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무자' 시리즈는 PS2의 전성기인 2000년대 초, 제대로 한 획을 그은 시리즈다. '전국시대 + 바이오하자드'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 게임은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자신만의 매력을 쌓았고, 3부작의 마지막인 3편에 이르러서는 도전적인 난이도와 '일섬'의 존재, 그리고 환마에 맞서 싸우는 귀무자라는 세계관까지 구축해내며 성공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최초의 3부작 이후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해 수많은 다른 게임들처럼 '추억 속 타이틀'중 하나가 되어 버렸다. 비교적 최근, 귀무자 시리즈의 리부트인 '귀무자: 검의 길'이 발표되기 전 까진 말이다.

서머게임페스트의 연계 행사로 진행된 '플레이데이'에서, 귀무자: 검의 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듣고,짧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출시까지 반 년이 더 남은 시점인 만큼 일부만 소개된 상황이지만, 현장에서 보고 들은 '귀무자: 검의 길'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 보았다.



프레젠테이션
미야모토 무사시로 돌아온 귀무자

'귀무자: 검의 길'은 완전한 리부트된 작품이다. 혼을 흡수하는 장갑, 전국시대라는 배경, 그리고 환마들이 날뛴다는 것은 유지되었지만, 귀무자 아케치 사마노스케 및 야규 쥬베이의 존재나, 시공을 넘어 귀무자가 된 '자크', 환마계 최고의 검사 고간단테스는 사라져 버렸다.

본작의 주인공은 '미야모토 무사시'. 전국시대의 전설적인 실존 검사이며, 각종 미디어에서는 쌍검을 다루는 검사라는 이미지로 유명하지만, 본작에서는 일반적인 사무라이들처럼 한 자루의 검과 와키자시를 들고 다닌다. 특징적인 부분은 역시 오른팔에 차고 있는 장갑. 엄청난 칼솜씨로 적들을 썰어버린 후, 영혼을 빨아들이는 장면은 귀무자 시리즈의 특징적인 장면인데, 본작 역시 이 '장갑'을 통해 쓰러트린 적들의 영혼을 흡수한다.

▲ 작품의 주인공인 '미야모토 무사시'

재미있는 건, 트레일러에서 살짝 드러난 것 처럼 장갑 자체에 자아가 있다는 것. 주인공인 무사시는 이를 '건틀릿 레이디(영문판 기준)'라고 부르는데, 크레토스와 미미르처럼 게임 진행 중 꾸준히 대화하는 관계이자, 보다 몰입적인 형태로 게이머에게 서사 전달과 게임 진행을 돕는 역할을 한다. 과거 3부작에서 영혼 흡수 장갑이 레벨업 발사대 정도의 역할을 했던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플레이 측면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시점의 변경. 과거 귀무자 3부작이 보여준 쿼터뷰 형태는 사실상 많이 낡은 구도였던 만큼, 일반적인 액션 게임들이 주로 보여주는 3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전투 구도 또한 현대적인 액션 게임과 유사한 편인데, '소울라이크'와는 미묘하게 다르다. '갓 오브 워'에 가까운 모습이라 해야 할까?

하지만, 이 모든 것을 넘어 가장 크게 바뀐 건 역시 '전투' 그 자체다. '귀무자: 검의 길'은 그 부제에 걸맞게 굉장히 섬세한 일본도 검술 액션을 보여주는데, 등 뒤에서 날아오는 검을 쳐내거나, 상대의 공격을 비스듬하게 받아넘기는 등의 상황에서 무척 자연스러운 애니메이션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액션 게임에서 등 뒤의 공격을 패링하는 경우, 캐릭터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전환하는게 보통이다.

▲ 다대일 전투의 연출이 너무나 좋다

하지만, 귀무자: 검의 길에선 자연스럽게 등 뒤로 검을 넘기며 공격을 받아낸다. 경우에 따라서는 검이 미끄러지며 불똥을 튀기거나, 두 명 이상의 적을 자연스럽게 연결된 애니메이션으로 한 번에 처리하는데, 그냥 보기만 해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시각적 연출을 보여준다.

여기에 재미를 더해주는 요소가 바로 '환경'이다. 게임 속 미야모토 무사시는 전투 현장에 존재하는 다양한 오브젝트를 전투에 활용하는데, 테이블을 세워 엄폐물로 쓴다거나, 물건을 집어던져 적의 중심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 기본적인 검술 표현이 좋다 보니 다른 아쉬운 부분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

귀무자 팬들이 기억하는 '일섬'은 여전히 건재하나, 그 무게감이 줄었다. 나 또한 귀무자 시리즈의 오랜 팬이고, 게임 전체를 일섬만으로 클리어해본 경험도 있을 정도로 귀무자를 진득하게 플레이했던 게이머인데, 본작의 일섬은 적의 공격을 순간적으로 피하고, 반격해 일격에 적을 해치운다는 컨셉은 유지하고 있지만, 캐릭터가 아닌 '게이머가 습득하는 필살기'정도로 쓰기 번거롭지는 않다. 각 몬스터마다 '세키로'의 '체간'처럼 일종의 그로기 게이지가 존재하므로, 이와 관계된 기술로 보인다.

