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설정인 천사와 악마의 대결을 배경으로, '탈출하는 악마들이 기차를 타고 지옥으로 도망가는데, 기차에 장작불을 싣고 감'이라는 전혀 흔하지 않은 설정을 덧붙인 이 덱 빌딩 게임은, 2020년 최초 출시 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국내에서는 크게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이유는 단 하나. 한국어가 없었다.
그리고 2025년, '몬스터 트레인'의 2편이 무려 '한국어화'를 달고 출시되었다. 유명세는 떨치지 못했지만, 그래도 나름 입소문을 타온 타이틀. 덱 빌딩 게임을 좋아하는 팬들은 이미 뛰어들었고, 이제 일반 게이머층에도 알음알음 이름을 알리는 와중이다.
그래서, 직접 플레이했다. 매니아 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덱 빌딩 게임을 여럿 플레이해본 잡식성 게이머의 입장에서, 이 게임을 플레이할 만한, 나아가 추천할 가치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마우스를 잡았다. 때문에, 오늘의 리뷰는 다소 관점이 다르다. 일반적으로는 장르의 팬들이나, 일가견이 있는 게이머의 입장에서 리뷰했다면, 이번 리뷰는 이 장르를 잘 모르는 이들도 충분히 게임을 이해할 수 있는 리뷰로 작성해보고자 한다.

장르명: 덱 빌딩
출시일: 2025. 5. 21
리뷰판: 출시 빌드개발사: Shiny Shoe
서비스: Big Fan Games
플랫폼: PC, Xbox
플레이: PC
천국행 열차는 오늘도 달린다
열차 강도가 왜 이리 많은지
'몬스터 트레인' 시리즈는 상당히 독특한 배경과 설정을 지닌 덱 빌딩 게임이다. 첫 작품인 '몬스터 트레인'은 천국과 지옥의 대결을 그렸는데, 설정 상 지옥이 패배해 얼어붙어버렸다. 플레이어는 지옥의 불길을 되살릴 마지막 희망인 '화톳불'을 실은 기차를 타고 다시 지옥으로 향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는 천사들의 공격을 막아내며 지옥에 도달하는게 게임의 목적이었다.
그리고, '몬스터 트레인2'는 제 3자인 외계 세력이 쳐들어오자 천국과 지옥 세력이 침공을 막기 위해 임시 동맹을 맺는다는 가슴이 웅장해지는 설정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전작의 적성 세력인 천사들 중 일부가 플레이어블 세력에 편입되기도 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모든 플레이의 과정이 '기차'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정말 독특하게도 천국과 지옥 사이에는 산업 혁명 이후 대전기에 이르는 시기만큼이나 철로가 촘촘히 깔려 있는데, 이 기차가 곧 게임의 주 무대이자, 스테이지가 된다.

그리고, 이 '기차'는 총 4량으로 이뤄져 있으며, 마지막 칸은 객실이 아닌 최종적으로 플레이어가 지켜야 하는 '화로'가 놓여 있다. 결과적으로 플레이어는 앞선 세 개의 객실에서 침투해오는 적을 계속해서 막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또 재미있는 요소가 덧붙는다. 첫 번째 객실에 침투한 적은, 한 턴의 전투를 치른 후 열차의 다음 칸으로 넘어가 버린다. 일반적인 타워 디펜스형 덱 빌더처럼 입구를 틀어막고 버티는 전략은 그다지 효과가 없다. 적들은 한 차례 공방을 나눈 후 바로 다음 칸으로 넘어가 버리며, 플레이어가 특정 칸에 전력을 집중했다면, 곧장 화로가 위험에 노출되는 식이다.

첫 번째 객실에 엄청난 화력을 투자해 사전에 침투를 차단해 버릴 수도 있고, 균형있게 전력을 분산해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적을 받아낼 수도 있다. 각 객실마다 유닛 수용량이 제한되어 있고, 유닛의 배치 순서에 따라 탱커와 딜러가 구분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방어를 위해서는 많은 걸 고려해야 하는 형태다.
이렇듯, '몬스터 트레인2'는 기차라는 독특한 배경 덕분에 객실 분리라는 기믹과 디펜스 게임의 요소까지 지니고 있다. 이 말은 곧, 덱 빌딩 게임을 비롯한 카드 기반 게임에서 베리에이션을 늘리는 '변수'가 처음부터 그만큼 다양하다는 것이다.

장비냐 유닛이냐, 아니면 주문이냐
어느 덱을 써야 목적지에 갈 수 있는가?
'유희왕' 시리즈나 '매직 더 개더링'을 플레이해본 TCG 게이머들에게는 이런 변수, 키워드들이 그리 어색하진 않을 거다. '하스스톤'으로 카드 게임을 시작한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죽음의 메아리'나 '전투의 함성', '비밀' 같은 요소들 말이다. '몬스터 트레인2'에도 이런 수많은 '키워드'들이 존재하는데, 이 키워드가 곧 플레이의 열쇠가 된다.

