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서브컬쳐 게임계에는 '오픈월드'라는 화두가 자리잡았다. 고퀄리티 모델링으로 빚어진 캐릭터와 방대한 세계를 모험하면서 애착을 쌓아가는 그 스타일은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고, 여러 곳에서 시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방대한 규모의 리소스를 정기적으로 추가하는 업데이트, 1년 단위로 개변까지 준비하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실제로 2025년 현재 1,000명 이상의 개발 인력을 갖춘 중국 일부 회사의 게임 정도만 일반 유저들에게 널리 알려진 상황이다.

이러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국내 중소기업 블랙스톰의 '리메멘토'가 오는 6월 18일로 반주년을 맞이한다. 고전 JRPG에 영감을 받아 오픈월드 흥행 이전부터 꾸준히 준비해왔던 리메멘토는 출시 초의 어려움을 딛고 지난 5월 28일 1.4버전 업데이트까지 꾸준히 업데이트를 이어가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로 소프트런칭을 하면서 한 차례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는 6월 18일 글로벌 정식 출시, 그리고 8월 2.0까지 예고한 '리메멘토'가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지, 허권 PD를 비롯한 개발진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 (좌측부터) 블랙스톰 조광우 사업실장, 허권 PD, 김태진 사업실장


반주년 이벤트 테마는 바캉스, 글로벌 정식 런칭도 준비 중

Q. 리메멘토가 오는 6월 18일로 반주년을 맞이한다. 소감이 어떤가?

허권 = 사실 그간 어려운 일이 많았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올 수 있던 것은 유저들이 끊임없이 사랑을 보내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반주년이 여름 시즌과 맞물리는 만큼, 여름에 특화된 신규 지역과 이벤트 스킨, 그리고 이와 관련된 퀘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다음 버전에서 바캉스 시즌을 테마로 한 신규 스토리도 선보이고자 한다. 반주년도 겸하는 만큼, 여러모로 힘을 주고 있다.


Q. 반주년으로 바캉스 이벤트를 예고했는데, 어떤 컨셉으로 준비 중인가?

허권 = 반주년 이벤트로 선보이게 될 지역을 좀 더 말씀드리자면, '하얀비단섬'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지역이다. 바캉스 시즌인 만큼 그에 맞춘 스토리는 물론, 그 시즌에 맞게 여러 캐릭터들의 수영복과 비치웨어 스킨을 준비하고 있다.


▲ 반주년 이벤트를 선보일 바캉스 테마의 신규 지역, '하얀비단섬'


Q. 서브컬쳐 오픈월드 게임들의 경우, 시즌 이벤트 지역은 보통 그 기간이 지나면 사라지지 않았나. '리메멘토'에서 선보일 여름 신규 지역은 어떤가?

허권 = 여름 시즌을 테마로 한 곳인 만큼 고민이 되긴 한다. 겨울에 여름섬을 가서 플레이하는 게 맞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우리가 출시 전후로 말씀드렸던 기조가 있지 않나. 그 시기를 놓쳐도 다시 할 수 없는 한정적인 요소는 최대한 없애려고 하고 있고, 그에 맞춰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다.


Q. 생각해보면 신규 캐릭터도 한정 추가가 아니라, 첫 픽업 이후에는 상시 캐릭터 풀로 넣는 기조이지 않았나.

허권 = 처음부터 차별화를 생각해왔던 부분이었다. 우리가 선보이는 캐릭터들을, 유저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한정이나 복각처럼 어떤 특정 기간에만 그 캐릭터와 만나는 방식이 아니라, 픽업 기간이 끝나면 상시로 편입해서 언제고 그 캐릭터와 만날 수 있게끔 했다. 그렇게 해서 유저들이 더 다양한 캐릭터를 쉽게 보유하고, 그렇게 캐릭터풀을 늘리면서 점점 더 재미를 붙이도록 하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

