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게임 업계가 주목하는 키워드가 있다. 바로 다크 판타지다. 단순히 어두운 분위기의 판타지 장르에 대한 얘기가 아닌 특정 콘셉트와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내는 요소로서 최근 게임 업계는 이 키워드에 주목하고 있다. 코에이의 인왕과 와룡을 비롯해 네오위즈의 P의 거짓, 그리고 검은 신화: 오공에 이르기까지 많은 게임들이 원작을 뒤트는 요소로서 다크 판타지를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번 플레이엑스포에서 만난 길드스튜디오의 '남모' 역시 그러한 게임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신라를 배경으로 한 다크 판타지 액션 게임. 최근 한국 게임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조선이 아닌 신라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도 여러모로 흥미로웠지만, 진짜는 따로 있었다. 횡스크롤 패링 액션을 더욱 확장하는 요소인 '영안(靈眼)'과 게임의 비주얼이 그 주인공이다.

'남모'에 등장하는 보스들의 비주얼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라고 할만했다. 자애로워 보이는 불상과 듬직하게만 보이는 금강역사, 그리고 스님까지 다양한 불교적 색채가 가미된 보스들이 등장하는데 영안을 통해 마주한 뒤틀린 모습들은 어지간한 다크 판타지 게임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모습이어서 한국에서도 이런 비주얼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줄 정도였다.



게임의 기본적인 형태는 전형적인 횡스크롤 액션 게임에 가까웠다. 적과 보스의 공격을 피하거나 패링을 해서 쳐내고 빈틈을 노려서 공격하는 식으로 체력과 그로기 게이지를 채우는 게 핵심이다. 시연 버전에서는 허수아비가 잡몹을 대신했기에 잡몹들에게도 그로기 게이지가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보스의 체력 아래에 그로기 게이지가 표시된 것으로 보아 이는 보스에게만 존재하는 요소로 추정됐다. 즉, 보스전은 보스의 체력을 깎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로기 게이지를 채우는 식으로 흘러간다.

일반적인 게임에서는 이러한 그로기 게이지를 다 채우면 보스가 그로기 상태에 빠져서 일정 시간 무방비해지거나 대미지를 더 받는다거나 하지만 '남모'는 조금 다르다. 그로기 게이지를 아무리 채웠다 한들 일반 공격으로는 그로기 상태에 빠지지 않는다.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영안이다. 영안을 쓰면 영혼 세계에 진입해 보스의 진정한 모습과 약점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된다. 이때 보라색으로 빛나는 보스의 약점을 공격하면 큰 대미지를 입히고 그로기 게이지가 최대치라면 그로기 상태로 만들 수 있다.

▲ 영안을 써서 영혼 세계에 진입하면 보스의 약점을 꿰뚫어 볼 수 있다

당연하게도 영안은 아무 때나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영안을 쓰기 위해선 게이지를 채워야 하는데 공격으로만 채울 수 있다. 일반 공격으로도 영안 게이지를 채울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가능하다는 것뿐이지 일반 공격으로 영안 게이지를 채우려면 한참이 걸린다.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영안 게이지를 채우기 위해선 패링이 필수다.

이러한 메커니즘 아래 '남모'의 보스전은 보스의 공격을 회피하기보다는 패턴을 파악해서 완벽하게 패링을 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패링에 성공해서 영안 게이지를 채우고 영안을 써서 약점을 공격해 부수고 그로기 상태로 빠트리는 식이다.

패링을 기반으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보스전의 보스의 패턴을 파악하는 형태로 흘러간다. 소위 패링이 어려운 게임들과 비교하자면 '남모'의 패링 판정은 제법 여유롭다. 다만 그렇다고 마냥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패링 판정이 여유로운 만큼, 보스의 패턴 역시 제법 다채롭게 마련됐기 때문이다. 시연 버전에서 현의왕이라는 보스와의 보스전을 치를 수 있었는데 다양한 패턴에 더해 체력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2페이즈에 진입, 새로운 패턴이 추가되는 등 손에 땀을 쥐게 했을 정도였다.

보스를 처치하면 보상으로 일종의 성장 요소를 제공한다. 이는 게임을 진행하면서 보스를 쓰러뜨릴 수록 남모의 액션이 더욱 다양해짐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에 따라 보스들의 난이도 역시 점진적으로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걸 유추할 수 있었다.



영안은 단순히 보스전에서만 쓰이는 게 아니다. 플랫포머 요소로서 숨겨진 길이나 발판을 찾거나 함정을 피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시연 버전에서는 영안을 써서 숨겨진 발판을 발견하는 식으로 스테이지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단순히 보스의 약점을 찾는 게 아니라 특정 패턴을 영안으로 파훼하는 등 게임 전반에 걸쳐서 다양하게 쓰이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단순히 보스의 공격을 패링해서 영안 게이지를 채운 후 영안을 써서 약점을 공격하는 식으로 다소 단조롭게 흘러갈 수도 있는 보스전에 다양한 변수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공개한 영상에서는 이와 관련된 기믹을 유추할 수 있었는데 특정 보스의 공격을 피하는 게 아니라 영안을 써서 역으로 흡수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줬다.

▲ 보스의 공격을 영안을 통해 파훼하는 모습

'남모'는 아직 완성까지 한참 남은 게임이다. 시연 버전의 경우 최신 버전이 아닐뿐더러 앞으로 여기에 더욱 다양한 시스템이 추가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플레이엑스포 최고의 화제작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여러모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된다고 할만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플레이엑스포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이 게임을 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수많은 참관객들로 장사진이 펼쳐지겠지만,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게임이다. '남모'는 플레이엑스포 E-35 인디오락실 부스에서 체험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