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이 5년간 게임 이용자 추적 결과를 발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과학적 근거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콘진원은 국내 최초로 5년간 1,625명의 게임 이용자를 추적한 종단 연구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5차년도)'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아동/청소년 924명과 성인 701명을 대상으로 동일 패널을 꾸려 게임 이용 행태와 문제 행동 간 관계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콘진원은 WHO가 지정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ICD-11)가 국내 현실과 괴리가 크며 과학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12개월 이상 삶의 통제력 상실과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는 기준에 부합하는 이용자는 단 한 명도 발견되지 않았다. 오히려 게임 과몰입 위험군보다 일반 이용자군의 게임 시간 평균이 더 길게 나타나, 단순한 이용 시간만으로 문제행동을 판단하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 게임 이용 유형도 해마다 변동성이 커, 다차원적이고 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에서는 게임 이용 시간이 대부분 자연스러운 성장과 환경 변화에 따라 줄어드는 추세임을 확인했다. 진학과 학업, 취업 등 생애 주기적 요인이 게임 시간 감소에 영향을 줬으며, 학부모와 자녀 양쪽 모두 게임 문제 행동 인식이 시간이 흐를수록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의료적 개입보다는 사회적/환경적 요인을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뒷받침했다.

또한 심리/사회적 요인이 게임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침이 명확히 드러났다. 자기효능감과 학업 만족도가 높을수록 건전한 게임 이용자로 분류됐고, 반대로 주의력 부족이나 과잉행동 경향은 과몰입 위험과 연관됐다. 형제/자매 및 또래와의 오프라인 교류가 많을수록 긍정적 게임 이용 유형에 속하는 비율이 높아 사회적 규범 학습의 영향도 강조됐다. 부모 양육 태도와 지역사회 활동 역시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

콘진원은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6월 30일까지 '게임이용자 패널 데이터 활용 논문 공모전'을 개최해 실증연구 확산 도모도 함게한다. 전국 대학(원)생과 연구자가 대상이며, 5년간 수집된 유일한 종단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주제로 연구제안을 할 수 있다. 논문 제출 마감은 8월 5일이며, 최종 결과는 8월 29일 발표 예정이다.

더불어 6월 13일 서울 CKL기업지원센터에서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대응 특별세미나'가 한국정책학회와 공동으로 열려, 국내 연구 현황과 정책 방향을 논의한다. 이번 세미나는 게임이용장애를 둘러싼 의료·사회적 논쟁에 학술적 근거를 제공하고, 향후 정책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다.

콘진원 관계자는 "객관적 근거에 기반한 실증적 연구가 게임 이용 관련 논의에 필수적"이라며 "이번 연구와 경진대회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관련 학술적 토대를 마련하고, 실효성 있는 정책 수립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