출시 전부터 우리가 약속드렸던 것은, 더 다양한 캐릭터를 언제고 유저가 원하면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 기조를 쭉 지키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히 신규 캐릭터 라인업을 추가하는 걸 넘어서 기존 캐릭터 관리도 필요하다. 그래서 이번 버전에도 밸런스 패치를 준비하고 있다. 특정 캐릭터만 있으면 다 클리어된다 이런 식이 아니라, 플레이하다 보면 기존에 좀 성능이 떨어졌던 캐릭터도 업을 하면서 꾸준히 변화하는 다양한 재미를 보여드리고자 한다. 또 어떤 캐릭터를 뽑고 나서 어느 순간에 안 쓰이다가도, 다시 쓰이는 순환으로 그 의미가 퇴색되지 않게끔 하고 싶다.

▲ 반주년 바캉스 이벤트에 맞춘 캐릭터 스킨이 출시되는 한편

▲ 또다른 매력의 신규 캐릭터, '카나리아'도 출시될 예정이다


Q. 지난 5월 28일로 1.4버전 업데이트와 함께 글로벌 소프트런칭을 했는데, 반응은 어떤가?

김태진 = 중화권과 러시아, 동남아시아 전역, 그리고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소프트런칭을 했다. 해당 지역들은 퍼블리셔를 통해 출시 예정이다. 소프트런칭을 했는데 예상 외로 브라질, 남미에서 굉장히 반응이 좋았다. 그 지역에서 잘 어필할 수 있을까 했는데, 반응이 놀라웠다.

조광우 = 유럽권, 북미권에서도 수요가 확실히 있었다. 특히 유럽에서는 프랑스 등에서 반응이 굉장히 좋았다.

허권 = 아직 소프트런칭이기도 하고, 우리 회사에서 글로벌을 대상으로 하는 선보이는 것도 처음이라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집행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마케팅을 크게 하지 못하고 유저 피드백을 받으며 정식 출시로 나아가고자 한 건데, 소프트런칭 단계에서부터 많은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다.

김태진 = 해외는 보통 디스코드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나. 그래서 소프트런칭에 맞춰서 디스코드를 리뉴얼했는데, 거기 보니까 포르투갈어부터 다양한 언어들이 쭉 올라와서 놀랐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음에도 그런 반응에 놀랐다. 우리가 더 나아갈 수 있구나, 기세를 다시 끌어올려서 유저 모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야겠다, 장기적인 시야로 바라보면서 차분히 유저들에게 그 즐거운 경험을 길게 제공하고 싶다는 이런 동기부여가 된 것 같다.


Q.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듣고 싶다. 또 글로벌 각 지역 유저들이 어떤 부분에서 호응했다고 보고 있으며, 또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건지 방향성도 궁금하다.

김태진 = 솔직히 우리는 다른 작품에 비해 탄탄한 리소스도, 자본력도 뒷받침되지 않았고, 아직도 한없이 부족하다. 글로벌이라 해도 일단 북미, 브라질, 유럽권 등 서구권 위주로 출시한 상태인데, 다 기존의 서브컬쳐 게임 여러 개를 하다가 온 유저들이다. 그런 유저들이 우리 게임에 어떤 특별한 맛이 있어서 찾아온 것일 텐데, 정말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해봤다. 그런데 아마 캐릭터 디자인이나 스킨에서 과감하게 검열이나 이런 부분 없이 한 발 더 나아갔던 것이 하나의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다.

허권 = 서브컬쳐 오픈월드라는 장르의 유사성이 있지만, 그 안에서 우리만의 느낌을 어떻게든 담아내려고 노력했다. 판타지의 느낌을 명료하게 담아낸 스토리를 비롯해 우리 게임에서만 나올 수 있는 캐릭터의 개성도 살리려고 고민했다. 개발하면서 유저들이 점차 차별화된 포인트를 느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과연 우리가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까 불안했다. 그러나 국내, 그리고 더 나아가 글로벌 유저들도 그렇게 느껴주신 점에 대해 감사하고, 또다시 힘을 얻게 된 것 같다.

