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플레이엑스포(PlayX4) 현장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게임 '헬펑크(HellPunk)'를 만났다. 헬펑크는 피와 살이 튀는 고어 액션을 사이드 뷰 픽셀 아트로 구현한 2D 로그라이트 게임이다.

주인공 애셔 드레이크는 20년 전 실종된 여동생의 진실을 찾기 위해 지옥의 탑을 끝없이 오르내리며 죽음의 레이스를 펼친다. 4인으로 구성된 인디 개발 팀 어반 오아시스(Urban Oasis)가 개발한 이 게임은 레트로 감성과 강렬한 연출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어반 오아시스 송용욱 픽셀 아티스트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 헬펑크의 픽셀 아트를 담당한 송용욱 아티스트를 만나 게임의 개발 과정, 독특한 매력, 그리고 팀의 비전에 대해 심도 깊은 이야기를 들었다.

송용욱 아티스트는 어반 오아시스 팀에 대해 "총 4명으로 구성되어 있고, 이번이 첫 게임 개발이지만 모두 열정을 다해 만들고 있다"며 팀원 대부분은 연세대학교 게임 동아리 ‘PoolC’ 출신이며, 지상우 대표가 메인 기획을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송 아티스트는 “제 픽셀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며, 취미로 픽셀 아트를 하던 중 팀장의 지인 소개로 합류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전문 미대 출신은 아니지만, 취미로 익힌 픽셀 아트 기술과 열정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헬펑크는 2024년 1월 팀이 결집한 이후 본격적인 개발에 돌입했다. 초기 컨셉은 연구소에서 탈출하는 여자아이의 이야기였으나, 현재의 ‘지옥에서 피가 튀는’ 설정으로 약 세 차례 완전히 바뀌었다. 송 아티스트는 “팀장님이 처음 구상했던 게임과 달라졌지만, 팀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지금의 컨셉으로 발전했다”며, 시행착오를 통해 방향을 다듬었다고 전했다. 개발 과정에서 팀은 구로 디지털 단지의 패스트 오피스, 고시텔, 그리고 현재는 경기창조혁신센터 내 사무실에서 작업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전진해 왔다.


픽셀 아트와 고어의 시너지: “상상력을 증폭시키는 모자이크”

송용욱 아티스트는 헬펑크의 핵심 요소인 고어 표현에 진심이었다.


그는 “픽셀 아트와 고어는 정말 큰 시너지를 낸다”며, 그 이유를 “픽셀 그래픽은 일종의 모자이크와 같다”고 설명했다. “모자이크를 볼 때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의 상상력이 그 이미지를 증폭시켜 더 고어하고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픽셀 아트의 추상적이고 제한된 표현이 오히려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자극해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헬펑크는 스플래터 장르를 주로 차용하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액션 영화처럼 피가 과장되게 튀는 연출을 통해 “적을 처치하는 재미와 도파민을 플레이어에게 전달한다”고 송 아티스트는 강조했다. 살점과 시체가 분리되는 디테일한 묘사에도 큰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게임은 챕터별로 다양한 호러 장르를 접목할 계획이다. 1챕터는 스플래터 장르에 중점을 두었고, 2챕터는 영화 서브스턴스처럼 신체 변형을 강조한 바디 호러 장르를, 3챕터는 ‘백룸’ 같은 리미널리티(공허하고 불안한 공간) 감성을, 4챕터는 둠과 같은 지옥의 군단을 구현할 예정이다. 송 아티스트는 “각 챕터마다 다른 호러 장르를 접목해 플레이어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고 밝혔다.


몬스터 디자인 철학: 역할, 세계관, 톤앤매너의 조화

몬스터 디자인에 있어서 송 아티스트는 명확한 세 가지 규칙을 제시했다. 첫째, “게임 내 역할에 부합해야 한다.” 탱커는 몸집이 크고 단단한 느낌, 잡몹은 작고 약한 느낌, 원거리 몬스터는 투사체나 발사 무기를 사용하는 식으로, 직관적으로 디자인된다.

