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 개발팀과 사업팀 간의 역학 관계는 기업 성장의 주요 동력으로 꼽힌다. 크래프톤 내부에서도 '배틀그라운드' 성공 주역인 개발팀과 글로벌 퍼블리싱 및 IP 확보에 주력하는 팀 간의 긍정적 상호작용이 나타나며, 회사의 도약을 위한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배틀그라운드'의 성공 경험을 가진 팀과 '리그 오브 레전드' 서비스 경험을 보유한 인력들을 중심으로 크래프톤은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에 나선다.

취재를 종합하면, '배틀그라운드' 개발을 주도했던 그룹은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제2의 배틀그라운드' 자체 제작에 집중한다. 반면, 라이엇 게임즈 출신 인사들을 주축으로 한 팀은 '리그 오브 레전드' 글로벌 서비스 경험을 토대로 퍼블리싱 전략 수립과 외부 신규 IP 확보를 통해 회사의 성장 채널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 크래프톤 이사회 장병규 의장

이러한 협력 및 경쟁 구도 속에서 크래프톤의 수장 장병규 의장의 경영 철학은 성과 중심으로 요약된다. 주변 관계자들은 그의 이러한 태도를 중국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에 빗대어 설명하며, 팀 간의 경쟁보다는 실질적인 성과를 통해 기업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크래프톤은 특정 출신이나 계파 중심으로 조직이 움직이지 않으며, 개별 구성원의 역량과 역할을 토대로 유기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게임사들이 창업자의 성향에 따라 특정 팀에 힘을 실어주는 경향과 달리, 투자 전문가인 장병규 의장은 투자자의 시각으로 회사를 운영하며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추구한다. 크래프톤의 주요 인사 정책은 이사회 논의 및 결정 구조를 따르고 있으며, 특정 개인의 의사로 인사가 단독적으로 결정되지 않고 공식적인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진행된다.

현재 크래프톤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제2의 배틀그라운드'를 확보하는 것이다. '배틀그라운드' 개발팀은 자체적으로 차세대 흥행작 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으며, 글로벌 퍼블리싱 및 IP 확보팀은 외부의 잠재력 있는 게임을 발굴하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즉, 각 팀은 '제작'과 '발굴'이라는 영역에서 회사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PUBG의 성공을 이끈 김창한 CEO가 균형 잡힌 리더십을 발휘하는 가운데, 장태석 총괄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김창한 CEO가 PUBG라는 IP를 세상에 선보였다면, 장태석 총괄은 이를 글로벌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어온 주역이다. 2025년 1분기 크래프톤의 매출 8,742억 원(전년 동기 대비 +31.3%, 전 분기 대비 +41.6%) 달성에는 그의 탁월한 운영 능력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배틀그라운드' 개발팀과 글로벌 퍼블리싱 팀 간의 협력이 본격화되기 이전, 크래프톤 내부에는 특정 대학 출신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 전공 출신인 장태석 총괄이 김창한 CEO로부터 PUBG 총괄 자리를 물려받는 과정에서 이러한 배경을 가진 그룹의 시선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장태석 총괄은 시즌패스 도입, F2P(Free-to-Play) 전환, 신규 맵 출시 성과, 모바일 버전과의 시너지 창출, 텐센트와의 협력 시스템 구축 등 굵직한 성과들을 잇달아 선보이며 역량을 증명했다. "장태석은 24시간 일만 하는 것 같다"는 주변의 평가는 그의 열정과 노력을 방증한다.

특히 그는 경영진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협상을 통해 펍지 스튜디오 구성원들에게 높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보상 시스템은 펍지 스튜디오를 국내 게임 업계에서도 손꼽히는 높은 성과금을 자랑하는 팀으로 만들었고, 이는 팀원들의 사기를 고취하고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크래프톤이 목표로 하는 2030년 연매출 7조 원 달성은 현재의 성장세만으로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PUBG의 압도적인 유저 충성도를 바탕으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향후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며,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태석 총괄이 PUBG라는 단일 IP의 성공적인 성장을 이끌었지만, 신규 IP 발굴 능력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글로벌 퍼블리싱 총괄인 오진호 CGPO(Chief Global Publishing Officer)의 역할에 시선이 모아진다. 라이엇 게임즈 본사에서 고위직을 역임했던 오진호 CGPO가 2024년 8월 크래프톤에 합류했을 당시, 그의 영입이 회사의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현재 그의 역할은 제작 중심의 팀을 넘어 새로운 성과를 창출하려는 전략 중심의 팀을 이끄는 핵심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오진호 CGPO는 라이엇 출신 인재들을 크래프톤으로 영입하며, 전략적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흐름은 장병규 의장이 회사 내부의 건전한 협력과 경쟁을 장려함으로써 궁극적인 성장을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결국 크래프톤의 미래는 '제2의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각 팀의 협력과 경쟁 구도가 그 향방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