또 하나 느낀 점이라면, 글로벌 유저의 캐릭터 티어표를 보니까 국내와 비슷하면서도 좀 달랐다. 그 부분에서 개인적으로 굉장히 좋은 신호라고 봤다. 유저들의 플레이 성향에 따라 캐릭터들이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다양한 메타가 나올 수 있는 전조구나 싶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그만큼 밸런스와 캐릭터 개성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압박도 있지만, 그 부담보다는 앞으로 더 좋은 게임을 선보이며 나아가겠다는 그 마음이 더더욱 강해지고 있다. 더 잘 다듬어서 나중에 글로벌로 유저들이 서로 만나게 되면, 다른 지역들의 메타에 대해 서로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 기대가 크다. 우선 그러기 위해서는 캐릭터의 풀도 늘려야 하고, 더욱 안정적인 서비스 그리고 밸런스를 제공하고자 꾸준히 나아가겠다.





Q. 개인적으로는 리메멘토를 잠재력이 있다고 봐서 응원하고 있긴 하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국내에선 출시 초에 여러 오류가 있어 이 부분을 초반에 미처 보여주지 못한 여파가 있지 않았나 싶다. 현재는 좀 개선된 상태로 글로벌로 나오면서 빛을 보고 있는 것 같은데, 개선된 부분에 대해서 좀 더 말하자면?

허권 = '리메멘토'가 우리 회사의 첫 작품인데, 노하우가 많이 부족해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드려 유저들을 많이 실망시켜드린 것 같다. 거듭 사과드린다. 처음 게임에 접속해서 즐겁게 플레이하는 경험이 계속 이어지고, 그것이 좋은 추억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우리가 마감에서 부족해 그런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출시 초부터 쭉, 이 부분은 계속 고치고 또 고쳤다. 그래서 현재는 타 게임과 비슷한 수준으로 비정상 동작 빈도를 낮췄다. 물론 그렇다고 우리가 긴장의 끈을 놓겠다는 건 결코 아니다. 부족했던 만큼, 더욱 안정적인 경험을 꾸준히 제공하기 위해 내부에서 계속 다듬고 있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부족함으로 떠나신 분들, 혹은 접근하지 않았던 분들이 만일 찾아오실 때 그 기점이 되고자 신규 및 복귀 유저 보상도 여러 차원에서 준비 중이다.

조광우 = 국내 출시가 첫발이었고, 그만큼 중요했음에도 우리가 부족해서 많은 불편을 드린 점 거듭 사과드린다. 그럼에도 우리 게임을 계속 즐겨주시고 성원을 보낸 분들이 있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부족한 점은 계속 고쳐나가겠다.


실시간 PVP, 서두르지 않고 친선전부터 차근차근 나아갈 것

Q. 아무래도 타 오픈월드와 가장 큰 차이점으로 내세운 게 실시간 PVP 대전이지 않나, 이 부분이 듣고 싶다.

허권 = 1.5버전에서 베타로 먼저 선보이게 된다. 아무래도 캐릭터풀이 당장 많지 않은 만큼, 여타 턴제 RPG의 실시간 PVP처럼 밴픽룰은 이후에 적용할 예정이다. 지금 당장은 중복픽이 가능한 상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밸런스 및 메타 데이터를 수집하고자 한다.

1.5버전의 베타는 말 그대로 베타로, 친선전에 가깝게 굉장히 라이트하게 구현될 예정이다. 아무래도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에 보상을 넣어서 유저들에게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안기기보다는, 의견을 받아서 점차 다듬고 검증한 뒤에 정식으로 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근차근, 완성도 있게 준비하고자 한다.

실제로 시장에서 오픈월드는 아니지만 턴제 RPG로 실시간 PVP 대전 분야에서 그간 성과를 올린 좋은 작품들이 있다. 그 작품들을 참고하면서 보는데, 처음부터 이를 단번에 갖춰가는 작업은 쉽지 않더라. 우리의 부족함, 그리고 우리의 섣부른 결정이 결국 유저에게 스트레스와 부담이 된다는 걸 그간 뼈저리게 느꼈던 만큼, 부담을 낮추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

1.5버전의 베타는 말 그대로 베타로, 친선전에 가깝게 굉장히 라이트하게 구현될 예정이다. 아무래도 검증되지 않은 콘텐츠에 보상을 넣어서 유저들에게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안기기보다는, 의견을 받아서 점차 다듬고 검증한 뒤에 정식으로 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근차근, 완성도 있게 준비하고자 한다.


