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대표 김창한)의 독립 스튜디오인 인조이 스튜디오(대표 김형준)가 개발한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inZOI)'가 출시 초반 인기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부족'으로 고전 중인 가운데, 6월 중순으로 예정된 모딩(Modding) 업데이트를 통해 반전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3월 얼리 액세스로 출시된 '인조이'는 첫 주 만에 100만 장 판매로 등장했다. 사용자 평가 역시 초기 '매우 긍정적'(긍정률 83%)을 받으며 국산 기대작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내부적으론 크래프톤 경영진이 직원들에게 장기 IP 육성을 목표로 약 3천억 원 투자를 예고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핵심적인 즐길 거리, 즉 '콘텐츠 부족'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스팀 최근 평가는 '복합적'으로 전환되었고, 전체 평가도 '대체로 긍정적'으로 하락하며 초기 관심도가 식은 양상이다. 실제 게임을 즐기는 액티브 유저 수 역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 사용자들은 콘텐츠 부족 외에도 게임 최적화 문제, 불편한 카메라 시점 조작, 반복적인 NPC 행동 패턴, 부자연스러운 대화 시스템 등을 주요 개선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인조이'는 엔씨소프트 '아이온' 아트 디렉터 출신인 김형준 대표가 이끄는 인조이 스튜디오의 첫 작품이다. 김 대표는 블루홀 시절 '엘리온' 개발을 이끌었으나 흥행에는 실패한 경험이 있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캐릭터 '꾸미기' 콘텐츠에 강점을 보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며, '인조이' 역시 이러한 그의 성향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물로 여겨진다.


▲ '인조이' 관련 추정 데이터(이용: 스팀DB)

크래프톤은 현재 14개에 달하는 독립 스튜디오 체제를 통해 개발 역량 강화와 글로벌 시장 경쟁력 제고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각 스튜디오에 자율성을 부여해 창의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본사(HQ)는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에 집중해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인조이 스튜디오 역시 이러한 전략 하에 설립된 개발 전문 자회사로, 게임 개발에만 전념하고 서비스와 마케팅은 크래프톤 HQ가 담당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 구조는 HQ가 서비스, 마케팅, 퍼블리싱에 대한 최종 결정권을 보유함으로써 자회사가 HQ의 전략과 판단에 상당 부분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특성을 지닌다. 실제로 당초 '인조이' 퍼블리싱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진형 디렉터가 최근 크래프톤의 또 다른 기대작 '서브노티카2' 출시에 집중하면서 '인조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내부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크래프톤이 '서브노티카' IP의 중국 시장 진출을 적극 타진하면서, 한정된 내부 자원 배분에서 '인조이'가 후순위로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우려는 크래프톤이 인수한 해외 개발사 언노운 월즈(Unknown Worlds)의 최근 실적과도 연관 지어 해석될 수 있다. 크래프톤은 2021년 '서브노티카' 개발사인 언노운 월즈를 약 5억 달러(당시 약 5,858억 원)에 인수하며 기대를 모았으나, 언노운 월즈는 2023년과 2024년(예상치) 영업이익이 당초 전망치(각각 528억 원, 523억 원)에 크게 못 미치는 71억 원과 2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상당한 괴리율을 보였다.

▲ 크래프톤의 언노운 월즈 투자 괴리율

이는 신규 프로젝트 및 기존 게임 운영을 위한 인력 충원과 '문브레이커' 등 신작 부진에 따른 플랫폼 수수료 및 마케팅비 감소, 경영진 스톡옵션 관련 주식보상 비용 발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처럼 주요 자회사의 예상 외 부진은 한정된 HQ의 자원과 관심이 해당 스튜디오의 실적 개선에 집중될 가능성을 높여, 상대적으로 신작인 '인조이'에 대한 지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조이'의 높은 초기 판매량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높은 환불율에 대한 걱정이 사내에서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에서는 보통 5%의 환불율을 염두에 두고, 15% 이상을 높은 수치로 파악한다. '인조이'의 정확한 환불율이 내부에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서, 과거 유사 사례에 기반한 회의적인 시각이 일부 나타나고 있다. 독립 법인으로서 가시적인 매출 성과를 증명해야 하는 인조이 스튜디오의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조이 스튜디오는 오는 6월 중순, '인조이'에 모딩(사용자 창작 콘텐츠) 기능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는 사용자들이 직접 게임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콘텐츠 부족'이라는 핵심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모딩 시스템이 성공적으로 도입될 경우 커뮤니티 주도의 자발적인 콘텐츠 생산을 통해 게임의 수명을 연장하고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모딩 업데이트가 사용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활용도가 낮을 경우, 게임의 미래는 더욱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결국 '인조이'가 초기 반짝 흥행을 넘어 장기 IP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모딩 업데이트의 성공적 안착과 더불어 개발사의 신속한 콘텐츠 확장 및 핵심 경험 개선, 그리고 크래프톤 HQ의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