. 이런 문제는 개발사도 인지한 듯 대체로 일반 병종의 특수 스킬은 토글형으로 많이 구현했으나, 그 전환도 살짝 반응이 늦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실사적으로 상당히 완성도 있고 디테일하게 잘 구현한 그래픽 덕에 실제로 전쟁을 하는 듯한 감각은 잘 구현했지만, '게임'으로 보았을 때는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는 셈이었다.
왕도적인 RTS, '템페스트 라이징'
자신만의 '색'을 보여줄 싹을 만들어야
'템페스트 라이징'은 왜 그 옛날 어릴 적에 RTS를 즐겁게 플레이했나 다시 떠올리게 만들어준 작품이었다. 반면, 그렇기 때문에 RTS라는 이 장르가 '고전'을 뛰어넘기 어렵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 고전 명작 RTS의 여러 포인트를 흡수해서, 최신 기술을 더해 어레인지했다는 느낌이 사뭇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정이나 게임 방식의 편린 하나하나에도 그런 흔적이 느껴졌고, 그래서 재미있게 플레이하면서도 아쉬움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잠재력은 확실히 보여준 만큼, '템페스트 라이징'은 그 단계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특히 자신만의 특징을 잡고 빌드업을 시켜나가는, 그런 과정이 빠르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맵도 적고, 최대 4인 플레이만 지원하는 등 멀티플레이에 대한 준비가 완벽히 안 된 느낌이었다. 물론 e스포츠나 코어 유저들의 플레이를 살펴보면 1VS1 구도가 많고 팀전도 2VS2 이 비중이 높아 이를 우선시한 것이겠지만, 이를 고려해도 템페스트 라이징의 맵의 수는 적었다.

각 세력의 진영별 운영 및 병종 특색은 잘 잡았지만, 확고하게 기억에 남는 캐릭터나 유닛이 적은 것도 아웠다. 스토리부터 미국 등을 위시한 1세계와 구소련권의 2세계가 빚어낸 갈등이라는 고전 클리셰를 충실히 따라가는 구성인데, 주요 인물의 드라마는 최대한 배제한 채 세계관의 모습을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치중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우리나라 한정으로는 번역도 썩 좋지 않아 몰입도도 떨어졌다.
다만 플레이를 하다 보면 물리학자나 공병 같은 특수 병종은 각인이 되긴 했다. 그들의 활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클리어가 정말 어려운 미션들이 상당 수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게임에서 보았을 때는 잘 티가 나지 않는 디자인인 것도 아쉬웠다. 파출소 아저씨들이 "이래서 초짜들은" 이러는 장면이 떠오르긴 하지만, RTS의 저변을 넓히려면 이런 부분들을 신경 쓸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유닛을 특별하게 디자인하지 않아도, 옆의 휘장을 좀 더 크게 표시한다던가 하는 대안이라도 해봤으면 어떨까 싶었다. 여기에 리플레이 미지원, 저장 불러오기 인게임에서만 지원 등 부족한 디테일도 눈에 밟혔다.
한편으로는 이는 '템페스트 라이징'이 충분히 잠재력을 갖춘 게임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정말 가능성이 없다면 그냥 잘 했다는 식으로 덕담 한 마디 던져주면 끝일 테니 말이다. 모처럼 고전 RTS의 철학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빚어낸 작품이 등장한 만큼, 한 번 반짝으로 끝나지 않고 잘 다듬어서 RTS 팬들의 갈증을 쭉 풀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