둘째, “세계관적 설정이 맞아야 한다.” 몬스터는 플레이어가 없더라도 게임 세계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1챕터의 몬스터 ‘워커’는 부속품처럼 만들어진 존재로, 컨토션(몸을 극단적으로 구부리는 장르)에서 영감을 받아 포토샵으로 신체를 재설계해 탄생했다. ‘빅맨’은 희생자의 가죽을 머리에 장식해 사제처럼 다니며, 원시 시대의 고인돌이나 양반 갓, 왕관 같은 상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우월감을 표현했다. ‘크롤러’는 공사장 차량처럼 불도저 이미지를 지닌 키 비주얼 몬스터로, 아이언 메이든처럼 외피가 갈라지며 붉은 피덩어리가 드러나는 강렬한 애니메이션을 자랑한다.

▲ 크롤러

▲ 빅맨

셋째, “게임의 톤앤매너를 지켜 차별화한다.” 송 아티스트는 헬펑크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다른 게임과 구별되도록 노력한다고 밝혔다.

픽셀 아티스트로서 송용욱은 디자인, 특히 콘셉트 기획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캐슬바니아와 메탈슬러그 같은 레트로 게임의 영향을 받아 640x360 해상도의 픽셀 아트를 고수하며, “단순히 레트로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시절의 플레이 경험을 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물보다 애니메이션에 중점을 두며, 관성 표현과 같은 디테일로 생동감을 더하려 한다.

이 철학은 몬스터뿐 아니라 배경과 NPC에도 적용된다. 예를 들어, 게임 속 대장장이는 대장장이 일에 몰두하느라 모든 것을 잃은 인물로, “한 분야에서 완성된 사람은 다른 면에서는 실패자일 수 있다”는 인간성의 본질을 담았다. 그는 옷이 다 타버려 알몸에 근육만 두드러지고, 한쪽 눈은 키클롭스처럼 먼 설정을 가졌다. 이 대장장이는 지옥에 와서도 쇳덩어리 골렘의 머리를 모루로 삼아 망치질만 하며 행복을 느끼는 인물이다. 송 아티스트는 “아무리 드로잉이 좋아도 내실 있는 설정이 없으면 안 된다”며, “무게감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팀원들과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5년 11월 스팀 PC 얼리 액세스 목표"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의 유저 반응에 대해 송 아티스트는 “우리나라 게이머들의 수준이 높다”며, “우리가 급하게 만든 부분, 특히 인트로의 미흡한 점을 정확히 짚어주셨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액션 연출은 호평을 받았으며, 이는 팀이 예상했던 반응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헬펑크는 현재 퍼블리셔 없이 개발 중이며, 2025년 11월 스팀 PC 버전으로 얼리 액세스를 목표로 한다. 패드 지원도 계획 중이다. 최종 버전은 늦어도 2026년 11월 출시를 예상하지만, 유저 반응에 따라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 송 아티스트는 “이번 경기 게임 오디션이 중요한 기회”라며, 수상으로 퍼블리셔를 얻고 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닌텐도 스위치나 플레이스테이션 같은 콘솔 플랫폼 발매 요청도 많지만, 현재는 스팀 버전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어반 오아시스는 2024년 6월 인천 행사를 시작으로 이번 플레이엑스포까지 다섯 번째 행사에 참여하며 유저들과 꾸준히 소통해왔다. 송 아티스트는 이러한 활동이 지원 사업 선정과 인디 게임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송용욱 아티스트는 헬펑크를 통해 확고한 개발 철학과 픽셀 아트의 매력을 바탕으로 플레이어들에게 깊이 있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게임은 단순히 재미로 끝나지 않고, 설정과 디테일로 무게감을 더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헬펑크는 고어와 레트로의 경계를 넘어 강렬한 스토리와 세계관으로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