Q. 그간 턴제 RPG의 PVP를 살펴보면 선턴잡기와 이에 대처하는 덱의 구도가 상당히 중요한 거 같은 느낌이다. 이 부분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허권 = 그간 여러 게임을 참고차 하면서 느낀 게, 그 말처럼 속도 기반 턴제 게임에서는 속도 관련 캐릭터들이 우위를 점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후턴 메리트를 주는 스킬 디자인이나, 때로는 다소 강하게 후턴을 잡는 캐릭터를 업시키는 메타까지도 고려 중이다.

장비도 현재는 단순 공격력이나 체력, 치명타, 효과를 올려주는 스탯 위주의 세팅이지만 이후에는 좀 더 기능적인 요소가 추가된 장비 추가도 생각하고 있다. 장비와 세트의 다변화, 스킬의 다변화를 통해서 메타가 돌고 도는 전략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다. 먼저 치면 승리하는 속덱 일변도는 재미가 없지 않나. 그걸 막겠다고 적 속도를 늦추거나 속도 빠르게 하는 버프로 맞물리는 그런 구도는 또 턴과 속도만을 위한 게임이 되는 구도를 심화시키는 느낌이다. 그런 방향이 되지 않도록 여러 방면으로 고민 중이다.

김태진 = 실시간 PVP 대전을 넣은 턴제 게임들 중 잘 된 사례들을 보면, 여러 경쟁력 있는 세팅과 메타를 구축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방향도 예를 들어 속도덱만의 매력을 죽이는 식으로 어느 하나만 죽이거나, 혹은 어느 하나만 띄우는 소위 몰빵 메타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밸런스 패치를 계속 꾸준히 하며 맞춰가야 한다는 것이 개발진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실 유저 입장에서 패치는 굉장히 민감할 텐데, 실시간 PVP 대전이라는 콘텐츠가 있다면 자주 할 수밖에 없다. 가위바위보 싸움, 수 싸움을 하려면 어느 한 쪽으로 치중하는 걸 조율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라이브 방송 때도 너프 같은 패치를 할 때 리콜을 비롯한 보상을 미리 언급했다.

물론 너프 위주의 패치가 아닌, 안 쓰이는 캐릭터의 버프 위주로 진행하고자 한다. 아무래도 자신이 뽑은 캐릭터가 안 쓰이고 있는 것 자체가 별로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요즘 프리실리아가 잘 안 쓰이고 있는 추세인데, 이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버프할까 고민이다. 또 어떤 캐릭터와 조합해서 메타에 변화를 줄까 하는 등등 다각도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허권 = 1.4 후반부 버전에서 밸런스 패치를 한 번 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는 좀 더 밸런스 패치를 더 자주 하고자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플레이 데이터를 보면 안 쓰이는 하위 캐릭터 리스트도 바로 확인 가능하다. 그들 위주로 몇 종 이상을 좀 더 부스팅시킬지 체크하고, 이를 거치면서 캐릭터 사용량을 좀 더 평균적으로 맞추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모든 캐릭터의 사용량이 동일해지거나 하는 일은 어려울 거다. 그렇다고 아예 안 쓰는 캐릭터가 있는 걸 방치하지는 않겠다. 유저들이 자신의 애정 있는 캐릭터를 어떻게든 쓸 수 있고, 새로운 방향을 찾아나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그것이 캐릭터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니까. 그런 차원에서 여러 캐릭터 밸런스 패치를 계획하고 있다.

다시 한 번 약속드리자면, 하향식 패치가 아닌 최대한 버프식 패치로 나아가겠다. 자신의 애정캐가 잘 안 쓰였는데 패치로 좋아져서 쓸 수 있다, 이런 감각으로 나아가겠다.

