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말: 공허의 깃털(이하 명말)'은 나름 큰 의미를 지닌 게임이다. '검은 신화: 오공'이 비 애니메이션 스타일 중국 게임의 저력을 보여주었다면, '명말'은 연운십육성, '팬텀 블레이드 제로'등과 함께 오공의 뒤를 잇는 '제2파(波)'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근시일 내에 출시되는 작품이 오는 7월 24일 출시를 앞둔 '명말'이다.
그리고, SGF 2025와 함께 진행되는 현장 이벤트인 '플레이데이'에서 '명말'을 한 걸음 앞서 플레이해볼 수 있었다. 제한된 시간 만큼 진행된 시연인 만큼, 단편적인 부분만을 볼 수 있었지만 그간 쌓아온 뇌내 액션 게임 데이터를 활용해 게이머 입장에서 보다 이해하기 쉽게 '명말'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물론, 시연 빌드가 한 달 가량 남은 출시 빌드와 무척 가깝긴 하지만, 완벽히 동일하지 않으며, 시간 관계 상 게임의 모든 것을 파악하긴 부족했던 만큼, '명말: 공허의 깃털'이란 게임의 모든 것이 아닌, '첫 인상'에 해당하는 기사라는 점은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큰 틀에서, 이번 시연 빌드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명말'이 다른 액션 게임들과 차별화 되는 부분은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캐릭터가 아름답다
뭘 입혀도 눈호강하는 주인공 '우창'
'명말'의 시대적 배경은 게임 이름처럼 명나라 말기. 세계사 시간에 '명말청초'로 배우는 거대한 정권 교체기이다. 한족의 명나라가 쇠해감에 따라 만주족이 중원으로 들어오고, 중앙 정권이 흔들리면서 자연스럽게 지방 군벌이 득세하며 혼란해진 상황에 촉 땅에서 온몸에 깃털이 돋아나는 의문의 괴질이 번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여기에 주인공인 '우창'은 게임의 영문명이기도 한데, 일단 젊은 여성 해적이다. 어쩌다 해적이 내륙지방인 촉 땅까지 들어와 이 고생을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설명 그대로 젊은 여성이다. 괴질의 영향으로 왼쪽 상완에 깃털이 돋아나있는 상태에서, 가까스로 회복한 우창은 자신의 생존과 괴질의 치유를 위한 여정에 오른다.
그리고, 우창은 예쁘다.

너무 간단하고 노골적인 표현이라 좀 다르게 쓰고 싶은데, 그냥 이 말이 맞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이브'처럼 정치적 올바름의 면전에 주먹감자를 먹이는 수준은 아니지만, '우창'의 외모는 이 게임이 현실이 아닌 판타지인 첫 번째 이유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예쁘다.
덕분에, 뭘 해도 그림이 산다. 새 방어구를 입어도 예쁘고, 칼을 휘둘러도 예쁘고, 굴러도 예쁘고, 문 밖을 나설 때도 예쁘며, 죽을 때 조차 예쁘게 죽는다. 어떻게 꾸며도 미형은 만들기 어려워 결국 야수의 길을 걷는 다크 소울의 망자들이나, '괴물을 잡으려면 괴물같이 생겨야 맞다'를 마음속으로 되뇌이던 억지 텐션 롤플레이어들에게는 아주 좋은 소식.

"기자 별 것 없네, 캐릭터 이쁜게 특징이라고 써놓나?"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긴 한데, 이 점이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점이다. 캐릭터가 미형이다 보니 밝은 곳에서는 화보가 따로 없고, 어두운 곳에서도 압박감이 훨씬 덜하다. 그냥 캐릭터가 예쁘고 끝나는게 아니라, 게임의 전체적인 톤이 두 단계는 올라간 느낌이라는 뜻이다.
두 번째. 액션이 기이하다
반만년 역사의 중국 무술이 이런 거였나...
두 번째로, 중국산 액션 게임들이 보여주는 대부분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전투 애니메이션이 매우 길고 복잡하다. 쉽게 말하면, 뭘 해도 와호장룡처럼 싸운다. 기본 무기인 양손대검부터 한손검, 쌍검, 창, 도끼에 이르기까지 전부 다 엄청나게 화려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 게임은 결국 '소울라이크'라는 범주 안에 속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히트박스와 각 애니메이션의 선, 후 딜레이, 그리고 타격 판정이 남는 시점에 무척 민감하다. 소울라이크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은 다들 공감하겠지만, 게이머 입장에서 가장 상대하기 난감하고, 또 활용하기 어려운 공격들이 어정쩡하게 포즈를 잡거나 선딜레이가 있는 기술들이다. 도대체 어느 시점에 공격 판정이 있는지 맞아가면서, 혹은 때려가면서 깨달아야 하기 때문이다.