나아가 이 '그로기 게이지'는 보스에게도 존재하는데, 전부 깎아낼 경우 강력한 처형기를 시전할 수 있다. 여기서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선택할 수 있는 처형기가 두 종 존재하며, 선택에 따라 큰 피해를 입힐 수도, 체력과 자원을 회복하는 영혼들을 뽑아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전에 큰 피해를 입은 상태라면, 회복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보스전을 추구할 수도 있다.

▲ 무사시의 영원한 친구 사사키 코지로도 '간류'로 등장

이렇게, 10분 가량 이어진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귀무자: 검의 길'의 종합적인 첫인상은 '전투'에 굉장히 집중된 액션 게임이라는 것. 현시대 액션 게임의 트렌드가 '소울라이크'로 흐르는 만큼 귀무자 컨셉만 가져온 소울라이크가 등장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추구하는 방향성이 다소 다르다. 도전과 클리어에서 오는 재미가 아닌, 전투 그 자체의 재미에 더 집중한 디자인이라 해야 할까. 겉으로 보기엔 크게 차이나 보이지 않지만, 실제 전투 과정을 지켜보면 느껴지는 부분이다. 물론, 진면모는 내년이 되어야 알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인터뷰
강화된 검술 액션, 그리고 '일섬'

프레젠테이션이 마무리된 후, '귀무자: 검의 길'의 디렉터인 '니헤이 사토루', 그리고 프로듀서인 '카도와키 아키히토'와 짧은 질답을 나눠 보았다.

Q. 먼저, 주인공인 '미야모토 무사시'에 대해 묻고 싶다. 각종 미디어에서 무사시는 다양한 이미지로 등장하는데, 귀무자의 세계에서 미야모토 무사시는 어떤 인물인가?

= '귀무자: 검의 길'에서 미야모토 무사시는 최고의 검객이 되기 위한 여정을 이어가는 인물이다. 아직 최고의 검술가로 완성된 인물은 아니고, 더 강한 상대를 찾아 다니는 과정에 있는 인물이며, 그 과정에서 장갑을 얻고 환마계와 엮이게 된다.

이번 작품에서 미야모토 무사시의 서사는 상당히 중요한데, 시나리오를 통해 그의 여러가지 인간적인 면모들을 강조해 전달하고자 했다.

▲ 무사시의 서사가 중심이 될 예정


Q. 최근 액션 게임들이 상당히 많이 출시되었다. '귀무자: 검의 길'이 다른 액션 게임들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무엇인가?

= 이번 작품의 특징적인 요소라면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하나는 귀무자 시리즈의 정체성이라 볼 수 있는 '혼 흡수' 시스템이다. 단순히 회복과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자원 확보의 수단 뿐만 아니라, 혼 흡수를 게임 내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검술 기반의 전투다. 다른 게임들에 비해 훨씬 유려하고 깊이있는 액션을 만들어냈다고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으며, 적과 싸우는 과정 자체가 만족스러운 재미요소가 될 수 있도록 개발했다.

▲ 영혼 흡수야말로 귀무자의 정체성


Q.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일섬'이 건재함을 확인했다. 본작의 일섬은 과거와 어떻게 다른가?

= 이번 작품에서 '일섬'은 이전보다 확실히 활용하기 쉬워졌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일섬이 쉬워진 만큼 전투 양상이 복합적으로 바뀌었기에, 전반적인 난이도는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섬 외에도 패링과 반격 시스템이 더해졌기 때문에, 적의 공격에 어떤 형태로 대응해나갈지 숙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Q. 프레젠테이션의 전투 장면은 대부분 한 자루의 검을 사용했다. 과거 작품들은 주인공이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곤 했는데, 본작은 다른 무기들이 등장하지 않는가?

= 다른 무기들은 장비가 아닌 기술의 개념으로 존재한다. 두 자루의 곤봉을 통해 공간의 벽을 부수는 장면이 트레일러에 등장했고,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두 자루의 짧은 검으로 맹공을 가하는 모습이 등장했다. 다만, 장비의 개념으로서 미야모토 무사시가 다루는 무기는 어디까지나 한 자루의 검이며, 혼을 흡수할수록 다양한 무기를 기술로서 사용하게 된다.

▲ 장비가 아닌 기술의 개념으로 다른 무기를 활용한다


Q. 이전의 3부작과 본작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 '귀무자: 검의 길'은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전작의 캐릭터나 배경 등은 등장하지 않는다. 기존 팬들을 위한 비주얼적 오마주는 게임 내에 여럿 배치되어 있으나, 근본적으로 과거 3부작과 연관되는 점은 없다.


Q. '귀무자: 검의 길'에는 온라인 요소가 존재하는가?

= 아니다. 이 게임은 100% 싱글 플레이 게임으로 개발되고 있다.


Q. 마지막으로, '귀무자: 검의 길'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는가?

= 매우 긴 시간이 흘렀지만, '귀무자'의 신작을 다시 보여드리게 되어 너무나 기쁜 순간이다. 과거 시리즈의 팬 분들도, 그리고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롭게 '귀무자'를 접하게 될 게이머 분들도 모두 즐거운 경험을 하실 수 있도록 출시까지 최선을 다 해 게임을 가다듬을 예정이다. 부디 많은 기대 해주시길 부탁드린다.