▲ 속도 관련 스킬로 선턴 잡고 밀어붙이는 것 외에도

▲ 턴을 잘 꼬아서 무적으로 받아내고 반격하는 전략의 묘미를 실시간 대전에선 어떻게 보여줄지 관건이다


Q. 실시간 PVP 대전하니 떠오른 건데, 1.1 업데이트로 기존 비동기식 PVP에서 매치 티켓이 없어지지 않았나. 이 부분에 대해 조금 더 고민이 필요해질 시점이 찾아올 것 같다.

김태진 = 사실 이 부분은 우리도 고민이 많았다. 초기에는 우리의 오류로 매치가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티켓은 없애고 하루 얻을 수 있는 보상 제한은 둬서 정말 보상 상관 없이 하드하게 할 사람은 하드하게, 보상을 탈 사람은 딱 그거만 하고 끝나는 구도를 만들었다. 그런데 예상 외로 하드하게 플레이하는 분들이 꽤 있었고, 그분들이 스트레스를 정말 심하게 받더라.

특히 예전에는 초기화 시간이 오전 5시 이맘때인데, 그 직전까지도 순위권의 유저들은 정말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도였다. 그래서 피로도도 많이 호소했고, 이에 맞춰서 1.4버전 글로벌 소프트런칭과 함께 초기화 시간을 오후 12시로 변경했다. 일단 이렇게 조치한 뒤, 1회에 한정해 리벤지 추가 혹은 랭크전 티켓 부활 등 여러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


Q. 비동기식 PVP도 그렇지만, 실시간 PVP 대전 보상도 큰 고민일 것 같다.

허권 = 사실 실시간 PVP 대전은 유저들이 부담이 심하다. 그런데 보상이 커지면 더욱 하드해져서 스트레스가 배가 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배지나 스킨 같은 명예 위주의 보상을 주로 세팅하고자 한다. 우선 지금 당장은 친선전 형태인 실시간 PVP 베타부터 선보이겠지만, 보상 부분도 확실하게 준비해서 실시간 PVP 대전을 정식 출시부터 완성도 있게, 쭉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Q. 사실 앞서 밸런스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볼 때 제일 선행해야 할 것은 주인공 워든 관련 문제 아닌가 싶다. 상향 예정은 없나?

김태진 = 그 부분은 우리도 고민이 많다. 사실 스킬 레벨업을 하는 위광 자체가 얻기 힘든 자원이라서, 주인공에 투자하기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다. 이 부분은 타 게임처럼 스토리를 밀다 보면 주인공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 위광을 준다거나 하는 식으로 완화하는 방향들을 고민 중이다.

그런데 주인공만의 특색이 원체 강하다 보니, 이걸 조금만 잘못 건드려도 상당히 크게 문제가 생긴다. 리메멘토에서 '빙결'이라는 효과가 현재 강력하지 않나? 그래서 조금만 상향해도 이론상 램퍼트와 주인공이 아귀만 맞으면 상당히 OP스러운 덱이 나올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인공의 특색인 전체 빙결 효과를 바꾸는 것도 아이덴티티 훼손이라 생각해서 밸런스 기획자들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허권 = 여러 안건이 나오고 있는데, 일단 워든 상향이라는 방침은 동일하다. 여기서 단순히 스탯을 올리는 식이 아니고, 타 작품의 주인공처럼 특수한 육성 과정을 거치거나 혹은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스킬을 선택할 수 있는 방향까지도 폭넓게 고민하고 있다. 상향은 필연적이고, 그 부분을 여러 각도로 준비하고 있다고 하겠다.

▲ 1.3버전으로 주인공 성별 전환이 가능해졌으니 남은 건...