일단, 각 카드가 종류 별로 나뉜다. 비용이 없고 무조건 한 장만 들어가는 '영웅'카드가 존재하고, 각 객실마다 효과를 주는 '객실', 직접 사용하는 '주문'이나 각 유닛들에게 장착하는 '장비' 카드도 있다. 유닛들은 종류에 따라 이것 저것 나뉘는데, 이 또한 각각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이 중 무엇을 중심으로 덱을 구성하느냐가 스테이지 클리어로 향하는 방법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비'를 중심으로 운영한다면, 각 유닛이 사용 가능한 장비 칸을 늘리는 버프를 적용한 후 핵심 유닛에게 여러 장비를 들려 크게 강화할 수 있다. '주문'을 중심으로 운영하면 주문력을 크게 올리는 대신 카드를 일회용으로 만드는 버프를 적용하거나, 화염 주문에 보너스 효과를 주는 '화염 점액'을 흩뿌린 후 광역 주문을 때려넣을 수도 있다. 객실에 유닛이 죽을 때마다 돈을 버는 효과를 넣어 돈으로 미는 플레이를 추구할 수도 있고, 영웅에게 모든 장비와 버프를 때려박아 원 맨 아미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확실한 건, 이 방법의 수가 무궁무진하다는 것. '가장 효율적인 것'이나 '가장 쉽게 구성할 수 있는 덱'이 없는 건 아니지만, 플레이어가 어떤 플레이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추구하는 판타지를 충족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이는, 얼핏 당연한 말 같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로그 라이크 덱 빌딩 게임이나, TCG는 기본적인 카드 세트를 먼저 선보인 후, 게이머의 플레이 양상을 모니터링하면서 더 많은 변수와 재미를 줄 수 있는 카드를 기획하거나, 추가하는 형태로 개선이 이뤄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몬스터 트레인2'는 출시부터 이미 완성형에 가깝다. 가격대비 너무나 풍성한 고봉밥같은 분량과, 수없이 갈라지는 변수, 다양한 판타지를 충족시킬 수 있는 플레이가 가능한 시스템이 출시 버전부터 갖춰져 있다는 뜻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이 모든 '계획적인 플레이'는 처음부터 성공할 수 없다. '몬스터 트레인2'는 꾸준한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며, 실패를 반복할 수록 조금씩 성장해가며 길을 찾아내는 로그 라이크 요소를 갖춘 게임이기 때문이다.

덱 빌딩은 너무 어려워
부딪히며 배우는 게임의 재미
결국, '이 게임이 재미있는가?'라는 질문의 관건은 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실패의 과정'이 재미있게 느껴지는가에 있다. 처음 게임을 설치하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그 흔한 메뉴조차 나오지 않고 곧장 플레이가 시작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엇도 갖추지 못한 채 시작된 첫 여정은 당연히 실패할 수밖에 없고, 몇 번의 재시도를 통해 게이머는 게임의 시스템과 로직을 배우게 된다.
그리고, 이는 무척 길게 이어진다. 하나의 진영을 좀 파악할만 하면 새로운 진영이 해금되고, 또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 놓인다. 그렇게 새로운 진영으로 다시 게임을 시작하고, 두들겨 맞으면서 게임을 배우고 나면 새로운 요소가 또 해금된다. 이 반복되는 과정을 겪다 보면 어느새 게임을 이해하게 되고, 최적의 플레이를 머릿속에서 짜낼 수 있게 되는 식이다.

어찌 보면 이는 게임의 장점이나 단점이라 말할 수 없는, 덱 빌딩 게임, 아니 카드가 매개체가 되는 모든 게임의 숙명이자 근본이다. '하스스톤'의 키워드는 총 80개가 넘으며, 게임 모드에 따라 제한되긴 하지만 그래도 수십 개의 키워드가 지닌 특성과 효과를 알고 있어야 게임을 어느 정도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 '슬레이 더 스파이어'또한 어떤 루트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냐에 따라 수없이 많은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드물게 정말 강력한 조합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몬스터 트레인2' 역시 마찬가지. 대외적으로 노출되는 게임의 평가는 정말 좋지만, 이 게임을 평가한 대부분의 게이머들은 이런 '카드 게임의 숙명'에 이골이 난 게이머들이다. 때문에 본인이 머리 쓰는 게임을별로 선호하지 않고, 본능과 감각에 집중한 게임을 더 선호한다면 솔직히 이 게임을 권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튜토리얼'이라 할 만한 부분이 전혀 없다는 것. 안 그래도 쉬운 장르는 아닌데, 정말 최소한의 튜토리얼도 없다. 이미 이런 장르에 익숙한 게이머들에게는 크게 문제될 바가 없겠지만, 비슷한 게임을 처음 플레이해보는 게이머는 막막함을 느낄 정도다. 이를 극복하고 게임을 붙잡는다면 게임을 파악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건 아니지만, 그 자체가 게임을 놓게 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는 건 감안해야 할 점이다.
장르적 특성에서 오는 호오를 제외하면, 마음에 걸리는 건 조금 아쉬운 번역 정도 뿐이다. '몬스터 트레인2'는 정말 '아 다르고 어 다르고'에 따라 결과가 갈릴 수 밖에 없는 장르인데, 현재의 한국어 번역은 다소 불분명하고 가독성이 좋지 않은 부분이 있다.

반대로 장르적 특성과 별개로 무조건 칭찬할 수 밖에 없는 부분도 있는데, 다름 아닌 OST. 매 전투마다 심장을 뛰게 만드는 락 음악이 재생되는데, 그냥 독특한 설정의 덱 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그칠 수 있는 게임을 훨씬 박진감 넘치는 게임으로 바꿔 버린다. 음악의 완성도도 상당히 좋은 편.
정리하면, '몬스터 트레인2'는 두말할 필요 없는 수작 로그 라이크 덱 빌딩 게임이다. 장르 특성 상 도무지 취향이 맞지 않는 게이머들에게까지 추천하기는 어렵겠지만, 전략적 사고와 최적화 과정에서 오는 특유의 재미를 아는 게이머라면, 누구라도 권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몸으로 부딪혀 가면서 배우는 과정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조차도 이 장르의 독특한 재미 아니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