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6일, 더불어민주당 게임특별위원회 주최로 열린 노조 간담회에서 화섬노조 IT위원회 소속 게임 기업 노동조합 대표들이 게임업계의 사회적 인식 개선, 노동 환경 혁신, 노사 상생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제시했다.

넷마블, 넥슨, NC소프트,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게임사 노조 대표들이 참석한 이번 간담회는 게임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노동자 권익 보호를 논의하는 자리로, '게임(인식 개선)'과 '사람(노동 환경)', '이야기(노사 상생)'라는 세 개의 큰 축으로 된 정책 제안이 이뤄졌다.

"게임업계 노동자들도 일반 사무직과 다르지 않다"

정책 제안의 첫 번째 축인 '게임(인식 개선)' 항목에 대해서, 노조 대표들은 산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한 제안을 내놨다. 노영호 웹진지회장은 "과거에는 특정 취미를 가진 계층에 국한된 게임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현재는 보다 대중화되어 업계에 뛰어는 사람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이 사실"인 한 편, "게임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정적"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 정부 차원의 인식 개선 캠페인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 노조 대표자들의 입장이다.

특히, 대표자들은 게임을 질병 코드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에 반대하며, 교육과 문화 콘텐츠로 게임의 긍정적 가치를 확산해야 한다고도 전했다. 이와 함께 게임 개발 노동자에 대한 존중과 인권 보장을 강조하며, 직업의 가치를 높이는 선언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사회적 인식 전환을 도모하자는 의견이다.

게임업계 노동자들이 일반 사무직과 다를 반 없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특수성'을 이유로 부당한 노동 조건에 놓여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배수찬 넥슨지회장은 "게임 산업은 특수하다며 유연근무제를 과도하게 확대하려 하지만, 노동자들의 출퇴근 시간같은 노동 시간 데이터조차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화섬노조IT위원회가 제시한 정책 제안서에는 '포임금제 폐지', '출퇴근 기록 의무화', '크런치 모드 방지', '주 4일제 도입', '인사평가 공정성 확보', 그리고 '고용 안정과 전환배치 의무화'등의 내용이 담겼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대형 개발사에서는 이미 포괄임금제가 폐지되었으나, 넥슨의 자회사 민트로켓에서는 다시 도입되는 등 소위 '꼼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배수찬 지회장의 설명이다.

오세윤 부위원장 또한 이들 중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으로 '포괄임금제 폐지'를 꼽았다. 그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할 경우 사측 또한 수당 지급에 대한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노동 시간을 줄이기 위한 과제를 함께 안고 갈 수 있다"며, "(포괄임금제 이후) 쓸데 없는 보고, 회의 참석을 줄이는 등 노력을 통해 정말 해야 하는 일에 집중하는 문화를 경험했다.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기업에서도 포괄임금제는 폐지되어야 하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라고 전했다.

송가람 엔씨소프트 지회장은 "출근기록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지금 당장도 시행할 수 있는 것이지만, 대기업에서조차 잘 지켜지지 않는 만큼 중소기업에서는 일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법이나 규정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에서 잘 점검되고 지켜질 수 있도록 신경쓰는 것 또한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 대표자들은 "근무가 자유로우면 출퇴근 시간에서 벗어나 편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겠지만, 사측은 성과가 나오지 않는 노동자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징계를 가한다. 정작 출퇴근을 체크하지 않으면서 사측이 책임져야 하는 수당 지급 등 의무를 다하지 않고 있는 상황은 게임업계의 전체적인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이직 유연한 게임 업계, 그만큼 고용 불안도 심각"

인사평가에 대한 공정성 확보, 고용 안정과 전환배치 의무화 등에 제안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이어졌다.