명료한 스토리 강점, 월드 완성도 높이면서 꾸준히 나아가겠다

Q. 1.4 버전에서 꽤나 깔끔하게 이야기가 끝난 것 같다. 한편으로는 라이브에서 악역들의 픽업 등장에 대해 개발자들 일부가 난색을 표한 것도 이해가 가더라.

허권 = 라이버 서비스는 유저에 맞춰가야 한다, 유저들이 원하는 것에 맞추지 않으면 안 된다. 이 부분을 지금 이 순간에도 실감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발 방향과 업데이트 방향이 유저들과 달라졌을 때 어떻게 조율해야 할까, 이 부분은 정말 숙제일 수밖에 없다. 최종적으로 유저의 니즈에 맞춰야 할 텐데, 그게 스토리나 이런 부분과 연관되어 있다면 최대한 자연스럽고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지금 당장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지금부터 이걸 고민하지 않으면, 언젠가 찾아올 그때에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싶고.

스토리에 대한 호평에는 항상 감사하고 있다. 사실 스토리는 나 스스로가 질질 끄는 스토리를 별로 안 좋아한다. 그래서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파악하면서 쭉쭉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시나리오 라이터와 이야기하고 있다. 또 리메멘토의 스토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다음 지역, '홍염성'이 올해 중으로 오픈할 예정이다. 그때에도 페레우스 지역 이야기 못지 않게 좋은 이야기를 뽑고자 노력 중이다.

좀 더 오픈하자면, 홍염성은 수인 종족인 '리고르'가 중심인 지역이다.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우화나 동화를 패러디한 느낌으로 준비 중이다. 그리고 1.4 보스인 타이게타의 보스 던전에 대해 문의가 있는데, 선보이겠다.


Q. 스토리에 대한 부분은 그간 서브컬쳐 오픈월드에서 보여주지 못한 정통파 판타지적인 느낌도 있어서 호응이 있던 것 같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허권 = 그것도 분명 큰 이유인 것 같다. 우리 역시도 세계의 운명을 둘러싼 거대한 싸움, 이런 걸 물론 생각하고 있긴 하다. 그런데 그걸 처음부터 떡밥과 복선을 다 퍼뜨리면서 발아하기까지 기다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클리셰적일 수도 있지만 정통파 같은 느낌을 추구했다. 왕위나 권력 쟁탈을 위해 물밑에서 일어나는 음모, 그리고 이에 저항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는 널리 퍼져있지만, 그만큼 알기 쉽고 받아들이기 쉬운 이야기다. 그 직관적인 이야기를 아귀에 맞게, 그리고 질질 끌지 않고 퍼즐을 맞춰가면서 캐릭터들과 함께 하는 그 과정을 즐겼으면 한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스케일의 한계도 있기도 하고, 또 어찌 보면 다른 곳에서 미처 커버하지 못한 수요층을 노리는 측면 공략일 수도 있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 떡밥을 그렇게 많이 깔면서 길게, 큰 그림을 많이 그리기란 어렵다. 길게 써서 풀어내면 누군가는 알아봐주겠지, 이런 상황은 힘들었다.

그래서 당장에 임팩트가 있게, 한 단락 한 단락 마무리지어서 명쾌하게 나아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시중에 나온 서브컬쳐 게임들이 그런 유형이 많지가 않았고, 그래서 늘어지지 않는 전개가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명쾌하고 명료하게, 정통적인 그 '아는 맛'을 확실히 보여주고자 했다. 찜찜함이 오래 가는 것보다는, 이 스토리를 플레이하고 나서 뭔가 확 결과를 얻었다는 그 느낌을 전하는 것도 포인트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세계관에 대한 떡밥이 아예 없이 넘어가면 장기적으로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래서 스토리 곳곳에 그런 떡밥들을 조금씩은 남겨놨으니, 아마 그걸 보면서 다음 이야기 그리고 이 리메멘토의 세계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하시지 않을까 싶다. 그런 걸 보지 않아도 즐길 수 있고, 보면 또 기대하는 그런 방향이 서브컬쳐 게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니까.