'명말'의 애니메이션 중 가장 빠르고 직관적인 약공격을 제외하면, 모든 공격이 대부분 이렇다. 무기마다 쓸 수 있는 고유 기술도 그렇고, 강공격도 마찬가지. 다만 전체적인 플레이 감각이 기존의 소울라이크 게임들과 크게 다르진 않은데, 앞에 화려한 애니메이션이 붙어 있을 뿐, 판정의 시간 감각은 거의 유사하기 때문이다. 좋게 말하면, 큰 차이 없는데 보기는 좋다.
문제는, 적들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 밥도 제대로 못 먹는 반 쯤 농민에 가까운 부랑자들을 제외하면, 적들은 조금만 수준이 올라도 저마다 무예를 뽐낸다. 보스도 아닌 일개 경비병조차 관운장 못지않게 무기를 휘둘러대며 타수 장난을 치는데, 굉장히 화려한 액션 덕분에 정확히 언제가 공격 타이밍인지, 그리고 언제 이 연계 공격이 끝나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

제법 무게감이 있는 보스 정도 되면, 움직임은 더 화려해진다. 덕분에 보스의 패턴이 눈에 익을 즈음이 되면 게임 화면이 정말 무술 영화처럼 화려해지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초기 플레이 난이도는 다른 소울라이크에 비해 확실히 높다. 난이도 조절이 존재하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엘든 링보다 한 단계 정도는 더 높은 난이도로 느껴졌다.
성장 방향이 좁고 깊다
'육성 트리'의 존재로 갈리는 플레이 방향
마지막으로, '성장'의 방법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명말'은 전체적으로 프롬소프트웨어의 게임들과 무척이나 닮아 있는데, 모르고 보면 모드 적용한 엘든 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반적인 짜임새가 상당히 유사하다. 방어구의 스탯이나 UI, 전반적인 게임의 골조 등 모든 면에서 소울 시리즈와 굉장히 닮아 있다. 소울 시리즈를 플레이해본 적이 있다면, 게임을 완전히 처음 시작해도 큰 어려움 없이 적응이 가능한 수준이다. 물론, 그 정도로 만드는 것도 쉬운 건 아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구조 중에서도 특징적으로 다른 부분이 '육성 트리'의 존재인데, 일정 수 이상의 인게임 재화를 얻을 때마다 이를 스킬 포인트로 변환해 새로운 기술이나 액션을 해금하며, 이 해금한 스킬 노드의 숫자가 곧 레벨이 된다. 엘든 링이 '룬'을 소모해 스탯을 높이고, 이 스탯을 기준으로 장비를 짜서 빌드를 만든다면, '명말'은 보다 직관적으로 내가 사용하는 무기와 해당 무기의 활용도를 지정하고 성장하게 된다.

예를 들어 '대검' 위주로 성장 트리를 짜면, 포인트를 투자할 때마다 대검의 피해량이나 사용 스테미나 등이 점점 더 효율적으로 나아진다. 다만 여기서도 대검을 방어적으로 활용할 지, 보다 공격적으로 활용할 지를 정할 수 있으며, 대검 트리 내에서 어느 방향으로 가닥을 잡느냐에 따라 대검의 활용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그냥 숫자의 차이만 나는 정도가 아니라 무기의 운용법 자체가 바뀌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명말'의 방어 기제가 회피 뿐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타이밍에 공격을 피할 경우 공격 자원을 얻게 되고, 이를 활용해 무기 기술이나 수련 기술(Discipline attack)을 강화하는게 명말의 기본적인 전투 흐름인데, 무기 육성에 따라 방어나 튕겨내기와 같은 방어 기제가 더 생긴다. 기본 회피만으로 충분한 게이머라면 조금 더 공격적인 트리를 노려볼 수 있고, 회피만으로 살아남기가 버거운 게이머라면 방어적인 트리를 선택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형태다.

정리하면, '명말:공허의 깃털'은 전체적으로 기존 소울라이크와 큰 폭으로 다르지 않지만, 중국 무술 특유의 아크로바틱한 액션과 미형의 주인공, 그리고 차별화된 성장 방법을 통해 '카피캣 중 하나'를 넘어 자신만의 특색을 만들어낸 작품이다. 그래픽은 특별히 뛰어나진 않지만, 반대로 흠잡을 곧 없이 깔끔하며, 성우의 녹음이나 효과음에서도 뭇 게임 못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준다.
짧은 시간 동안 진행한 시연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하며, 게임의 전체적인 평가는 차후 출시 시점 즈음에 리뷰를 통해 말하게 되겠지만, 지금까지 공개한 부분만으로도 소울라이크의 팬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으로 다가올 만한 작품으로 비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