노영호 웹젠지회장은 "게임업계를 포함한 IT업계가 연봉제를 사용하는 만큼 성과에 매우 민감하지만, 그렇기 떄문에 평가를 하는 입장이나 받는 입장 모두 창의적인 생각보다는 평가 기준에 맞춰 근무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며, "게임은 개발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만드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평가 방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배수찬 넥슨지회장은 게임 업계의 고용 불안에 대해 업계에 만연한 '전환배치' 문제를 꼽았다. 그에 따르면 게임 개발사의 프로젝트가 드랍되거나, 인력이 감축될 경우 소속 팀원은 다른 프로젝트로 이동하기 위해 사내 면접을 통과해야 하며, 면접에서 떨어질 경우 권고사직을 제안받거나 보직이 없는 상태로 대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언제 어디로 배치될지 보장할 수 없는 무한 대기 속에서, 법적으로는 불법이 아니라고 하니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차상준 스마일게이트지회장은 "게임 업계는 큰 회사가 여러 개의 작은 게임회사(프로젝트)를 가진 듯한 느낌을 많이 받고, 작은 프로젝트가 사라지는 것은 곳 회사가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부분들이 노조를 통해 많이 바뀌어나가고 있지만, 노조가 없는 곳에서는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일상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세윤 부위원장은 "노동환경도 그렇고, 업계 또한 결국 사람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사람이 좋은 조직 문화 속에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 저희의 요구이며, 좋은 조직문화라는 것은 간단할 수 있다. 독재적으로 끌고가는 것이 아니라 의견을 듣고 방향이 정해져 가는, '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문화"라며,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때 해결 방안 필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의 조치 의무가 사용자에게만 주어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세윤 부위원장은 "조직장들은 사용자에게 임명받는 사람들이며, 따라서 팔이 안으로 굽는 경우가 많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했을 때 판단과 징계로 사용자에게 주는 것과 다름없다. 현재 카카오의 경우 직장내 괴롭히 조치 의무를 노사가 동수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다루도록 하고 있으며, 네이버 또한 과거 근로자의 극단적 선택 이후 노조가 조사 보고서에 대해 의견을 전달하는 형식으로 변화했다"며 문제에 대한 조치 의무를 노사가 함께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노사 상생 위한 협력 체계 구축 제안

마지막으로 노조 대표들은 게임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사정이 함께 협력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게임업계 노사정 협의체 설립', '근로자 대표 제도 강화', '게임 기업 ESG 공동 평가', '산별교섭 법제화' 등을 들었다.

이들에 따르면 게임업계 노사정 협의체 설립은 정부, 기업,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노동 환경 개선과 산업 발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필요한 방안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노사 갈등을 줄이고,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발전적 대안을 도출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또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 제한적 역할에 머물러 있는 근로자 대표 제도를 확대해 노조가 없는 사업장 등에서도 노사가 소통하고 상생할 수 있는 창구로 활용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게임 기업 ESG 공동 평가는 글로벌 기준에 맞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를 노사정이 함께 설정하고 평가해, 노동환경과 고용안정성, 다양성을 중심으로 우수 기업을 선정하고, 정부·민간이 협력해 신뢰도 높은 평가 및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노조 대표자들은 이를 통해 중소 개발사 지원, 도전적 장르 개발 등 산업의 다양성을 키울 수 있다 내다봤다.

끝으로 산별교섭 법제화는 대형 게임사뿐 아니라 중소기업 및 인디 개발자까지 포괄하는 산별교섭 체계를 도입해, 모든 게임업계 노동자의 권익을 대변하고 공정한 노동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오세윤 부위원장은 "현재 가장 주요하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큰 회사부터 인디 개발자까지 포함한 사용자 단체와, 노동자를 모두 대변하는 조합이 교섭해 도출한 결화를 모든 게임 산업 노동자에게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

한편, 이번 간담회에 참석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창의적 행위는 적절한 노동 조건이 갖춰져야 가능하다"며, 게임 개발의 몰입적 특성상 노동 시간과 여건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게임 노동자들의 수요와 요구를 중심으로 사용자, 업계, 정책이 설계되어야 한다고 전하는 한 편, 앞으로도 민주당 게임특위가 노동조합과 지속적으로 대화하며, 게임업계의 특수한 노동 조건을 논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게임특위는 금일 간담회에서 제안된 내용 등을 바탕으로, 오는 27일 예정된 정책 제안식에서 게임 관련 공약을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