Q. 요즘 서브컬쳐 게임에서 앞자리가 바뀌는 업데이트, 특히 '2'로 바뀌는 건 굉장히 의미가 크지 않나. 이 시기를 8월로 예고했는데,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허권 = 그 말처럼 중국쪽의 오픈월드 작품들이 대부분 버전 앞 단위가 2로 바뀌는 순간 대격변을 보이고 있지 않나. 그렇지만 우리 역량이나 물량으로는 그 흐름을 따라잡기란 엄밀히 말해서 어렵다. 그렇다 해도 나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자, 이렇게 마음을 다잡고 있다.

우리도 2.0에서는 새로운 다음 대륙을 추가하면서, 이전과 확실히 다른 분위기와 무드 그리고 새로운 무언가를 확실히 보여주고자 한다. 차근차근 스토리에 맞춰서 그 지역들을 보여주는 유기적인 흐름, 리메멘토의 세계를 완성해나가는 그 과정을 착실히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기반을 다지면서 차근차근 다음 스텝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 2.0 버전에서는 리고르들이 중심이 된 새로운 지역, '홍염성'을 선보인다


Q. 또다른 콘텐츠로 SD 숙소, SD 미니 게임들이 얘기가 나왔다. 어떤 콘텐츠인지 기대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개발 인력들의 부담이 커지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허권 =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 그와 관련된 얘기를 하고 있고, 작업을 하고 있다. 방향성은 여러 가지로 준비 중이다. 개발 단계에서 부담에 대해선 여러 곳에서 걱정을 해주시더라. 기존의 리소스를 바탕으로 한 이벤트, 콘텐츠를 만드는 상황에서 또다른 스타일을 더한다는 건 아무래도 그렇긴 하니까.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육성에 부담이 안 가는 순수 재미를 위한 콘텐츠, 가벼운 콘텐츠도 병행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부담을 줄이고자 보드게임류에 가까운, SD를 어필하기 좋은 그런 순수 재미를 위한 콘텐츠로 여러 가지로 준비 중이다. 바로 나온다는 건 아니고,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김태진 = 사실 조금 이르게 발표한 감이 있긴 하다. 우리 게임이 오픈월드인 만큼 리소스가 상당히 많이 필요하다. 언리얼엔진5 나오고 바로 들어가다 보니, 그 관련 데이터나 개발자 데이터가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플랫폼도 플랫폼대로 다 들어갔고, 그러다 보니 리소스가 생각보다 많이 투입되긴 했다.

그렇지만 결국 이 모든 건,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그걸 해결해서 좋은 품질로 다가가는 것부터가 승부의 원점이라고 생각하고,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원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전력을 다하고 있다.

허권 = 오픈 초부터 여러 에러가 있었고, 거기다가 업데이트 주기까지 맞추다 보니 좀 쫓기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콘텐츠도 대부분 3주짜리, 6주짜리, 이렇게 빠듯하게 마감맞춰 진행하는 식이라 콘텐츠의 완성도도 아쉬웠고, 그 테마도 불분명하게 느껴졌던 것도 있다.

그래서 최근에 팀장들과 개발진 전체 회의를 할 때, 다시 한 번 기틀을 잡자고 이야기했다. 거기서 나온 말이 이제 글로벌도 곧 정식 출시고 하니 더 물러설 곳이 없다. 콘텐츠를 하나 내더라도 마감에 쫓기듯이 만드는 게 아니라 완벽해질 때까지 다듬자는 방향으로 잡아야한다는 공감이 있었다. 단기적인 관점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그 기틀을 잡아가고 있다.


Q. 또 하나 눈에 띄었던 게 '경마'였는데, 어떤 콘텐츠로 준비 중인가?

허권 = 아직 기획 중이다. 여담이지만, 경마는 원래 오픈 스펙에 들어있었다. 그런데 그 목적성이나 완성도가 아직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뺐다. 길찾기에 맞춰서 들어가는 시스템이었는데, 그때는 그리 완성도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좀 더 다듬어서 다음에 새롭게 보여주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사실 이 게임을 줄곧 즐기는 유저들도 아시겠지만, 우리 게임은 100% 완벽한 자유도의 오픈월드가 아니다. 물론 오픈월드를 제공하고 있고 그 안에 여러 스토리나 콘텐츠를 채우면서 밀도를 높이고 있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즐길거리를 추가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월드 자체를 풍성하게 만드는 것 외에도 기존 리소스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스토리나 콘텐츠로 녹여내는 것까지 다양한 방향으로 고민 중인데, 그 중 경마는 후자에 가깝다고 할까.

어떤 내용인지 당장에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다만 그 방향성을 먼저 말하자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방향으로 준비 중이다. 캐릭터 육성과는 다소 좀 거리가 있다. 아무래도 캐릭터 육성을 위한 콘텐츠라고 하면, 그 순간 재미가 소실되고 숙제처럼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흥미를 잃게 되는 콘텐츠를 추가하는 방향이 장단기적으로 봤을 때 좋지 않다고 보고 있으며, 재미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을 개발진과 꾸준히 하고 있다. 그와 관련해서 좀 더 공개할 수 있는 시점에서 더 말씀드리도록 하겠다.



Q. 상당히 큰 그림을 라이브에서 바로바로 보여준 거 같다. 개발 방향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는 진정성 있는 소통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불안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허권 = 사실 라이브 방송은 대본이 거의 없는, 그야말로 날것으로 했다. 그래서 정제된 무언가를 보여드리지 못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것보다, 그때그때 우리의 진심을 보여드려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고, 그것조차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도 우리가 진심을 입증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매 순간순간 우리 스스로가 역량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고 다짐했지만, 그 한계를 결국 뛰어넘지 못해 정말 불안정한 방송을 했던 것 같다. 부족한 점만 자꾸 보여드려서 이 점 다시 사과드린다. 그럼에도 유저들이 진정성 있게 봐주셔서 다행이고,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다시 라이브로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


Q. 글로벌 정식 런칭에 2.0까지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긴 한데, 그럴수록 더 큰 그림 외에도 UI/UX 등 기본적인 요소도 점차 개선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그간 여러 차례 개선되긴 했지만, 추가로 어떻게 개선을 준비하고 있나?

허권 = 물론 이 부분은 굉장히 중요하다. 이미 유저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서 제안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가 실시간 PVP 대전까지 넣고자 하는 만큼, 이런 부분이 더더욱 필요하다는 걸 느끼고 있다. 한 번에 다 바뀌는 건 어렵지만 유저들이 제안을 준 파티창에서 프리셋 조정이나 일괄 분해하기 쉽게 장비 옵션 필터링을 추가하는 등, 정말 불편한 부분들부터 하나하나씩 빠르게 개선하고자 한다.

이외에도 실시간 PVP 베타에 맞춰서 인벤토리나 프리셋 증가까지, 실제 편의성을 높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유저들이 많이 건의하고 있다. 그 부분도 우선순위에 맞춰서 하나하나 빠르게 적용해나가겠다.


Q. 마지막으로 리메멘토를 즐기고 있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허권 = 그간 우리가 실수한 부분도 많고, 모자란 부분도 많았다. 오류도 많았다. 그럼에도 우리를 끝까지 믿고 사랑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앞으로 유저들이 원하는 업데이트나 방향성으로 신중하고도 완성도 있게 밀고 나가면서 안정적으로 즐길 수 있게끔 하겠다. 또한 2.0과 그 이후로도 새로운 스토리와 월드,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이면서 우리나라 그리고 더 나아가 글로벌 모두에게 사랑받고 롱런할 수 있는 게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조광우 = 사업에서도 항상 유저들과 관련한 지표를 계속 열심히 체크하고 있으며, 개발진과 함께 유저 친화적인 콘텐츠와 니즈에 맞는 상품으로 유저들이 게임을 꾸준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나아가겠다.

김태진 = 우리의 실수, 잘못, 역량 부족으로 유저들에게 그간 부족한 모습을 많이 보여드린 점 거듭 사과드린다. 유저들께 어떤 말씀을 드려도 변명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는 점 통감하고 있다. 우리의 진심은 결국 결과, 실천으로 보여드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진심을 보여드리고, 유저들이 믿고 꾸준히 즐기실 수 있도록 하나하나 실천해 나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